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 강의노트. 한자는 무엇인가? 한자를 쓰는 방법에서부터 한문학 분야를 구성하는 경학, 한시, 산문 등 전문적인 것까지 총망라해 담았다.
1. 한문학?
2. 한문공부를 도와주는 책 - 공구서 안내
3. 한자를 둘러싼 상식 - 문자학의 문 앞에서
4. 한자를 둘러싼 상식 2
5. 짧은 글 읽기
6. 한문을 독해하는 몇 가지 방법
7. 유가 경전을 연구하는 학문 - 경학
8. "공자 왈 맹자 왈" - 유교
9. 전국시대의 사상가들, 제자백가
10. 중국의 역사서
11. 우리나라의 역사서
12. 틀 안에서의 자유로움 - 한시의 형식
13. 중국의 시인과 유파
14. 한국의 시인들 1 <신라에서 고려까지>
15. 한국의 시인들 2 <조선시대>
16. 중국 산문역사의 흐름
17. 우리나라의 산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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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한문학｣을 배우기 위해 이 자리에 오셨습니다. 대학의 교과과정에는 각각의 전공분야 마다 ｢○○학개론｣이라는 과목이 개설되어 있습니다.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수강신청을 하기 전에 강좌의 제목을 보면서 관심도와 취향에 따라 한 학기의 시간표를 만듭니다. 딱딱한 이름이 붙어 있는 과목을 피하고 흥미가 있을 것 같은 과목을 선택하고 싶어 하죠. 이런 점에서 보면 ｢개론｣은 제목부터 흥미와는 거리가 멀 것 같아서 되도록 피하고 싶은 과목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과목이건 간에 학생들에게 개론수업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개(槪)’에는 ‘대강(大綱)’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큰 줄거리’라고 풀이합니다. ‘론(論)’은 ‘어떤 주제에 대해서 말을 나눈다.’는 의미죠. ‘개론(槪論)’이라고 하면 ‘큰 줄거리를 말함’이라고 풀이되는군요. 그 앞에 ‘한문학’이라는 말이 붙으면 ‘한문학에 대한 큰 줄거리를 말함’이 됩니다. 한문학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에 대하여 대략적으로 설명하고 안내하는 것이 개론의 역할입니다. 개론 공부를 통해 학생들은 해당 분야의 공부에 필요한 여러 가지 지식을 습득하게 되는 겁니다.
한문(漢文)이란 무엇인가?
한문학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한 설명은 다음 시간으로 넘기겠습니다. 한문학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전에 우선 한문이 무언지를 알아야 그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설명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자(漢字) 쓰기나 읽기를 잘하는 사람에게 아무렇지 않게 “한문(漢文)을 잘한다.”고 말합니다. 비전공자는 물론 가끔씩 전공자들도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죠. 어떤 사람이 ‘부생아신(父生我身)’이라는 문장에서 네 글자의 뜻과 음은 알고 있으면서 이 글자가 연결되었을 때 무엇을 뜻하는지는 몰랐다고 가정해 봅니다. 이 글은 ‘아버지가 내 몸을 낳았다.’라고 풀이됩니다. 여러분 중 어떤 분이 만약 위의 문장을 풀이하지 못했다면 이 사람은 ‘한문을 못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문은 ‘한자로 이루어진 문장’을 의미하니까요. 주어와 서술어등 문장성분이 갖추어져 있는 글이라는 말이죠. 한자와 한문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유사해 보이긴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구분이 된다는 점을 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평소에 이 두 가지를 구분해서 말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서로 간에 약속이 된 표현으로 굳어진지 오래니까요. ‘그렇군.’ 하고 넘어가면 됩니다.
한문은 중국(中國)의 글입니다. 우선 ‘한(漢)’이라는 글자에 주목해 봅니다. 나라이름이죠? 한나라를 뜻하는 글자입니다. 중국 땅에서는 시대별로 여러 왕조가 흥망을 거듭했습니다. 한문을 공부하기 위해서 중국의 왕조교체 순서를 알아두면 좋습니다. 시대 순으로 간략하게 나열해
하(夏)-은(殷)-주(周)-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진(秦)-한(漢)-위진남북조시대(魏晉南北朝時代)-수(隋)-당(唐)-오대십국시대(五代十國時代)-송(宋)-원(元)-명(明)-청(淸)
보겠습니다.
이들 왕조 모두 한문을 사용했습니다. 여기에서 작은 의문이 생기는 군요. 그 많은 왕조들 중에 왜 한나라의 이름을 사용했을까요? 중국인들의 마음속에 한나라가 역사상 최고의 왕조라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는 무제(武帝:BC156~BC87)의 시절에 북쪽 국경지역의 흉노(匈奴)를 제압하면서 영토를 확장했고, 무제의 명령을 받은 장건(張騫)은 중국의 서쪽 국경 지역을 여행하면서 유명한 ‘실크로드’를 열었습니다. 무제의 영토 확장은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매우 넓은 범위로 진행되었으며, 이 시기에 확정된 중국의 영...토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현재까지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스스로를 가리켜 ‘한족(漢族)’이라 하고, 그들의 말을 ‘한어(漢語)’라고 하는 이유가 될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서 유의할 점은 중국 사람들에게 ‘한문(漢文)ㆍ한시(漢詩)’라고 하면 그들은 ‘한나라의 문학ㆍ한나라시대의 시’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글과 시를 한문이나 한시로 부르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의 한문
우리나라는 끊임없이 외부 세력의 침략에 시달렸기 때문에 옛 역사를 알 수 있는 기록물이 부족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에 한자가 들어온 시기를 명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다만, 6세기 무렵부터 한문으로 된 완전한 문장을 사용했다고 하는데요. 문장을 사용하는 단계라면 최소한 6세기 이전에 한자를 받아들였다고 봐야겠군요. 우리나라에서는 한글이 창제된 이후에도 한문으로 기록물을 남겼습니다. 이런 상황은 조선이 망하는 20세기 초까지 지속되었으니 산술적으로 따져보면 대략 1,300년 정도 한문을 사용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한문은 분명 중국의
김재욱 [저]
1972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났다. 동국대 한문학과, 동 대학 교육대학원을 거쳐 2009년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목은 이색의 영물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문학의 대중화에 관심을 두어 《맹자, 제멋대로 읽기》,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등의 인문교양서를 썼으며, KBS 대하드라마 《징비록》의 고전철학 자문을 했으며, 칼럼 집필, 강연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삼국지인물전》, 《군웅할거 대한민국 삼국지》를 통해 정치평론 분야에도 참여하며 독자의 폭을 넓혀왔다. 현재 고려대학교 <한자한문연구소> 연구교수로 있으면서 강의와 집필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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