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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열한 살에 만났다 
옥혜숙 ㅣ 생각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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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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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page/129*195*22/418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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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90955607/119095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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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열한 살에 만나서 40년이 지나기까지, 같은 길 위에서 빚어낸 너와 나의 기억 돌이켜보면 아련하고, 또 아득한 기억들에 관하여 열한 살에 만나서 결혼 30주년을 맞기까지, 옥혜숙과 이상헌의 지난 세월을 따라가는 에세이다. 제네바에서 톡탁톡탁 적어 내려간, 선하고 정다운 이야기가 독자를 맞는다. 열심히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실천하고, 또 치열하게 투쟁한, 그저 모든 것이 다 좋았고, 때로는 그래서 어쩔 줄 몰랐던 열뜬 두 사람의 이야기가 한 걸음 한 걸음 펼쳐진다.
  • 사람이 온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여기, 열한 살에 만난 두 사람이 있습니다. 처음 만났던 순간을, 그 남자아이는 이렇게 회상합니다. “부산 항구 뒤편으로 몰래 숨바꼭질하듯 자리 잡은 봉래초등학교. 우린 거기서 만났다. 만났다기보다는, 거기 있었는데 우연히 마주쳤다. 나의 아버지는 외항선원, 그 아이의 아버지는 동네 경찰이었다. 이렇게 생계로 이어진 동네에 초등학교는 그곳뿐이었다. 아이들도 얼마나 많았는지, 학교로 가는 좁고 휘어진 골목, 먼지 풀풀 날리는 운동장, 마루바닥이 쉼 없이 삐걱대는 교실은 늘 인산인해였다. 그 많고 많은 아이들 중에 우리는 하필 그 나이에, 같은 반에 배정되었다. 5학년 8반. 먼지 탓인지 소음 탓인지 모르겠다. 첫 기억이 분명치 않다. 그 아이는 분명 거기에 있었는데, 내 눈에 쏙 들어온 것은 언제인지 모르겠다. 불치병 같은 망각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나는 이런 일생일대의 기억을 망각의 노예로 만들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내 기억은 이렇다. 그 아이는 작은 걸음으로 매일 조금씩 내게 온 것이다. 낮게 밀려오는 바닷물처럼, 팔짝거리며 고무줄을 뛰어넘듯이, 어느 순간 그 아이가 내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11쪽) 그 여자아이는 어땠을까요? “그 아이가 내 맘속에 들어온 것은 그의 눈빛 때문이다. 열한 살 나이에 걸맞지 않게 날카로운데 믿음직스럽고 어딘가 벌써 철든 애어른 같았던 눈빛. 아무튼 장난기 가득한 또래의 여느 남자아이들과는 달랐다. (…) 그렇게 애만 태우다가 결정적으로 내 마음을 보여줄 기회가 생겼다. 담임 선생님이 원하는 사람의 이름을 쪽지에 적어내면 짝을 시켜준다고 했다. 그러나 담임은 우리의 뒤통수를 치고 말았다. 나는 분명히 그의 이름을 또박또박 적어냈는데 왜 내 짝은 우리 반 일등 코흘리개가 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13쪽) 두 사람은 가까이 있었지만,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보다가 초등학교를 졸업합니다. 그러나 서로를 발견한 것, 이 찬란하고도 눈물겨운 여정의 시작점에 섰다는 것, 그 오래고 숱한 발자국이 모여 이렇듯 한 권의 책 《우린 열한 살에 만났다》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파도처럼 굼실굼실 다가옵니다. 이제 두 사람을 소개합니다. 그 여자아이는 옥혜숙, 그 남자아이는 이상헌입니다. 이상헌은 ‘옥혜숙의 남편’으로 소개되는 것에서 그쳐야 하지만, 이 지면에서는 끝내 소개 글 두어 줄을 더하려 합니다. 이상헌은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노동정책을 연구해서 국제사회에 알리고 있으며, 디아스포라 이코노미스트로서 바라본 풍경을 한국 사회에 부치는 편지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에 담기도 했습니다. 흔들리는 세상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 있다 책은 열한 살에 만나서 결혼 30주년을 맞기까지, 두 사람의 지난 세월을 따라가는 회고록입니다. 기억은 제각각입니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 있었다고 해서 같은 기억을 공유하리라는 법은 없지요. 함께 걸은 길, 같이 만든 발자국에 대한 나와 너의 기억이 있을 뿐입니다. 허우적대던 걸음, 씩씩했던 걸음, 주춤했던 걸음 그리고 들뜬 걸음. 돌이켜보면 아련하고, 또 아득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돌아가보아야, 온 길을 안다”고 옥혜숙과 이상헌은 힘주어 말합니다. 두 사람이 만들었던 발자국에 다시 새로운 발자국을 보탠 작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우린 열한 살에 만났다》는 따로 적으면서, 같이 적었습니다. 제네바에서 톡탁톡탁 적어 내려간, 선하고 정다운 이야기가 독자를 맞습니다. 모든 반짝이는 것은 간절하다 그때 알았다 한편 책은 우리를 오래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사랑 이야기’이기...
  • 들어가며 1장 × 그때는 어렸지만 2장 × 다시 만나다 3장 × 만남의 나날들 4장 × 헤어지지 않기 5장 × 같이 살아가기 6장 × 바람 불던 날 7장 × 바깥으로 나가다 8장 × 바깥에서 머물다 9장 × 같이 여물다 나가며 글을 마치며
  • 그런데 그 애는 공부를 잘해서 학교에선 맡아둔 일등이고, 학력고사는 부산에서 수석을 할지 모른다는 소 문이 들렸다. 얼굴을 보는 것도 좋긴 하지만 걱정도 되었다. 성적이 너무 차이가 나니까 괜히 부끄럽고 자존심도 상했다. 같이 종이접기를 하던 친구들에게 의논했더니 한결같이 어이없다며 격려의 잔소리를 해줬다. 첫사랑을 만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인데 네가 지금 자존심 따위를 내세울 때냐고 말이다. 알았어, 용기를 내서 만나볼게. _24쪽, 1장∥여학생 이제 둘이 남아서 서로 바라보고 앉았다. 순식간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말을 들었 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마치 천년의 고독을 끝내고 내뱉은 첫 언어가 정작 고독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입 속에 묻혀버린 듯했다. 여전히 환하게 예쁜 그녀의 얼굴만 또렷했다. 그 순간 나는 음악다방의 이름마저 운명적이라 생각했다. 〈합창〉 심포니, 그 절정은 〈환희의 송가〉. “신성한 그대의 힘은 가혹한 현실이 갈라놓았던 자들을 다시 결합시키고 (…) 여성의 따뜻한 사랑을 받은 자여, 다 함께 환희의 노래를 부르자.” 나는 환희를 얻었고, 기억을 잃었다. 드디어 그녀를 본 것이다. _31쪽, 1장∥남자 연극을 보러 갔던 것이 우리의 첫 데이트였다. 그 당시 최고의 하이틴 스타 최재성이 주연한 〈에쿠우스〉 였는데 그가 표를 예매했다고 했다. 짧은 머리에 아이보리와 밤색이 혼합된 트위드 원단의 자켓을 말쑥하게 입었다. 한 손에 책을 든 그와 공연장 맨 뒤에서 입석으로 관람을 했다. 지금도 나는 연극을 별로 즐기지는 않지만, 그 당시에도 방점은 첫 데이트에 있었다. 연극의 내용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게다가 마음은 두근두근 온통 그 애라는 콩밭에 있는데 제아무리 유명한 하이틴 스타가 무슨 소용이랴. _38쪽, 2장∥여자 그 이후로 나는 삶의 ‘설계’를 믿지 않는다. 설계하는 것은 당신의 자유다. 하지만 설계한 대로 될 것이라 믿지 말라. 삶의 고통만 더해진다. 삶을 설계할 때 다가오는 찰나 같은 짜릿함, 딱 그것뿐이다. 우리는 연애를 설계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찬란하게 버티었다. _46쪽, 2장∥남자 속에 품고만 있을 때도 늘 심장이 콩닥거리게 했지만 활자로 적힌 ‘좋아한다’라는 단어를 보는 것은 더욱 마음을 들뜨게 했다. 그가 주고 간 ‘좋아한다’는 말이 적힌 편지를 읽고 또 읽고 문신이 되도록 그 부분만 기억했다. 항상 A4용지 서너 장을 가득 메운 그의 편지에는 조금은 낯선 기숙사에서의 생활, 신입생 환영회에 가기 싫어서 빼먹은 이야기와 고향이 그리울 때마다 내가 선물한 해운대 사진을 바라본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늘 시를 적어서 보냈다. 좋아하는 구절에 밑줄을 쳐서 그 부분에 대한 나의 해석을 묻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의 감성에 한 번도 제대로 맞장구를 쳐준 적이 없어서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든다. 나는 시를 잘 몰랐으나, 그가 시를 쏟아내는 마음은 잘 알겠더라. _55쪽, 3장∥여자 뜨거움이 다시 그리움을 만나는 날이면, 긴 편지를 썼다. 계단에 앉아서 쓰고, 잔디에 누워서도 써보고, 도서관 창 쪽에 자리를 잡는 날이면 편지부터 썼다. 우체국 앞에 있던 벤치에 앉아서도 쓰고, 바로 보냈다. 어떤 날은 아침에 보내고, 저녁에 다시 보냈다. 그리움의 언어는 담지 못하고, 시절의 뜨거움에 대해서만 썼다. 난해한 말, 겉도는 말, 들떠 어쩔 줄 모르는 말을 무수히 적었다. 하지만 그녀의 편지는 깔끔하고 명징했고, 무엇보다도 쾌활하고 밝았다. 봄날의 언어는 거기에 있었다. _56쪽, 3장∥남자 그는 인간에 대한 배려와 예의가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었다. 누구...
  • 옥혜숙 [저]
  • 대표작으로 『우린 열한 살에 만났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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