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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병 : La Peste
알베르 카뮈, 이정서 ㅣ 새움 ㅣ LA PE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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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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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page/136*194*35/644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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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70800446/117080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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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읽은 『이방인』은 카뮈 『이방인』이 아니다’, 이후 10년, 우리가 아는 『페스트』의 바른 번역 카뮈의 책은 어렵기로 소문 나 있었다. 우선 『이방인』이 그랬다. 책을 읽은 독자에겐 소설의 감동보다 ‘부조리’니 ‘실존’이니 ‘햇빛’이니 하는 개념어를 떠올리며 난해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지금은 똑같이 부조리나 햇빛을 이야기하더라도 『이방인』을 두고 어렵다고 말하지 않는다. 10년 전, 처음으로 기존 번역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고 나선 이가 있었고, 이후 기존 번역계의 저항에 부닥치면서도 한편으로 가장 많이 읽히던 번역자의 『이방인』 역시 개정판이 나오는 등 서서히 변화해 왔기 때문이다. 『역병Peste』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겐 『페스트』로 익히 알려진 이 작품 역시 지금까지 독자들에게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왜 그럴까? 그 역시 번역 때문이라는 게 10년 전 번역 문제를 제기했던 바로 그 역자의 주장이다. 기존의 번역관을 뒤엎는 그의 주장이 얼마만큼 정당성을 갖는지는, 어떤 주의 주장이 아니라, 실제 번역서를 읽어보아야 한다. 실제로 이정서 역자의 손에서 새로 번역된 카뮈의 책들은 ‘부조리 철학’이니 ‘실존주의’니 하는 ‘개념어’가 아니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읽힌다. 물론 그 이야기 속에 카뮈의 철학이 더 깊숙이 녹아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게 소설의 힘이기 때문이다. 『이방인』은 케케묵은 사회의 관습이 자유롭고 솔직한 한 청년을 단두대에 세움으로서 ‘사회의 부조리’와 ‘윤리’ ‘관습’을 생각하게 만들고, 『역병Peste』은 전쟁이나 역병과 같은 대재앙 속에서의 ‘신’과 ‘인간’, ‘양심’과 ‘인류애’, ‘연대’를 떠올리게 만든다. 『역병Peste』에는 위대하고, 때론 졸렬하고, 편집증적이고, 성스럽고, 결국 인간답고자 하는 무수한 인물들이 나온다. ‘의사인 리외, 하급 공무원인 그랑, 기자 랑베르, 신부 파늘루, 기록자 타루’는 이 책의 중심 인물로, 그들의 말들은 밑줄을 그어 따로 정리해 놓고 싶을 정도로 울림이 있다. 그들의 생각과 말들은 그때 그 상황에서 나온 말들이지만,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지금 이 시간에도, 먼 미래에도 사람들에게 깊은 질문과 성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보편적인 진실을 담고 있다. 아마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세상이 ‘카뮈’에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하여 『역병Peste』은 말한다. 전쟁이나 역병과 같은 대재앙 속에서도 인류는 ‘희생하고 연대’하여 마침내 극복할 수 있다고, 또한 그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혼자만 행복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21세기 최대의 역병이었던 코로나를 극복한 것도 실은 이와 같은 인류애, 인간의 ‘고귀한 정신’ 덕분이 아니었을까. 번역자 이정서는 출간 당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이방인』 번역 이후, 10년 만에 『역병La Peste』을 완역했다. 왜 10년이었을까? 그가 주장하는 대로 원래 작가가 쓴 서술구조 그대로의 번역을 위해 쉼표 하나,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고르고 또 고르느라 소비한 시간이었으리라는 걸 문장마다마다에서 느낄 수 있다.
  • ■ 『라 페스트La Peste』는 ‘페스트’가 아니다 카뮈의 『라 페스트La Peste』를 ‘페스트’로 번역하는 것은 잘못이다. 같은 작가가 쓴 『이방인L’Etranger』의 첫 문장 속 ‘마망maman’을 ‘엄마’가 아닌 ‘어머니mere’로 바꾸어 번역하는 것만큼이나 어색한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영미권 독자들도 이것을 단순한 ‘페스트’로 인식하지 않는다. ‘쥐’ 이야기가 나오니 누군가는 이것을 ‘흑사병’으로 오해하고 있기도 한데, 그건 더 큰 잘못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흑사병은 ‘peste noire’라고 해서 별도의 단어가 쓰이고 있거니와, 작품 속 질병의 이름은 더군다나 아니기 때문이다. 당연히 『La Peste』는 영어 번역서의 제목도 그냥 ‘페스트pestis’ 가 아니라 『The Plague』이다. 즉, ‘역병’ 쯤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것을 ‘페스트’와 구분되는 ‘역병’으로 달리 번역해 주지 않으면 절대 안 되는 이유가 따로 있다. 예컨대 아래의 문장에서 ‘라 페스트la peste’, ‘페스트peste’, ‘페스트 누아르peste noire’를 모두 하나의 ‘페스트’로 번역하는 것이니(실제 우리 번역은 그렇게 되어 있다)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당연합니다.” 도지사가 말했다, “하지만 저로서는 이것이 ‘페스트peste’라는 전염병과 관계되어 있다는 여러분들의 공식적인 승인이 필요합니다.” “단순화시켜서 말하자면, 리외, 나는 이 도시와 이 전염병을 알기 전부터 이미 그 ‘역병la peste’으로 고통받고 있었소. 그건 나 역시 남들과 똑같다는 말로 충분할 거요. 하지만 그걸 알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또는 그 상태로 잘 지내는 사람도 있고, 그것을 알고 벗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지. 나는, 항상 벗어나고 싶었소.” 역병 환자들로 인해 새떼들로부터도 버려졌던 아테네, 조용한 몰락으로 채워지던 중국의 도시들, 물이 떨어지는 시체를 구덩이에 밀어 넣고 있는 마르세유의 도형수들, 그 역병의 맹렬한 바람을 멈춰 세우기 위해 쌓았던 거대한 담의 프로방스 안의 건축물, 자파와 그곳의 흉측한 몰골의 걸인들, 콘스탄티노플 병원의 다져진 땅에 들러붙은 젖고 썩은 침대들, 갈고리로 꿰어진 환자들, ‘흑사병peste noire’ 기간 동안 마스크를 쓴 의사들의 축제, 밀라노 공동묘지에서의 살아 있는 사람들의 성교性交, 공포에 사로잡힌 런던의 죽은 이들의 짐수레들, 그리고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채워지던 인간들의 끊임없는 울음들. 아니, 이 모든 것으로도 여전히 이날의 평화를 죽이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 역자 해설 “우리가 읽은 『페스트』가 과연 카뮈의 『La Peste』였을까?” 중에서 ■ 『역병La Peste』은 어떤 소설인가? 소설은 1940년대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연안 도시인 ‘오랑’을 배경으로 한다. 도시를 휩싼 치명적인 전염병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을 서술자의 입을 통해 듣는 형식을 취하는데, 작품 속 주인공이기도 한 서술자의 정체는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야 드러난다. 주요 등장 인물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앞서 〈페스트〉라는 번역서로 이 작품을 읽은 독자조차 적잖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 베르나르 리외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침착하고 이성적인 의사이다. 자신의 진료실이 있는 건물 복도에서 그가 죽은 쥐를 발견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난 때문에 의사가 되었다는 그는 모든 것을 희생하며 어려운 경제 상황의 역병 환자들을 무료로 치료한다. 초기부터 그는 당국에 전염병 통제를 위한 보건 수단을 끊임없이 요구하면서 최전선에서 ‘역병’을 차단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병든 아내를 먼 곳에 요양 보내놓고 한 번도 찾아가지 못...
  • 4월 16일 아침, 의사인 베르나르 리외는 자신의 진찰실을 나서다가 층계참 중간에서 죽은 쥐 한 마리와 맞닥쳤다. 그 순간, 그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그 짐승에게서 멀어져서 계단을 내려갔다. 하지만 거리로 나오자, 거기는 쥐가 나올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밀려왔고 그는 관리인에게 주의를 주기 위해 돌아갔다. 연장자인 미셸 씨의 반응 앞에서, 그는 자신의 발견이 기괴한 것이라는 사실을 한층 더 깊이 깨달았다. _22쪽 “어떤 세균이,” 짧은 침묵 후에, 리외가 말했다. “사흘 만에 비장 크기를 네 배로 키우고, 장간막의 멍울이 오렌지만 해져서 죽처럼 물러지게 된다면, 더 이상 주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감염되는 가정이 폭넓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질병의 확산 추세를 볼 때, 그것이 멈추지 않는다면, 두 달 안에 시민 절반이 죽을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것을 역병이라 부르든, 성장열이라 부르든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시민 절반이 죽는 일을 멈춰 세우는 일일 겁니다.”_ 80쪽 다시 사망자 수가 30명에 다다른 날, 베르나르 리외는 지사가 “저들이 두려워하고 있소.”라며 그의 손에 넘겨준 전보 공문을 보았다. 급보는 전하고 있었다. “페스트 상황을 선포하라. 도시를 폐쇄하라.” _98쪽 그는 시트와 속옷을 걷어 올리고, 그녀의 배와 허벅지 위에 난 붉은 반점과 부어오른 임파선을 조용히 관찰했다. 어머니는 딸의 다리 사이를 보면서 비명을 질렀고, 자신을 통제하지 못했다. 매일 저녁 어머니들은 그런 식으로 악을 썼고, 추상적인 표정으로, 죽음의 징조가 있는 복부를 드러냈다. 매일 저녁 팔들이 리외의 팔에 매달렸고, 쓸모없는 말과, 약속과 눈물이 흘러넘쳤다. 리외는 더 이상 끝없이 반복되는 비슷한 장면의 연속극보다 기대할 것이 없었다. 그랬다, 역병은 추상처럼 단조로웠다._ 130쪽 차츰차츰 청중 전체가 침묵 속에서 곧 무릎을 꿇었다. 파늘루 신부는 그때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워 심호흡을 하고 점점 더 강화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만약, 오늘, 역병이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면, 성찰의 시간이 왔다는 것입니다. 의인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겠지만, 악인은 두려움에 떨어야만 할 것입니다. 우주라는 광대한 곳간에서, 가차 없는 도리깨는 쭉정이와 알곡이 분리될 때까지 인간이라는 밀을 때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알곡보다 쭉정이가 더 많고, 선민보다 부름을 받은 이가 더 많으니, 이 불행은 하느님의 뜻이 아니었습니다. 너무나 오랜 시간, 이 세상은 악과 타협했으며, 너무 오랜 시간, 하느님의 자비에 의지했습니다.”_ 137쪽 타루와 리외, 그리고 그의 친구들은 이런저런 답을 할 수 있었지만, 결론은 항상 알고 있는 것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싸워야 한다는 것과 절대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된다는 것. 모든 문제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죽음과 최후의 격리 조치에 처해지는 것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이었다. 이를 수행하는 유일한 길은 역병과 싸우는 것이었다. _185쪽
  • 알베르 카뮈 [저]
  • 1913년 알제리의 몽드비에서 아홉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노동자였던 아버지가 1차 세계대전 중에 전사한 뒤, 청각장애인 어머니와 할머니 아래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공립초등학교와 알제대학교 철학과에서 공부한 그는 1936년에 고등교육 수료증을 받고 교수가 되려고 했지만 결핵이 재발해 단념하고, 졸업 후 진보적 성향의 일간지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1942년 7월 존재의 부조리성(不條理性)을 다룬 《이방인(異邦人, L’?tranger)》과 동일한 주제를 철학적 에세이로 풀이한 《시지프 신화(神話)》를 발표하면서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고, 이어 《페스트》(1947)의 출간으로 그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1951년에는 마르크시즘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평론 《반항하는 인간》을 발표하여 사르트르를 포함한 프랑스 문인들과 격렬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1957년 마흔네 살의 젊은 나이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카뮈는 장편소설 《최초의 인간》 집필 작업에 들어갔으나, 3년 후인 1960년 자동차 사고로 생을 마쳤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표리(表裏)》(1937), 《결혼》(1938), 《정의(正義)의 사람들》(1949), 《행복한 죽음》, 《안과 겉》, 《적지와 왕국》, 《전락(轉落)》(1956), 희곡 《오해(誤解)》(1944)와 칼리굴라(Caligula)》(1945) 등이 있다.
  • 이정서 [저]
  • 2014년 기본 알베르 카뮈 『이방인』의 오역을 지적하는 새로운 번역서를 내놓으며 학계에 충격을 가져왔다. 작가가 쓴 그대로, 서술 구조를 지키는 번역을 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의역에 익숙해 있는 기존 번역관에는 낯선 것이었다. 이후, 그는 여전히 직역을 주장하며 『어린 왕자』를 불어·영어·한국어로 비교하고 그간 통념에 사로잡혀 있던 여러 개념들, 즉 『어린 왕자』에서의 ‘시간 개념’, ‘존칭 개념’ 등을 바로잡아 제대로 된 ‘어린 왕자’를 새로 번역해냈다. 연이어 『위대한 개츠비』 『노인과 바다』 『1984』 『동물농장』 등을 번역하며 기존 번역들의 오역과 표절을 지적해왔고, 『투명인간』에 이르러서는 오리지널 영국판과 미국판의 차이를 발견해내기도 하였다. 그밖에 지은 책으로는 장편소설 『카뮈로부터 온 편지』 『당신들의 감동은 위험하다』 『85년 영수를 아시나요?』 『어린 왕자로부터 온 편지』와 번역 비평서 『번역의 정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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