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힘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47인의 코스미안이 모여 책을 냈다. 인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순수하게 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세상과 소통의 장을 열었다. 소시민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프로 못지않게 날카롭고 강력하게 세상을 비판한 글도 있다. 47인의 코스미안들은 모두가 신인류들이다. 하나하나가 다 삶의 주인공이다.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다 저마다의 배를 타고 세상을 건너는 삶의 이야기가 공명을 만들며 글 속에 깊이 스며들고 있다. 창조의 힘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이들의 글이 친구에게 가 닿고 이웃에게 가 닿고 사회에게 가 닿을 때 잔잔한 감동이 일고 소통의 다리가 놓일 것이다.
집단지성의 힘이 아낌없이 발현된 47프로젝트는 펜데믹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시대의 자화상이다. 나에게서 너에게로 이어지는 인문학 릴레이다. 대학생부터 백발노인까지, 남녀부터 노소까지, 아마추어에서 프로까지 그들이 품어내는 삶의 향기가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가슴 뛰는 대로 사는 우주적 인간 ‘코스미안’들이 인문학 글쓰기를 통해 사람이 빛이고 사람이 가치이며 사람이 곧 사랑임을 전해주는 책이다.
‘47프로젝트’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다.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우리와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음으로 사유하고 글로 풀어낸 인문학 칼럼은 세상을 향한 외침이며 세상 사람들과의 교감이자 소통이다. 47인의 글쟁이들이 인문의 바다에 빠져 풀어내는 글을 읽다 보면 따뜻한 인간의 정이 느껴진다. 사소하거나 위대한 인간의 가치가 느껴지며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정신이 느껴진다.
‘47프로젝트’는 나와 내 가족, 나와 내 이웃, 나와 이 사회에 대한 성찰이며 자기 고백이다. 그러하기에 깊은 내면의 울림이 있다. 그들이 풀어내는 따뜻한 이야기는 상처받고 고통받는 우리의 마음을 치유해 준다. 과대포장하고 잘난 체하는 그런 글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가식 없이 담담하게 써 내려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진정한 정보는 바로 진정성 있는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다. 그 삶의 이야기가 우리를 변화시킨다. ‘47프로젝트’는 글의 힘, 따뜻함의 힘이 발현된 책이다. 그 힘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
예를 들면 정부 부처도 그렇지만 ‘면사무소’와 ‘동사무소’ 등이다. ‘주민센터’, ‘행정복지센터’로 개명했는데 필자는 처음에 무슨 카센터인 줄 알았다. 유서 깊고 정감 있는 면사무소와 동사무소가 어디가 어때서 바꿨다는 말인가. 어느 곳에 가니 ‘면사무소’라는 분식집 간판이 있어 쓴웃음을 진 적도 있다. 기관의 이름 하나를 바꾸려면 직인과 현판 교체 등 얼마나 엄청난 혈세가 들어갈까. 동사무소의 기관장을 동장이라고 했는데, ‘행정복지센터’로 바뀐 후에도 ‘동장’이라 한단다. ‘센터장’이 아니고. 정부 부처를 통합하려고 부득이 명칭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현 정부는 통합은커녕 늘리는 것 같아 씁쓸하다.
51쪽
당신은 지금 왜 살아가고 있는가. 무엇이 당신을 숨 쉬게 만드는가. 혹시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삶은 그것을 얼마나 깊게, 그리고 오랫동안 바라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개별적 생의 향기는 짙어진다. 단순하지만 복잡하게, 그러나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살아내는 우리네 삶은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매우 다양하다. 이렇게 다양한 삶의 바구니는 과연 누가, 누구에 의해, 누구를 위해 뒤흔들고 있는 것일까
74쪽
돌담은 소통의 통로이다. 구멍이 숭숭 뚫려 빗방울은 스며들고 바람은 길인 듯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벌 나비도, 꽃향기도 사람들의 정도 오간다. 작은 틈새를 굳이 메우고 채우려 하지 않는 비움의 미학이다. 인간도 돌담이라는 사회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기에 자신을 내려놓고 비워야 한다. 비움으로써 채워지고 경계 짓지 않아야 나는 네가 되고 내가 네가 되어가는 것이다. 다양한 질감을 가진 돌들이 돌담을 이룬 어울림 속에서 넘어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숨구멍이라는 소통의 장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 소통의 공간으로 사람이 보이고 언덕 너머의 세계도 보이면서 공정과 정의가 숨을 쉴 수 있다.
236쪽
강두순 [저]
대표작으로 『47프로젝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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