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기술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일상적 질문을 생성할 수 있다. 개인 차원의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제기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사회화 될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것이 질문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승인된다면 그 질문은 사회적 차원의 질문이 될 것이다. 그러는 순간 그 질문은 해결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할 것이다. 이 책의 전체 서술 방식은 질문에 직면하여 질문을 이해하고자 탐색하는 경로를 따라 가는 형태로 구성되었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잘 알려진 질문일 수도 있고, 질문 자체 가 새로운 것일 수도 있다. 이미 잘 알려진 질문이라면 그 질문은 지금까지 어떤 여정을 지나왔고 앞으로 어떠해야 할지 가늠해보자. 새로운 질문이라면 왜 그것이 우리의 질문 이 되어야 하는지 알아보자.
그동안 과학기술의 성격에 대한 연구는 철학, 역사, 사회학 영역에서 다양하게 진행되었다. 대표적으로 과학기술학(Science &Technology Studies) 분야가 있다. 이 책은 과학기술학적 관점에서 정보기술 사회에서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질문들을 제시하고, 그 질문에 대한 해석을 제안하기 위해서 기획되었다. 과학기술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개입은 질문과 그에 대한 해석을 들어보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이 책이 제안하는 설명과 해석은 독자들이 고려할 수 있는 하나의 제안이다.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해석’을 제시하는 것에 만족하는 것은 다른 해석이 존재할 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서이다. 과학기술에 대한 해석의 방식은 한 가지만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질문과 해석은 의미가 있다. 그동안 과학기술에 대한 질문도 드물었고 해석도 드물었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기술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일상적 질문을 생성할 수 있다. 개인 차원의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제기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사회화 될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것이 질문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승인된다면 그 질문은 사회적 차원의 질문이 될 것이다. 그러는 순간 그 질문은 해결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할 것이다.
3.
과학은 물론이고 기술 분야도 전문가만이 판단할 수 있는 '선성한 영역'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질문하고 해석할 수 있는 영역이 될 때 4차산업혁명의 시대는 구현가능해진다. 불확실성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문제풀이에 참여하고 모든 곳에서 적절하고 유연하게 개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하양식(top down)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상향식(bottom up) 의사결정이라는 새로운 경로를 수립해야 하는 것이다.?책은 모든 사람들이 질문하고 해석에 참여할 것으로 안내한다. 추가적인 질문이 더 생성되고 추가적인 해석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기술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과정 자체가 시민과학이고 '살아있는 실험'이 되어야 한다.
들어가며 기술은 권력인가
CHAPTER 1
이론을 사용하는 방법
1 기술은 도구인가 지배자인가 3
2 사회는 어떻게 기술을 구성하나 12
3 인공물도 행동하나 24
4 우리는 사이보그인가 34
5 생명-정치(Bio-politics)란 무엇인가 45
CHAPTER 2
기계가 행동하는 방법
1 컴퓨터는 단지 인간의 도구인가 59
2 기계는 생각할 수 있나 71
3 ‘정보’란 무엇인가 83
4 기계는 어떻게 대화하나 94
5 기계는 어떻게 분별하나 107
CHAPTER 3
기술이 규범을 체화하는 방식
1 법은 어떻게 기술에 개입하나 1 119
2 법은 어떻게 기술에 개입하나 2 131
3 법률 상 ‘기술적 조치’란 무엇인가 140
4 우리는 어떻게 데이터가 되나 149
5 기술은 사회를 돕나 163
CHAPTER 4
한국에서 기술이 구성되는 방식
1 정부는 어떻게 기술을 관리하나 181
2 정부는 왜 정보화를 원했나 191
3 통신회사는 왜 공유기를 반대했나 205
4 우리는 왜 네이버를 쓰나 222
5 인터넷은 중독되나 235
CHAPTER 5
시민과학으로 혁신하기
1 과학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구현하나 247
2 누가 과학의 주체인가 261
3 미네르바는 전문가인가 269
4 시민과학 플랫...폼은 무엇인가 277
5 한국의 시민과학은 무엇을 얻었나 290
6 어떻게 문제를 발견하나 304
CHAPTER 6
인공지능과 공존하기
1 알파고는 어떻게 승리했나 311
2 알파고는 무엇을 바꾸었나 320
3 특이점론은 왜 문제인가 331
4 트롤리 문제는 왜 문제인가 342
5 인공지능은 윤리를 배울 수 있나 350
6 인공지능은 노동을 대체하나 364
나가며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의 주체는 누구인가?
국문 색인 383
영문 색인 389
[한줄소개]
기술 거버넌스, 정보기술, 기술 사회학, 기술 정책, 기술시민권, 기술의 주체
과학기술은 번성했지만 위험과 불확실성은 오히려 증가했다. 불확실한 사회에서 시민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가? 과학기술과의 관계에서 시민들은 단지 개별적인 행위자가 아니라 과학 기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상호적으로 구성원 자격을 형성하고 동화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정체성도 재구성될 것이다.
이 책에서 던진 질문과 해석들은 최종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희망 만들기’를 위한것이다. 2016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디지털, 물리적, 생물학적 경계가 없어지면서 기술이 융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용어 정의는 진행 중이다. 다수의 보고서에서 언급되는 4차 산업혁명은 단지 기술 현상만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미디어에서는마치 4차 산업혁명이 첨단 기술 도입만으로 성취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일방향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는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본다면 4차 산업혁명의 정체성은 사회적 개입으로 완성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사회적 개입의 단적인 형식은 기술 거버넌스가 될 것이다. 새로운 거버넌스에서 가장중요한 키워드는 불확실성(Uncertainty)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될 것이다. 과학 거버넌스와 마찬가지로 기술 거버넌스는 불확실성을 관리하고 지속가능성을 형성해야 한다. 이 두 개념은 어느 특정 전문가 집단이 해답을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불확실성’이라는 이름을 얻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문제는 전 사회적인 문제다. 우리는 어떻게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전개해 갈 수 있을 것인가? 그 과정에서 기술은 어떻게 기여해야 하나?
기술 거버넌스를 형성하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누가 기술의 주체(Technological Subject)인지를 정의해야 한다. 기존의 사회에서처럼 기술 전문가만이 기술의 주체인가? 모든기술 사용자가 기술의 주체인가? 기술의 주체란 그 기술이 제시하는 규칙을 승인하고 그규칙 세계의 구성원이 된 자를 의미한다. 기술은 기술의 주체와 함께 공진화한다. 기술의주체가 없다면 기술은 어떤 진화도 불가능하다. 최근 메이커 운동, 리빙랩, 시민과학 등 여러 가지 시도들이 번져가고 있다. 이 사업들은 모두 일반인, 사용자들의 참여를 강조하고있다. 기술 사용
자의 참여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다. 기술 사용자는 기술 진화의 중심 동력이다.
1장과 5장에서 다루었던 바와 같이, 기술은 단지 도구에 머물지 않고, 그 기술이 영향을 미치는 영역을 형성한다. 그리고 그 영역은 특정한 희소가치와 도덕적 상황을 생성한다. 그 과정에서 그 영역 내 구성원들은 공통의 주체성을 의식하고, 이 상황을 조정하고제어할 수 있는 “기술의 정치 공동체”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공동체의 관리를 위임받은 관리 시스템을 형성해 간다. 기술의 정치 공동체를 형성하는 구성원들은 동등한 멤버십, 참여, 입장 또는 지위를 가지는 것으로 전제한다. 그들이 바로 기술 시민권(technological citizenship)자들이다.
기술 시민권은 동등한 권리는 물론이고,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도 부담한다. 그 의무의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자신의 안전을 확인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지식을 배우고 활용할 의무 (2) 다수의 의지에 참여하고 이를 수용할 의무 (3) 기술 시민의 문해 능력과 덕성을 실행할 의무다. 그런 의무들이 구성원으로서 그들을... 결합시키고, 그 사회에 대한 기여, 주인 의식, 통일성, 단일성, 동화의 느낌을 제공한다. 권리와 의무의 통일성은 역동적이고 풍부한 기술 시민권의 내용을 형성해 갈 것이다.
최근 ‘에너지 시민권’ 개념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소비자 개념을 대체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에서 에너지 전문가만이 아니라 에너지 사용자와 시민들이 스스로 바람직한 결과를 형성할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 사례에서처럼 재생가능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시민들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점차 에너지 기술의 주체로 성장하고 있다. 지역 에너지 자치 관리가 강화되고 분산적 민주주의를 구체적으로실현하고 있다.
기술 시민권은 대화를 통한 학습과, 대화를 촉진하는 참여적 실천 속에서 형성될 수있다. 이를 위해서 지속해서 ‘규범적 숙의의 정치(politics of normative deliberation)’의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집합적 학습(collective learning)과 전환적 변화(transformative change)는 기술 시민권 실천에서 필수적이다. 그런데 기술에 대한 집합적 학습과 전환적 변화는쉽게 일어나지는 않는다. 일반 시민들은 항상 바쁘기 때문이다. 일상적 대화보다는 기술에 대한 견해의 충돌이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숙의하는 과정을 통해서 지속가능한 시민권(sustainable citizenship)이 더 잘 형성될 수 있다. 논쟁과 충돌의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권력의 불평등 문제를 제기하고 다양한 대중들과 연결되면서 그 기술에 대한 가치를공유할 수 있다.
첨단 기술의 개발만으로는 우리를 풍요로운 삶으로 유도할 수 없다. ‘첨단 기술’이라는용어 정의도 사회적 차원에서 숙고되어야 한다. 기술의 형성 과정에 모든 기술 사용자/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참여는 기술 민주주의만이 아니라 기술 개발에도 이득이 된다. 사용자와 시민의 참여가 기술 개발을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하게 만들 수 있다.예를 들어 현재는 기술 개발 이 후 기술 영향 평가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기술 평가 단계에서 거부된다면 그 기술 개발 주체는 막대한 손실에 직면하게 된다.최근 부상하고 있는 시민과학과 리빙랩 방식은 기술 개발 단계에서 시민과 사용자들을 포함한 개발팀을 구성하기 때문에 초기 개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평가가 포함된다. 이는 기술 개발과 기술 평가를 결합하는 것으로서 사회적 차원의 안전성만이 아니라 기술 개발 차원에서 안정성도 담보할 수 있다. 사회와 기술 양쪽 모두에서 지속가능성을 구현할 수 있다. 이처럼 시민참여와 사용자 참여는 새로운 기술 개발 방식을 안전하게 안내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기술 개발과 기술 거버넌스를 자연스럽게 결합할 것이다. 기술 개발 과정에서 참여한 사용자와 시민들과 개발자와의 의사소통은 그 자체로 거버넌스 모델이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란, 단지 전문가에게만 독점되었던 기술 문제를 모든 사용자와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것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모든 기술의 주체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흔쾌하게 기술 문제에 개입할 수 있을 때, 위험과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지속가능성을 구현하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미래는 예견되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래는 현재의 모든구성원들에 의해서 구성됨으로써 자연스럽게 스며들는 것이어야 한다. 기술 거버넌스의과제는 모든 구성원들을 참여시킴으로써 동의와 합의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렇게 미래는서서히 구성되어야 한다.
김지연 [저]
대표작으로 『인공지능과 인간』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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