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과 북극에서 살아가는 경이로운 생물들의 비밀! 유전자의 진화에 대하여
영하 30도의 극지방, 1년 내내 비가 오지 않는 사막, 수십 기압이 넘는 심해저, 수백 도가 넘는 화산 지역 등의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가는 생물들이 있습니다. 고도의 환경적응력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 생물들의 생존비결은 무엇일까요?
극한 생물들이 가지는 이러한 능력은 바로 이들이 가진 특별한 유전자들에 의한 것으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세대를 거치며 진행된 진화가 축적된 결과입니다. 이 책에서는 극지 생물들이 가지는 독특하고 다양한 환경 적응 기작에 대해 유전자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지구상 생물의 다양성과 생명 현상의 경이로움을 소개합니다.
펭귄이 남극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유전자
극지에 살고 있는 생물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펭귄. 펭귄 진화의 역사가 최근에 밝혀졌습니다. 뉴질랜드와 호주에 살던 펭귄의 조상은 성인 사람만한 덩치를 가진 새들이었지요. 다이빙 조류인 펭귄이 먹이를 놓고 바다 포유류와 경쟁하면서 점점 크기가 작아졌을 거라 사람들은 추측합니다.
이후 황제펭귄과 임금펭귄의 조상들이 남극으로 이주하기 시작하는데, 이는 아마도 남극의 풍부한 식량자원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후 이들은 남극의 추운 날씨에 적응하기 위해 여러 가지 유전자를 진화시켰지요. 추위를 이기기 위한 온도 조절 능력, 더 깊은 바닷물까지의 다이빙을 가능하게 해주는 산소 대사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들이 진화 과정에서 선발되었습니다.
남극빙어의 피가 투명한 까닭은?
남극 빙하 아래에는 아이스피쉬라 불리는 남극빙어가 살고 있습니다. 커다란 머리와 삼킨 먹이가 훤하게 보이는 투명한 몸 때문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왔지요. 2019년 극지연구소를 비롯한 국제공동연구팀은 3만 773개의 유전자가 포함된 남극빙어의 유전체지도를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수천만 년의 진화 과정 동안 남극빙어가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았는지를 알기 위해 이들의 유전체를 가까운 친척 유전자들의 유전체 정보들과 비교했습니다. 그러자 자연선택의 결과물들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꽁꽁 얼고 녹기를 반복하는 남극의 바다에서 얼음의 손상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할 수 있는 결빙방지단백질이 남극빙어의 유전체에는 고도로 확장되어 있었고, 반면 혈액의 붉게 만드는 헤모글로빈 단백질이 없었습니다. 헤모글로빈은 체내로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데, 용존산소가 풍부한 남극 바닷물에서, 상대적으로 쓰임이 적은 헤모글로빈 유전자를 도태시키는 형태로 남극빙어는 진화해온 것이지요.
극지과학 시리즈의 열세 번째 책
극지과학 시리즈는 남극과 북극의 육지와 바다, 대기는 물론 생태계와 관련된 모든 현상과 원리를 알기 쉽고 깊이 있게 전달합니다.
극지과학 시리즈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첫째, 시각 자료를 충분히 활용합니다. 과학의 특징 중 하나는 ‘데이터가 말을 한다.’는 데 있습니다. 관측과 실험 결과를 알기 쉽게 시각화하여 독자가 직접 자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외국의 최신 자료를 신속하게 소개하면서, 동시에 국내 과학자들이 직접 관찰하고 실험한 결과를 적극 반영하여 설득력을 높였습니다. 책에 사용된 그림에는 충분한 설명을 기초부터 자세하게 곁들였습니다. 일반인은 물론 고등학생들도 과학 개념을 시각화하여 받아들이는 데 좋은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사람을 통해서 알려줍니다. 과학은 객관적인 학문이라 주관성이 배제된 학문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누가, 언제, 어떤 계기로 연구를 하게 되었는가가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하곤 합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과학자들의 실제 연구 과정을 통해 과학의 발전 과정을 알아봅니다. 또한 과학자들이 관찰과 실험을 하고 이론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바로 과학자를 통해 과학으로 들어가는 이유입니다.
세 번째, 과학은 그 자체가 독립적이라기보다는,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요인들이 함께 녹아 만들어진 하나의 과정입니다. 과학적 발전의 방향을 결정하고, 속도를 조정하고, 결과를 실용화하는 데에도 과학 이외의 수많은 요소들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과학에 대한 이야기 못지 않게... 과학과 관련된 다른 관점들을 함께 보여줄 것입니다.
이 시리즈를 기획한 극지연구소(Korea Polar Research Institute, KOPRI)는 우리나라 유일의 극지 연구 전문기관으로, 극지의 기후와 해양, 지질 환경을 연구하고, 극지의 생태계와 생물 자원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남극의 '세종과학기지', ‘장보고과학기지' 북극의 '다산과학기지', 쇄빙연구선 '아라온'을 운영하고 있으며, 극지 관련 국제기구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들어가는 글
1장 내가 너와 다른 이유
1. 유전, 유전자, DNA
2. 인류역사상 가장 경이로운 지도 - 유전체 지도
2장 진화와 적응
1. 진화는 어떻게 일어날까?
2. 공통의 조상, 그리고 생명의 나무
3. 자연선택과 적응
3장 재미있고 신비한 극지 생물의 유전자
1. 펭귄, 너는 어디에서 왔니?
2. 투명한 피를 가진 남극빙어
3. 얼음을 얼지 않게 하는 얼음결합단백질
4. 지구 최강의 동물, 물곰
5. 북극곰의 초고속 진화
6. 피즐리와 그롤라 - 이종교배
7. 고래의 비밀
8. 얼음 속 남극이끼의 부활
4장 보물섬을 찾아라! 지구유전체 프로젝트
1. 메타유전체학, 환경유전체학
2. 극한 생물, 그들의 놀라운 능력
3. 지금껏 보지 못했던 공간, 빙저호와 그 생태계
4. 지구생물유전체 프로젝트
맺음말
용어 설명
참고문헌
이정은 [저]
극지연구소 생명과학연구본부 책임연구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생물교육학을 전공하고, 동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에서 식물발달유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 과정 동안에는, 식물이 계절의 변화를 인지하여 꽃을 피우는, 즉 개화 과정을 조절하는 유전자들을 공부하였다. 2011년부터 극지연구소에서 연구를 시작하였으며, 생명의 최전선에서 자라고 있는 작은 식물들에게 매료되어, 두터운 눈 속에서 생명을 지켜내는 극지 식물들의 유전 메커니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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