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제말 한국작가들 중에서 친일 협력을 한 쪽과 협력을 거부하면서 저항을 한 쪽 양자를 '협력'과 '저항'의 이름으로 서술하고 있다.
'협력' 편에서는 일제말 작가 중 유명한 문학인인 서정주, 채만식, 최정희 등을 다루고 있고, '저항'편에서는 김기림, 우회적 글쓰기로 저항한 한설야, 망명을 한 김사량 등의 작가를 저항의 유형별로 분석하고 저항의 구체적 내용을 제시하였다.
친일반민족진상규명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올해 9월에 위원회가 활동을 하게 되는 저간의 사정은 그 동안 한국사회에서 친일문제가 공개적으로 토론되지 못했던 상황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특별법의 통과와 위원회의 발족으로 말미암아 이제 친일문제는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친일 문제 규명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세월이 흘러 기억이 흐릿하기 때문에 진상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데 문학에 있어서는 글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 자료가 나올수록 친일 협력 여부가 한층 분명하게 떠오른다. 그렇기 때문에 친일 진상 규명에 있어서 친일문학의 문제는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김재용의 '협력과 저항'은 시의적절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일제말 한국작가들 중에서 친일 협력을 한 쪽과 협력을 거부하면서 저항을 한 쪽 양자를 '협력'과 '저항'의 이름으로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은 이 방면의 논의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향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협력' 편에서는 일제말 작가 중 유명한 문학인인 서정주, 채만식, 최정희 등을 다루고 있다. 기존의 연구에서는 이러한 협력이 일제라는 외부의 강요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과 달리 철저하게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따라서 거기에는 치밀한 내적 논리가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새로운 입장이다. '저항' 편에서는 흔히 일제말에 친일하지 않은 작가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질문을 일축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침묵으로 저항한 김기림, 우회적 글쓰기로 저항한 한설야, 망명을 한 김사량 등의 작가를 저항의 유형별로 분석하고 저항의 구체적 내용을 제시함으로써 그 동안 피상적인 관찰에 입각한 통념을 넘어서고 있다. 또한 저항이 내셔날리즘에만 근거한 것이 아님도 밝히고 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내셔날리즘의 시각을 넘어서고 있어 임종국 선생의 연구와는 차별화된다. 임종국 선생은 친일을 외부의 압력에 굴종한 것이라고 보는 반면, 저자는 친일을 자발성에 입각한 협력이라고 보고 있다. 친일을 굴종이 아닌 협력의 시각에서 보고 있는 데서 잘 드러나는 것처럼 이 책은 임종국 선생이 의지하였던 민족주의의 시각을 넘어서고 있어 새로운 논의의 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책은 오늘날 유행하고 있는 탈식민주의의 시각도 넘어서고 있다. 탈식민주의의 대표적 이론가인 미국의 이주 지식인 스피박은 피식민지에서의 저항은 민족주의에 기반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것은 제국주의의 내셔날리즘을 표면적으로는 단절하고 있지만 이면적으로는 반복하고 있다고 하면서 피식민지에서의 저항을 무력화하고 있다. 저자는 일제에 대한 문학적 저항이 결코 민족주의에 의한 것만은 아님을 보여줌으로써 민족주의에서 벗어남과 더불어 탈식민주의도 넘어서고 있어 향후 이 방면의 지적 토론에서 새로운 쟁점을 유발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민족주의와 탈식민주의를 비판하면서 친일협력과 저항을 보고 있는 이 책은 친일진상 규명이란 현시기 우리 사회의 화두에 새로운 시각을 던져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식민주의 이론에 있어서도 한국적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구적 시각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
일제 말 문학의 양극화 11
: 김사량의 「천마」와 이석훈의 「고요한 폭풍」
제1부
협력
제1장 친일문학의 내재적 비판을 위하여 37
제2장 친일문학의 성격 47
제3장 친일문학과 근대성 77
제4장 채만식-'멸사봉공'을 통한 근대 초극 95
제5장 서정주-전도된 오리엔탈리즘 117
제6장 최정희-모성과 국가주의의 결합 146
제7장 송영-왜곡된 국제주의
제2부
저항
제1장 일제 말 문학인의 세 가지 저항방식 185
제2장 김기림-동시성의 비동시성과 침묵의 저항 204
제3장 한설야-『대륙』과 우회적 글쓰기 222
제4장 김사량-망명 혹은 우회적 글쓰기의 돌파구 241
김재용(Kim Jaeyong) [저]
1960년 통영에서 나고 연세대에서 한국 근대문학 전공으로 학위를 받았다. 현재 원광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근대문학 전반에 걸친 예리하고 섬세한 평론으로 주요 쟁점을 도출해내는 비평활동을 하고 있다. 실천문학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남북한문학 및 근대문학의 근본 숙제의 접점이 되는 친일문학에 대한 꾸준한 탐구와 해법을 제시하는 실천적 과제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 주요 저서로 [민족문학의 역사와 이론 1, 2](한길사), [북한문학의 역사적 이해](문학과지성사), [한국 근대민족문학사](공저, 한길사), [분단구조와 북한문학](소명출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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