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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은 작가의 수필집 ‘창문을 읽다’를 영어와 한국어판으로 엮은 책! 각종 문학상에 빛나는 주옥같은 수필들을 소개합니다! 독자들은 50여년을 문학을 위해 올곧게 살아온 저자의 주옥같은 28편의 수필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각종 문학상 수상 작품들로 꾸며진 이 책은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한줄기 청량한 바람이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저자는 이 수필집에서 사랑과 이해를 말하며 지나쳐 버린 과거의 후회를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한동안 나는 산자락 동네에서 산 적이 있다. 거긴 거대한 당산나무가 세 그루 있었다. 하나는 할아버지들이, 다른 하나는 할머니들이, 나머지 하나는 청년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해거름참까지 할아버지 할머니의 시선들이 거기 주구장창 머물러 있었다. 무료한 눈길들은 지나가는 행인이 간혹 나타나면, 모두 그곳으로 시선을 일제히 집중시키며 그냥 그렇게 세월을 보내곤 했다. 그 무렵 나는 굳게 결심했다. 나는 저 당산나무 밑으로 가지 않겠다. 그 대신 시를 쓰고 수필을 쓰고 동화를 쓰겠다. 무료한 눈길은 우울증을 데리고 다닐 테니까. 지금 10여 개 문학회에서 내가 맡고 있는 문학 강의는 대부분 시 창작이지만, 어쩌다 한 번씩 수필을 써서 독자들에게 평가받곤 한다. 그러다, 이렇게 30여 편이 모이게 된 것이다. 이를 한자리에 모아 수필집 ‘창문을 읽다’로 펴내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다. 괜히 눈물이 난다. 어리석고, 무디고, 연약하고, 후회스러운 추억들도 많지만, 나름대로 보람 있게 살아온 과거가 곁에 와서 위로해 주는 지금, 이 수필집이 주는 행복감이 생각보다는 크게 여겨진다. - 작가의 말 中에서

Recommendation(추천사) Congratulating on publication (출판을 축하하며) Author's Words (작가의 말) Wooden cutting board 나무도마 (Ari Culture Award winner -아리 문화상 수상작) If we meet ourselves at the end of the line 끝자리에서 자신을 만나 보면 (Saha Sandbar Literature Award winner -사하 모래톱 문학상 수상작) Ssanggoljug and the sound of Daegum(a large flute) 쌍골죽과 대금 소리 (Homey Literature Award-winning work by Gyeongbuk-ilbo -경북일보 호미 문학상 수필 수상작) Salvador Dali's Gesture 살바도르 달리의 손짓 (Saemteo Essay Literature Award -샘터 수필 문학상 수상작) A Gift 선물 (Geulnara Literary Contest, a Prize-winning Work -글나라 백일장 우수상 수상작) Read a window 창문을 읽다 (The Living Literature Award, a Prize-winning work -경기 수필 문학상 수상작) A Father of Namdo 남도의 아버지 (The Living Literature Award, a Prize-winning work -생활문예대상 수상작) My Mother’s Moss 어머니의 이끼 (Our Forest Literature Award, a Prize-winning work -우리숲 문학상 수상작) Butterfly's F...

끝자리에서 자신을 만나 보면 -사하 모래톱 문학상 수상작 모처럼 다대포 몰운대 둘레길을 걸으며 나는 내 과거를 되돌아보았다. 테이프를 빨리 감기하듯 미리 앞서가서 마지막을 볼 수 있다면 과열된 하루에서 힘을 뺄 수가 있다. 지상에서의 마지막 머무름이 허락된 그 집을 들여다봤을 때 비로소 내가 가야 할 길이 보였다. 억지로라도 맨 끝자리로 가서 자신을 만나 볼 필요가 있다. 무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산비탈에 조가비처럼 엎드려 있는 생이집. 당시 우리는 그곳을 상여집이라고 부르지 않고 모두들 생이집이라고 했다. ‘시체를 실어 나르는 제구인 상여를 넣어 두는 곳, 생이집!’ 어린 시절 우리의 뇌리에 생이집은 단순히 그런 역할만을 하는 곳이 아니었다. 무시무시한 어떤 힘이 잠재되어 있을 것만 같은, 왠지 두렵고 오금을 저리게 하는 그 무엇이 들어 있을 것 같은 그런 곳이었다. 생이집이라는 단어에 입술이 닿기라도 하면 독이 있는 전갈에게 물리기라도 하는 듯 우리는 다들 소스라치며 무서워했다. 생이집 근처에서는 죽음을 건너는 발소리들이 밀려드는 듯 바람소리가 났다. 머리카락을 풀어헤친 갈대의 울음이 알 수 없는 어딘가로 끌려가며 으스스댔다. 생이집 근방을 지날 때면 아무리 간 큰 녀석들이라 할지라도 입을 꾹 다물었다. 숨을 죽인 채 무엇에겐가 쫓기듯 뜀박질로 이곳을 지나쳤다. 내가 유심히 보니, 상급생 형과 누나들도 그리고 동네 어른들도 이곳을 지날 때면 무의식중에 발걸음을 아주 빨리 했다. 등하굣길 중에 제일 무서웠던 곳은 역시 생이집 앞을 지날 때였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생이집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했다. 엄밀히 말하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만큼이나 삶에 대한 두려움이 컸었다. 그 당시 나는 부모님의 뜻을 따르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다. 그것 때문에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내가 직접 돈을 벌어서 다녀야 했다. 혼자서 끝까지 잘 해낼 수 있을지, 넘어지지 않고 헤쳐나갈 수 있을지 많은 것들이 염려스러웠다. 그런 두려움들 탓인지 생이집에 대한 꿈을 자주 꾸었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에 우리는 도전을 두려워하고 겁을 먹는다. 죽음을 거부하고 오래 살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평정심으로 이끌어 왔던 삶의 균형 감각을 깨뜨리기도 한다. 이유야 어떻든 죽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지 않으면 온전한 하루를 살 수가 없다. 내일이라는 시간은 당연히 온다고 여기며 사는 건방진 하루, 내일이라는 시간은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여기며 사는 소심한 하루, 그렇게 감정적으로 치우친 하루를 나는 살고 싶지는 않았다.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지 못해 내 감정이 넘치거나 부족하여 삶의 방향을 잃고 싶지는 않았다. 어느 날, 나는 혼자서 고향에 있는 생이집을 찾아가 보기로 결심했다. 한겨울로 접어드는 그 무렵이었다. 대학생이 되어 모처럼 가보는 고향길은 참으로 정겨웠다. 여기저기 풍경들이 눈물겹도록 반가웠다. 여러 곳이 많이 변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상당 부분이 옛날 그대로였다. 문둥이 뫼똥이나 생이집도 여전했다. 하나도 변하지 않은 채 제자리에 그대로 엎디어 있었다. 두 손으로 바지 앞을 가리지 않고 문둥이 뫼똥 앞을 의연히 통과한 나는 산비탈에 있는 생이집을 향해 밭두렁으로 성큼 들어섰다. 밭두렁이 끝나는 곳부터 갈대숲이 우거져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갈대숲은 멀리서 보기와는 달리 내 키를 넘어설 만큼 훌쩍 컸다. 여기저기 덜 녹은 눈이 듬성듬성 널려 있을 뿐, 사방은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벌판 쪽을 힐끗 한 번 돌아봤으나, 사람의 그림자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갈대숲을 헤치고 생이집 쪽으로 다가가는 데는 한참이나 걸렸다. 드디어 갈대숲이 끝나고, 생이집 앞에 이르렀다. 생이집의 문은 산꼭대기 쪽, 그러니까 동쪽을 향해 나 있었다. 생이집 문은 의외로 컸다. 하기야 큰 상여가 들락날락거리려면 그런 정도의 크기는 되어야 할 것 같았다. 생이집 문은 두꺼운 판자로 되어 있었다. 옛날 우리집 소슬대문과 비슷했다. 문에는 열쇠가 채워져 있지 않았다. 언제나 죽음은 예고도 없이 찾아올 수 있다는 듯 문은 잠궈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힘을 잔뜩 주어 문을 열어야만 열릴 것 같았다. 팔에 힘을 주어 문고리를 힘껏 끌어당겼다. 그 순간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더디게 열릴 거라 생각했던 생이집 문이 기름칠 위에서 미끄러지듯 스르르 열렸기 때문이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내 앞으로 다가온 듯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갔다. 생이집 안에는 갖가지 제구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었다. 마을에서 자주 본 모습 그대로였다. 앞의 단강과 장강, 위의 양장, 뒤의 보장도 그대로였다. 상여 앞뒤로 따라붙은 각종 기들과 장신구들도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공포 때문에 우리는 실체적 진실과 마주하기를 두려워한다. 짙은 색의 선글라스를 벗고 바라보면 되는 것을 어두워서 두렵다고 겁부터 먹는 것이다. 익숙하게 들어왔던 속설들에 대해 왜 의문을 갖지 못했던 것일까. 왜 타인의 목소리를 나의 목소리라 여기고 나의 목소리가 먼 훗날 너의 목소리가 되어야 한다고 우격다짐처럼 믿어 왔을까. 나는 그동안 이유가 분명하지 않는 두려움과 공포에 갇혀 하루를 살았던 것이다. 생이집 가운데에 놓여 있는 상여가 눈에 들어왔다. 작년에 돌아가신 큰아버지는 지상에서의 마지막을 이 상여에 맡겼다. 큰아버지는 마지막으로 누울 자리가 이곳이라는 것을 아셨던 것일까. 큰아버지는 늘 따뜻한 눈길로 나의 단점을 개성이라고 바라봐 주며 품어 주셨다. 내가 불안한 기색으로 안달하며 뭔가를 하고 있으면 허허 웃으며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었다. “천천히 해라. 누가 잡으러 오냐? 빨리 하든 천천히 하든 매 한 가지다.” 그 당시에는 ‘매 한 가지다’라는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 주위의 사람들은 정해진 틀 안에서 늘 바삐 살아갔다. 습관처럼 나도 바삐 움직였다. 하지만 큰아버지는 다른 어른들과는 달리 여유가 있었다. 먼 곳을 응시하는 눈빛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나도 언젠가는 이 상여에 나의 마지막을 맡길 것이다. 두려움 일색이었던 상여가 달리 느껴졌다. 끝자리에 섰을 때 오히려 불안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게 해주는 것들이 있다. 그 고요한 마음이 내가 선 자리에서 생의 속도를 조절하게 해준다. 긴 호흡으로 멀리 내다보며 하루를 살아가게 해준다. 나는 생이집을 다녀온 후 조금은 더 여유로워지고 있었다. 아까는 몰운대 전체가 안개에 잠겨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는 부드러운 해안선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 저 몰운대처럼 아기자기하게 살아가자. 숲과 기암괴석과 파도와 해안선이 서로 완만히 살아가듯, 그리하여 학이 날아가는 듯 우아하게 살아가자. 쌍골죽과 대금 소리 -경북일보 호미 문학상 수필 수상작 소리에도 무게가 있다. 달밤을 가득 채우는 대금산조. 상처 먹고 자란 대금 소리가 묵직하게 느껴진다. 사납게 일렁이는 속울음처럼 애절한 음이 찻집을 가득 메우더니, 이내 가을산에 취해 모여든 사람들의 가슴에 잔물결을 일으킨다. 마음 한켠에 깊숙이 묻어둔 사연들이 소리의 옷을 입고 저릿하게 다가온다. 대금을 제작할 때 최고의 재료로 쓰이는 것은 쌍골죽이다. 병든 대나무라 하여 병죽病竹이라고도 불리는 쌍골죽은 마디 양쪽에 골이 패여 있다. 일반 대나무와는 달리 쌍골죽은 어느 정도 크면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속이 두텁게 차오른다. 그런 상태로 힘들게 수령을 이어간다. 나보다 열세 살이나 어린 그녀는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난하고 몸이 허약한 남자와 결혼을 했다. 대학 입학 후 신입생 첫 미팅에서 만난 남학생이었다. 그녀는 사랑에 대해서만큼은 단단한 믿음이 있었다. 폭설 속에서도 푸른 생을 내뿜는 대나무처럼 사랑을 지켜나갈 거라며 행복해 했다. 마음이 따스하고 밝은 성격의 그녀 주위엔 늘 친구가 많았다. 친구들과 이야기하길 좋아하는 그녀는 출렁이는 햇살에 반짝이는 댓잎처럼 늘 활기차 보였다. 시어머니를 엄마라 부르며 살갑게 다가가는 그녀는 형편이 넉넉지 않아 이사를 자주 해야 했다. 남해안 어느 항구 근처에 신혼살림을 차렸는데 직장을 자주 옮긴 탓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련을 통해 대나무의 마디가 만들어지듯, 그녀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잘 이겨냈다. 허리뼈 빠개지도록 부는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대나무는 일본 히로시마 원폭 투하 속에서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식물이라 한다. 그녀는 그런 대나무처럼 강인함으로 역경을 잘 헤쳐나갔다. 아들 하나 딸 둘을 키우던 어느 날, 그녀의 남편은 갑자기 입원을 했다. 남편의 긴 투병 생활을 예고한 듯 그녀의 일상 속으로 아픔이 시나브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어느 만큼 자라면 성장하지 않는 쌍골죽처럼 그녀의 행복도 멈춘 것인지, 얼마 안 있어 그녀도 뇌출혈로 쓰러졌다. 막내가 중학교를 채 졸업하지도 않았는데, 완전히 의식을 잃은 상태로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 후에도 여러 날 깨어나지 못했다. 깨어난 후로도 머리가 어지럽고 찌끈거리며 눈알이 빠질 것 같다며 몹시 힘들어 했다. 그녀의 눈빛에 빽빽하게 들어찬 슬픔이 속울음에 엉겨붙어 병실은 어둡기만 했다. 퇴원한 뒤 어느 날이었다. 여든이 넘은 시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해 갈비뼈와 허리뼈가 부러졌다. 아픈 몸으로 시어머니를 병간호하며 그녀는 힘겹게 삶을 이어나갔다. 그녀가 서 있는 길은 아찔한 벼랑 끝이어서 동서남북 그 어디에도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차오르는 서러움을 대나무의 마디 같은 가슴뼈 안쪽에 쌓아두어야 했다. 생육환경이 좋지 않아서인지 깊은 산의 경사진 곳이나 돌

박덕은 [저]

일명: 박한실. 문학박사, 건강컨설턴트 1급, 영양학 강사, 시인, 소설가, 문학 평론가, 동화작가, 사진작가. 전남 화순 출생. '중앙일보'신춘문예 문학평론과 '광주일보'신춘문예 동화 당선을 시작으로, 전 문학장르(문학평론, 동화, 동시, 시, 시조, 단편소설, 장편소설, 희곡, 수필, 소년소설, 아동문학평론)에 걸쳐 등단과 수상을 기록한 문학박사(1985년 전북대학교 학위 취득)이다. 그는 급기야 사진 분야에까지 관심의 폭을 넓히더니 당당히 작품 270여 점의 전시회를 열어 사진작가로서도 멋스런 데뷔를 했다. 해학, 위트, 유머, 재치가 넘치는 그의 삶은 열정과 신념으로 가다듬은 111권 저서에서 다채로운 향기를 풍기고 있다.그 향기에 취한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오늘도 시심을 가다듬기에 여념이 없다. 시를 쓰며 문학을 사랑하며 자신이 택한 길을 올곧게 달려가고 있는 그는 서울을 비롯하여 광주, 나주, 순창, 담양을 시향의 고을로 만들기 위해 오늘도 정성과 최선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