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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세상은 불안하다 : 일상을 깨뜨린 비극, 이름으로 톺아보기
정한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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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0일
  • 페이지수/크기/무게
227page/149*210*18/450g
  • ISBN
9791187685784/118768578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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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 좀 더 친절해지기를… 아이들에게, 또 한때 아이였던 어른들에게…” 사실 인색하지 않은 사람이 되길 언감생심 꿈꾸지도 않는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므로, 나는 또 내 삶에서 가장 적당한 것들을 찾아 안주하려 들 것이다. 다만 한 번씩 인색한 나를 깨닫는 순간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매번 깨닫고, 깨달을 때마다 돌아볼 곳을 확보하여 둘 뿐이다. 이 글을 쓰는 것도 그 일환이었다. 이때마다 나는 내게 힘주어 말한다. 당신의 세상은, 불안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같은 지구에 산다고 해서 우리 모두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밟고 사는 기반이 어딘지에 따라 우리가 보는 세상은 전혀 딴판이 된다. 그러나 우리는 시시콜콜한 타인의 삶을 다 알기엔 너무 바쁘고, 내 세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이 분주함은 현대 사회의 병폐가 아닐까. 우물에 독을 풀면 마을 사람들이 단체로 앓아눕듯, 우리 모두가 앓는 병. 시간 여유가 없는 물리적 상태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시간이 있어도 산란한 마음, 가만히 쉬는 법을 잊은 마음, 멀거니 앉아있을 수 없는 마음, 그래서 반경 얼마간 바깥의 이야기에는 도무지 귀를 기울일 수 없는 마음 상태. 우리 잘못이라는 건 아니다. 우리는 독이 풀린 우물 물을 마신 사람들처럼, 그저 이 시대를 호흡하며 살고 있을 뿐이므로. 그러나 언제까지 이렇게 앓아야 할까?
  • 말해도 말할 수 없던 것들을 말할 수 있게 되었고, 읽어도 읽히지 않은 것들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름 하나만 내세워서는 기록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이름을 찾아 헤매다 보면 응당 마주치게 되겠거니, 어떻게든 쓰게 되겠거니 생각했던 이야기들에는 놀랍게도 ‘하나의 이름’이 없었다. 아프가니스탄도, 위구르도, 스레브레니차 집단살해도 그랬다.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이름이 아니라 통계의 거대한 숫자로, 혹은 익명으로만 존재했다. 차마 다 담지 못한 그 이야기들이 아직 이 세상엔 묵직하게, 또 불안하게 고여 있다. 쓰지 못한 이름도 읽히길 바랄 뿐이다. - 에필로그 중에서 나 이미 내 세계에는 안전하고 무사하지 못한 이름들이 들어와 있다. 시선을 들어올린다. 주변으로, 바깥으로. 이제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내가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얻었던 것들-평화라는 단어를 모르고 평화롭게 자란 어린 시절, ‘자연 보호’나 ‘물 부족’ 같은 말을 학교에서 포스터나 표어 그리기를 할 때만 떠올려도 되었을 만큼 늘 자연 속에서 풍요로웠던 모든 날들, 빛과 어둠을 물리적 단어로만 이해해도 되었던 그 모든 깜빡거리던 시간 같은 것들-을 당연스럽게 받지 못하고 사는 이름들을 생각한다. 여기가 나의 출발점이다. 어떤 이름들을 바라보며 나의 망을 짜 내려가기 시작했다. 촘촘하고 탄력 있는 어떤 것이 되기엔 아직 한참 모자란 나의 망은 얼기설기 해시태그만한 크기에서 시작했다. 그래서 시작은 아시파였다. #JusticeForAsifa라는 해시태그를 보고 어딘가 쿵 맞은 것만 같던 그 순간 이 글은 시작되었다. 이 글에 있는 이름들과 삶의 한 조각씩 닮아 있던, 친구라고 불렀던 이름들을 생각하며 썼다. 세상이 좀 더 친절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썼다. 아이들에게 또 한때 아이였던 어른들에게. 가급적 21세기 위주로, 멀리 가도 20세기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15명의 이름을 찾았다. 어떤 이름들의 이야기는 오랜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아 좀 더 먼 곳에서 끌어왔다. 신문에 싣는다면 국제 면부터 사회 면까지 다양한 데 들어갈 내용들이 섞여 있지만, 다 담지 못한 이야기가 너무 많다.
  • Prologue 당신의 세상은 불안하다 1 70년 묵은 괴물이 저지른 살인_ 아시파 바노 2 시가 되어 묻힌 아들_ 김희윤 3 끝 모르는 악몽_ 아일란 쿠르디 4 어둠 덮인 땅에도 희망은 자란다_ 말랄라 유사프자이 5 전장의 소년병이 집으로 가는 길_ 이스마엘 베아 6 사막의 꽃, 인간으로 우뚝 서다_ 와리스 디리 7 말에 치여 죽더라도 해야 했던 말_ 에밀리 데이비슨 8 우산을 들고 싸웠다_ 조슈아 웡 9 초연하고 예리한 시선으로_ 네이딘 고디머 10 그의 몰락에 책임 없는 자만 돌을 던져라_ 카고 아이 11 도로시를 아껴준 건 나쁜 마녀뿐이었다_ 주디 갈란드 12 신을 찾았지만 하늘은 텅 비어 있었고_ 실비아 플라스 13 ‘밴디드 퀸’의 싸움_ 풀란 데비 14 우리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_ 알렉산드라 레이즈먼 15 평화로 가는 문이 열렸으니_ 김복동 Epilogue 하나의 이름 뒤에서
  • 기쁠 희, 자손 윤. 분명 한 집안을 꽉 채울 만큼 큰 기쁨을 가져다주는 아이였을 텐데, 그 기쁨은 채 피어 보지도 못하고 졌다. 아이가 일찍 세상을 뜬 건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짧은 생애를 메웠을 분위기에는 어른들의 할 몫이 있었다.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 주지 않는 아버지, 오히려 어머니를 찍어 누르는 할머니, 할머니와 어머니의 갈등으로 치부해 두고 관계에서 물러나 있는 아버지, 그리고 할머니와 아버지가 그렇게 행동하게끔 짜여 있었던 사회 구조. 어른들이 기쁘지 못한 세상에서 자손이 기쁠 수는 없다. _p35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면서, 서로의 손을 잡고 있다. 2023년 1월, AP통신은 부르카로 얼굴과 몸을 가린 아프가니스탄 체육인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복싱 글러브를 착용하고 트로피를 끌어안은 사람, 당당하게 농구공을 들고 서 있는 사람, 축구공을 하나씩 들고 부르카 아래로 반바지와 운동화를 보이는 사람들, 그밖에도 무에타이, 주짓수, 우슈, 태권도, 크리켓, 스케이드보드까지 다양한 운동을 하는 여성들이 힘찬 모습 그대로 카메라 앞에 섰다. 부르카로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선명하게 느껴진다. 이들은 나 와, 우리와 마찬가지로 운동하고 땀 흘리며 웃기도 하고 즐기기도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자기 몸을 긍정하고,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오늘을 살고자 애쓰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가둔다고 쉽게 갇힐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 _p69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선 사람 하면 우리는 모두 넬슨 만델라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넬슨 만델라는 혼자가 아니었다. 이들은 서로의 동료였다. 같은 조직에서 활동한 이력도 있다. 넬슨 만델라가 1964년에 종신형을 선고받고 마지막 변론 기회마저 연설로 빛낼 때 그 자리에서 그를 지지한 사람, 넬슨 만델라의 연설문을 함께 손 본 사람, 1990년에 마침내 만델라가 석방되었을 때 얼른 만나고 싶어 한 사람들 중 하나. 남아공에 사는 백인으로서 인종 차별을 반대한 사람, 네이딘 고디머가 그런 사람이었다. 정권과 마찰을 빚지 않았을 리 없다. _p121 사회 구조 전체가 사람을 짓누르고 있을 때, 그 구조 안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자들이 그렇지 못한 자들에게 함부로 범죄를 저질러댈 때, 그 역방향으로 저지르는 범죄‘만’을 부각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물론 범죄는 범죄다. 그러나 상대 쪽의 범죄를 보지 않는 누를 범해서는 안 된다. 온건한 방법으로 의사 표현을 할 수는 없었겠냐는 말은 풀란의 환경에서는 어불성설이다. 풀란에게는 온건한 의사 표현 방법이 하나도 주어지지 않았으니까. _p180 언젠가 오사카 시장이 망언을 했을 때 김복동은 오사카 시청까지 달려갔다. 시장 나오라고 엄포를 놓았다. 시장은 당연히 나타나지 않았고, 담당 공무원의 죄송하다는 공염불만 하염없이 들어야 했다. 대쪽 같고 진중한 목소리로 엄포를 놓다가, 기어코 돌아서면서 그는 덤덤하게 말한다. 그 시장이 오늘 나왔으면 나한테 호되게 당했을 건데 안 나와서 산 거라고. 그는 시장이 나오지 않을 거란 걸 처음부터 알았을 것이다. 상대의 반응과 무관하게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명확히 전한 것이다. 담배를 후 불며 말하는 그 장면은 마치 느와르 영화 같았다. _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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