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다룬 논어의 연구방법론으 두 가지이다. 하나는 형식미학의 관점에 의한 분석이고 다른 하나는 내재적 접근법에 의한 분석이다. 논어의 곳곳에는 형식과 연관된 여러 가지 문제가 표출되어 있다. 그것들을 공자 당시의 시점과 상황에 입각한 내재적 접근에 의해 살펴봄으로써, 이 연구가 논어를 경학이 아닌 철학의 텍스트임을 인증하고, 유학이 경학이 아닌 철학이어야함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논어는 유학에서 가장 중요한 텍스트이다. 그렇기에 유교문화권인 동아시아에서의 논어 연구는 그 역사가 상당하다.
논어에 대한 접근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철학의 영역에서 이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학의 영역에서 익히는 것이다.
유학이 국가 공식 이데올로기였던 조선은 경학의 시대였다. 경학으로서의 유학은 납득하고 검증해야할 개념과 명제가 아니라 인간이 당연히 배우고 따라야 하는 강령으로 이해되었다. 이러한 경학적 이해와 구현은 왕조국가의 봉건시대에서는 허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연구의 장에서 논어는 더이상 경학의 테두리내에서 갇혀서는 안 된다.
필자가 이 책을 연구하게 된 동기이자 목적은 바로 논어를 철학의 반상에 올리고자 함이다. 경학적 고정관념을 버리고 철학 텍스트라는 시각으로 분석하고 연구해야만 논어의 진면목과 공자의 참 뜻을 제대로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이 책에서 다룬 논어의 연구방법론으 두 가지이다. 하나는 형식미학의 관점에 의한 분석이고 다른 하나는 내재적 접근법에 의한 분석이다. 논어의 곳곳에는 형식과 연관된 여러 가지 문제가 표출되어 있다. 그것들을 공자 당시의 시점과 상황에 입각한 내재적 접근에 의해 살펴봄으로써, 이 연구가 논어를 경학이 아닌 철학의 텍스트임을 인증하고, 유학이 경학이 아닌 철학이어야함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제1장
교육의 형식: ‘三亦’句의 신화철학적 의미
1. 상황과 의도
2. 문헌고고학적 語義 분석
3. ‘學習’의 신화철학적 이해
4. ‘孔門’의 재구성
제2장
數의 형식: “吾日三省”의 ‘三’字 해석
1. 숫자 형식의 기호학적 운용
2. ‘三’字 해석의 갈래
3. ‘三’字의 문헌고증학적 분석
4. 孔門에서의 ‘三’의 의미와 성격
제3장
제도의 형식: ‘八佾’의 유가적 상징작용
1. 공자의 “八佾, 舞於庭” 비판
2. 舞佾說과 ‘八’의 奧秘
3. 규정의 案出, 위반의 의미
4. 樂舞言語와 상징작용
5. 力顯에서 聖顯으로
제4장
모양의 형식: “?不?, ?哉, ?哉.”에 대한 심미적 분석
1. 형식의 준수
2. ?: 내재 속성
3. 不?: ‘名―형상’ 패러다임
4. ?哉?哉: ‘名―역할’ 패러다임
5. 의미 있는 형식
제5장
몸의 형식: 기호권력으로서의 聖의 표상
1. 기호형식과 권력
2. 텍스트: 『論語ㆍ鄕黨』
3. 텍스트의 이미지化: 『孔子聖蹟圖』
4. 이미지의 재생: 『聖賢像讚』
5. 이미지의 텍스트化: 시각이데올로기로서의 동작
6. 기호권력이자 문화자본으로서의 유가적 몸
제6장
인격의 형식: 君子와 小人의 이분법적 기능
1. 유가적 사회정책과 君子
2. ...正面形象과 反面形象의 신화적 기원
3. 君子와 小人의 대비에 나타난 이분법적 가치
4. 새도매저키즘과 속죄양의 망탈리테
5. 談論 지배의 순환 고리
제7장
심미의 형식: 문인회화 양식의 미학적 의미와 기능
1. 양식의 미학
2. 형식에 대한 향수, 카시러
3. 형식에 대한 준수, 공자
4. 아이콘과 코드, 문인
필자는 문헌고고학적 어의 분석과 신화철학적 문맥 고찰에 의해 ‘三亦’의 세 구절을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스승이 口述의 방식으로 전해준 역사내용을 암기 형식에 의해>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역사의 교훈과 세상의 道를 터득하게 되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뜻을 따르고자 하는 <면식이 없던> 이들이 먼 곳으로부터 와 孔門에 합류하면 <점차 우리의 이상이 확산되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언어와 관습이 다른 먼 곳의> 사람들이 <가르쳐준 詩와 禮를> 제대로 알지 못해도 화내지 않으면<않고 계속 敎學하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 不亦君子乎.” ?論語ㆍ學而?)
“學而時習之”가 개별적인 혹은 집단 내부의 敎學ㆍ修學의 과정이라면, “有朋自遠方來”는 유가(더 실질적으로는 孔門) 道統의 확산이다. “有朋自遠方來”는, 공자 내지 孔門의 주장과 신념에 대한 심정적 혹은 이념적 동의를 기반으로 하여 타 지역의 모르는 무리가 와서 스스로 弟子가 되어 孔門의 독특한 敎學ㆍ修學의 과정에 동참함을 말한다. 당시는 천하 분할의 시기였고, 때문에 勢를 모으는 것이 관건이었으므로 “有朋自遠方來”는 孔門의 확장이라는 면에서 得勢를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현상이거나 혹은 그들의 매우 간절한 염원의 표현인 것이다.
그런데 같은 지역 혹은 국가의 영역과 경계를 달리하는 다른 지역ㆍ다른 나라(遠方)로부터 무리(朋)가 와서 하나가 되었다는 점 자체만으로는 得勢를 논할 수 없다. 그들이 진정한 同門이 되기 위해서는 지난한 ‘學ㆍ習’의 수련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당연히 언어와 관습 및 지적 수준이 다를 것이다. 공자는 書寫문화가 口傳문화를 대체하는 과도기에서 여전히 전통 가치관의 史傳을 중요한 책무로 여기고, 이를 위해 口述이라는 전통적 교육방식을 보존하였다. 그는 입과 귀 사이의 부단한 반복훈련을 통해 詩와 禮에 함축된 역사의 道統을 체득함으로써 心身이 하나로 합일되는 높은 인격 수양의 경지에 이를 것을 강조했다. 이 과정을 한편으론 익힘(習)으로써 修學하고 다른 한편으로 그 익힘을 바탕으로 敎學하는 행위주체가 바로 군자인 것이다. 이른 시기의 맹인 樂師보다 좀 더 문명화된 양식으로 詩와 禮를 遠方에서 온 朋에게 敎學을 해야 할 군자가 그들의 不足과 不及에 성내서야 되겠는가? 講學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복습하지 않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대해야 한다.
형식의 준수라는 正名은 그 자체로 역할에 대한 준수라는 正名을 내재하고 있다. 예컨대, 연장자에 대해 揖을 하는 행동거지는 단순히 몸의 움직임에만 상관하는 몸짓이 아니다. 그 揖이라는 형식에는 그 동작에 미리 규정되어진 바, 시작에서 끝까지의 전 과정을 완수하는 동안 공손함을 아울러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 禮를 받는 사람은 揖의 동작의 진행과정을 눈으로 보면서 ‘동시에’ 공손함을 느끼고 확인하는 것이다. 공손함은 추상적인 揖 자체의 ‘개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揖을 행하는 ‘과정’에 존재한다. 그래서 그 禮를 행하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揖의 행위를 반복하여 실행하는 과정 중에 공손함은, 시간과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언젠가 어느 정도는 그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된다. 그래서 설사 마음으로는 공손함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그 揖에 규정되어 있지 않는, 즉 禮法에 조금이라도 부합하지 않는 동작이 나오거나 순서ㆍ속도ㆍ각도 등이 맞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서 ‘규율(discipline)’에 합치되지 않는다면, 그 揖을 하는 이에게는 공손함이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文質彬彬”이란 바로 이러한 의미이다. 그래서 형식이 중요한 것이다.
사실 공자 내지 원시유가는 정신성보다는 몸에 대해 더 합당한 이해와 중시를 부여했다. 이 “유가적 몸” 혹은 “유가적 형식”은 “문질빈빈”이라는 구호를 통해 군자의 가장 관건적인 덕목인 “수신”으로 획정되었다. ?大學? 八條目에서 “誠意”와 “正心” 이후에 “修身”이 있는 까닭도 마음을 몸에 얹는 것 자체가 아주 어려움을 역으로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마음이 몸을 관통하는 것 혹은 몸을 통해 마음을 읽는 것이야말로 그 진정한 마음의 가장 확실한 보증과 증거가 될 뿐 아니라, 또한 몸의 규율을 통해 마음은 그 “正”을 더욱 공고히 하고 계속 유지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유가에서의 군자의 문화권력은 경제적 토대 위에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군자의 도덕과 이상으로부터 나오는 품격으로부터 세워지는 것이다. 총괄적으로 ‘禮’로 귀납될 수 있는 문화자본은 ‘文人’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독점적으로 계승, 보존된다. 禮敎는 그러한 문화자본의 독점적 계승의 구조적 機制이고, 禮治는 문화자본의
임태승 [저]
성균관대학교 및 동 대학원 졸업 중국 베이징(北京)대학 철학과 철학박사(미학 전공) 미국 하와이대학교 객원교수 미국 하버드대학교 옌칭연구소 박사후(博士後) (전) 중국 남창(南昌)대학 철학과 교수 (전) 중국 화동(華東)사범대학 철학과 교수 (전) 중국 산동(山東)대학 유학고등연구원 교수 현재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HK부교수 주요 저서로 [소나무와 나비: 동아시아미학의 두 흐름], [유가사유의 기원], [아이콘과 코드: 그림으로 읽는 동아시아미학범주], [상징과 인상: 동아시아미학으로 그림읽기], [중국철학의 흐름], [중국서예의 역사] 등이 있으며, 역서로 [孫過庭 書譜譯解]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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