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저자는, 과거의 사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학문인 역사를 연구하려면 일정한 사회의 역사적 산물인 사상을 이해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그러한 사상이 언제, 누구에 의해, 왜 나타나게 되었는가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조선의 신분제와 왕권, 당쟁 등 조선의 사회구조와, 그러한 구조를 만들어낸 국왕과 양반관료 그리고 그 구조를 실제로 유지할 수 있도록 실무를 담당한 향리와 중인층의 성격에 대해 밝힌다. 또한 지배층이 조선만의 사회구조를 만들어내는 데 토대가 되었던 사상도 아울러 고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선이 전근대사회에서 근대사회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사회구조를 개혁하고 새로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당시 사상경향을 주도했지만 정치권력에서 배제되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인물들을 재조명한다. 또한 그러한 인물의 사상과 행적을 통해 현재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하며 어떻게 현재의 문제들에 대처할 것인지를 제시해준다.
001. 조선시대의 왕권
002. 조선의 양반
003. 관직제도를 통해 본 조선초기 양반의 신분적 지위
004. 조선초기의 향리
005. 조선전기 중인층의 성립문제
006. 조선후기 당쟁사에 대한 제설의 검토
007. 성호 이익의 생애와 사상
008. 박제가의 경제사상
009. 이덕무의 실학사상
세종은 우리 역사상 가장 훌륭한 성군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리하여 지금은 세종대왕에서 세종성왕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왜 세종이 훌륭한 군왕인지 어떻게 훌륭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른다.
시대가 영웅을 낳는 것인가, 영웅이 시대를 이끌어 가는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대체로 시대가 영웅을 만들어 낸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나 영웅의 개인적인 자질과 역할도 중요하다. 이 둘이 합치되었을 때 훌륭한 역사적 업적이 나올 수 있고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시대적 요구와 영웅의 자질을 동시에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영웅이라도 혼자 역사를 이끌어 갈 수는 없다. 그를 지지하는 정치주체가 있어야 한다. 세종대에도 마찬가지였다. 훌륭한 군왕의 자질을 갖춘 세종과 아울러 그를 보좌한 사대부들의 역할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이 함께 세종조 역사와 문화를 이끌어 왔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세종 개인이 아니라 세종조의 역사와 문화를 총체적으로 검토해 보려 한 것도 그 때문이다.
―109쪽
남명은 경의를 바탕으로 하는 철저한 수양론을 제시했다. 그의 칼에 "내명자경 외단자의內明者敬 外斷者義"라 새겨놓고, 벽에 '경의' 두 글자를 써 붙여 놓은 것도 그러한 뜻을 표방한 것이라 하겠다.
그리고 그의 수양론은 불교·도교·양명학·법가의 요소를 포괄하고 있었다. 사상의 다양성을 내포한 독자적인 수양론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또한 엄정한 출처관을 가지고 있었다. 나아가면 하는 것이 있어야 하고 물러나면 지키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출사를 무조건 거부한 것이 아니라, 나아가서 뜻을 펼 수 없을 바에야 물러나서 마음을 닦는 일에 열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당시가 아직 나아가서 뜻을 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생 동안 이욕利慾을 버리고 국가의 부름에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 이것을 오활하다고 비난할 수는 있으나 도덕적 수양을 지식인의 기본소양으로 생각하던 사림정치시대에는 모본이 될 만한 자세였다. 당시와 같은 사회에서는 그러한 모본이 되는 사상가도 필요하다. 목숨을 걸고 권력과 돈을 초개같이 여기고 사회의 병폐를 철저히 비판하는 양식 있는 사상가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의 사상은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443쪽
이성무 [저]
1937년 충북 괴산에서 출생하여 서울대 국사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민대와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 대학원 교수로 있으면서 미국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연구교수와 독일 튀빙겐대학 객원교수를 역임했고, 정신문화연구원 부원장, 연세대학교 용재석좌교수를 지냈다. 또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현재 대한민국학술원 부회장과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1980년 진단학회가 제정한 제1회 두계학술상을 수상했으며, 1999년에는 대한민국학술원에서 주최하는 제44회 대한민국학술원상 인문사회과학분야를 수상했다. 2002년에 문화관광부에서 주최하는 제21회 세종문화상의 학술부문에 입상했다. 2004년 한국언론재단과 장지연 기념사업회가 공동주최하는 제15회 위암 장지연 상에서 한국학부문의 수상자가 되었으며, 2012년에는 실학 및 한국학 분야에 있는 기성 학자의 학술적 업적과 공로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벽사학술상의 두 번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한국의 과거제도] [조선초기 양반연구] [조선의 사회와 사상] [조선양반사회연구] [한국역사의 이해](전10권) [조선왕조사] [조선시대 당쟁사](전2권) [조선은 어떻게 부정부패를 막았을까] [조선을 만든 사람들] [명장열전] [조선의 옛 사람들에게서 우리를 만나다] [조선을 이끈 명문가 지도](공저) [선비평전] [대은 변안열의 생애와 사상](공저) [방촌황희 평전] [조선시대 인물사 연구] [조선왕조실록](전5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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