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현장에서 3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잔뼈가 굵고 땀을 쏟아온 건축가가 우리의 건축문화에 대한 생각을진솔하게 담은 책. 우리의 자연과 예술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부터 한국과 외국의 건축, 우리의 전통 건축, 현재의 도시와 건축에 대해 밝히고 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개발시대와 환경시대의 건축문화’에 대한 진단과 분석에 초점을 맞추어 개별 글들을 서술하고 있다. 그러면서 개발시대에 축조된 건축문화, 건축이론, 건축물에 대한 객관적인 소개와 비판, 그리고 환경시대에 건설되는 건축문화, 건축이론, 건축물에 대한 소개를 해나가고 있다. 그것을 세 개의 축 아래에서 정리해 보여준다.
우선, 자연과의 친화성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구분할 수 있는데, 한국 민간신앙의 뿌리로서의 풍수지리에 대한 적극적인 소개와 그 수용, 일상의 철학과 믿음으로서의 대문, 전통공간의 대모(大母)인 부엌, 낡은 초상화처럼 남아 있는 초가, 그리고 필동 수도방위사령부 이전지 활용 등을 통해, 바람직한 건축미학으로서 자연과의 조화, 친화 등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반면에 경부고속철도의 경주 통과노선, 동강 살리기 운동, 새만금사업에 관련된 글 등에서는 자연, 전통을 철저히 부정하고 경제논리에 의해 정책을 결정하고 건축환경을 설계하는 야만에 대한 통렬한 고발을 담고 있다.
둘째, 선후배 건축가들의 작품에 대한 편견없는 리뷰 및 분석 들을 들 수 있다. 특히 건축계의 대선배이자 살아 있는 신화인 김수근, 김중업의 작품세계에 대한 찬찬한 분석, 그리고 비판적인 안목에 바탕한 재해석을 통해 바람직한 건축상에 대한 저자의 구상을 펼쳐 보인다.
셋째, 대안적인, 혹은 건강한 건축문화에 대한 작은 실천들을 곳곳에서 보여준다. 저자의 시선이, 존재하는 부정적 양상들에 대한 단순한 고발, 폭로가 아니라, 그들을 건너뛰어 제대로 된 건축문화, 건축환경의 창출에 놓여 있다 할 때, 이 점에 대한 적절한 사례로서 이들은 그 의미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개발과 환경시대에 이루어진 숱한 건축적 결실, 성과에 대해서, 또 그들을 전체로서 감싸고 지배하고 있는 논리, 문화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보여주고 주장하는 저자의 글을 통해 우리의 건축문화를 다시금 돌아보고 되새겨보는 진지한 성찰의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저자의 바람이다. 이 책을 통해, 개발논리를 종식시키고 새로운 환경론이 지배하는 시대에 걸맞는 사고의 전환을 이루었으면 한다. 특히 이것이 공허한 구호 차원에서가 아니라 현실의 생생한 실물경험을 통해 주장되고 정리되어 설득력과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999년 ‘건축문화의 해’를 맞아, 건축과 문화의 바람직한 만남에 대한 제안으로서 저자의 글이 쓰이기를 바란다.
1. 자연, 예술 생활의 질
2. 새로운 건축예술론의 필요성
3. 건축의 보편성
4. 주거의 본질, 자연성의 회복
5. 도쿄는 카오스인가
6. 일본에 온 건축가에게 듣는다 - 도쿄, 도시, 주택
7. 한국적 순천주의
8. 한국 민간신앙의 뿌리, 풍수지리
9. 우리의 대문, 일상의 철학과 믿음으로서
10. 부엌, 전통공간의 대모
11. 우리 교회건축의 앞길
12. 바람직한 건축교육에 대하여
13. 건설부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그리고 답신
14. 농가의 미학
15. 독립기념관에 바라는 것
16. 임시행정수도 계획에 반대한다
17. 중앙청 철거문제
18. 경부고속철도 경주 통과노선에 대하여
19. 존경하는 총대리 신부님께
20. 동강을 살리자, 영월댐 반대
21. 새만금사업을 중지하라
22. 서울은 문화도시인가
23. 작가의 전통성과 회화성
24. 낡은 초상화처럼 남아 있는 초가
25. 이시대, 우리의 건축
26. 우규승의 환기미술관
27. 김수근 건축의 '일본적 영향'에 대하여
28. 이데올로기의 종언, 이산문화의 재상봉
29. 한국건축가의 환경선언을 만들자
30. 필동 수도방위사령부 이전지 활용에 대하여
31. 용산 미군기지 이전문제
32. 도시의 '생명인기'를 영원...히 간직하자
33. 건축사 제도의 회고와 반성
34. 국보의 등급 매기기
35. 재건축재론 - 아파트 수명이 이십 년?
36. 종교와 건축
37. 내가 지은 집은 미니 주택조합의 실험이었다
38. 서울 성공회 대성당의 복원
39. 독립기념관 자초지종
40. 국립국악당 십 년 역사
41. 국립남원민속국악당
42.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43. 변명 아닌 변명
44. 수록문 출처
김원 [저]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와 성공회대학교 노동사연구소를 거쳐 지금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사회과학부 교수로 연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여공 1970, 그녀들의 反역사], [87년 6월 항쟁]이 있고, 함께 지은 책으로 [사라진 정치의 장소들] 등이 있다. [서벌턴은 왜 침묵하는가? - 구술, 기억 그리고 재현을 중심으로], [노동사로부터 거리두기 - 재현, 역사서술 그리고 정치적인 것], [미래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 박정희 시기 근대화 속에서 잊혀진 이야기들], [1971년 광주대단지 사건 연구], [1987년 이후 진보적 지식생산의 변화], [문화, 젠더 그리고 세대적 차이에 관한 연구 - 사회운동 활동가들에 대한 구술자료를 중심으로], "Memories of Migrant Labor: Stories of Two Korean Nurses Dispatched to West Germany"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전공 분야는 노동사, 구술사 그리고 1960~1970년대 현대사다. 박정희 시기 서발턴 또는 민중이라고 불리던 존재들이 일으킨 사건과 민중의 기억이 어떻게 현재화되어 재현되는가, 그리고 지식인들이 민중의 존재를 어떻게 인식하고 공감할 수 있는가에 관해 관심을 갖고 있다. 적어도 자신에게 글쓰기란 세상 속에서 자신과 세계, 과거 그리고 현재를 재구성하는 '자서전적인 보고서'의 일종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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