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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 시/에세이 > 에세이/산문

[동아시아의 평화 생명 우정]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고, ‘2016년 동아시아 시인대회’가 21세기 동아시아 ‘평화’와 ‘생명,’ 그리고 ‘우정’의 기치를 드높일 주춧돌이 될 것을 다짐하며 엮은 2016년 동아시아시인대회 작품집이다.
오늘날 우리는 반드시 우리 자신의 현실문제와 예술문제도 직시해야 하지만, 무단의 깊고 넓은 사랑(여기서 한마디 첨가할 것은 물론, 무단穆旦(1918~1977)이 애국주의자이긴 하지만 절대로 편협한 민족주의자가 아니며, 그의 시에 담긴 것은 사랑과 더욱 높은 연민의 마음에 원한은 절대로 없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의 고통, 그의 예술적 양지良知, 그의 예민한 감각과 언어 창조력이 오늘날에도 시대에 뒤진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를 그와 깊이 연결시켜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저는 바로 이러한 것들이 서로 다른 나라와 언어로부터 온 우리 같은 시인들을 함께 연결시켜 주고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무단의 시구詩句를 인용하여 말하면, “원래 황량한 아시아의 땅에 서로 이어져” 있는 것입니다. ― 왕자신(王家新, Wang Jiaxin) 폭력은 타인을 배제하고 언어를 포기하도록 만듭니다. 우리는 지극히 평범한 것과도 마주하고, 자신의 언어로 타인과도 마주합니다. 제가 오사다 시인에게서 배운 것은 생각이란 이분법적이지 않다는 것, 이분법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다양한 타인들과 마주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한 방향으로 질주하지 않고 천천히 가지각색의 혼재와 마주하고, 생각하고, 느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한중일의 많은 분들이 다양한 만남의 기회를 얻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감사한 자리입니다. ―호리우치 쓰네요시(堀?統義, Horiuchi Tsuneyoshi) ‘위대한 미국의 노래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했다’던가, “밀턴과 블레이크의 전통을 잇고 있다던가” 하는 수상 이유에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밥 딜런이 아이컨의 지위를 가졌다”는 대목에 항변하기는 어렵습니다. 인간자유를 칭송하며 희구하고 “전쟁 두목”을 규탄하고 전쟁에 쓰러진 젊은이를 애도하는 그의 가사에 구현된 휴머니즘의 호소를 외면할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당대의 시인작가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우리 시대의 비참과 부정의를 고발하는 것보다도 중요하고 소중한 것은 많은 사람들의 열광과 공명을 끌어냈다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 유종호 평론가(柳宗鎬, Yu jongho) 선언문 우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한 마음으로 기원하는 바, ‘2016년 동아시아 시인대회’가 21세기 동아시아 ‘평화’와 ‘생명,’ 그리고 ‘우정’의 기치를 드높일 주춧돌이 될 것을 다짐하며,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하나. 우리는 동아시아 공동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하나. 우리는 ‘생명 존중,’ ‘생명 사랑’이 인류의 미래를 보전할 최대 가치임을 믿으며, 단 하나의 생명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을 선언한다. 하나. 우리는 서로의 믿음과 배려, 호혜가 동아시아의 공존을 이끌 주춧돌임을 선언하며, 동아시아의 ‘우정’을 위해 헌신한다. 2016.11.07 2016년 평창 동아시아 시인대회 참석자 일동 중국 시인 참석자 태표 한국시인협회 회장 일본 시인 참석자 대표 王家新崔東鎬堀內統義
평화와 생명의 시인대회를 마무리하면선｜5 제1부 기조강연 유종호 평론가(柳宗鎬, Yu jongho)｜전자민주주의 시대의 시인 13 왕자신(王家新, Wang Jiaxin)｜한국의 ‘동아시아 시인대회’ 주제 발언 20 호리우치 쓰네요시(堀?統義, Horiuchi Tsuneyoshi)｜평화와 우정 34 제2부 초청시인 작품 김남조金南祚｜신의 기도 49｜심장이 아프다 55｜바람에게 말한다 57 이근배李根培｜겨울자연自然 58｜추사를 훔치다 61｜어느 날 만천명월주인萬川明月主人이 내게 와서 63 김후란金后蘭｜나무 65｜존재의 빛 70｜비밀의 숲 71 오세영?世?｜다만 바람이 불었다 73｜그릇 79｜은산철벽銀山鐵壁 80 유안진柳岸津｜피뢰침, 죽을힘으로 산다 81｜다보탑을 줍다 87｜낙엽이 낙엽에게 88 신달자?達子｜끈 89｜저 거리의 암자 92｜침묵피정 94 허영자許英子｜기도를 위한 기도 96｜완행열차 99｜은발銀髮 100 김종해金?海｜가을에는 떠나리라 101｜새는 자기 길을 안다 104｜풀 105 오탁번?鐸藩｜그 옛날의 사랑 106｜눈 내리는 마을 112｜벙어리장갑 114 이건청李健?｜시인들아, 말 사러 가자 116｜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앞에서 125｜소금 127 최금녀崔金女｜도라산역 128｜자화상 132｜물드무 134 ...
이제는 신께서 기도해 주십시오 기도를 받아오신 분의 영험한 첫 기도를 사람의 기도가 저물어 가는 여기에 깃발 내리듯 드리워주십시오 ― 김남조(金南祚, Kim Namjo), 「신의 기도」 부분 지금 짧은 치마를 입은 소녀가 지나갔다, 나는 그녀의 가뿐한 이동이 바로 정지이기를 바란다, 그리스의 옛날 항아리 위에 그림 속에서 영원히 걷고 있는 것처럼. 적어도 좀 느리게 걸어갔으면, 나는 두보杜甫 할아버지 대신 그녀를 좀 더 바라보고 싶다. 나는 또 예이츠 할아버지 대신 그녀에게 손을 내밀고 싶다. ― 왕자신(王家新, Wang Jiaxin), 「이 길」 부분 오후 찻집에서 한국인과 일본인 여성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가게 벽에는 한가운데에 두껍고 하얀 선이 도드라져 보이는 추상화가 걸려 있고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있다 관엽식물로 나누어진 건너편 계산대에서 한 여성이 커피를 마시며 무언가를 쓰고 있고 안쪽에서 가게 주인의 신문 넘기는 소리가 들린다 ― 아쓰미 가즈키(열해일수, Atsumi Kazuki), 「10월의 어느 찻집에서」 부분
한국시인협회 [저]
한국 문단에서 가장 오래된 그리고 정통적인 시인 단체로서의 지위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 이 단체가 한국 시단에 끼친 영향 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돌이켜 보면 창립 50년 동안 펼쳐온 여러 행적들이 이를 증명해준다. 예컨대 1957년 제정된 '한국시인협회상'은 문단 정치나 경제적 보상과는 무관하게(시인협회상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상금이 없는 문학상이다) '시인들이 뽑아 수여하는' 시단의 가장 명예로운 상으로 정착되어 그 권위를 오랫동안 지켜왔다. 1958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시문학의 문헌적 정리와 연감 제작을 목표로 발행해온 시협 사화집 역시 우리 문단에서 그 해의 대표적인 시를 정리하는 사업이 되었다. 1969년부터 연례적으로 시행해온 세미나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학술적인 문학세미나로 자리잡았다. 특히 후자는 그동안 많은 시인들과 시학자들이 해마다 머리를 맞대고 문단의 핵심적인 주제들을 격의없이 토론하여 한국 시단의 새바람을 일으키는 공론의 장이 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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