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서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한국학 분야 토대연구 지원사업의 성과로서 출간된 8종의 근현대 한국 지성사대계 총서 중 8권이다.
어두운 시대에 ‘뒤틀린 질서’를 바로 세우고자 세계에 맞서 투쟁한 근현대 한국 지성의 삶과 사상 중서재필 · 홍명희 · 여운형의 삶과 사상을 조명하였다. 시작은 비극이었다. 이들의 삶에서 끊임없이 재현되는 새로운 시작으로서 행위는 뿌리 상실 또는 뿌리 뽑힘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세 지성은 자신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 자체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오랫동안 한나 아렌트 정치철학을 연구하는 데 몰두했던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근현대 한국 지성의 삶과 역사적 사건의 정치적 의미를 고찰하고 지성사의 성격을 띠고 있는 외국 작품을 번역하여 출간한 지식과 이론적 통찰력을 ‘비극의 서사’라는 의미 있는 연구에 제대로 반영하고자 했다.
필자는 선행 연구들 다수가 비극의 서사라는 주제를 달고 있지 않더라도 민족의 비애, 정치지성의 비극적 열정과 실천을 조명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비극의 서사를 이야기하기로 재구성하는 데 있어서 가장 요구되는 능력은 상상력일 것이다.
선행 연구들은 세 지성의 삶과 사상에 관한 독자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기에 필자의 연구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필자는 이분들의 입장을 수용하면서도 서재필 · 홍명희 · 여운형 등 세 지성의 비극적 삶을 좀 더 뚜렷하게 드러내려면 문학적,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야기하기는 기본적으로 상상력의 발현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는 세 근현대 지성의 삶을 비극적 안목으로 고찰하고자 했기 때문에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한나 아렌트의 비극적 안목과 정치적 사유의 중요성을 많이 고려하였다. 이러한 해석에 기초한 필자의 입장은 종종 역사적 기술과 해석에서 벗어날 수 있기에 독자들에게 생소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본서는 비극의 서사를 이야기하기로 재구성하는 차별화된 내용으로 근현대 한국 지성사 연구뿐만 아니라, 근현대 한국의 정치적 ? 사회적 변동양상에 관한 광범위한 인문사회과학 연구의 기반자료 및 한국학 관련 교재나 학술자료로 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근현대 한국지성사대계 총서』를 출간하며
머리글
서론
제1부 분투적 정치행위와 비극적 숭고함: 서재필의 삶과 사상
제1장 어두운 시대의 세계에 맞선 선구자
제2장 개화기 ‘혼돈’질서와 저항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오판
1. 운명적 탄생과 정치적 전환의 계기
2. 임오군란과 서재필의 일본 유학
3. 개화파의 시대정신: 자주독립과 힘 있는 현대 국가
4. 갑신정변과 집안의 멸문: ‘과도한’ 열정과 판단착오
제3장 ‘뿌리 뽑힌’ 망명자의 변신과 귀국 이후 개혁운동
1. 일본 망명 시기의 비운과 깨달은 지혜: 오판의 인식과 실패의 자기책임
2. 미국 망명생활과 미국 시민으로의 변신: 시민권 획득과 의사로서의 활동
3. 조선의 영락(瓔珞)과 서재필의 우울한 귀향
4. 개혁운동의 새로운 기둥과 공공영역의 탄생
제4장 제2차 ‘망명’과 미국에서의 독립운동
1. ‘본의 아닌’ 망명: 서재필의 비애와 뿌린 씨앗
2. 강제 추방된 애국자의 일상적 삶과 정신적 고뇌
3. 3ㆍ1운동 이후 헌신적인 독립운동: 선전홍보활동과 『한수의 여행』
4. 비극적 영웅, 고토(故土)에 대한 성찰과 향수
제5장 미군정 조언자의 말과 행위
1. 송재의 귀국... 초청 문제: 김규식 제안과 하지의 추진
2. 애권자와 애국자의 서로 다른 길
3. 열렬한 체류 요청과 쓸쓸한 귀국
제6장 마무리하기: 뿌리 뽑힘의 비애를 넘어서
제2부 민족의 비극과 저항에 관한 이야기: 홍명희의 삶과 『임꺽정』
제1장 조선의 정조(情調)
제2장 조선의 사멸과 벽초 집안의 영락
1. 조선과 양반계급의 사해
2. 집안의 배경과 성장 시기
3. 문학에 대한 관심과 역사 인식
제3장 망명 지식인의 고뇌와 우정
1. 망명객들과 쌓은 정의(情誼): 동제사 활동
2. 남양행의 좌절과 어려운 귀국 결정
제4장 사해(死骸)국가의 회생을 위한 분투: 민족협동전선
1. 괴산 독립만세운동 주도와 투옥, 살림의 치폐(致斃)
2. 언론 · 교육활동과 사상 · 문예운동: 비타협적 민족주의
3. ‘고목에서 생명을 찾는’ 신간회: 협동전선운동의 결정화(結晶化)
제5장 이야기하기와 정치적 저항
1. 「봉단편」 · 「피장편」 · 「양반편」 연재 : 역사적 사건과 이야기하기의 시작
2. 「의형제편」 연재: 우정과 대동단결
3. 「화적편」 ‘청석골’장 연재: 공공영역의 부활
4. 「화적편」 ‘송악산’장~‘자모산성’장 연재: 저항과 몰락
5. 비극적 영웅의 유산: 대동단결과 조선 정조
제6장 소극적 저항과 새로운 시작
1. 정신적 유대와 소극적 저항
2. 좌우의 틈새에 선 중간파: 활동과 고뇌
3. 결어를 대신하여: 전통과 혁명
제3부 새로운 시작과 비극: 몽양 여운형의 건국 활동과 좌절된 꿈
제1장 새로운 시작의 재현
제2장 여(呂)씨 집안의 가계와 양평 시절의 몽양
1. 반골가문의 전통과 변화 기운
2. 근대교육의 수용과 교육운동
제3장 망명 시기 ‘여운형주의’의 형성 궤적
1. 정신적 ‘방랑자’와 저항하는 행위자의 두 모습
2. 신한청년당 활동과 자주독립 운동
3. 몽양의 동경 방문: 자치론의 반자주성 거부
4. 고려공산당 참가, 모스크바행, 국민대표회의 참가
5. 중국혁명운동 참여와 미래를 위한 대비
제4장 암울한 공간 속에서의 저항: 억압을 넘어 해방으로
1. 강제 귀국과 정신적 저항
2. 조선중앙일보 시절: 자주독립 정신 고취
3. 일본의 온갖 회유 · 협박과 몽양의 소극적 저항
4. 건국동맹(建國同盟)의 결성과 적극적 저항
제5장 여운형주의의 재현과 비극적 종말
1. 암울한 시대의 종말과 새로운 시작의 난관
2. 강대국의 신탁통치안과 각 정파의 주도권 경쟁
3. 좌우합작과 남북연합: 통일임시정부를 향한 고난의 길
4. 대의(大義)는 실패했는가?
제6장 좌절된 꿈의 재현을 기다리며
결론
부록: 연보
1. 송재 서재필 연보
2. 벽초 홍명희 연보
3. 몽양 여운형 연보
참고문헌
색인
홍원표 [저]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에서 「고전적 합리주의의 현대적 해석: 스트라우스, 보에글린, 아렌트」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나 아렌트 정치철학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언어외교(LD)학부 재직 중 교무처장과 미네르바교양대학 학장을 맡았으며, 현재는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정치학회 편집이사·총무이사·부회장을 역임했고, 한나아렌트학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저서로는 『현대 정치철학의 지형』(2002), 『아렌트: 정치의 존재이유는 자유다』(2011), 『한나 아렌트 정치철학: 행위, 전통, 인물』(2013), 『비극의 서사』(2018) 이외 다수의 공저가 있다. 역서로는 『혁명론』(2004), 『한나 아렌트 전기: 세계사랑을 위하여』(2007), 『이해의 에세이』(공역, 2012), 『정신의 삶: 사유와 의지』(2019),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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