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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보 선생님, 고려시대는 살 만했습니까 
강민경 ㅣ 푸른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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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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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page/149*224*29/811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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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56122746/115612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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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이 빚은 시인 이규보가 읊조리는 고려로 가다 고려를 알고 싶다면 지나칠 수 없는 그 이름, 이규보 ‘그때 그 시절,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았을까?’ 옛날이야기에 호기심을 가진 사람, 역사 삼매경에 빠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었음직한 의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역사 콘텐츠, 예컨대 사극이나 역사서, 박물관의 전시에서 당대 사람들의 생생한 삶과 생각은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널리 알려진 인물이나 굵직굵직한 사건이나 휘황찬란한 문화유산 위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1168~1241)는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이름이다. 800여 년 전 고려라는 왕조를 살면서 자신의 진솔한 심정을 담은 방대한 기록,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을 남겨서다. 《동국이상국집》에는 권력자의 뜻이나 특정 필요에 따라 지은 글도 있지만, 이규보가 살면서 붓 가는 대로 자신의 처지와 생각을 풀어 놓은 시와 글이 더 많다. 찬찬히 읽어보면 무신정변 후 무인들이 정권을 잡고 호가호위하던 고려의 혼란을 온몸으로 겪어낸 지식인의 모습이 생생하다. 누구에게는 아부꾼으로, 누구에게는 대문호로 평가받는 이규보가 그리는 고려, 그 속으로 들어가 보자.
  • 오늘은 시 한 잔, 내일은 술 한 수-이규보가 들려주는 이규보 이야기 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을 역사의 장으로 안내하는 한편 학술적 연구도 소홀히 하지 않았던 저자 강민경(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은 이규보, 나아가 고려 ‘사람’의 삶과 생각을 총 89꼭지에 담아 펼쳐 보인다. 각 꼭지마다 직접 그린, 해학적이면서도 날카로움을 잃지 않았던 이규보를 닮은 듯한 삽화를 수록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저자가 이규보의 글에서 만난, 오늘의 우리와 비슷하지만 또 다른 모습으로 살았던 800여 년 전 고려 ‘사람’의 모습은 어떠할까. 《동국이상국집》에 담긴 이규보는 과거시험에 합격하고도 벼슬을 못 구해 높으신 분들에게 작은 벼슬자리 하나만 허락해 주십사 구관시求官詩를 지어 올릴 정도로 구직에 목매던 백수이기도 했고, 술 좋아한다는 소문이 절까지 퍼져 스님이 친히 술상을 내올 정도의 술고래이기도 했으며, 하루가 다르게 나오는 배와 빠지는 머리카락을 보며 절로 한숨을 내쉬던 ‘동네 아저씨’이기도 했다. “나 때는 말이야~”라 말하며 ‘라떼’를 찾기도 했고, 술을 진탕 마신 다음 날 숙취에 몸서리치는 이에게 숙취 해소제로 술 닷 말을 권하기도 했으며,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것이 자연의 이치인데 토실(일종의 온실)은 그러한 “하늘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이라 말하며 당장 허물라고 하인들을 닦달하는 ‘꼰대’같은 짓을 벌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아재’ 같은 모습이다. 그럼 이규보에게 ‘아재’스러움만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이규보는 가족과 백성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잃지 않고 치열하게 분투한 사람이기도 하다. 추위에 오들오들 떠는 아내와 자식을 위해 “약목若木을 베어와 태워 숯을 만들어/ 우리 집과 온 천하를 두루 따습게 해서/ 추운 섣달에도 늘 땀을 흘리게 하리다”라 다짐하기도 했고, “활처럼 굽히지 않고 항상 곧으면/ 남에게 노여움을 받게 되니라/ …… 오직 사람의 화와 복은/ 네가 굽히고 펴는 데 달렸느니라”라 말하며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허리를 굽실거리던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기도 했다. 피부병, 생손앓이, 두통, 치통, 천식, 소화불량에 갈증이 돋는 질환까지 온갖 병에 시달리면서도 작은 벼슬자리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기도 했고,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입을 가지고 있기에 백성을 씹어 먹는가’라 일갈하며 지방관, 향리의 수탈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또 그는 검은 고양이를 기르면서 귀여워하는 동시에 “공밥만 먹지 말고 저 쥐들을 섬멸하거라”라 권하는 ‘집사’이기도 했다. 고려를 먹고 마시고 쓰다 독자 입장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규보가 먹고 마시고 쓴 ‘고려’의 일상적인 생활상이다. 저자는 이규보의 글을 통해 고려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먼저 먹는 것부터 보자. ‘붉은 생선[紅鱗]’을 회 뜨고 술잔을 기울였다는 이규보의 시에서는 아무리 늦어도 “이규보가 살던 13세기 초에는 고려 사람들이 생선을 회쳐서 먹을 줄 알았다”는 사실을 짚는다. 이규보가 특별히 예찬한 ‘게’와 관련해서는 ‘게젓[??] 한 항아리’라는 글귀가 적힌 죽간이 출토된 ‘마도 1호선’과 지방에서 세찬歲饌으로 올려 보냈던 게를 언급한 고려 후기 시인 목은 이색李穡(1328~1396)의 시를 덧붙이면서 고려 사람들이 게를 적잖이 즐겼으리라고 추정한다. 흙 씻어내고 솥에 넣어 삶아 쌀밥과 함께 먹으면 생선이나 돼지고기보다 낫다고 한 ‘미나리’, 구워 먹으면 ‘신선이 되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송이버섯’ 이야기도 간간하게 펼쳐 보인다. 다음으로 마실 것-이규보 하면 빠질 수 없는 술부터 보자. 저자는 생선을 회로 떠서 술잔을 들었다는 이규보를 보며 요즘 같으면 ...
  • 들어가며 서설_이규보, 술 마시고 글 지으며 고려를 살다 간 사나이 천재 문인의 젊은 날|글만 잘 짓는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시작은 비록 미약했으나|그의 붓은 결코 무디지 않았네|고려 역사와 문화의 화수분, 《동국이상국집》 1_나로 말할 것 같으면-이규보가 이야기하는 이규보 큰 키에 투박한 얼굴|머리숱은 줄고, 배는 나오고|고기만 보면 참지 못해|생선회와 게찜을 즐긴 미식가|버섯 향기 그윽하고 미나리는 맛이 좋아|하늘에서 술이 비처럼 내려와|막상 멍석을 깔아주면|마시고 마시고 마셔도 목마르네|아이고 가려워, 평생 피부병에 시달려|눈 아픈 것도 서러운데 짝퉁에 속고|나 이런 사람이야 2_지친 발걸음 속 잠깐의 여유-이규보, 이 사람이 사는 법 굽히지 않았음을 후회하노라|책 읽고 발도 담그고, 그곳이 어찌 잊히랴|고려 ‘집사’ 이규보|줄 없는 거문고를 뚱땅거린 풍류|졌다, 하지만 항복은 못 한다|낮잠을 자기에는 역시 비 오는 날|부처님, 술 좀 마시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산에 사는 스님이 달빛 탐내어|지친 나를 받쳐준 너|차맷돌을 돌리고 돌리고호|꽃 피고 풀 자라는 시인의 집 3_그대가 없었다면-이규보의 가족과 친구, 그리고 아는 사람들 ...
  • 그 시대의 지식인 이규보는 자신의 삶과 생각, 그리고 자신이 겪고 보고 들었던 일을 글로 적을 수 있었지요. 그의 글은 운 좋게 지금까지 살아남았습니다. 오늘의 우리와 비슷하지만, 또 다른 모습으로 살았던 800여 년 전의 고려 ‘사람’의 이야기를 품고서요. 이를 깨달은 것, 그것이 바로 《동국이상국집》 속 여러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낸 이 책이 만들어진 계기입니다(7쪽). 이규보는 스스로를 ‘삼혹호선생三酷好先生’이라 불렀다. 시와 술, 거문고 세 가지를 좋아하여 끼고 산다는 뜻이었다. 이것만 봐도 그의 성격이 대강 짐작된다. 낭만적이고 섬세한, 그야말로 문인이라 할 만하다. 그는 틈만 나면 시를 짓고 글을 썼다. 《동국이상국집》에 실린 시만 해도 2,000수가 넘는다. 젊은 시절의 글들을 때때로 불태우곤 했다니 아마 평생 1만 수는 족히 짓지 않았을까 싶다(24쪽). 그는 고대의 역사나 철학 같은 거대한 담론뿐만 아니라 작은 벌레나 흔한 술 항아리 같은 주변의 사물에도 시선을 둘 줄 알았고, 깊은 통찰력으로 무신정권이 지배하고 있던 당시 고려 사회의 문제점도 꿰뚫고 있었다(24~6쪽). 이규보는 청운의 꿈을 안고 글을 짓기도 했고, 실의에 빠져 술로 세월을 보내기도 했으며, 늘그막엔 높은 벼슬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그가 벼슬을 얻고자 벌였던 일들은 후세의 지탄을 받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규보의 시를 짓고자 하는 욕구와 술에 대한 열망은 식지 않았다. 그것은 800년 전을 살았던 동네 아저씨 이규보를 대문호이자 시대의 증언자로 만들었다. 술 마시고 글 지으며 고려라는 나라를 살다 간 이규보, 그가 남긴 고려의 이야기는 넓고도 깊었다(31쪽). 〈남헌에서 우연히 읊다〉는 ‘생선회’가 등장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으로도 평가받는다. …… 선사시대 유적에서 생선을 잡기 위한 낚싯바늘이나 그물추가 적지 않게 출토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오래전부터 날생선을 회로 떠서 먹는 문화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긴 하나 문헌으로 보이는 기록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규보가 살던 13세기 초에는 고려 사람들이 생선을 회쳐서 먹을 줄 알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49쪽). 고려시대 전라도 지역에서는 농게를 젓갈로 만들어 반찬으로 즐겼고, 그 명성이 개경까지 퍼져 있었던 모양이다. 고려 후기 문인 목은牧隱 이색李穡(1328~1396)도 자신의 시에 지방에서 세찬歲饌으로 올려 보냈던 게를 언급한 것을 보면, 고려시대 내내 게의 인기가 대단했던 듯하다(54쪽). 뭐니 뭐니 해도 이규보에게 가장 중했던 먹거리는 술이었던 듯하다. 실제 그의 문집 속 시문의 3분의 1 남짓은 술 마시고 읊거나 술을 소재로 읊은 것들이고, 문학 교과서에 실려 유명한 〈국선생전麴先生傳〉도 술이 주인공이다. 그에게 술은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날마다 함께하는 친구이자 창작의 촉매였다. 오죽하면 이규보 스스로 자신에게 깃든 세 가지 마魔 중 색마色魔는 떨쳤지만 시마詩魔와 주마酒魔는 버리지 못했다고 했겠는가(59쪽). 이규보는 어려서부터 병치레가 심했다. 피부병은 물론이고, 생손앓이나 두통, 치통, 천식에 소화불량까지……. 《동국이상국집》 곳곳에는 비루한 몸뚱이를 두고 한탄하는 중년의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담긴 시가 여럿 실려 있다(65쪽). 과거에 합격하고서도 오래도록 벼슬을 얻지 못하고, 기껏 얻은 지방관 자리도 떼여 끼니를 거를 정도로 고생하던 이규보 선생이 드디어 6품 참상관參上官에 오른 것은 그의 나이 마흔여덟 되던 1215년, 곧 고종 2년의 일이었다. …… 그가 이때 지은 시 가운데 얼룩무늬 아롱진 서대犀帶, 곧 무소뿔 허리띠를 두고 지은 시가 전해진다. …...
  • 강민경 [저]
  • 성균관대학교 한문교육과를 나오고, 같은 학교 사학과에서 석사과정(고려시대사 전공)을 졸업한 뒤 박사과정(고려시대사 전공)을 수료했다.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조교를 지냈고,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조선왕조실록정본화사업팀 연구보조원으로 있다가 2017년 말 국립중앙박물관 채용시험에 합격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학예연구사로 근무했고, 2022년부터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로 일하고 있다. 〈고려시대의 신라 출자의식과 그 사회적 성격〉(2019), 〈安中植 筆 〈碧樹居士亭圖〉와 金澤榮의 1909년 歸國〉(2021), 〈〈채인범 묘지명〉의 복원과 그 의의〉(2022) 등 몇 편의 논문을 썼으며, 학부 시절 《그림으로 읽는 고려도경》(2015)의 삽화를 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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