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이면을 정교하게 맥락화해 분석한 미디어 담론 연구서
오늘날 미디어가 세상을 매개하는 중요한 도구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식과 정보 획득, 소통과 인간관계의 역할을 미디어가 대체한 현대사회에서 사회구성원들의 자신과 타자에 대한 이해, 세계 인식, 현실 구성 또는 정체성 정치의 장(場)으로서 미디어와 미디어 담론, 그리고 이것이 생성하는 사회적 힘과 영향력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간 담론 분석을 포함한 질적연구방법론에 관한 저작들이 상당히 축적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에 관한’ 또는 ‘미디어를 통한’ 미디어 담론을 심층적이면서도 포괄적으로 다룬 교재나 학술서는 상대적으로 희소하거나 답보 상태에 있었다. 전자는 주로 언어학적이거나 수사학적 전통에서 텍스트 분석 방법과 유사하거나 이를 응용한 담론 분석에 방점을 둔 저작들이 대부분이었고, 후자는 언론과 미디어 보도에 관한 담론의 직접적이며 실제적 측면에 치중한 면이 강했다.
이 책은 이러한 가정과 기존 저작들의 성취를 계승하면서도 인문 사회과학적 전통에서 인간과 사회, 그리고 문화를 둘러싼 중층적 힘이 교직하며 만들어내는 복잡다기한 현상과 의미를 적절하게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에 요구되는 ‘미디어 담론 연구’의 주요 개념과 인식론적 토대를 보다 심층적이며 긴 호흡으로 다루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신문과 방송, 영화 등의 미디어를 통해 생성ㆍ전파ㆍ매개되는 우리 사회의 담론 및 이의 사회적 기능과 효과, 이면의 숨은 힘과 의미구조 등을 정교하게 맥락화해 분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통적이며 협의의 대중매체 개념을 넘어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가 생성하는 정치경제적ㆍ사회문화적 담론 및 이와 관련된 이론적ㆍ실제적ㆍ응용적 측면이 생성하는 정상성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과 해석, 접합과 재구성의 복합적 양상을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언어와 커뮤니케이션이 개인과 집단, 사회와 맺는 유기적이면서 불가분의 관계에 관해 총체적ㆍ연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이론적 틀과 개념적 자원, 그리고 이를 독자가 자신만의 시선과 언어로 분석하고 해석해낼 수 있는 지식과 사례, 활용 및 응용과 관련된 방법론에 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담론 분석, 텍스트의 적극적인 뛰어넘기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다
담론 분석을 전통적인 내용 분석이나 텍스트 분석과 뚜렷하게 차별화하는 지점은 ‘텍스트의 적극적인 뛰어넘기(go beyond the text)’에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담론 분석의 대상은 문학이나 영화, 드라마의 텍스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텍스트를 가능하게 하는 동인으로 한 사회의 구조적 요인이나 다양한 문화적 실천 및 문화적 텍스트까지도 포괄한다. 이 책 역시 한국사회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현상들을 담론 분석의 대상으로 삼아 텍스트의 적극적인 뛰어넘기를 시도하고 있다. 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1장에서는 ‘담론 분석과 정치경제학의 조우 가능성’에 대한 탐색적 연구를 시도한다. 담론 이론과 담론 분석의 전통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이것이 정치경제학적 전통과 창조적으로 접합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논구한다.
● 2장에서는 사회가 신자유주의 경제질서로 재편되는 과정 속에서 한국사회에서 생성 및 유포되고 있는 ‘글로벌 인재 담론’에 주목한다. 국가적ㆍ공적 영역에서의 세계화 담론이 미시적ㆍ사적 자기계발 담론과 접합되는 양상을 분석한다.
● 3장에서는 삼성의 기업사회공헌 홍보 영화 〈별리섬〉의 담론 분석을 통해 구조화한 사회문제에 대한 대기업들의 편향된 이해 혹은 의도적 방기나 책임 회피, 소외계층에 대한 계급화되고 고정적인 시선의 문제들을 살펴본다.
● 4장에서는 음식으로 시작해 음식으로 끝나는 ‘쿡방의 범람 현상’에 대해 정치경제학적 분석을 시도한다. 보는 이들에게 먹고, 마시고, 사는 법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잊게 하는 쿡방이란 가시적인 문화 현상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본다.
● 5장에서는 오늘날 지구화한 ‘신자유주의를 대면하는 개인들의 신산한 삶과 분투’, 특히 경제와 정치를 비롯한 거대한 구조적 힘들에 조응하거나 순치하는, 또는 이를 창의적으로 접합하고 전유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정치적 가능성을 탐문하고 모색하는 주체들의 실천과 전략에 관해 논의한다.
● 6장에서는 대학 내부의 연구자들이 국가와 기업으로 대변되는 외부 제도나 구조적 요인들에 의해 조밀하게 통제되고, 진정한 의미에서 학문의 발전이나 사회적 공헌과 멀어져가는 ‘대학의 연구문화’를 분석하고 성찰적 대안을 모색한다.
● 7장에서는 한국사회에서 매우 흥미로운 사회문화 또는 일종의 미디어 현상으로 자리 잡은 ‘아웃도어’를 중심으로 오늘날 여가와 취향이 발현되는 지점이자, 주목 욕망 혹은 자기 현시 욕망이 매개되는 물질문화를 비판적으로 독해한다.
● 8장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긍정적 전망들과 밀접하게 연동하는 ‘공유경제를 둘러싼 사회적 담론’을 심층적, 비판적으로 독해함으로써 이 개념의 가능성과 한계, 문제적 요소들을 탐색한다.
이러한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저자는 자신을 포함한 독자들에게 지금 여기, 우리 사회의 문제를 비판적, 성찰적으로 함께 사유해보자고 권한다. 저자는 신자유주의하 경제적 위기와 불평등의 문제가 유발하는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영역의 다양한 현상들에 주목한다. 신자유주의의 비가시적이고 유동적이며 세련된 자기 통치적 기능, 시장만능주의적 효율성과 경쟁논리 등이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을 저해하고 우리의 의식과 일상, 인간 행위와 사회 영역을 포괄적으로 통제하는 데 대해 일관되게 문제를 제기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미디어로 매개되는 다기한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 담론 및 그 기저에 흐르는 사회적 욕망과 상상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일상의 말과 실천을 통한 ...현실 참여, 그리고 시민이자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비판 의식을 함양하는 데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장 담론 연구의 이론적 쟁점:
담론 분석과 정치경제학의 조우 가능성
1. 문제 제기
2. 비판적 담론 분석의 쟁점과 사례
3. 푸코의 담론 이론과 양가성
4. 정치경제학에 대한 몇 가지 오해
5. 담론 분석과 정치경제학의 조우 가능성
6. 나가며
2장 미디어와 정치 담론:
글로벌 인재 담론에 대한 비판적 담론 분석
1. 문제 제기
2. 이론적 배경
3. 연구 문제 및 방법
4. 연구 결과
5. 나오는 글
3장 미디어와 경제 담론:
기업사회공헌의 소외계층 담론
1. 들어가며
2. 기업사회공헌의 담론: 주체와 통치성
3. 텍스트로서의 영화에 대한 담론 분석:
소외계층에 대한 시선과 힐링 담론에서 이어지는 주체, 그리고 통치성
4. 영화의 수용에 대한 담론 분석
5. 결론을 대신하여
4장 미디어와 대중문화 담론:
‘쿡방’의 정치경제학과 통치성
1. ‘쿡방’의 전성시대 혹은 범람
2. ‘쿡방’의 문화정치학
3. ‘쿡방’의 정치경제학
4. 위로의 매개자 혹은 자기통치의 테크놀로지
5. 나가며
5장 세계화, 신자유주의, 주체 담론:
위험한 불확실성의 시대, 쓰레기가 되는 삶들
1. 글로벌 신자유주의와 타자화의 문화정치
2. 개인화와 과...잉 긍정성 혹은 신자유주의의 문화 논리
3. 유동하는 현대사회의 쓰레기들
4. 사회적인 것의 복원과 창발을 사유하기
5. 나가며
6장 대학과 교육 담론:
대학의 연구문화 낯설게 하기
1. 들어가며
2. 글로벌라이제이션, 신자유주의, 대학의 변화와 문제들
3. 논문 쓰기를 둘러싼 몇 가지 논쟁
4. 나가며
7장 물질문화와 소비 담론: 아웃도어의 사례
1. 들어가며
2. 여가의 일상화와 아웃도어의 정치경제학
3. 취향의 문화정치, 소진사회와 과잉 물질문화
4. 문화산업과 스펙터클 사회, 그리고 현대사회의 불안과 소비
5. 미디어로서의 물질문화와 문화정치
6. 결론을 대신하여
8장 공유경제를 둘러싼 사회적 담론
1. 들어가며
2. 공유경제의 비판적 담론 분석
3. 공유경제 담론의 제도적 전유
4. 나가며
류웅재 [저]
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미디어 문화산업, 문화정책, 문화연구,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분야를 연구하고 교육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매스커뮤니케이션학 석사, 미국 조지아주립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문화연구, 공공커뮤니케이션 전공).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호남대학교 교수, 로드아일랜드대학교 방문학자를 지냈다. 한국방송학회 〈한국방송학보〉 편집위원, 한국언론학회 〈커뮤니케이션이론〉 편집위원, 〈한대신문〉 편집인 겸 주간 등으로 활동했다. 주요 논문으로 〈공유경제의 담론정치〉, 〈물질문화로서 아웃도어에 관한 연구〉, 〈대학의 연구문화 낯설게 하기, 그리고 성찰적 대안의 모색〉, 〈담론분석과 정치경제학의 조우가능성에 대한 탐색적 연구〉, 〈절충적 세계화와 국가의 담론정치〉, 〈한국문화연구의 정치경제학적 패러다임에 대한 모색: 한류의 혼종성 논의를 중심으로〉, 〈Globalization, or the Logic of Cultural Hybridization: The Case of the Korean Wave〉, 〈The Public Sphere and the Rise of South Korean Civil Society〉, 〈The Political Economy of the Global Mediascape: The Case of the South Korean Film Industry〉 등이 있다. 함께 지은 책으로 《한류에서 교류로》, 《고어텍스와 소나무》, 《작은 문화콘텐츠 만들기》, 《소통하는 문화기획론》, 《문화저널리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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