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의 혼종성과 다양성에 대한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소속 교수들의 학제간 연구 결과를 담은 『사회적경제의 혼종성과 다양성』. 지금껏 사회적경제에 대한 국내의 논의 과정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던 근본적인 질문들을 살펴보는 것은 앞으로 사회적경제의 의의와 전망을 논하는 데 새로운 관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사회적경제에 관한 지속적인 학제간 연구의 시작으로서, 이후 보다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후속 연구의 바탕이 되고자 하는 것이 저자들의 바람이다.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떠오른 사회적경제
“지금 한국의 자본주의는 고용 없는 성장, 노동시장의 양성불평등, 전반적인 불평등의 지속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일해서 먹고살고 싶지만 일자리가 없고, 애를 둘 이상 키우면서 여성들이 일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며, 노력해도 여전히 가난한 사회, ‘헬조선’이라는 자학이 퍼져 가는 와중이다.” (본문 141쪽)
이것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선진국도 우리보다 앞서 겪었던 문제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을 동시에 해결한 나라 중에서 복지가 아닌 시장으로 해결한 경우는 없었다. 다양한 복지국가 전략 중에서도 사회서비스를 강화하는 전략들이 가장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그리고 사회서비스를 전달하는 국가, 정부, 기업, 시장 등 전통적 기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 풀기 어려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사회적경제이다.
2000년대 이후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켰고, 특히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 이러한 관심이 더욱 커져 이제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보편적인 어젠다로 부상하였다. 한국에서도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관련 조직들이 급증하였다.
사회적경제의 다측면적이고 혼합적인 성격을 분석한 학제간 연구의 결과물
사회적경제는 국가, 시장, 시민사회의 중첩적 영역에 속하는 다양한 조직 및 결사체를 포함하며 그 속성상 공공과 민간, 공식과 비공식, 영리와 비영리의 원리와 가치가 혼재되어 나타난다. 사회적경제의 혼종성(混種性, hybridity)과 관련하여 일찍이 폴라니(Karl Polanyi)는 사회적경제를 단순한 시장의 원리를 넘어 상호배려의 정신에 입각한 호혜성의 원리(시민사회/공동체)와 나눔을 원칙으로 하는 재분배의 원리(국가)가 작동하는 영역으로 보았다. 오늘날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도 새로운 복잡·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의 해결 및 효과적인 사회서비스 전달에 있어 국가(정부)와 시장(기업)의 한계를 넘어 시민사회(민간조직)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경제의 다측면적이고 혼합적인 성격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과학의 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 책의 주된 관심은 사회적경제의 혼종성이다. 이 경우 혼종성이란, 경제적 인간의 의미에서의 경제적 측면과 함께 호혜와 연대의 측면에서의 사회적 측면이 혼존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혼종성이다. 이때 호혜의 개념은 종종 “비화폐” 경제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사회적경제가 한편으로는 시장, 화폐와 다른 한편으로 비시장과 비화폐의 혼성체로 정의될 때 호혜는 후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 사회적경제 연구에서 논하는 혼종성은 그 자체가 인간의 사회경제적 삶에서 본질적인 것을 의미한다. 혼존성 자체가 자연적이고 보편적인 것, 그래서 이를 부정하고 순수한 형태를 이상화하는 행위가 오히려 인위적이면서 역사적으로 특수하고, 이념적이고 지엽적인 것이 된다.”(본문 136~137쪽)
이 책은 사회적경제의 혼종성과 다양성에 대한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소속 교수들의 학제간 연구 결과이다. 총 9개의 장을 통하여 정치학(김의영, 사회적경제의 혼종성에 대한 정치학적 연구의 가능성), 조직경제학(안도경, 협동조합과 조직경제학), 사회학(한신갑, 협동조합 만들기), 인류학(권헌익, 사회적경제에서 ‘사회적’이란?), 사회복지학(안상훈, 한국형 복지국가 전략과 사회적경제의 역할), 심리학(최인철, 인간의 이타성과 사회적경제), 언론정보학(이준웅, 언론인의 자율성...), 지리학(구양미, 사회적경제와 지리학적 사고), 지역학(이옥연, 유럽 사회적경제와 한국 모델에 주는 함의)의 입장에서 사회적경제 연구의 어젠다와 방향을 모색한다.
지금껏 사회적경제에 대한 국내의 논의 과정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던 근본적인 질문들을 살펴보는 것은 앞으로 사회적경제의 의의와 전망을 논하는 데 새로운 관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사회적경제에 관한 지속적인 학제간 연구의 시작으로서, 이후 보다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후속 연구의 바탕이 되고자 하는 것이 저자들의 바람이다.
1장 사회적경제의 혼종성에 대한 정치학적 연구의 가능성: 조직지형, 국가 간 비교, 민주주의
1. 들어가면서: 사회적경제의 혼종성
2. 사회적경제 조직지형 Mapping
3. 사회적경제의 국가 간 비교연구 예시
4. 사회적경제와 민주주의
·참고문헌·
2장 협동조합과 조직경제학
1. 서론
2. 집합행동의 단위로서의 생산조직
3. 한스만의 협동조합 이론
4. 오스트롬의 자치이론과 협동조합
5. 결론
·참고문헌·
3장 협동조합 만들기: 혼종성의 조직생태학
1. 바람이 분다
2. 분석의 틀
3. 조직군의 구성과 형성
4. 바람은 일고, 또 지고: 혼종성의 조직생태학
·참고문헌·
4장 사회적경제에서 ‘사회적’이란?
·참고문헌·
5장 한국형 복지국가 전략과 사회적경제의 역할
1. 한국형 복지국가 전략, 그 성공의 조건
2. 사회적경제의 개념적 구성
3. 복지국가에 대한 사회적경제의 보완 가능성
4. 이탈리아의 복지국가와 사회적경제
5. 사회서비스 시장의 착한 공급자로서의 사회적경제
·참고문헌·
6장 인간의 이타성과 사회적경제
1. 사회적기업은 인간 본성에 부합하는가...?
2. 이타성에 대한 심리학적 관점: 대니얼 뱃슨의 연구를 중심으로
3. 사회적기업의 정서적 메커니즘: 공감과 연민
4. 사회적기업 활동에 필요한 기타 심리적 속성들
5. 결어
·참고문헌·
7장 언론인의 자율성: 언론 공공성의 새로운 원천
1. 문제 제기: 위기 담론에서 생산에 대한 논의로
2. 언론인 정체성의 다면성
3. 사업자의 자유와 언론인의 자유
4. 언론 공공성의 위기
5. 언론 자유와 공공성의 긴장관계
6. 언론인 자율성과 공공성 담론의 전개
7. 언론 위기 담론의 극복
·참고문헌·
8장 사회적경제와 지리학적 사고
1. 도입
2.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의 지리적 분포
3. 사회적경제와 지리학적 사고
4. 사회적경제의 사회과학적 연구를 위해
·참고문헌·
9장 유럽 사회적경제와 한국 모델에 주는 함의
1. 국가/정부와 시장을 매개하는 대안
2. 설명틀과 역사적 발전 과정
3. 개별 국가와 유형별 비교
4. 보편성과 특수성, 그리고 혼종성
5. 한국에 함축하는 의미와 한계
·참고문헌·
최인철(Incheol Choi) [저]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센터장.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2000년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 부임했고, 2010년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저서로 『프레임』, 『굿 라이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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