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에 매주 목요일 연재했던 절집 순례기를 2년여만에 끝내면서 마지막 기착지로 옛 고향집을 선택한 수필가 구활 선생. 그가 고향집을 배경으로 한 오랜 그리움의 이야기를 다섯 번째 수필집인 『고향집 앞에서』에서 풀어낸다.
필자의 내면적 흐름의 근원을 담백하게 담아낸 이번 수필집에서는 마침내 그리움이 되어 흐르는 젊은 날 아버지를 향했던 원망과 꼿꼿하게 사셨던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을 고백하는가 하면, 어린 시절 고향 마을의 풍경 속에 담긴 옛 동무들의 아련한 모습들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또, 젊은 시절 함께 문학에의 꿈을 키워갔던 문우들 - 소설가 김원일, 시인 구상, 중광 스님, 화가 박용주 - 과 나누었던 기억들을 필자 특유의 풍류와 재치, 인정스런 문체로 되살려냈다. 흐르는 물처럼 막힘 없는 문장과 보석 같은 지난 날의 추억들이 자연스럽게 조합을 이루는 가운데, 저자가 직접 제작한 드로잉은 추억이 담긴 장소를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 보인다. 온 산하를 자유롭게 떠도는 가운데 터득했음직한, 저자 특유의 날카로운 직관과 충만한 여유가 함께 읽히는 책이다.
2년여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절집들을 순례하던 필자는 그 절집 순례의 마지막 기착지로 옛 고향집을 선택합니다. 오랜 여행 끝에,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이미 계획된 것도 아닌, 그저 자연스레 그의 생 가운데 가장 큰 그리움으로 자리잡고 있던 고향집, 그 마당앞에 선 것입니다. 전 언론인이자 수필가인 구활 선생의 수필집 <고향집 앞에서>는 그리움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필자의 다섯번째 수필집입니다.
다섯 권의 수필집을 상재하면서, 필자는 우리 땅 온 산하를 물처럼 바람처럼 자유롭게 떠돌며 중심에서 벗어나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는 고단한 삶의 여정을 필자 특유의 본질을 꿰뚫는 직관과 충만한 여유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수필집에는 이전의 필자의 수필집에서 볼 수 없었던 필자의 내면적 흐름의 근원이 담백하게 담겨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마침내 짙은 그리움이 되어 흐르고, 장부처럼 꼿꼿하게 살아온 어머니의 생애가 애틋하게 흐르며, 어린 시절 고향마을의 풍경과 나름의 사연을 등에 메고 떠난 어린 동무들의 뒷모습이 아련하게 떠올라 흐릅니다. 가난하고 서러웠던 그 기억들은 이제 추억이 되고 그리움이 되어 또다른 고향으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또한 젊은 시절 문학을 향해 꿈을 키우며 만났던 오랜 문우들, 소설가 김원일과 구상시인, 시인 도광의와 중광 스님, 목인 전상렬 시인과 춘화도를 잘 그렸던 박용주 선생 등과 나누었던 한때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몇몇은 세상에 없고, 또 몇몇은 흰 서리 내린 머리칼의 초로의 나이가 되어 있으나, 그들과 나누었던 생의 한순간의 기억들은 필자 특유의 풍류와 푸근한 인정, 재치와 섞여 한 줄의 문장이 되고, 한 편의 글이 되어 살아납니다.
수필가 구활 선생은 작가 후기에서도 밝혔든, 시를 열심히 읽습니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반짝이듯 빛을 발하는 보석 같은 문장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문장은 흐르는 물처럼 막힘이 없고, 선택된 다양한 소재들의 조합이 또한 자연스럽습니다. 풍부한 상상력에 의해 구성된 문장들은 독자들을 글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되고, 필자 특유의 어휘력과 상상력, 풍류와 끼는 글 읽는 재미를 더해 줍니다. 책에는 손에 닿을 듯 생생하게 그려진 드로잉이 삽입돼 있으며, 문학평론가 신재기 님의 문학평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
오월, 독자들 앞에 내보인 구활 선생의 수필집 <고향집 앞에서>가 독자들의 발걸음을 저마다의 고향집 앞으로 성큼 이끌어 줄지도 모를 일입니다.
책머리에 / 구활
1
풍류별곡
고향집 앞에서
소록의 별밤
바람 냄새
...
2
능금나무 불꽃
신발에 관한 명상
강가에 핀 백만 송이 장미
강변 소묘
...
3
산에서 운다
가을 운동회
살아 있음에
백 밤 살기
...
4
서출지
산사의 법도
심 속으로 만나기
그리운 부석사
...
5
햇빛 우물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
취운정 마담에게
'피끝마을'의 비가
...
6
구상선생의 모자
목로주점의 추억
시인과의 만남
목인 선생의 예언시
...
구활의 수필에 대하여 | 팔할이 바람, 그리고 풍류와 고향 / 신재기
작가 후기 / 구활
구활 [저]
경북 경산 하양에서 태어나다. 매일신문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내다. 에세이집 [그리운 날의 추억제] [아름다운 사람들] [시간이 머문 풍경] [하안거 다음날] [고향집 앞에서] [바람에 부치는 편지] [선집 정미소 풍경] [선집 어머니의 텃밭] 등을 출간하다. 현대수필문학상, 대구문학상, 금복문화예술상, 원종린문학대상 등을 수상하다. 방일영문화재단, 한국언론재단, 한국문화예술진흥위원회, 대구경북연구원 등에서 저술지원을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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