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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에 머물다 : 노자 그 한 줄의 깊이
장석주 ㅣ 테오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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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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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page/120*189*13/294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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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87789376/1187789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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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시인이 읽고 가려낸 노자의 한 줄 대기만성(大器晩成), 큰 그릇은 더디 만들어진다. 인구에 널리 회자되는 경구이자, 시인 장석주가 처음 읽고 좋아서 그 뒤로도 여러 번에 걸쳐 읽고 또 읽은 《도덕경》의 한 문장이다. 《고요에 머물다-노자 그 한 줄의 깊이》는 시인이 노자의 《도덕경》 여든한 장 중 특히 마음이 끌린 문장들을 가려 뽑아 성찰과 사색을 더한 에세이이다. 노자의 문장은 시와 같다. 노자의 한 줄은 지혜의 압축 파일이고, 귀 기울여 들을 만한 것, 진리의 응축, 무지에서의 돌연한 깨어남 그 자체다. 한 줄은 맹금처럼 달려와서 우리를 쪼고 할퀴며 삼킨다. 시인은 시골살이의 고적함에서 벗어나고자 노자를 손에 들었다. 노자는 벼락같이 떨어진 경이이고, 깜짝 놀랄 만한 발견이었다. 그 흥분과 떨림은 스무 해 넘은 세월 저쪽의 일이 되었지만 그에게는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고 지금 시인은 자신의 현존 안쪽을 물들이는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을 잠재우기 위해서, 자신의 사유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낡은 관행과 퇴행을 떨쳐내기 위해서 《도덕경》을 다시 손에 들었다.
  • 철학으로 철학을 부정한 새로운 이데아의 출현 노자는 중국 춘추시대 초나라에 살았던 철학자이다. 그는 세계에 대한 기존의 해석학적 이해를 깨고 뒤집는다. 그의 절학무우(絶學無憂)는 철학의 부정이고, 앎의 헛발질에 대한 부정이다. ‘절학’을 통해 ‘무우’를 얻어낸다. 배움의 인위를 끊어내고 무위(無爲)의 안녕함에 자신을 맡긴다. 노자는 합목적인 명제와 질문들을 부정하며 무지의 지를 향해 나아간다. 그는 지혜의 여명에 몸을 담근 채로 끈질기게 사유의 전환을 요구한다. 도와 덕, 무위와 자연은 그의 철학함이 빚은 지혜의 화육이다. 노자는 너무 일찍 온 자, 그 자체로 새로운 이데아의 출현,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노자가 철학의 중심이었던 적은 없었다. 어쩌면 노자는 철학의 변두리를 떠도는 낭인이었을지도 모른다. 노자는 철학으로 철학을 부정한 노인이다. 노자의 철학은 반(反)철학이다. 반철학은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기획에 뛰어들고, 당대의 동시성을 갖되 그것을 넘어간다. 그래서 주류의 도덕과 가치를 거스르며 그것과 충돌한다. 그것은 미래를 선취하는 철학이고, 전복한 철학이며, 소요를 일으키는 철학이다. 하지 않음에 부지런한 상태, 그 고요의 동학을 깨닫다 노자 철학은 자연을 모범으로 끌어들이고, 무위를 가장 좋은 삶의 형식으로 제시한다. 무위는 고요의 동학(動學)이다. 그것은 고요 속의 운동이거나 활동하고 생산하는 고요다. 산을 등지고 큰물(저수지)을 앞에 두고 살 때 시인은 자주 고요 속에 머물렀다. 그 찰나 몸은 움직임을 끊고 미동도 하지 않았지만 시인의 안에서는 무언가 끊임없이 움직였다. 시인은 멀리서 흐르는 물소리, 바람 소리, 멀고 가까운 데서 우는 새소리에 집중했다. 몸을 부려서 무언가를 하지 않으니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 속에 있었지만 그것은 나태가 아니라 부지런함이다. 하지 않음에 부지런한 상태. 무위란 그 하지 않음에 부지런한 상태이다. 저 먼 곳에서 긴 세월을 건너 온 한 줄의 깊이 시인의 삶은 노자를 읽기 이전과 이후로 갈라진다. 노자는 사유방식, 가치관, 대인관계와 같은 시인의 삶 여러 부면에 영향을 끼쳤다. 《도덕경》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널리 읽히는 동양 고전 중의 하나다. 《도덕경》은 고대 동아시아에서 성립된 지혜의 철학이고, 지적 콘텐츠의 집대성이다. 이미 《도덕경》의 숱한 반역서와 해설서들이 나와 있다. 그것들은 놀랄 만큼 제각각이다. 천진한 꽃들의 개화, 즉 백화제방이다. 시인은 동양적 지혜의 집합이 오늘의 삶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느낀다. 그 유효성은 현실에서 써먹을 수 있음, 즉각적인 쓸모, 즉 자기계발의 실용성은 아니다. 노자의 한 줄은 저 먼 곳에서 긴 세월을 건너서 온다. 그 한 줄은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아득하고 지극하다. 우리가 그 한 줄에 기꺼이 스스로를 내줄 때 우리는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고요의 한가운데 머물면서 우리 안에 무언가가 끊임없이 움직일 것이다. 시인은 말한다. 바라건대, 당신이 살아버린 날과 다가오는 근미래의 날들에 안녕이 깃들기를, 그리고 노자의 《도덕경》을 읽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시절 인연이 닿아 이 책을 손에 넣었다면 부디 이것을 자기 안의 무지를 깨고 나가는 사유의 계기로 삼기를!
  • 서문 5 도라고 말하는 도는 항상 그러한 도가 아니다 20 부를 수 있는 이름은 항상 그러한 이름이 아니다 26 도는 비어 있으나 아무리 써도 가득 차 있다 32 쏟아붓는 소나기는 온종일 내릴 수 없다 36 굽으면 온전해진다 40 하늘의 그물은 성글지만 빠져나갈 수가 없다 44 비어 있음으로 그릇의 쓰임이 있다 50 공을 이루면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 54 도는 스스로 그러함을 따른다 58 유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62 물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다 66 스스로를 아는 사람이 현명하다 72 겉으로는 베옷을 걸치고도 안으로는 옥을 품어라 76 골짜기의 신은 죽지 않는다 80 장차 움츠러들게 하려면 잠시 벌리도록 해야 한다 86 미더운 말은 아름답지 않다 90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게 아니다 94 큰 나라를 다스림은 작은 생선을 찌듯이 하라 98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좋다 102 덕이 두터운 사람은 갓난아이에 견줄 수 있다 106 뿌리로 돌아감을 고요함이라고 한다 112 싸움을 슬피 여기는 자가 이긴다 116 밝게 비추되 번쩍이지 마라 120 반드시 뒤집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다 124 큰 그릇은 더디 만들어진다 128 배움을 끊으...
  • 운명의 돛을 올리고 키를 잡고 방향을 가늠하며 어딘가로 데려가는 것은 ‘나’가 아니라 ‘나’를 구속하는 시간입니다. 우리가 ‘나’라고 믿는 아상은 진실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습니다. 본디 그것이 헛것, 백일몽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다만 찰나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그림자와 같은 것일 뿐. p.21 ‘'아무의 모과’는 이름이 없습니다. 그것은 특별할 것이 없는 모과라는 뜻과 누군가의 모과라는 이중의 뜻을 품습니다. 누군가의 창가에 모과 몇 개가 놓여 있습니다. 그 모과는 아주 평범한 것입니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 “아무의 모과”는 창가에서 저 혼자 향기를 뿜어내며 썩어갑니다. p.27 세상은 곧은 것을 유용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굽은 것은 쓸모가 없다고 여깁니다. 곧고 쓸모 있는 게 오래가고 굽어서 쓸모없는 것은 수명이 짧은 것 같지만, 곧은 나무는 그 쓸모 때문에 빨리 베어지고 굽은 나무는 쓸모가 없어 오래 살아남습니다. 지나치게 곧은 것은 그 강직함을 굽히지 않으려고 하기에 꺾이기가 쉽습니다. 대나무같이 휘어지고 굽히는 성질을 가진 나무는 태풍 속에서도 쉬이 꺾이지 않습니다. p.43 그게 짐승이든 인간이든 돌팔매질 당하면서도 살아남은 것은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바닥을 쳐본 자의 고통과 내성이 마침내 세계를 다 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p.45 악인들을 교도소에 보내는 대신 산중에 모아 두고 아무 일 시키지 말고 초여름 산에서 우는 뻐꾸기 소리나 경청하게 할까요. 한 석 달 밤낮을 뻐꾸기 소리나 귀 기울이게 할까요. 혹시 그의 마음이 미적 황홀경에 들어 작은 물결이 일고, 그가 손톱만큼씩 착하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p.46 과연 비어 있음은 열등한가요? 옹기그릇, 방, 반지 따위가 다 비어 있음을 씁니다. 비어 있는 부분은 쓸모가 없다고 여기지만 옹기그릇, 방, 반지 따위는 그 쓸모없는 비어 있음을 쓸모의 바탕으로 삼습니다. 만약 비어 있음이 없다면 그것들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을 것입니다. p.52 물은 약하고 부드럽지만 단단한 바위를 깎고 꿰뚫습니다. 굳세기로 치자면 바위는 물과 견줄 수 없습니다. 천하에 물보다 더 부드럽고 약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도는 물과 같다고 했습니다. 물은 단단하거나 뻣뻣하지 않고 약하지만 기어코 단단하고 굳센 것을 이깁니다. 그게 물이 도의 표상이 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p.64 그 도는 움츠리게 하려면 잠시 벌리도록 하고, 약하게 하려면 잠시 강하게 해주어야 하는 도입니다. 장차 없애버릴 생각이면 잠시 흥하도록 하는 게 도입니다. 노자는 이것을 일러 “미명”이라고 합니다. 미명은 새벽 동틀 무렵 천지간을 물들이는 희미한 빛입니다. 이것은 밝음도 아니요, 어둠도 아닌 그 중간 영역, 즉 미묘한 데서 밝음입니다. p.88 아름다운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그것과 견주어지는 추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p.97 잘 사는 것은 얼마나 균형이 잡히고 의로운 밥을 먹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밥이 의롭다면 우리의 삶도 의로울 것입니다. p.99 작은 생선을 불로 익혀 손님에게 내놓을 때는 조심스럽게 다룰 수밖에 없습니다. 큰 나라를 다스릴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생선을 찌거나 삶은 행위는 대단한 게 아니라 소박한 나날의 일들 중 하나입니다. 노자는 작은 생선 찌는 일과 큰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한 줄에 놓았습니다. 둘이 크게 다르지 않으며 등가라는 암시입니다. 큰 나라를 다스릴 때도 소박하고 단순해야 백성이 불안하지 않습니다. p.100 뿌리로 돌아감이 맑고 고요해지는 것입니다. 만물은 작게 시작해서 크게 무성해진 뒤 결국 뿌리로 돌아갑니다. 뿌리로 돌...
  • 장석주 [저]
  • 1955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햇빛사냥'(1979), '완전주의자의 꿈'(1981), '그리운 나라'(1984), '어둠에 바친다'(1985), '새들은 황홀 속에 집을 짓는다'(1987), '어떤 길에 관한 기억'(1989),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 때'(1991),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1996),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1998), '간장 달이는 냄새가 진동하는 저녁'(2001), '물은 천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2002), '붉디붉은 호랑이'(2005), '절벽'(2007), '몽해항로'(2010) 등이 있다. 지금은 경기도 안성에서 전업작가로 살고 있다. 술 마시기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더 좋아하고, 그보다 더 좋아하는 건 산길과 들길을 하염없이 걷는 것이다. 말하기보다 침묵을 더 좋아하고, 운동보다 명상을 더 자주 한다. 재즈와 고전음악을 즐겨 듣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한 해에 일만 쪽 이상의 책을 읽는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 서른 해 넘게 쉬지 않고 글을 쓰며 살아왔다. 써낸 책을 합하면 50여 권에 이른다. 아홉 해 전에 서울을 떠나 경기도 안성에 ‘수졸재’라는 집을 짓고 살며, 국악방송(FM 99.1Mhz)의 데일리 프로그램인 '장석주의 문화사랑방'을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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