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의 말씀은 주보에 글을 연재해 달라는 것이었다. 아예 연재할 글의 콘셉트까지 정해 놓고 계셨다. 교우들이 읽으면서 신앙생활도 돌아보고, 문학 작품 한 편씩 덤으로 얻게 되는 글. 처음엔 쉬울 거라 생각했다. 신앙을 다루는 문학 작품은 많고, 그걸 소개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신부님의 마지막 한마디가 명치에 걸려 연재 내내 힘들었다. 글 속에서 나의 신앙도 돌아보게 된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글을 쓸 때마다 ‘내 신앙의 깊이’에 대한 의문에 마음이 무거웠고, 작품을 고르는 일도 점차 힘들어졌다.
이렇게 부족한 마음에서 쓴 글이면서도, 3년 연재를 마치고 책으로 묶을 용기를 낸 것은 ‘글 참 잘 읽고 있다’는 주위의 성원 덕분이다. 글에서 소개한 소설을 꼬박꼬박 찾아 읽는다는 분, 우리 문학에 이렇게 다양한 신앙 이야기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는 분, 그리고 나의 글을 참 좋아하시는 연로한 우리 엄마. ‘성원에 보답한다’는 멘트는 식상하지만, 이것이 책을 묶는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겨울 - 고통 속에서 찾는 응답
주님이 보내신 선물？ㆍ14
·전영택의 「크리스마스 전야의 풍경」
참혹한 이 잔을 거두어 주십시오？ㆍ18
·김동인의 「이 잔을」
인간을 위한 순교？ㆍ22
·김은국의 「순교자」
유다의 죄, 고뇌, 구원？ㆍ26
·박상륭의 「아겔다마」
고통 속에서 찾는 응답？ㆍ31
·박완서의 「한 말씀만 하소서」
정의와 양심, 그리고 진리를 위해 싸운 바비도？ㆍ36
·김성한의 「바비도」
권력에 맞서는 우리들의 자화상？ㆍ40
·이승우의 「에리직톤의 초상」
우리들 속의 ‘사제’？ㆍ45
·현길언의 「사제와 제물」
두 개의 십자가？ㆍ51
·김동리의 「사반의 십자가」
어떻게 용서할 것인가？ㆍ56
·이청준의 「벌레 이야기」
봄 - 마음의 태양을 따라가는 길
무엇이 신앙인가 ？ㆍ62
·최인훈의 「라울전」
부활의 봄？ㆍ67
·김동리의 「부활」
일상의 기적은 어디 있을까？ㆍ72
·송상옥의 「흑색 그리스도」
마음의 태양을 따라가는 길？ㆍ76
·김의정의 「목소리」
강박적 신앙에서 잃어버린 것 ？ㆍ81
·이범선의 「피해자」
신앙의 길은 어디에? ？ㆍ86
·송우혜의 「고양이는 부르지 않을 때 온다」
천주님은 크신 분 ？ㆍ91
·최은영의 「밝은 밤」
신앙의 유랑민 ？ㆍ96
·황순원의 「움직이는 성」
당신의 손길은 ...어디에?？ㆍ101
·정찬의 「종이 날개」
뜨겁거나 혹은 따뜻한… ？ㆍ106
·김원일의 「믿음의 충돌」
여름 - 우리들의 그림자
우리들의 그림자 ？ㆍ112
·김영하의 「그림자를 판 사나이」
아버지이지만 아버지가 아닌 인간의 고뇌？ㆍ117
·김동리의 「목공 요셉」
영원한 청년의 맑은 마음 ？ㆍ122
·윤동주의 「십자가」
고독한 영광？ㆍ127
·김동리의 「마리아의 회태」
주의 평화가 그대와 함께？ㆍ132
·한무숙의 「생인손」
지혜로서 기름 부은 자？ㆍ136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못의 시대, 부드러움으로 맞선다 ？ㆍ141
·이승우의 「못」
인간의 최선, 신의 최선 ？ㆍ146
·이승우의 「허기와 탐식」
도마야, 나는 아직 너를 도마라고 부른다 ？ㆍ151
·김훈의 「하얼빈」
가을 - 사랑은 공평하다
낮은 데를 비추는 빛？ㆍ156
·이청준의 「낮은 데로 임하소서」
사랑이 만드는 세상？ㆍ161
·박완서의 「옳고도 아름다운 당신」과 법정 스님의 「설해목」
사랑이 머무는 곳 ？ㆍ166
·김원일의 「마음의 감옥」
이 가을, 무엇을 할 것인가？ㆍ171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
이삭이 전하는 사랑 이야기 ？ㆍ175
·이승우의 「사랑이 한 일」
누군가를 바라보기？ㆍ180
·공지영의 「열쇠」
사랑은 공평하다 ？ㆍ184
·이승우의 「마음의 부력」
저만치 혼자서 피는 삶 ？ㆍ189
·김훈의 「저만치 혼자서」
우리 곁의 하느님？ㆍ194
·권정생의 「오두막 할머니」
김은정 [저]
경남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이며, 문학을 사랑하고, 사람에 관심이 많은 현대소설 전공자이다. 상허 이태준 소설로 문학 연구를 시작하였으며, 현재는 문학 속의 삶에 관심을 갖고 질병을 주제로 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문학, 그 황홀한 유혹』, 『서사주제학으로 읽는 우리 문학』, 『한국여성문학비평론』(공저), 『현대소설 시점의 시학』(공저) 등이 있고, 문학과 질병을 주제로 한 주요 논문으로 「현대소설에 나타난 치매의 의미」, 「박완서 노년소설에 나타나는 질병의 의미」, 「모녀 서사를 통해 본 ‘치매’의 상징성 연구」, 「이청준 소설에 나타나는 배앓이의 의미 연구」, 「현대소설의 병리적 상징성 연구」, 「질병의 의미를 통한 노년문학 연구」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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