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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 : 문화는 어떻게 현실에서 도망가는가?
이택광 ㅣ yeond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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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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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page/142*200*28/612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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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91840421/11918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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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가 20여 년 만에 세상에 다시 나오는 이유 『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는 문화비평가 이택광이 서사와 재현을 중심에 두고 문화를 통해 2000년대 한국 사회를 분석한 비평서다. 2002년 초판이 출간된 이 책을 2020년대에 와서 다시 펼쳐 보는 일은 당시로부터 한국 사회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 혹은 그러지 못했는지 가늠해보는 바로미터가 될 터이다. 제목의 ‘음란하다’라는 형용사는 대중문화가 소비자를 자극하기 위해 활용하는 포르노그래피적 음란함만을 지칭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택광은 보드리야르가 이야기한 ‘외설’과 같은 맥락에서 “물리적 리얼리티가 완전히 소거된 도착 상황”, 다시 말해 엄연한 현실로부터 눈을 돌리게 하는 이데올로기적 판타지를 ‘음란하다’고 정의한다. 특히 한국에서 한 번도 제대로 존재한 적이 없었던 민족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영화와 문학 작품, 문화 현상을 통해 체현되며 그렇게 만들어진 보수적 ‘가족-민족 로망스’가 어떻게 현실의 문제들로부터 대중의 눈을 가리는지 냉철한 시각으로 짚어낸다. 그러한 판타지의 속임수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그러한 판타지가 빚어지고 먹혀들 수밖에 없는 현실의 구조를 낱낱이 드러낸다는 것 또한 이 책의 미덕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는 주로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의 영화와 문학 작품, 문화 현상이다. 그러나 여전히 회자가 될 만큼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거나 잘 알려진 경우가 대다수이기에 저자의 논지를 이해하고 따라가기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색으로서의 보수를 넘어 대중의 내면에 교묘하게 자리 잡은 보수성 그 자체를 추동하는 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가 리얼리티의 본질을 가리는 현실이 여전함을 생각했을 때, 20년 전의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톺아보는 일은 오늘날에도 분명 의미를 가질 것이다.
  • 『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의 목적, 현실의 모순 그 자체를 드러낸다 최근 감명 깊게 본 영화나 문학 작품을 떠올려보자. 그 작품의 무엇이 당신의 마음을 건드렸는가? 감독 혹은 작가가 묘사한 작품 속 세계가 놀랄 만큼 ‘리얼’해서 스스로 그 사건을 겪은 것처럼 눈물을 흘리고 후련함을 느꼈는가? 애국심이나 가족에 대한 사랑이 한층 고취되었는가? 그렇다면 이제 냉철한 눈으로 그 작품이 말해주지 않은 것들은 무엇인지 되짚어 볼 차례다. 『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는 그러한 회고를 한층 깊이 있게 만들어줄 안내서다. 이 책의 목적은 특정한 작품이나 담론을 비판하는 데에 있지 않다. 오히려 저자는 그러한 담론이 등장하게 된 현실의 모순 그 자체를 드러내고자 했다.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문인의 뒤틀린 강박은 어디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는가? 우리는 왜 그렇게 한일전에 집착하는가? 청순한 이미지로 인기를 끌다 몰락한 여성 배우가 유달리 뭇매를 맞은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일견 쉬워 보이는 이 질문들은 사실 그리 단순하지 않다. 격동의 근현대를 겪은 한국인이 갈망하는 ‘민족’의 존재 혹은 부재를 먼저 파악해야 제대로 답할 수 있는 문제이기에 그러하다. 저자가 마르크스, 제임슨, 벤야민 등 서구 이론가의 담론을 토대로 논의를 이어가면서도 서구의 지식 체계를 그대로 이식하여 한국의 상황을 재단하는 실수는 결코 범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개정 2판을 내며’에서 저자는 “지금 마주하는 이 세계의 야만성을 무기력하게 관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책에서 도모하고자 했던 글쓰기를 통한 참여라는 내 기획은 실패로 귀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쓴다. 지적 자극을 가장 열정적으로 흡수하고 벼리던 시절의 저자가 단행한 ‘보수주의에 맞선 지도 그리기’라는 야심찬 시도는 그러나 오늘날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그러한 시도에도 여전한 세계의 야만성이 오히려 20여 년 전의 지도를 토대로 새로운 길을 그려나가야 할 필요성을 확인해주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만물은 반복한다. 그러나 결코 동일한 반복은 없다.”
  • 개정 2판을 내며 개정판을 내며 책을 내며 프롤로그 - 서사의 무덤에 새겨진 묘사라는 비문 제1장 서사는 초월의 욕망이다 1. ’재현의 위기’는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2. 리얼리즘의 적들, 루카치를 욕보이다 3. 게으른 앵무새들, 문화비평가가 되다 4. 제임스 본드, 오우삼을 만나다 5. 멜로드라마 영화의 노스탤지어 제2장 스펙터클과 서사의 위기 6. 시놉티콘의 ‘용감한 신세계’ 7. 성냥팔이 소녀가 재림한 진짜 이유 8. 유토피아 또는 포르노그래피 제3장 아버지의 이름으로 9.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 민족 로망스의 네버-네버 랜드 10. 친일 문학의 미학 11. 축구는 독립운동이다 12. 이문열과 이인화, 두 보수주의자의 초상 13. 유승준과 황석영, 유령 아버지는 어떻게 아들을 찾아오는가? 제4장 문화는 적대이다 14. 〈친구〉, 현실을 우회하는 한 가지 방법 15. 지극히 해피하지 않은 〈해피엔드〉 16. 〈텔미썸딩〉,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 17.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아버지의 이름이 계급을 만날 때 18. 리얼리티는 상징적 표면을 가지고 있다 제5장 우리가 섹슈얼리티와 ‘그짓’을 하는 몇 가지 방법 19. 섹슈얼리티와의 음란한 탱고 20. 황수정,...
  • 이 책은 지금까지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되어왔던 숱한 문화적 현상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한국 문화에 대한 새로운 지도 그리기를 목표로 한다. 내가 이와 같은 지도 작성의 수단으로 서사를 내세우는 것은 물론 나름대로 문화를 서사의 총체로 이해하는 개인적 경향 때문이기도 하다. 내 입장에서 서사를 구성하고자 하는 욕망은 역사에 개입하려고 하는 본능으로서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 사실 유일하게 인간만이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 나는 역사에 대한 이런 참여 의지가 서사의 원동력이라고 본다. 자본주의적 체제의 본성 자체가 아무리 비인간적이라고 해도, 이야기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인간의 문화적 본성 자체를 말소시킬 수 없다는 믿음을 나는 가지고 있다. (60쪽) 부단한 단련과 연습을 통해 자신의 능력(또는 근육)을 구비하는 일은 새롭게 닥쳐온 신자유주의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 요소였다. 1980년대의 할리우드가 〈페임〉이나 〈플래시 댄스〉 같은 영화를 통해 역설하는 것도 이런 교훈이었다. 노력한 자만이 명성과 부를 거머쥘 수 있다는 이런 종류의 ‘아메리칸 드림’은 신자유주의의 폭력성을 은폐하고, 그 비인간적 측면을 개인적 능력의 유무 문제로 왜곡하는 대표적 판타지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종류의 영화들은 대부분 기존의 제도를 부정하고 외롭게 자신의 능력을 갈고 닦던 주인공들이 결정적인 기회에 입신양명하게 되는 서사 패턴을 공유한다는 사실이다. (115~116쪽) 이런 맥락에서 내가 스펙터클을 비판하는 취지는 시각성의 판타지를 외면하고 ‘진정한’ 진실을 보자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스펙터클 자체를 하나의 징후로 보며, 이를 통해 현실의 모순을 진단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스펙터클을 부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분석할 수 있을 따름이다. 이 스펙터클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만 우리는 리얼리티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사실이 문화비평의 희극이자 비극이기도 하다. (157쪽) 따라서 서정주의 미학은 일본을 통해 근대를 달성하려고 했던 친일 계몽주의자들의 비극적 운명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광수의 경우나 지금 한국의 극우파의 경우에서 확인되듯이 해방 이후 친미파로 이어지는 친일파의 계보는 때로 한국의 근대 계몽주의와 겹쳐지면서 파시스트적 극단을 넘보기도 한다. 루카치의 지적처럼 이런 태도는 필연적으로 파멸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데, 왜냐하면 세계란 결코 일관되지 않은 우연성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친일 문인들을 일러 순진하다고 할 것인가? 파시즘의 해악을 거론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히틀러 역시 화가였고 도덕주의자였으며, 대단한 탐미주의자였다. 서정주의 시가 미적이기 때문에 용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오직 미적인 것의 영원성만을 추구했기에 문제되는 것이다. (184쪽) 마치 햄릿처럼 살해된 아버지를 위해 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뿐이다. 바로 아버지의 이미지와 자신을 일치시키며 아버지의 복수를 하는 것. 아버지를 거역한 유승준을 비판함으로써 사람들은 아버지의 부재를 훌륭히 견디는 아들로 자신을 재확인할 수가 있는 셈이다. 유승준은 이런 집단적 일치를 위한 희생양으로서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이런 까닭에 언제나 유토피아적 희망을 동력으로 삼는 민족 로망스는 한국 문화를 움직이는 거대 서사로서 여전히 작동하는 것이다. (217쪽) 한국의 대중은 남녀를 불문하고 〈허준〉이라는 로망스를 통해 더욱 강화되는 자본주의적 합리화와 계급적 분열에 대항하는 상상적 공동체의 이미지를 안타깝게 붙잡으려고 ...
  • 이택광 [저]
  • 경북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 영문학을 공부하다가 한국 사회의 현실에 개입할 수 있는 문화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고 영국으로 건너가 워릭대학교에서 철학 석사학위를, 셰필드대학교에서 문화이론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영화주간지 '씨네21'에 글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문화평론을 쓰기 시작했다. 대중문화 분석을 통해 정치사회 문제를 해명하는 작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따라 배우고자 하는 비평가는 발터 벤야민, 프레드릭 제임슨, 슬라보예 지젝이다. 좋아하는 철학자로는 G. W. F. 헤겔, 게오르그 루카치, 자크 라캉 등이 있다. 현재 경희대학교 영미문화전공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의 대중문화와 사회현상을 비평하는 글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중세의 가을에서 거닐다'(2008), '세계를 뒤흔든 미래주의 선언'(2008), '민족, 한국문화의 숭고대상'(2007), '근대, 그림 속을 거닐다'(2007), '한국문화의 음란한 판타지'(2002), '들뢰즈의 극장에서 그것을 보다'(2002)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뉴레프트리뷰'(공역/2009), '해리 포터, 청바지를 입은 마법사'(2002), '프레드릭 제임슨: 맑스주의, 해석학, 포스트모더니즘'(2002)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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