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판에 부치는 글
우리나라 교육계에 끊임없이 제기되는 비판중의 하나는 바로 수업이다. 일제로부터 벗어난 이후 오늘날까지 수업체제나 질 등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 개선을 비롯해 학교나 교사 중심의 자생적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우리나라 학교 수업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이나 모두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예컨대, 1945년 이후 전개되었던 ‘새교육운동’을 비롯하여 역대 정권 교체기마다 교육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제시되었던 다양한 수업개선 노력들은 일견 그럴듯하게 보였고, 그 효과가 부분적으로 인정되는 듯하였지만, 이를 둘러 싼 개선 과제는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에 우리나라 교육계에 휘몰아쳤던 이른바 ‘열린교육’의 광풍은 수업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와 열망을 담고 있었으나 그 효과는 미미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그 이름조차 거론하지도 않는 상황이다. 열린교육의 이념과 방법을 잘못 이해한 결과 엉뚱하게도 학교 담장이나 교실 벽을 허무는 일을 벌이기도 하였다. 열린 교육의 핵심인 ‘학생중심 수업’은 거의 간과된 채 수업 개선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단지 일부 학교의 일부 교사만이 열린교육의 이념을 올바로 이해하고 실천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결과 지금은 열린교육이 해당 정권의 만료와 함께 이슬처럼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각 학교에서는 오늘날에도 수업개선을 위한 노력을 여전히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교과교실제나 자유학기제 및 창의인성 교육의 강화 등은 현 정권에 들어서 새롭게 강조되고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들 구호나 테마를 꿰뚫고 있는 한 가지 이념은 학생중심 수업으로 이전의 교육개혁 작업에 담겨 있던 정신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학생중심 수업을 통해 수업, 나아가 교육의 본질을 되찾고자 하는 것이다. 학생중심 수업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서 수업다운 수업, 교육다운 교육을 전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의 실정은 어떠한가? 일부 학교의 교과교실제를 들여다 볼 때, 교실과 같은 하드웨어와 기자재만 갖추고 있을 뿐 실상 이 제도의 핵심인 학생중심 프로그램의 개발이나 수업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실정이다. 무늬만 교과교실제인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자유학기제는 이제 막 출발한 상태이기에 그 결과를 속단할 수는 없지만, 만일 이 제도도 교과교실제처럼 이해되고 실천된다면 그 결과는 가히 불문곡직(不問曲直)이다. 창의인성교육 역시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생중심 수업의 취지를 온전하게 구현하고, 이를 통해 수업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한 수업모형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수업모형 중에서도 수업의 절차나 과정에 관한 것이나 혹은 수업설계에 관한 모형보다 수업내용의 조직과 제시 방법에 관한 모형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른바 수업에 관한 ‘내용모형’들이 그것이다. 필자들은 일찍이 이러한 점을 직시하고 3년 전에 ‘예비·현직 교사를 위한 수업모형의 실제’를 출간하였다. 이 책에서는 초·중등학교 교사들은 물론 예비교사들도 많이 활용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큰 수업모형들 19개를 제시하였다. 각 모형의 이론적 배경을 먼저 제시하고, 이를 수업에 적용할 방법과 유의사항 등을 자세하게 제시하였다. 특히 수업모형을 적용하기 위한 시나리오나 교수·학습 과정안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의 활용 가능성을 제고하고자 하였다.
그렇지만 각 수업모형의 소개 순서가 다소 일관적이지 않고, 일부 오·탈자 등이 더러 눈에 뜨이...기도 하였다. 또한 새로운 수업모형의 소개 필요도 제기되었다. 예컨대, STEAM모형은 최근에 우리나라 학교 현장에서 널리 소개되고 활용되는 것으로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활용방법의 습득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필자들은 독자들이 기존의 책자에 담기 다양한 수업모형들을 쉽게 이해하고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윤문을 하였고, 수업모형들의 성격에 따라 게재 순서를 바꾸었으며, 성격이 중복되는 일부 모형을 삭제하였고, STEAM모형을 추가하였다. 개정판에 실린 수업모형들은 모두 ‘내용모형’에 속하는 것들로 학생중심 수업을 펼치는 데 적합한 모형들이다. 모쪼록 현직 교사나 예비교사들이 이 개정판에 담긴 다양한 수업모형들을 활용해 수업 개선에 적극 활용하길 기대한다.
2015년 입추(立秋)에
저자 일동
김민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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