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상시학회 시인선 스물일곱 번째 시집.
『두근두근 캥거루』는 다수의 문학 현장에서 수상하고, 깊이 있는 시 쓰기 작업을 꾸준히 해오던 김건희 시인의 첫 시집으로 감성과 사유의 다양한 시적 변주가 돋보인다.
이번 시집은 4부로 나누어, 총 68편의 다채로운 빛깔의 시편을 부마다 골고루 담았다. 표제 시 「두근두근 캥거루」와 같이 낯설면서도 감각적인 시편을 포함하여 「비로자나불」, 「룽다」, 「두 뿔의 간극」처럼 형이상학적인 사유로 감응하는 관념적인 시편이 있다, 또 자연물과 사물에 시인의 시선을 투사한 「노을의 악보」 「숭고하다」 등과 같은 생생한 활유의 시편, 맑은 서정이 아름답게 살아있는 「무화과꽃목걸이」와 같은 시편, 「햅쌀 택배」 「살아야 하는 이유」처럼 세상과 교감하는 서사가 있는 시편도 있다.
이번 시집에 해설을 쓴 이태수 시인은 표제 시 「두근두근 캥거루」에 대해 “‘낯설게 하기’와 ‘난센스’로 일관하는 이 시가 발산하는 매력은 기존의 질서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관념을 넘어선 세계, 낯설게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발상과 언어미학, 카페의 공간을 낙원처럼 승화시키는 환상의 묘미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라며 시인이 앞으로 열어갈 새로운 시 세계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김건희의 시는 첨예한 감각과 발랄한 상상력에 뿌리를 둔 언어미학 추구와 불교신앙을 바탕으로 한 형이상학적 사유가 길항하면서 다채로운 세계를 빚어 보인다. ‘낯설게 하기’와 ‘난센스’ 기법으로 기존의 질서 속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관념 너머의 새로운 세계(의미) 창출을 겨냥하는 환상의 아름다운 공간은 각별히 눈길을 끌게 한다. 그의 시는 형이상학적 사유로 길을 트는 경우 보살행으로 불교적 화엄의 세계를 지향하면서 비의에 감싸인 신성(이데아) 추구에 무게중심이 주어진다. 대조적으로 언어감각과 상상력에 기울면서는 자연이나 우주와 하나가 되려는 꿈을 떠올리며, 사물에 감정을 이입하거나 투사하고 인격을 부여하는 활유법 구사를 축으로 급격한 장면 전환, 이미지의 비약, 전복적 상상력을 구사하고 있어 시적 개성이 강화되는 점도 돋보인다. - 이태수 시인
1
돌탑 / 도약 / 새소리 받아쓰기 / 노을의 악보 / 숭고하다 / 몽상가 / 구두
주홍 비행기 / 수선화로부터 / 비로자나불 / 꽃의 자리 / 금계랍에 울다
물총새 날리다 / 놓다 / 소라의 넋두리 / 룽다 / 배꽃祭
2
세한도에 덧칠하다 / 두근두근 캥거루 / 흐르는 골목 / 화본역에서 / 당신의 사춘기
살아야 하는 이유 / 스마트하게 / 과녁 향하는 풀 / 뿔의 탄생 / 비무장으로 은행 털기
도마를 연주하다 / 5.8리히터 / 평등한 사회 / 포만의 칼날 / 공시
겨울 화해 / 가로수 트리
3
콩꽃 / 생가 방문 / 햅쌀 택배 / 두 뿔의 간극 / 너랑 나랑 / 물꽃 / 은빛 사랑
열대야를 썰다 / 능소화 / 프린트기 / 배웅 / 이응과 이응 / 산따마르게리따
지금이어서 참 좋다 / 오해 지우기 / 길, 회귀하는 / 달고나 톡
4
모래화가 / 오월 기지국 / 장마 / 촘촘한 공중 / 눈사람 / 겨울 편지 / 들불 자리
바람개비 사랑 / 머나먼 득음 / 밀당 개화 / 역류 / 고흐의 모작 / 생강꽃 당신
협곡구간 / 목련나무 의자 / 무화과꽃목걸이 / 발화의 자리
| 해설 | 신성 추구와 전복적 상상력 - 이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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