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범모 시집『노을 씨, 안녕!』. 시인의 시는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반성으로부터 시작된다. 사색과 명상의 시, 구도와 깨달음의 시로서 인생론적인 성향 또는 존재론적인 지향성을 지니고 있다.
시인의 말
작품 해설 / 김재홍
제1부
천둥소리
나의 태풍은
우주가 한 살 더 늙었다
화택(火宅)
주먹에서 손바닥까지
강변에서 온몸이 흠뻑 젖는데도
묘향산 만폭동에서
바람과 억새풀
빈 항아리
한통속
봄비 사정 알레그로
페이지 터너를 위하여
왜 그렇게 질주했을까
가을 엽서
가득 찬 반 잔
꽃을 땅에 묻다
사다리
제2부
까치
밤하늘 너도 늙어 가고 있구나
파도야, 미안하다
검은 연기조차 피꽃이 되어
눈사람
하늘의 살갗에 붙어 있는
치마 벗고 나온 목련
장미에게
대동 세상 숲에서 바람이 분다
H₂O 복음
보름달 연가
지구 나무와 낙엽
솔방울 사태
황사 현상
살아남은 것들은 왜 온몸이 상처투성이일까
큰일이다, 바다가 사라진다
흥, 꽃이 요염하다고?
꽃의 유언
제3부
설원(雪原)에서
몸 가벼이 흘러가는 저 강물을 보아라
노을 씨(氏), 안녕!
가을 독경
어떤 사과
나체와 갑옷
바닷가 베갯머리송사
은행잎의 거리에서
연근(蓮根)
너도 구멍가게 차리고 싶냐
달그림자 저 혼자 가네
찢겨진 정사(情死)
연습
살아서 무덤 자리를 보다
회혼식 ...날에 눈을 감다니
어떤 늙은 지팡이가 보낸 편지
무제 0704
제4부
박물관에서 불상과 함께 눕다
천년 별빛은 빛나건만
거꾸로 선 기둥
여근곡(女根谷), 오오, 당신은
조선백자 사설(私設)
황산에서
겨울 후지 산에서
빨랫줄만 우렁차구나
게가 되고, 물고기가 되고
아, 아스카
월든 호수
플로리다 천동소리
반얀나무의 말씀
늪에서 모기와 악어를 만나다
윤범모 [저]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으로 등단한 이래 비평, 전시 기획, 미술 행정 등 다양한 미술 현장에서 활동해왔다. 광주비엔날레 창립 집행위원 및 특별프로젝트 책임큐레이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예술 총감독, 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으로 현장과 학계를 아우르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취임 후에는 한국미술의 위상을 확립하고 세계와 소통하는 열린 미술관을 지향하는 등 ‘미술한류’ 시대를 열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가천대 예술대학 교수, 동국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를 지냈으며,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회장, 한국큐레이터협회 회장,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 『백년을 그리다』, 『한국미술론』, 『김복진 연구』, 『한국미술에 삼가 고함』, 『화가 나혜석』, 『한국근대미술-시대정신과 정체성의 탐구』, 『미술과 함께, 사회와 함께』가 있으며, 『바람 미술관』, 『토함산 석굴암』 등의 시집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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