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것없는 능력으로 혼자 미궁 7층에서 살아남은 이철호.
외롭게 하루하루를 버티던 그때, 상태창 알람이 떠오르는데……
[System]: 미궁의 모든 모험가가 사망하였습니다.
[System]: 미궁을 최초 상태로 되돌립니다. 모든 모험가를 초기화시킵니다.
그 순간, 쓸모없다 여겼던 이철호의 능력이 초기화에 저항한다!
-[불변의 정신]이 상태 이상 [초기화]에 저항합니다.
-저항 성공!
회귀 전의 지식과 정보, 레벨과 능력치, 능력과 기술.
인벤토리 안의 못 하나 빠짐없이.
전부 다 가진 채로 회귀한다!
편집자 코멘트
쓸모없다고 여겼던 고유 능력, 정신계 상태 이상 방어 능력이 초기화되는 미궁에 저항하여, 이전 미궁의 정보와 레벨을 그대로 유지한 채 회귀하게 된 주인공의 미궁 공략기를 그려 낸 작품입니다. 능력은 보잘것없지만, 미래를 알고 있는 주인공이 정보를 활용하여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을 할 수 있게 집필된 작품입니다.
회귀 전의 지식과 정보, 레벨과 능력치, 능력과 기술.
인벤토리 안의 못 하나 빠짐없이.
전부 다 가진 채로 회귀한다!
주변은 잠잠했다.
해일이 들이닥치다 말아서 모든 것이 쓸려나간 해안가는 물론, 해일 때문에 시야가 확 트인 산정 호수마저도.
이렇게 트리톤이 많건만, 그들은 모두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하나 뿐이었다.
“…죽, 죽은… 건가……?!”
트리톤 챔피언의 몸에 현신한 [말과 돌고래 애호가]의 눈가가 경련했다.
이철호에게 연결되어 있던 채널이 완전히 끊겼다.
이쪽에서도 메시지를 보낼 수 없고, 저쪽의 말도 들리지 않는다.
아니, 과연 들리지 않는 걸까?
침묵 중인 게 아닐까?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큭!”
[애호가]는 이를 꽉 물었다.
으드드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머리 내부에서 들렸으나, [애호가]는 상관하지 않았다.
자신의 육신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다.
만약 여기서 이철호가 패배한 거라면?
트리톤해 연안의 수복은 물론이고 트리톤족의 존속까지 위태롭다.
이미 회복했던 세 개의 해안선도 해일로 완전히 뒤덮인 상황이다.
심해의 바닷물로 더럽혀진 해안선을 복구하는 건 고사하고, 다시 [깊은 곳에 온 것]들의 일부들로 뒤덮인 영역을 되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몇몇만이라도 도망보내야 하나?”
좀 더 내륙의 호수로 도망치면 종의 존속은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바싹 마른 땅 위를 이동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트리톤족이 죽어 나갈까?
트리톤족이 줄어들수록 [애호가] 성좌의 힘이 깎여 나가는 것은 둘째 문제다.
더욱 절망적인 상황은 힘이 깎여, 살아남은 트리톤족조차 제대로 간수할 수 없게 되는 것이었다.
그 절망은 이미 현실화된 것일지도 몰랐다.
이대로 이철호가 죽은 것이라면…….
“아니, 놈은 살아 있다.”
근거는 없다.
그저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일 뿐.
이게 아니라면 절망밖에 없기에, 가능성이 낮은 희망을 믿도록 내몰린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무기력한 절망보다는 희박한 희망이 낫다.
그렇게 믿은 [애호가]는 트리톤족 전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집결하라!”
작전은 하나. 이철호의 구출.
“나를 따르라!!”
선두는 물론, 성좌가 깃든 챔피언이었다.
와아아아아!!
몇 년 전 갑작스럽게 나타난 [깊은 곳에서 온 것] 때문에 그 숫자가 줄어들긴 했지만, 전사의 수는 결코 적지 않았다.
그 이전까지는 이 해안선 전체를 점령하며 번성하던 종족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걷는 것보다 헤엄치는 것이 익숙한 이들이었으나, 거친 산길을 오르며 피난했던 것이 훈련이 되었는지 모두 잘 따라오고 있었다.
그렇다, 이들은 싸울 수 있었다.
전사인 이상, 싸워야 했다.
그럼에도 전사들을 내보내지 않고 용사의 재림을 기다린 것은 아이들의 목숨을 아꼈기 때문이었다.
바보 같은 결정이었다.
처음부터 함께 싸워야 했던 것을!
종족의 운명을 한 남자의 어깨에 올려놓고도 부끄러운 줄도 몰랐다니!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이렇게 나서게 된 것에 [말과 돌고래 애호가]는 크게 자책했다.
“살아만 있어다오, 살아만……!”
트리톤 챔피언과 트리톤 전사 부대가 산길을 벗어나 해안에 들어서자, 역겨운 심해의 해수 속에 우글거리던 [깊은 곳에서 온 것]의 일부들이 그들을 주시했다.
“돌겨어어어억!!”
[말과 돌고래 애호가]는 크게 외쳤다.
자신의 성좌, 종족의 아버지가 가장 앞서자 아이들 또한 두려움 없이 심해의 바닷물 속으로 발을 디뎠다.
그러나 다음 순간.
펑!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이 일어난 방향은 바다 쪽이었다.
마치 고고한 바위섬처럼 바닷속에 반쯤 잠겨있던 [크라켄 신]의 피부가 폭발한 거였다.
“크어억!”
그리고 폭발이 일어난 곳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영, 영웅이여!”
본래라면 챔피언이, 성좌가 울음 섞인 외침을 터트리는 것은 그 위신...에 큰 흠집이 되리라.
그러나 지금만큼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아아아아아!!
트리톤들이 함성을 터트렸다.
이철호가 돌아왔다.
홍성은 [저]
출간작으로 『대표작 도서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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