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집.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인들의 시를 중심으로 오늘날 이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인간과 자연을 전체론적 관점에서 노래해 온 시인들의 내면풍경을 살폈다. 아울러 지금까지 쓰여진 시를 중심으로 앞으로 우리 시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 책의 서두에서 밝히고 있듯, 이러한 저작들의 바탕에는 지금껏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해 온 '중심'에 대한 반성적 인식이 깔려 있다. 중심을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살피자면, 근대적 사유의 한 특징에 맞닿아 있다. 한 마디로 중심(신, 이성, 정신, 인간, 남자 등)이 주변(피조물, 감성, 육체, 자연, 여자 등)을 지배한다는 의식적·무의식적 믿음을 지니고 살아온 것이다. 특히 환경과 관련해서 볼 때, 1960년대 이후 우리는 중심만 의식했지 주변의 중요성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 결과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혜는 사라졌고, 목적을 위해 '자연' 아닌 '그것'을 이용하는 이기심이 우리 삶을 지배하게 되었다.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있다고 믿었던 자연은 철저히 파괴되었고, 파괴된 자연이 인간의 생존에 새로운 위협을 가하고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서정시는 기본적으로 자아와 세계 사이의 동일성을 회복하려는 사유의 표현이고 많은 시인들이 이를 노래해왔다. 특히, 환경위기에 대한 인식과 현재의 삶에 대한 각성을 바탕으로 쓰여지는 서정시는 시인의 소박한 감성의 표현이라는 데서 나아가 우리의 삶을 반영하고 또 진실로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가를 제시한다. 여기엔 '나'와 '세계'가 똑같이 중요하고 그래서 공동의 운명을 지닌다는 전제가 놓여 있다. 저자의 글쓰기는 이런 서정시를 통해 중심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자 하는 노력이며 인간과 자연 사이의 조화로운 관계를 위한 탐색인 셈이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지금까지 쓰여진 시를 중심으로 앞으로 우리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하고 또 생명시의 명칭([생명시의 성격과 시적 상상력]), 문명에 대한 인식의 변화([황폐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생명체들 사이의 섭식관계(생명시에 나타난 생명활동의 양상과 의미]) 등 쟁점이 되었던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2부는 인간과 자연을 전체론적 관점에서 노래해온 송수권·김지하·오규원·고재종·복효근 등 시인들의 내면풍경을 탐색하는 시인론으로, 3부는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인들의 시를 중심으로 오늘날 이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시평으로 이루어졌다.
다시, 문제는 생명이다.
1부 생명시의 길트기
제1장 걸어온 길과 가야할 길 ...15
제2장 전체로서의 자연과 인간 ...30
제3장 황폐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43
제4장 생명시의 성격과 시적 상상력 ...70
제5장 생명시의 공간인식과 관계양상 ...89
제6장 생명시에 나타난 생명활동의 양상과 의미 ...111
2부 시인과의 대화
제1장 눈부신 새살처럼 돌아오는 아픔 ...145
제2장 꿈꾸기 혹은 그리움의 시학 ...170
제3장 우주의 숨결과 함께 하기 ...188
제4장 자연에서 경전 읽기 ...209
제5장 민자리를 채우는 바람 ...222
제6장 푸르른 울음의 안쪽 ...236
3부 우리 시의 풍경
제1장 쓸쓸함과 자유 ...251
제2장 침묵으로도 감출 수 없는 사랑 ...261
제3장 시, 마음을 비추는 그릇 ...272
제4장 삶과 죽음에 대한 예의 ...284
제5장 벼랑에서 길찾기 ...296
제6장 우리 시의 풍경 ...310
신덕룡 [저]
양평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한 저자는 1985년 [현대문학]에 평론을, 2002년 [시와시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김달진문학상, 발견문학상, 서정시학작품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저서로 [문학과 진실의 아름다움], [환경위기와 생태학적 상상력], [생명시학의 전제], 시집으로 [소리의 감옥], [아름다운 도둑], [하멜서신] 등이 있다. 현재 광주대 문창과 교수인 저자는 시집 [하멜서신]을 펴내기 전 하멜의 흔적을 찾아 유럽으로 길을 떠났다. 3년 동안 함께 호흡해 온 하멜과 그만 작별하고 싶어서였다. 이 책은 그 여행의 기록이다.
sdry5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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