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선종의 선법禪法을 요해了解하기 위한 심지법문心地法門 해설서
1.
보리달마로부터 시작된 중국 선불교는 육조 혜능을 거치면서 중국불교의 가장 큰 흐름으로 자리잡게 된다. 한국불교 역시 선불교, 특히 간화선이 그 주류의 위치를 점해오고 있다. 그렇지만, 과연 화두만 들고 앉아 있는다고 깨달을 수 있는가?
흔히 선의 종지는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로 이야기된다. 이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선의 핵심 코드는 바로 ‘마음(心)’이다.
초기 선종의 기본 가르침은 “교에 의지하여 종을 깨닫게 한다(자교오종藉敎悟宗)”로, 교敎를 통해 이법理法을 요지해 들어가 깨달음에 이르는 것이다. 따라서 문자상으로만 보면 선의 종지인 불립문자 교외별전과 배치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자 너머의 의미에 천착해야 한다.
초기 선사들이 방대한 교학의 바다에서 건져 올려 일갈한,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심지법문心地法門들은 뚜렷한 자기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우리에게는 혜능 이후, 선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선사들의 목소리는 익숙한 반면 초기 선사들의 목소리는 아직 낯설다. 이 책은 그중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들을 가려뽑아 번역하여 엮고, 그 요의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한 해설을 덧붙이고 있다.
2.
「심명心銘」은 그 분량은 매우 간단하지만 달마선의 돈법頓法의 요지가 명료하게 개시開示되어 있어 가히 선종 심지법문의 압권이라 할 만하다. 저자는 우두법융으로, 도신의 법을 이어 우두종의 초조가 된 인물이다.
「절관론絶觀論」은 1900년 돈황 막고굴에서 발견된 선종문서 가운데 하나로, 저자에 대해서는 보리달마 혹은 우두법융 등의 몇 가지 설이 있다. 절관絶觀이란 마음을 일으켜 어떠한 법상法相을 관觀함이 없는 수행으로,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행[不起心]이 아니라 마음이 본래 일어남이 없음을 요지了知하는 행[心不起]이다. 때문에 이 법은 달마대사로부터 육조 및 후대에 이르기까지 선종의 공통된 심지법문이 되었다.
「현종기顯宗記」는 하택신회의 저작으로, 매우 짤막한 법문이지만 달마선에 직입直入할 수 있는 핵심 골자를 명쾌하게 개시開示하고 있다. 한편으로 가사를 전하는 것으로서 심인心印을 전하는 징표로 삼는다는 소위 전의설傳衣說을 말하고 있어 주목된다.
「무심론無心論」은 선종 선지禪旨의 핵심 요의인 무심無心에 대해 명료하게 설하고 있는, 남종선의 강요서綱要書라 할 수 있다. 돈황출토의 선종법문 가운데 하나로 저자는 보리달마이다.
「남천축보리달마선사관문南天竺國菩提達摩禪師觀門」의 저자는 명확하지 않다. 대체로 북종의 점법漸法을 말하고 있으나 또한 돈법頓法의 뜻이 들어 있어 상통된다. 때문에 이 법문은 점법과 돈법의 상관성을 밝혀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하택신회와 징선사澄禪師의 문답」은 「남양화상문답잡징의南陽和尙問答雜徵義」에 수록된 문답으로, 신회가 비판해 온 점법이 어떤 것인가가 뚜렷이 설명되고 있어 점법과 돈법의 차이를 명확히 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달마대사의 법문으로 유명한, 선법과 수행의 방향을 명료하게 개시하고 있는 「이입사행론二入四行論」과 「안심법문安心法門」을 싣고 있다. 「이입사행론」은 도道에 들어가는 길을 두 가지로 제시하고 있는데, 하나는 이치로써 진리를 깨달아 들어가는 이입理入이고, 또 하나는 수행으로써 깨달아 들어가는 행입行入으로 여기에 네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전남 목포 출생. 전남대 사학과, 동 대학원 석사. 성균관대 대학원 사학과 문학박사(동양사). 성균관대, 순천대, 목포대, 조선대에 출강하였고, 현재는 전남대 강사, 동국대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전남대 종교문화연구소와 호남불교문화연구소 연구이사. 저서에 [중국 초기선종 능가선법 연구], [달마선], [중국고대사회의 법률] 등이, 역서에 [능가경 역주], [능가사자기], [절관론 역주], [보리달마론], [아시아의 역사와 문화Ⅰ: 중국고대사], [위없는 깨달음의 길, 금강경], [하택신회선사 어록: 돈황문헌 역주1], [북종선법문: 돈황문헌 역주2] 등이, 그밖에 중국고대사와 중국불교사에 대한 여러 전공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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