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휴머니즘은 가치 우열 순위에 의해 쓸모 없는 것으로 평가되며 뒷전으로 밀려났던 것들을 포괄하는 가치관의 확장을 기본적인 전략으로 추구한다. 이 책은 성장과 효율, 경제성이라는 한 가지 기준에 의해 밀려났던 건축의 문화 예술적 가치, 가로 건축, 건축의 다양성과 개방성 등을 근대건축과 현대건축을 비교하며 들여다 보고 있다.
우리의 건축은 어디로 가는가
최근 강남의 집값 폭등으로 인해 정부가 연일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 대책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는 물론 강남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조금이라도 집값 상승 요인을 안고 있는 지역이라면 시중의 돈이 집중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건물은, 우리의 생활 터전이 아니라 가장 수익률이 높은 투기 대상일 뿐이다.
아파트 평당 가격은 수직 상승하지만 이는 재료가 고급화된 것일 뿐 작품성은 나아진 것이 없다. 주거의 무조건적 고급화는 사회 전반에 걸쳐 위화감을 조성하며, 이로 인해 건축 환경 또한 기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우리 건축의 주인 찾기
건축은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전해지며 동시에 이곳에서 저곳으로 흐른다. 이 과정에서 우리 것과 남의 것 사이에 구별이 생기고 전통과 첨단의 개념이 형성된다. 건축은 시간의 축과 공간의 축이 만나는 교차점에서 형성된다. 이것은 곧 건축 주체의 위치를 묻는, 즉 누가 주인인가를 묻는 문제이며, 따라서 지금 우리 건축의 주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우리의 건축 현실은 세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엘리트 건축가들은 창의적 작품을 만들어 내기보다는 외국의 경향을 좇기에 급급하고, 우리의 일상 조형 환경은 계속 삭막해져 가고 있으며, 건축이 갖는 공공성의 가치는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묻혀 있다. 우리가 우리 건축 행위의 주인이 아닌 것이다. 물리적인 껍질은 우리의 건축이지만 그 속에 담기는 정신은 우리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전통의 재해석과 일상의 발견
서양 건축사와 한국 현대 건축에 대한 다양한 저서를 발표한 이화여대 건축학과의 임석재 교수의 새로운 저서인 “현대 건축과 뉴 휴머니즘”은 우리의 건축 현실에 나타난 이런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제 무조건적 사대주의나 배타적 민족주의를 벗어나 우리의 진정한 상태에 대해서 알고 우리 자신을 찾아야 하는 시기이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 우리가 가진 모든 것에서 우리가 배울 거리를 찾아낼 수 있다. 우리가 물려받은 전통 건축이 그 중 하나다. 지금껏 전통 자체로 보존되어 온 우리의 건축 문화를 현시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렇게 전통 건축을 재해석하여 교훈을 얻음과 동시에, 지금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주변에서도 정체성을 찾아내야 한다. 사소해 보이는 작은 변화를 통해 희망을 찾아내고, 그 씨앗을 큰 나무로 키우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찾아지는 새로운 가치와 이를 통해 새롭게 시도되는 건축 문화를 건축에서의 ‘뉴 휴머니즘’이라고 부른다. 기계물질문명과 산업자본주의에 의해 파괴된 인간성을 우리의 건축 환경에서 되살려내는 것이다. 따라서 건축에서의 뉴 휴머니즘은 적극적 창조운동이 아니라 소극적 되찾기운동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뉴 휴머니즘은 우리가 가진 것을 되돌아보고 그것으로부터 가능성 있는 우리의 모습을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뿐만 아니라 타자도 함께 끌어안는 통합적 에너지를 의미한다.
♧ 저자 소개임석재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를,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건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양 건축사와 한국 현대 건축에 대한 다양한 저서를 출간했다.
프롤로그 -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있나
1부 소중한 일상과 열린 건축
집이 사라져 가고 있다
건축은 돈이 아니다
우트 픽투라 아키테투라(Ut Pitura Architettura, 건축을 미술처럼)
거리가 변하고 있다
건물이 변하고 있다
폐쇄적 산업주의를 깨고
이젠 보존할 때다
2부 뉴 휴머니즘과 현대성의 발견
수정되는 근대성
소비의 억압 구도와 탈근대
현대성과 첨단의 조건
현대성과 뉴 휴머니즘
자료 - 1960년대 주요 출판 목록
에필로그 캘리포니아 현대 건축과 즐거운 휴머니즘
임석재 [저]
건축사학자이자 건축가로,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 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프랑스 계몽주의 건축에 관한 연구로 건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에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를 창설하며 1호 교수로 부임한 이래 현재에 이르고 있다. 건축을 소재로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폭넓고 깊이 있는 연구로 지금까지 모두 57권의 단독 저서를 출간했다. 탄탄한 종합화 능력과 날카로운 분석력, 그리고 자신만의 창의적인 시각으로 건축을 인문학 및 예술 등과 연계·융합시키며 독특한 학문 세계를 일구었다. 주 전공인 건축사와 건축이론을 토대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폭넓은 주제를 다루어왔으며, 현실 문제에 대한 문명 비판도 병행하고 있다. 연구와 집필에 머물지 않고 그동안 공부하면서 깨달은 내용과 떠오른 아이디어를 실제 설계 작품에 응용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임석재의 서양건축사』(전 5권), 『‘예(禮)’ 로 지은 경복궁』, 『집의 정신적 가치, 정주』, 『한국 건축과 도덕 정신』, 『우리 건축 서양 건축 함께 읽기』, 『서울 골목길 풍경』, 『건축과 미술이 만나다』, 『서울, 건축의 도시를 걷다』, 『기계가 된 몸과 현대건축의 탄생』, 『유럽의 주택』, 『지혜롭고 행복한 집 한옥』, 『광야와 도시』, 『극장의 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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