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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 개화기부터 현대를 망라하는 문학 전집의 출간을 목표로 하는 '범우 비평판 한국문학' 시리즈는 민족 정신사의 복원이란 측면에서 접근, 정치·경제·사상까지 포괄하며, 기존의 장르 중심 편찬 방법에서 벗어나 작가 중심의 편집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학계의 대표적인 문학 연구자를 책임 편집자로 위촉, 신빙성 있는 작가론과 작품론을 제공하는 한편, 텍스트를 확정짓고자 하는 노력을 담았다. 　 제17권은 문학전문가들에게조차 알려진 바가 없는 이석훈의 소설과 희곡, 수필 작품을 수록하였다.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였으며, 고향이 평북 정주라는 한계, '친일 문학자'라는 낙인으로 인해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가 없었던 이석훈. 의식개혁과 계몽운동, 일제 하의 이주와 해방기의 귀향, 남녀의 애정 심리, 해학적 세계, 섬공간 체험 등을 다룬 15편의 소설 작품, 지식인을 비판한 희곡3편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수필 작품에서는 자연과 삶에 대한 통찰과 함께 회상기나 여행기, 일기 형식을 동원하여 개인과 관련된 사실들을 기술하거나 그와 관련된 문인이나 문단 안에서의 관계 등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해설에서는 유족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와 증언, 작가의 글 중 생애와 관련된 부분을 수집 정리하여 구성한 그의 생애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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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황혼의 노래/이주민열차/로짠의 사/광인기/결혼/질투/여자의 불행/만춘보/라일락 시절/부채/유랑/소작인 덕보/재출발/고향 찾는 사람들/문화촌 　 *희곡 궐녀는 왜 자살했는가/추/만추 　 *수필 애도의 봉죽놀이/산터 원두막 정주성의 옛봄/일기초/오는 봄 지는 꽃/따옥새 울음/타락한 학교/문학풍토기/작가와 직업/고백 외 　 *해설 민족사의 비극적 궤적을 따라간 삶과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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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훈 [저]

• 일제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이라는 민족사의 비극적 궤적을 고스란히 밟아가며 활동하면서 살다가 ‘북한군에 의해 생포 및 실종’의 형태로 사라져간 작가 이석훈. 그는 소설가이자 희곡작가였으며 배우였고 수필가이기도 했던 매우 다채로운 작품 활동을 하다간 문인이다.
  1907년 평안북도 정주군의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이석훈은 영어를 공부하며 문학에 눈을 떴으며, 일본으로 유학 가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공장이 화재로 파산하게 되면서 이석훈은 장남이자 가장으로서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네 명의 아이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신문사, 잡지사, 방송국 등에서 일하면서도 먹고 살기가 힘들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일제의 정책에 편승한 작품을 썼고 해방 직후에는 반공을 국가시책으로 내걸기 시작한 정부를 위해 활동하기도 하였다. 1948년에는 장남의 학비를 대기 위해 해군에 입대하여 정훈장교로도 활동했다.
  이처럼 문인으로서 비난받을 만한 행적을 갖고 있지만 그도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치열한 고민과 갈등을 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이석훈은 해방 직후에는 집안에 칩거한 채 일체의 작품 활동을 중단하고 1947년에는 반성적 수상문 <고백>을 발표하여 일제강점기의 과오를 뉘우치는가 하면, 소설에 있어 당시 조선의 농어민 계층의 의식개혁과 계몽을 촉구한 <황혼의 노래>(1933)와 <문화촌>(1948), 일제 강점기의 극악한 현실에 몰려 만주로 이주하던 조선인들의 모습과 해방 후 그들의 귀향을 다룬 <이주민 열차>(1933)와 <고향 찾는 사람들>(1950) 등의 참여적인 소설들을 쓰기도 했던 것이다. 그리고 당시 사회의 모범이 되기는커녕 도리어 추악한 모습만 보여주던 지식인들을 공격하는 희곡작품들을 내기도 했다.
  그의 삶은 한 개인의 이상과 현실이 한 민족의 역사와 어떻게 맞물려지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앞으로 그의 작품 활동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며, 앞으로 그가 어쩔 수 없이 쓰도록 내몰렸던 일제의 정책에 편승한 작품들도 번역 및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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