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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로형 소설 연구의 출발점은 아무래도 개념과 유형 제시로부터 이루어져야 하기에 1장에서는 유형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중심으로 서술했다. 기존에 널리 사용하던 직선형과 원점회귀형 대신 목적 달성 여부와 여행 주체의 후속 행위를 중심으로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보았다. 작가가 주인공이나 주요 인물을 여행을 보내는 것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장에서는 고전 소설을 대상으로 여로 구조의 문제를 살펴보았고, 3장에서는 개화기 이후의 소설들 중 여로형 소설에 속하는 작품들을 대상으로, 소설사의 흐름과 연관지어 좀 더 의미있는 부분들이라 판단되는 내용들로 구성하고 서술해 보았다. 4장은 여로형 소설의 향유의 양상을 전형적이고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례를 중심으로 꾸려 보았다. 소설교육의 장에서 여로형 소설이 기여할 수 있는 바와 문학치료학에서 매우 유의미한 기제로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을 보이고자 했다.

1장 소설의 양식적 속성과 여로 구조 이야기와 여행 15 1. 욕망구조와 여행 16 2. 갈등구조와 여행 20 서사구조와 여로 25 1. 여로와 플롯 26 2. 플롯의 패턴과 여로 30 여로형 소설의 유형화 35 1. 여로형 소설의 요건 36 2. 여로형 소설의 유형 44 2장 고전 소설의 여로 구조 〈금오신화〉와 미정형 여로 구조 53 허균과 김만중의 장르 의식과 여로 구조 61 1. 〈홍길동전〉의 여로 구조 62 2. 〈구운몽〉과 〈사씨남정기〉의 양가(兩價)적 여로 구조 68 〈흥부전〉의 내포적 여로 구조와 확장적 해석의 가능성 80 1. 해석적 지평의 확대를 위한 전제 84 2. 해석적 지평 확대를 위한 분석들 87 3. 종합하여 지평 열기 96 3장 근대 이후 소설의 여로 구조 〈혈의 누〉와 〈무정〉의 여로 구조와 사적 의미 101 1. 공간 이동의 새로운 기제-‘기차’의 등장 104 2. 여로 구조의 기여-우연성의 해소, 묘사와 회상 111 여로 구조의 ‘공간 탈출 의식’과 소설사 서술의 가능성 119 1. 소설사 서술과 여로 구조 119 2. ‘공간 탈출 의식’의 방법적 개념으로서의 가능성과 그 방향 126 한(恨)의 정서와 여로 구조의 상동성 154 1. ≪南道사람≫ 연작의 소설적 공간과 여로 구조 ...

[머리말] 소설 연구와 소설 교육이라는 두 마당 사이를 오가는 일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견해에 따라서는 두 마당이 서로 분리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를 따져 봐도 두 마당은 분리가 아닌 과정의 선후 관계라고 하는 것이 옳을 수도 있겠다 싶다. 어떤 연구의 결과를 교육에 적용해 보는 일, 상황에 따라 교육적 접근을 우선적으로 수행하게 되고 이어 연구의 대상으로 전이시키는 일, 교육 현장으로부터 질의를 받고 그에 답하기 위해 연구를 수행하는 일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부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부임한 첫 해에 고등학교 1학년 국어, 2학년 한문, 3학년 문학 수업을 동시에 맡았었다. 개교한지 2년 밖에 되지 않았던 상황이라 신임 교사가 전 학년 수업을, 그것도 각기 다른 과목 수업을 맡아야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매일매일 수업 준비에 여념이 없었지만 다행히 중학교 시절부터 국어 과목에는 관심과 자신감이 높았던 터라 즐거움도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수업을 맡는 일은 엄청난 부담이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그것도 군대도 아직 다녀 오지 않은 터라 학생들과의 나이 차도 별로 나지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고 3 수업 시간은 입시를 통해 인생이 결정되는 국면을 눈앞에 둔 학생들을 생각할 때 결코 소홀할 수 없는 순간들이었다. 이 상황의 압박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다행히 2학년 한문 수업은 고등학교 때 한문 교육을 엄청나게 강조하신 교장 선생님 덕분에 차고 넘치게 공부했던 터라 수업 준비가 그나마 수월했고, 그 여력을 고 3 수업에 투여할 수 있었다. 당시 고 3 국어 수업은 고전 문학 시험 대비가 관건이라고 했을 만큼 학생들은 고전 문학에 대해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필자가 가르친 학생들도 거의 대부분 ‘고전(古典) 문학은 고전(苦戰) 문학이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전쟁’의 현장에서 학생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듯 편안한 마음으로, 흥미롭게 수업을 듣던 대목이 있었다. 〈구운몽〉과 〈열하일기〉를 다루던 시간이었다. 필자는 그 2년 전쯤인가 대학 수업 시간에 여로 형식에 대해 배운 적이 있었고, 학생들을 입시라는 길에서 벗어 나 잠시 쉬게 할 요량으로 두 작품을 여로라는 측면에서 설명해 보았다. 학생들의 반응은 기대보다 좋았다. 그 수업은 필자의 여로에 대한 관심이 시작된 한 계기이기도 했다. 기껏 학부 시절에 3~4년 동안 축적했던 문학 공부만으로 고 3 국어 수업을 감당해 내기에는 너무 버거웠다. 1년여 동안 그렇게 고등학교 전학년 수업을 겨우 겨우 엮어 내면서 학생들에게 미안함과 아울러 일종의 조바심이 생겼다. 그들의 인생에 도움을 주지 못할지언정 해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여 대학원에 진학해서 좀 더 공부를 한 후에 그들 앞에 서리라는 다짐과, 학부 3학년 때부터 가졌던 문학 연구에 대한 욕심이 어우러져 다시 시작했다. 석사 논문 대상은 1930년대 전향 소설이었다. 그런데 석사 논문을 쓰면서 필자의 시선을 집요하게 사로잡은 것은 ‘귀향(또는 귀가)’ 모티프였다. 이기영의 〈고향〉에서 김희준이 가출이라는 방식으로 유학을 갔다가 고향으로 돌아 와 농민운동에 투신하는 과정과 전향 소설에서 감옥에서 나온 전향자들이 귀향(가)의 과정에서 보여주는 심리 전개의 과정들이 특히 그러했다. 삶도 소설도 여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지속적으로 인식하게 된 과정이자 이 책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몇 년 전에 〈한국문학과 실향·귀향·탈향의 서사〉라는 제목의 책을 여러 연구자들과 함께 펴낸 적이 있다. 근...대소설의 전개과정에서 우리에게 던져진 이 서사 모티프들이 소설의 내적 형식으로 매우 매력적인 것임을 새삼 확인하게 되면서 이 책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국연구재단의 출판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가속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처음 기획하면서 필자가 머리에 그렸던 설계도의 내용들 중에는 이 책에 담지 못한 부분이 더 많다. 무엇보다도 작품 당 기술할 내용들이 일정한 양을 요구하다보니 다룰 수 있는 대상의 한정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다음 책을 기약하기로 하고 이 책에서는 여로형 소설의 출발선과 큰 흐름을 중심으로 꾸리기로 했다. 여로형 소설 연구의 출발점은 아무래도 개념과 유형 제시로부터 이루어져야 하기에 1장에서는 유형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중심으로 서술했다. 기존에 널리 사용하던 직선형과 원점회귀형 대신 목적 달성 여부와 여행 주체의 후속 행위를 중심으로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보았다. 작가가 주인공이나 주요 인물을 여행을 보내는 것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장에서는 고전 소설을 대상으로 여로 구조의 문제를 살펴보았다. 이 연구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부분이다. 고전 소설 연구는 필자의 전공 영역이 아니기에 조심스러웠고 현대 소설과는 달리 작품이 고정되어 있으니 가급적 모든 작품을 여로 구조의 측면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작용했기에 그러했다. 지향은 그러했으나 구현은 다하지 못했다. 특히 조선 후기에 집중적으로 창작된 장편가문소설까지 감당해 내기에는 필자의 역량이 부족했다. 현대의 대하소설들은 꾸준히 읽어 왔기에 해당 부분을 적출하여 접근할 수 있었으나 거의 대부분 새롭게 읽어내야 할 작품들인지라 방대한 내용을 꼼꼼히 읽고 여로를 세밀하게 읽어내는 일은 시간 상으로 버거웠다. 연구재단 측의 평가위원도 이 장편 가문소설들의 중요성과 의미를 지적하며 적절한 작품을 추천하는 조언까지 해주었으나 여기서는 다루지 못하고 후속 연구에 담아내기로 했다. 2장을 서술하는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김만중의 〈사씨남정기〉의 여로였다. 주인공 부부의 행적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살피다보니 그 여로가 매우 정밀하게 설정되어 있으며 여로에 뒤따르는 장소와 시간 등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었고, 여기에서 김만중의 장르 의식이 상당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하게 되었다. 판소리계 소설인 〈흥부전〉의 경우 다소 비약에 가까운 논리라 할 수 있는, 내포적 여로 구조라는 개념을 상정해 보았는데, 놀부의 인생 역정을 감추어진 여로라는 맥락에서 접근해 보았다. 판소리계 소설 일반이 보여주는 공간의 넘나듦이 환상적인 면모를 보여주되 현실과의 상동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이 들었고, 그렇다면 놀부의 여로를 상징이라는 장치를 통해 추정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소설의 확장적 이해라는 향유의 효용성을 우선시한 접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장에서는 개화기 이후의 소설들 중 여로형 소설에 속하는 작품들을 대상으로, 소설사의 흐름과 연관지어 좀 더 의미있는 부분들이라 판단되는 내용들로 구성하고 서술해 보았다. 워낙 다양한 여로형 소설들이 존재하기에 선택적 서술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여로의 공간과 시간의 문제에 집중해서 접근해 보자는 원칙을 세웠기에 다소 무리가 따르는 논리적 맥락임에도 불구하고 목차를 구성할 수 있었다. 여로형 소설에서 다룰 필요가 있는 서사적 요소로 ‘공간 탈출 의식’을 설정해 본 것도 우리 근대사의 특성과 소설의 연관성을 고려한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해방 공간, 6·25 전쟁, 산업화 등은 여로의 형성에서 시간적 요소와 공간적 요소가 ‘일(一) 대 다(多)’나 ‘다(多) 대 다(多)’의 결합 양상이 아니라 ’일 대 일‘로 수렴되는 양상이 나타나게 만든 서사적 배경들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해방 공간에서는 해외에서 국내로, 타향에서 고향으로 라는 동선 외의 범주는 의미를 가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 여행 자유화 시대를 독립된 항목으로 설정한 것도 이 시대적 배경이 여로형 소설에 미치는 의미가 다대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해외 여행 자유화 정책은 작가의 서사 경험의 확대에 이은 소설적 공간의 확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해당 정책의 시행 이후와 이전 소설을 견주어 본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4장은 여로형 소설의 향유의 양상을 전형적이고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례를 중심으로 꾸려 보았다. 소설교육의 장에서 여로형 소설이 기여할 수 있는 바와 문학치료학에서 매우 유의미한 기제로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을 보이고자 했다. 여로형 소설의 효용성을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다루지 못했지만, 이후에는 문화콘텐츠 분야에서의 여로형 소설의 효용성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를 해보고자 한다. 이 책에는 기존에 발표한 논문들 중 일부를 전체적인 논지의 유지를 위해 재수록 했다. 또한 일부는 책을 내기에 앞서 관련 학회 심사를 통해 논지의 타당성을 평가받아 보고자 했다. 여로형 소설의 유형에 대한 검증과 대상 작품들의 다양성에 대한 조언이 있었는데, 분량 상의 문제로 미처 반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저술을 통해 보완해 가고자 한다. 이 책이 여로형 소설에 대한 보다 본격적이고 심도있는 논의가 이루어지는 데 일조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동환 [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학사 졸업,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석사 및 박사 졸업. 현재 한성대학교 창의융합대학 문학문화콘텐츠 학과 교수이며, 한국문학교육학회장을 역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