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옥자의 『가급적이면, 좋은』. 문예 잡지 '문파문학' 신인상 시부문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저자의 첫 번째 시집이다. 3년간 시 세계와 동행하면서 창작해온 시 80여 편을 담고 있다. 정제된 언어로 빚은 밀도 있는 그림을 감상하는 것 같은 감성적 시를 읽어나가게 된다.
새해 아침 출간될 김옥자 시인의 첫 시집 「가급적이면, 좋은」이 독자와 첫 만남을 갖는다. 누군가와 첫 만남이 신선하고 가슴 떨리는 일인 것처럼 독자와의 첫 만남을 기약하는 김 시인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않을까 싶다.
그것은 싱그러운 언어로 시어의 집을 마련하여 참신하게 독자 앞에 서는 설렘일 것이다. 계간 문파문학 신인상 시 부문에 당선되어 시인의 길을 걷고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이 시집의 출간은 부단한 노력이 거둔 결실이다. 김옥자 시인에게 지난 3년은 어느 하루도 시문학과 동행하지 않은 날이 없는 시간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이 시집에 담긴 80여 편의 시 편편이 지닌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시인이 허투루 대상과 대면하는 일은 없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지연희(시인, 수필가)
1부 나도 모르는 사이
탄광촌 해바라기
구두 한 짝
담배꽁초
파도가 찾고 있는 말
말뚝 짱뚱어
언어 조립 주식회사
석화
흡연 구역
물고기 한 마리
밖에 서서
낙엽, 여행 가듯
소금꽃 왔소
한낮의 고요
그 물속, 가시 없는 물고기
나도 모르는 사이
배추 한 포기
2부 가급적이면, 좋은
아버지 게밥 짓는다
바람 속 그네에 앉아
보도블록
달팽이 도시에 오다
옷장 속 물먹는 하마
뿌리가 반쯤 뽑힌 나무
깻잎
절하는 남자
해주 할머니
지금은 겨울
파랑새를 찾아온 남자
가급적이면, 좋은
옹이
한밤에 비
전등 빛은 알지
상원사에서
3부 순했음 했네
간혹 살피는 서랍 속 물건
손에 손잡고
가을, 악수하다
조용히 순응하고 싶다
시베리아에서 살아남기
꽃씨를 받는 여인
모를 일이다
빙벽 오르기
일상
참나물을 무치며
순했음 했네
도시로 간 오소리
바위를 보며
빈 들녘, 봄은 더디 오고
낡은 의자와 소나무
칡넝쿨
4부 저 길 어디쯤
저 길 어디쯤
현재 진행형
함박눈 같은
그 집이 허무하다
산에는 이제 나무꾼이 없다
양말
딱새
늦은 답장
아버지와 의자
벽 속에 갇힌 여자
장구소리
...짚공예처럼
다듬이 소리
곶감
조개젓
부재를 쥐고
5부 오전 한때
오전 한때
잎 하나
키 작은 소나무가 고독하다
11월에 핀 물봉선화
생의 슬픔
오월 여인
초록 여름
골짜기
꽃바람
사춘기 소녀처럼
밤에 흐르는 강물처럼
수를 놓다
오시는가
가을 정원
갈치
신新대동여지도, 한 상床받고 싶을 때
달팽이가 도시에 오다
달팽이가 도시의 아스팔트 위를 오르고 있다
나선형 껍질 등에 지고
더듬이 길게 세운 채
더듬더듬 시멘트 바닥을 가로질러 가고 있다
염천의 폭염 속
재활용품과 오물이 쌓여 있는 곳
한 남자 서 있다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개방으로
논밭을 잃은 사람
벌겋게 익은 얼굴은 구릿빛
희끗희끗 티셔츠 밖으로 배어난 땀의 흔적
옥석을 가리듯 페트병 폐지 캔 고철을
한 자루 한 자루 담아내고 있는 달팽이
여린 살갗 짓무르는 것도 모른 채
쉬지 않고 움직인다
푸른 숲 가기 위해
김옥자 [저]
경기 파주 출생 문파문학 신인상 시 부문 당선 한국문인협회 회원 문파문학회 회원 한국 문인 협회 파주지부 회원. 파주문학회 회원 2020년 매일 신춘문예 수필 당선
저서 수필집 『아버지 게밥 짓는다』 시집 『가급적이면, 좋은』 『꽃 사이사이, 바람』 공저 『추억이 머무는 시간』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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