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천 이가학(李嘉學)은 숙종 46년에 태어나 영조 40년에 졸하였다. 그는 20대부터 평생을 당시로는 무서운 질병인 담질과 폐결핵을 몸에 안고 살며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념겼고, 또한 그 와중에도 과거 시험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 책은 그의 문집인 <만천유고>를 번역한 것이다. 작품의 수를 보면 운문이 119제 165수이고, 산문이 11편이다.
작품의 내용은, 과거에 대한 뼈아픈 경험과 분노와 비판이 여과 없이 시 작품에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또한 무능력학 고관들의 뻔뻔스럽고 파렴치한 민낯도 해학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그리고 질병의 고통, 아내와 형제의 죽음, 생후 40일밖에 되지 않은 어린 아들의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적인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선이라는 유교 사회에서 지나친 감정의 노출을 금기시하였으나, 이가학의 글은 그 느낌이나 정서의 용출함이 너무나 생생하고 진실되어, 사대부의 적당히 수식되고 포장된 시문과는 생판 다른 느낌이다.
그간의 한학계의 연구 경향이 간혹 방외인(方外人)의 작품이나 규방 문학에 관심을 갖기는 했으나, 거의 대부분 당대의 명성이 높은 시인 묵객이나 높은 벼슬을 지낸 명문가의 문집 연구로 경도되었고, 서민이나 초야에 묻힌 무명 선비의 문학은 문세(聞世)조차 못한 것이 사실이다. 고대 중국의 <시경> 문학이 주대에 채시관(采詩官)이 각 지방에 흩어져 수집한 백성의 시를 민관 구분없이 좋은 작품을 가려내 시선집을 엮었던 것을 상기한다면, 주대의 민간시 채집 운동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조선조의 사대부사회가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한 계층을 위주로 구성되었고, 이러한 인간관계가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왔으므로, 난해한 한문으로 서찰을 보내고 한시로 수답하면서 교유하였던 시대에 진정한 민간문학이란 찾아볼 수도 없겠지만, 몇 안 되는 벼슬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만 했던 선비 사회가 뼈아프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만천유고>의 저자 또한 20대부터 평생 담질과 폐병을 안고 살았다. 그런 가운데도 과거 시험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초야에서 고고하게 절개를 지키며 일생을 보낸 이 땅의 진정한 선비라 할 수 있다. 이제 그들이 남긴 선비의 문학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만천유고> 해제
1. 운문
2. 산문
<만천유고> 영인
次韻少陵少陵秋興八首賦春雪
一夜???萬林
海天雲氣忽蕭森
馮夷閉窟氷猶壯
羲馭?光晝亦陰
短櫂誰誇剡曲興
蹇驢頗憶?橋心
不堪布被冷如鐵
隔水誰家催暮砧
두보(杜甫)의 시 ‘추흥(秋興)’ 8수(首)를 차운(次韻)하여 춘설(春雪)을 노래하다
하룻밤 사나운 바람이 온 숲을 흔들어 놓으니
바다 위에 뜬 구름도 갑자기 조용하고 쓸쓸해지네
수신(水神)이 굴문(窟門)을 닫아 얼음장은 아직 두껍고
해수레를 모는 태양신이 빛을 감추니 한낮에도 음침하구나
그 누가 노를 저어 섬계(剡溪)의 곡류(曲流)를 찾은 흥을 자랑했나
굼뜬 나귀를 타고 시를 읊으며 파교(?橋)를 지나던 일 생각하네
베 이불이 쇠붙이인양 차가운 것 견디기 어려운데
냇물 건너 뉘 집인지 저녁 다듬이 소리가 급하구나
이성 [저]
저서 [만천 이가학의 시와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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