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방각본의 내용적 특성을 시기별 지역별로 살펴보았다. 또한 방각본 출판을 관판본 출판과 비교한 것을 바탕으로 조선시대 방각본 출판의 특성을 당시 사회 상황과의 관계 속에서 밝혀냈다.
♧ 저자 소개
지은이 부길만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과와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을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대학원 신문방송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영국 셀리오크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평화 방송 문화센터, 서일대학 출판과, 경희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동국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의 강사를 역임했다. 현재 동원대학 출판미디어과 교수이며, 한국출판학회와 어린이도서연구회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출판문화변천사』『취재기자가 되려면』등이 있다.
이 책은 방각본을 중심으로 조선시대 출판을 연구한 것이다. 방각본이란 민간에서 판매 목적으로 간행한 출판물을 말한다. 출판문화사 연구가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개화기 이전의 민간 출판을 다룬 필자의 박사학위논문 '조선시대 방각본 출판의 특성에 관한 연구'를 수정보완하고 체재를 바꾸어 펴낸 것이다. 방각본 출판 연구는 한국 현대 출판의 뿌리를 찾는 작업이라 할 수있다.방각본의 개념과 기원 등을 살핀 다음, 조선시대 방각본 출판의 시기 구분을 시도하였다. 방각본의 기원은 '고사촬요'(1576년 간행)를 기점으로 잡고, 방각본의 출판 현상을 중심으로 제1기(1576～1724), 제2기(1725～1842), 제3기(1843～1910)로 나누었다. 이러한 시기 구분을 토대로, 이후 논의를 전개하였다.
조선시대 방각본 내용의 시기별 특성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제1기 방각본의 내용적 특성으로는 백과사전적 성격을 띤 서적이 주축이 된 점, 실용성에 중점을 둔 점, 축약본이 많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것은 출판 또는 서적 자체의 권위보다도 저자와 독자의 커뮤니케이션 행위 자체를 더 중시한 데에서 나오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제2기 방각본의 내용적 특성으로는, 유학 관련 내용이 주축이 되고 있다는 점, 아동들의 학습이 강조된 점 등을 들 수 있다. 제3기 방각본의 내용은 제1기나 제2기와는 확연히 달라졌는데, 그 특성으로는, 소설을 중심으로 오락적 독서물이 주축을 이루게 된 점, 실용성의 내용이 확대된 점, 적극적 실용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강조되어 서식이나 서간문 작성법을 다룬 내용이 많은 점, 기복신앙과 결합된 도가서적의 등장 등을 들 수 있다.
방각본 내용의 지역별 특성을 서울, 전주, 태인으로 갈라서 살펴보았다.
서울에서의 방각본 출판은 소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소설의 종류도 영웅소설, 여성영웅소설, 가정소설, 역사소설, 사회비판소설 등 전체가 다 망라되어 있다. 이것은 출판에서 오락적 목적의 독서를 하는 계층이 서울 지역에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서울 지역에서 출간된 방각본의 내용적 특징은 그 분야와 주제의 다양성이다. 즉, 소설을 제외하고도 백과사전, 가사, 의례서, 역사서, 도가서는 물론, 병법, 의술, 서간 작성법 등의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나왔던 방각본의 내용 전반이 망라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전주 지역에서 출판된 방각본의 내용적 특징으로는, 우선 유학 분야 서적에 집중된 점 등을 들 수 있다. 서울지역이 오락적 독서에 치중했다면, 전주지역은 유교적 교양에 집중하여 방각본을 기획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민족 주체성을 강조한 아동 교육서가 나온 점이 특성이라 할 수 있다.
태인 지역 방각본의 내용적 특징으로는, 공자의 생애와 업적 또는 추숭을 위한 서적의 발간을 주도한 점, 실용성이 두드러지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방각본과 관판본의 출판 특성 비교
방각본과 관판본의 차이는 비교대상으로서의 관판본의 범위를 '조선왕조실록'에 간행 기록이 있는 서적으로 국한한 다음, 발간목적, 출판물 유형, 보급 유통으로 갈라서 살폈다.
우선 발간목적에서의 차이는 시기별로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제1기 발간 목적의 차이로는 관판본이 국정에 관한 사항을 다룬 것이 많은 데 비하여 방각본에서는 개인의 공부가 중시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관판본 출판의 목적에서는 역사 서술이 중요시되고 있지만, 방각본 출판에서는 어문학 도서, 그것도 문장 공부에 도움을 받기 위한 목적의 도서가 나오고 있는 점도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제2기 발간 목적의 차이로는 관판본이... 충효, 역모, 붕당 등의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기록과 그 선양이나 경계를 위한 출판을 강조하는 데 비하여, 방각본은 유학 경전이나 공자 사상 자체를 그대로 배우고 받아들이려는 데 주안점을 둔다. 또한 관판본에서 강조하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여 출판된 의례 교육이나 교화 목적의 도서들이 방각본에는 별로 없고, 그 대신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학습 목적의 서적 출판이 활기를 띠었다.
제3기의 경우, 방각본 출판은 더욱 발전하고 활성화되었는 데 비해서, 관판본 출판은 오히려 매우 위축되었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애매한 측면이 있다. 제3기 방각본 출판의 목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락적 기능이었다. 소설 출판이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관판본 출판은 소설을 금지하던 제2기의 전통이 그대로 이어졌고, 제2기에서 강조하던 문예부흥이나 정치쇄신의 분위기도 출판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이에 비해서 민간의 방각본 출판에서는 소설 출판 외에도 다양한 종류와 다양한 목적의 실용서들이 나오면서 출판은 활기를 띠었다. 이는 시민의식의 성장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 출판물 유형에서의 차이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번째 차이점은 방각본의 경우는 소설과 유학서에 치중되어 나타나는 반면, 관판본의 경우는 다양한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두번째 차이점은 방각본에서는 아동이나 초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습용 도서가 다수 나와 있는 데 비하여, 관판본의 경우는 별로 보이지 않고 있으며 성인용을 위주로 하고 있는 점이다. 세번째 차이점은 문장 쓰기 또는 서식이나 서간문 작성을 위한 도서들이 방각본 출판에서는 활발하게 나왔으나, 관판본에서는 별로 없다는 점이다. 네번째 차이점은 방각본보다는 관판본의 경우에 분야가 더 다양하는 점이다.
그 다음, 보급 유통에서의 차이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관판본이 전국을 대상으로 일반인과, 서적의 내용과 관련된 직업인이나 전문가층을 중심으로 국가의 힘을 통하여 배포 형식으로 보급된 데 비하여, 방각본은 한정된 몇 개 도시 지역만을 대상으로 일반인과 아동층을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나 출판 발전은 정부의 힘을 통한 관판본이 제1기와 제2기에서는 활발하였지만, 제3기에 들어서서는 위축되어갔다. 이에 비해서, 방각본은 후기로 올수록, 더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오락 도서시장을 형성하였으며, 출판물의 내용도 더 풍부해지고 종류도 다양해졌다. 방각본 시장의 활성화는 소설의 출판과 유통에서 나왔는데, 이는 정부가 강력히 금지했음에도 이루어낸 것이다.
방각본출판과 사회상황과의 관계는 인구변동, 농업생산력의 증대, 상품화폐경제의 발달, 신분제 변화의 네 가지를 핵심사항으로 삼아 살펴보았다.
인구변동과 방각본 출판의 관계에서는 우선, 신분제의 변화와 관련되어 양반 인구가 증가하였는데, 이것은 독서인구의 증가와 관계가 깊을 것이므로, 방각본 출판이 발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서울 인구의 증가는 서울을 중심으로 상품화폐경제가 발달한 사실과 어울리며, 서울 지역 방각본 출판을 활성화시키는 데 기여하였다고 생각한다.
농업생산력의 증대와 방각본 출판의 관계에서는 우선, 농업생산력의 발달에 방각본 출판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농업생산력의 증대와 함께 생겨난 부농층의 확대는 상품화폐경제의 발달과정에서 나온 상인세력의 성장과 함께 출판시장의 구매력 형성에 기여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인쇄술의 보급과 상공부르주아지의 형성에 힘입어 출판인쇄업이 크게 발달한 유럽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일부 부농층이 확대되고 상인세력이 성장함으로써, 단순한 수공업 형태로서의 목판인쇄방식을 통해서라도 방각본을 제작 유통시켜 상업적 출판시장의 맥을 형성해 나간 토대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상품화폐경제의 발달과 방각본 출판의 관계에서는 우선, 방각본에서 한문을 고수하던 기존의 경향은 사라지고 언해본의 출판이 활발해졌다고 생각된다. 유럽의 경우도 활판인쇄술 등장 이후 출판이 익명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행해졌기 때문에, 텍스트의 언어가 표준화되고 성경도 라틴어에서 자국어로 번역되었다. 그리고 교양이나 학습 목적의 출판물이 주류를 이루던 경향에서 후기로 오면, 오락적 목적의 서적들이 다수를 형성하게 되었다. 출판이 발전하면서 오락적 독서물로 변화해나간 현상은 유럽의 경우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독일에서는 인쇄술 발명 초기 종교서적이 활발히 간행되었지만, 20년쯤 지난 후에는 민중의 대부분은 종교 관련 서적에 등을 돌리고 세속적인 오락서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고 하며, 이러한 오락적 독서물은 계속 확대되어, 영국에서는 18세기 중반 이후 하류계급에게로도 퍼져나갔다.
신분제의 변화와 방각본 출판의 관계에서는 우선, 인구 변동에서 나왔듯이, 신분제의 틀이 무너지면서, 양반 수가 급증하여 서적을 필요로 하는 독자층이 늘어났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새롭게 양반 신분을 획득한 사람들은 자신은 물론 자녀들의 관직 진출이 길이 열리게 되었으므로, 교육에 특별한 관심을 쏟았을 것이고, 이에 따라 아동 교육용 도서의 수요가 크게 늘어났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몰락양반층이 확대되면서 이들이 소설의 작가로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제1장 서론
제2장 방각본에 관한 이론적 논의
제3장 조선시대 방각본 출판의 시기 구분
제4장 조선시대 방각본 내용의 시기별 특징
1기 : 실용성의 강조
2기 : 유교적 교양과 아동 교육의 강조
3기 : 오락 기능의 강화와 실용성의 확대
제5장 조선시대 방각본 내용의 지역별 특징
서울 지역 방각본의 내용적 특징
전주 지역 방각본의 내용적 특징
태인 지역 방각본의 내용적 특징
제6장 방각본과 관판본 출판의 차이
비교 대상으로서의 관판본의 범위
발간 목적의 차이
출판물 유형의 차이
보급, 유통의 차이
제7장 조선시대 방각본 출판과 사회상황
인구 변동과 방각본 출판
농업생산력의 증대와 방각본 출판
상품화폐경제의 발달과 방각본 출판
신분제의 변화와 방각본 출판
제8장 결론
제8장1장 서론 2장 방각본에 관한 이론적 논의 3장 조선시대 방각본 출판의 시기 구분 4장 조선시대 방각본 내용의 시기별 특징 5장 조선시대 방각본 내용의 지역별 특징 6장 방각본과 관판본 출판의 차이 7장 조선시대 방각본 출판과 사회상황 8장 결론
부길만 [저]
우리나라 출판학계를 대표하는 학자 중 한 명입니다. 한국출판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동원대학교 명예교수로 있습니다. 한국외국어대 독어과를 졸업한 이후 영국 셀리오크 대학을 거쳐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에서 출판잡지를 전공해 석사과정을 마쳤습니다. 한양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에서는 문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주요 경력으로 동원대학교 광고편집과 교수, 경희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동국대학교·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강사, ㈔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장, 문화재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저서로는 《조선시대 방각본 출판 연구》(2004년 대한민국학술원 선정 우수학술도서), 《책의 역사》(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학술도서), 《지역 사회와 민주주의를 말하다》, 《출판산업 발전과 독서진흥》, 《한국 출판의 흐름과 과제》(전2권), 《출판기획물의 세계사》(전2권), 《출판학의 미래》, 《한국 출판 역사》, 《지역사회의 책문화 살리기》 외 다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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