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것없는 능력으로 혼자 미궁 7층에서 살아남은 이철호.
외롭게 하루하루를 버티던 그때, 상태창 알람이 떠오르는데……
[System]: 미궁의 모든 모험가가 사망하였습니다.
[System]: 미궁을 최초 상태로 되돌립니다. 모든 모험가를 초기화시킵니다.
그 순간, 쓸모없다 여겼던 이철호의 능력이 초기화에 저항한다!
-[불변의 정신]이 상태 이상 [초기화]에 저항합니다.
-저항 성공!
회귀 전의 지식과 정보, 레벨과 능력치, 능력과 기술.
인벤토리 안의 못 하나 빠짐없이.
전부 다 가진 채로 회귀한다!
편집자 코멘트
쓸모없다고 여겼던 고유 능력, 정신계 상태 이상 방어 능력이 초기화되는 미궁에 저항하여, 이전 미궁의 정보와 레벨을 그대로 유지한 채 회귀하게 된 주인공의 미궁 공략기를 그려 낸 작품입니다. 능력은 보잘것없지만, 미래를 알고 있는 주인공이 정보를 활용하여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을 할 수 있게 집필된 작품입니다.
1장 인류
2장 타협
3장 성검
4장 상환
5장 천사
6장 별
외전 결
인과는 충분했다.
미궁에서 튀어나온 인류는 모두 내게 작든 크든 빚을 지고 있었다.
내가 [인류의 챔피언]을 자칭한다고 한들 말도 안 된다고 코웃음 칠 존재는 드물다.
아니나 다를까.
내 힘이 [지구의 챔피언]이었던 때보다도 훨씬 강렬하게 차오르기 시작했다.
되새겨 보면 내가 지구를 위해 한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이 은하의 분신체를 소멸시켜 지구에 색채와 영혼을 되찾아 준 것?
물론 이거 하나가 워낙 커서 [지구의 챔피언]이었던 시절에도 힘을 콸콸 써 댈 수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인류를 위해 일했지, 지구를 위한 적은 그리 없다.
그렇기에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이리라.
[네, 네놈……!]
지구의 경악성이 내게는 극찬으로 들렸다.
그러나 다음 순간, 경악할 차례는 내 순서였다.
[그렇다면 네놈이 그렇게 좋아하는 인류를 내 손으로 멸절시켜 주마!]
내 눈앞에서 악몽이 되풀이되려고 한다.
지진, 화산, 해일, 태풍.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 지구는 지표면의 인류를 모조리 죽여 없애려고 들었다.
그 광경은 문명 멸망 직전, 내가 지하 벙커로 숨어들기 전에 보았던 광경이기도 했다.
“허락할 수 없다.”
나는 그러한 지구의 의지를 막아섰다.
당연히 물리적으로야 막아설 수 없다.
그래서 나는 특별한 수단을 동원해야 했다.
[운명 조작★★★]
지구가 당장 저지른 짓을 없었던 일로 되돌렸다.
[뭣?!]
지구의 경악성이 그윽하지만, 아무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이런 이적을 일으킬 수야 없는 노릇이다.
이번 [운명 조작★★★]의 대가는 바로…….
[내 힘이… 이럴 수가!]
지구의 힘이었다.
은하 너머의 존재들과 겨루기 위해서 지구의 힘은 필수불가결.
이런 쓸데없는 내전 때문에 그 힘이 뭉텅 잘려 나갔다.
내게는 큰 손해다.
당연히 지구에겐 더욱 큰 손해고.
[네놈, 무슨 짓이냐!]
“그건 내가 할 말 아니야?”
불쾌하기 짝이 없다.
나는 지구를 노려보았다.
물론 [비밀 교환★★★]으로.
“쓸데없는 짓 말고 잠들어라.”
[운명 조작★★★]을 통해 지구의 의지를 잠재우는 데에 필요한 대가는 단 하나.
지구의 의지가 다시 깨어날 가능성이다.
이 말은 곧 이번에 지구의 의지를 재워 버리면 필요할 때 깨울 수 없다는 의미였으나, 이런 놈이라면 차라리 영원히 재워 버리는 게 낫다.
그래도 고향 행성의 의지라고 존중해 주려고 했지만, 이런 식으로 자해에 가까운 판단만 반복한다면 참아 주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네, 네 이놈……!]
“자라.”
[운명 조작★★★]이 발동했고, 지구의 의지는 잠들었다.
물론 행성으로써의 기능까지 잠든 건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행성이 된 것일 뿐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의외의 일이 일어났다.
지구의 의지를 영원히 잠들게 한 탓인지, 어지간한 대성좌 하나, 아니, 여럿을 죽였을 때와 비슷한 양의 힘이 내게 깃든 것이 그것이었다.
“…사망 판정이었나?”
하긴 영면에 든다는 표현이 사망이랑 같은 의미로 통하긴 하지.
다만 신경 쓰이는 것은 내가 이 사실을 미리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역시 이대로는 안 되겠어…….”
[비밀 교환★★★]만으로는 알 수 없는 비밀이 있다.
적 본체가 다른 비밀로 자신의 주변을 둘러 진짜 비밀을 지키는 것도 그렇고, 이번 사건 또한 그랬다.
이로써 [비밀 교환★★★]에 ★을 더 붙여야겠다는 결심은 더욱더 단단해졌다.
이상적으로는 둘, 안 되면 하나라도.
마침 이번에 얻은 힘이 많으니, 시간이 좀 걸릴지언정 불가능하진 않으리라.
***
작업에 앞서 일단 나는 [신비한 명상★]을 손봤다.
이제까지 조용하던 지구의 의지가 명상 직후 갑자기 내게 접촉해 온 것이 우연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손을 보는 과정에서... 나는 [신비한 명상★]이 오작동을 일으킨 원인도 같이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역시… [신비]를 [지식]으로 변환하는 기능이 문제였군.”
[신비] 능력치를 반영해 [지식] 능력치를 올려주는 기능은 꺼져 있었지만, 남아있던 코드가 ★을 붙이면서 오작동을 일으킨 듯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오작동으로 생긴 틈을 타 지구의 의지가 내게 간섭한 이유가 뭘까?
지구의 의지 또한 [비의 계승자]처럼 외신들에게 영향을 받아 변질되어 버린 탓일까?
답은 곧 알 수 있게 될 터였다.
그저 지구를 관측하기만 하면 되니까.
홍성은 [저]
출간작으로 『대표작 도서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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