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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를 사랑했을까 
최화정 ㅣ 기파랑 ㅣ A Very Nice Girl
  • 정가
1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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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일
2023년 10월 16일
  • 페이지수/크기/무게
416page/149*210*27/648g
  • ISBN
9788965235071/8965235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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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영국인 MZ 세대 이모겐 크림프의 데뷔 소설이다. 원제는 A Very Nice Girl 런던에서 아르바이트로 카페에서 노래 부르며 오페라 가수의 꿈을 키우는 20대 가난한 여성이 자신보다 10살 많은 금융맨과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다. 결코 진지한 사랑이 아니었지만 그러나 그녀의 마음속에 마지막으로 떠오른 ‘그가 나를 사랑했을까’라는 의구심은 런던 거리의 황량한 가을 풍경만큼이나 쓸쓸하다. 성큼 어른이 된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사랑의 환상은 갖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장 나이 어린 저자 중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이모겐 크림프의 이 소설은 지금 현재 동시대의 가장 클래식한 성장 소설이다. MZ 세대를 많이들 언급하지만 막상 그들의 가난, 사랑, 정치 성향, 섹스, 직업이나 야망에 대한 한없는 불안과 좌절을 윗 세대는 잘 모르고 있다. 그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또는 자본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우리는 진지하게 물어 본 적이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세대 의식의 사회학적 보고서라 할 수도 있다. 줄거리 주인공 안나는 런던 외곽지역 출신으로 오페라 가수 지망생이다. 끊임없이 오디션을 보며 오페라 단역으로 출연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재즈 카페에서 팝송을 부른다. 여기서 그녀는 10여년 연상의 매력적인 중년 남성 맥스를 만난다. 그리고 예상할 수 있을 정도의 일이 일어난다. 상당한 데이트 비용, 시가지가 내려다보는 밝고 높은 아파트, 그녀가 초대 받지 못한 옥스포드의 주말 하우스 등. 처음에는 "즐기는 것"에 동의했던 안나는 결국 사랑에 빠진다. 시작부터 불균형한 권력 구조는 그들 사이에 간극을 벌여 놓았고, 그는 그녀에게 돈을 주기 시작했으며, 예술에 헌신했던 안나는 조금씩 그녀의 독립심을 잃어가게 된다. 결국 이 소설은 복잡한 가짜 연애에 빠져 있다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한 20대 여성의 자기 정체성 탐구의 이야기다. 스스로를 찾아가는 여정에서의 괴로움과 아픔, 그리고 살아가는 방식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애잔하고 발랄하게 그려져 있다.
  • 작가와 주인공 주인공처럼, 이모겐 크림프도 런던 음악 학원에서 성악을 공부했다. 소설은 음악적 배경이 주는 장점으로 인해 문장들은 힘을 갖는다. 이 책에 나오는 가장 좋은 장면 중 하나가 뮤지컬 티켓을 사려고 미친 듯이 돈을 모으는 안나의 모습이다. 그녀가 아르바이트로 벌어들이는 적은 돈과, 남자친구 맥스가 준 돈을 모아 뮤지컬을 보러 가고 싶어 하는 모습은 20대의 젊은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순수한 욕망의 표현이다. ‘남성의 시선’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탐폰은 자본주의적이다’라는 대화나 ‘라틴어는 가부장제의 언어이다’ 같은 대화 내용에서 MZ 세대 특유의 페미니즘 또는 정치 성향을 알 수 있다. 안나의 룸메이트는 ‘인터넷 시대의 남녀 관계에 대한 여성주의 해체’를 묘사하는 책을 쓰고 있다고 했다.
  • 하나 7 둘 167 셋 337 넷 393
  • 그는 바텐더를 부르기 위해 몸을 돌렸고 나는 그가 말하는 모습을 쳐다보았다. 편안하고 자신감에 찬 남자, 그의 명령이라면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그런 종류의 남자였다. 그는 아마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으로 나보다 나이가 많았고 매력적이었다. 넓은 어깨에 도시 남자들이 하는 전형적인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여성스러운 구석이 있어서 아름다웠다. 아마도 눈썹 때문일까. 그는 매력적인 긴 속눈썹을 가지고 있었다. 여자 속눈썹처럼 둥글게 말아 올라가고 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아름다움은 왠지 차가웠다. 그 아름다움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거의 알 수 없었다. 나는 누군가 심술궂은 말을 하면 울면서 선생님에게 달려가는 그런 끔찍하게 예민한 아이들 중 한 명이었고, 세상의 도덕성을 전적으로 확신하고, 사람들이 해야 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으며 사람들은 항상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했다. 내 인생은 모두 초라하고 싸구려인데다 수치스럽다. 네 벽이 있지만 페인트칠과 밝은 톤의 가구-임시로 만든 방에 결코 그 방에 살지 않을 사람들이 그 방만을 위해서 산 가구-를 망칠까봐 사진 한 장을 걸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인생. 그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 거다. 내 헤어 브러쉬에 얽혀 있는 로리의 머리카락과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로리의 서랍에 들어있는 내 옷. 아래층 층계참에서 속삭이는 집주인 P의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나 쓸 수 있는 욕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런 인생의 추함, 이런 인생을 자랑스럽게 내보일 용기는 없었다. 얼룩이 지워지지 않는 속옷, 오래되어 뭉치고 건조해져 들떠 있는 화장, 구두 굽을 못 갈아서 금속이 바닥에 부딪히는 바람에 걸을 때마다 따각 따각 소리를 내는 하이힐, 그가 내 구두를 알아채지 않기를 계속 바라면서 그의 농담에 맞춰 웃으려는 나의 노력. 이런 표정을 짓기 위해 내가 애쓰고 있다는 것을 그가 모르기를. 그리고 내 인생의 권태로움. 매달 남아 있는 돈을 확인해야 하는 권태로움.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 지하철 안에서는 한 무리의 술 취한 남자들이 별것도 아닌 일로 떠들고 있었다. 나는 그의 명함을 끼워 넣으려고 프레보의 마농을 꺼냈다. 나는 음악원에서 마농 대역을 맡고 있었고, 원전을 읽고 싶었다. 로리가 책 표지를 쳐다보았다. 그 여자는 창녀지, 맞지? 로리가 말했다. 마농? 그 책 읽은 것 같아. 몰라. 아직 시작도 안 했어. 글쎄, 창녀가 맞아. 그 표지에 있는 사진을 봐봐. 그리고 여자가 창녀나 뭐 그런 게 아니라면 남자들은 여자 이름을 제목으로 하는 책을 쓰지 않아. 그렇지 않은 책으로 생각나는 게 있어? 보바리 부인. 나는 말했다. 그 여자는 창녀가 아니야. 글쎄, 직업적으로는 아니지만 확실히 창녀 비스무리해. 안나 카레니나. 마찬가지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그건 아동용 책이야. 그녀는 말했다. 예외야. 더는 생각이 안 나. 우리는 집에 가는 내내 별 것도 아닌 일에 웃고 떠들었다. 하지만 집이 있는 거리에 들어서자 로리는 침울해졌다. 그녀는 말이 없어졌고 몇 번 한숨을 쉬었다. 나도 화나고 역겹고 절망적인 기분이 되었으며 로리도 그런 기분이라는 것을 알았다. 로리는 문에 열쇠를 끼우면서 말했다. 이 망할 놈의 집, 이 망할 놈의 인생, 애나, 이 짓을 우리가 왜 하는 거야? 제대로 된 직장을 잡아야 해. 꼭 그래야 해.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나는 준비했던 말을 하려던 참이었다. 난 더 이상 가수가 되고 싶지 않아요. 여기 잠깐 동안 있을게요. 괜찮죠? 하지만 엄마가 말을 막았다. 물 한 잔 가져다 줄래? 나는 하려던 말을 미룰 ...
  • 최화정 [저]
  • 서울대학교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템플 대학교에서 수치해석으로 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 대학교 쿠란트 수학연구소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지냈으며 숭실대학교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청심국제중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2009 개정교육과정 중등수학 교과서》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전체를 보는 방법》 《만화와 함께하는 즐거운 통계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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