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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베트남전쟁 : 한국의 전쟁 기억과 기억 투쟁
윤충로 ㅣ 푸른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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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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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56122487/1156122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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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공ㆍ평화 수호 전쟁’과 ‘민족해방전쟁’ 사이 베트남전쟁의 기억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 일상에서 지워진 베트남전쟁 지난해 상반기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은 외국 관광지는 베트남이었다. 한 여행플랫폼 기업이 해외 숙소 예약을 분석한 결과, 베트남이 절반 가까운 46.7퍼센트로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역시 한국 관광객이 많다 해서 ‘경기도 다낭시’라는 말까지 나왔다. 1992년 12월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과 정식 수교한 이래 한-베 관계는 이 정도로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양국 간에는 ‘아픈 기억’이 있다. 지난 2월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이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책임을 인정하고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 현대사에 여러모로 큰 흔적을 남겼지만 이제는 공식적으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 베트남전과 그 여진을 기억하고, 다시 봐야 하는 이유다. 베트남전쟁에 지속적 관심을 기울여온 지은이는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1부에서 ‘전쟁의 기억’을, 2부에서 ‘기억의 전쟁’을 촘촘하게 보여준다.
  • 달러 젖줄, 독재 빌미 그리고 기억 너머로 1965년 2,000여 명의 군사원조단이 파견된 후 73년 주월한국군 사령부 해체식이 있기까지 8년여 동안 연인원 32만여 명의 군인, 6만여 명의 기술자가 베트남에 갔다. 5,000여 명의 군인이 전사, 순직, 사망했으며 베트남전 이후 제3국으로 떠난 이들이 적지 않았다. 국가적으로도 베트남은 자유의 전장인 동시에 한 해 1억 8,000만 달러까지 벌어들이는 ‘수출 대어 줄’이었다. 또한 베트남전 종식은 박정희 정권이 ‘선안보 후민주론’을 앞세워 독재를 강화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각종 안보궐기대회가 잇따르고, 긴급조치 9호 선포, 학도호국단 재설치, 민방위 기본법 등 4대 전시입법이 그 결과였다. 반독재ㆍ유신 투쟁에 나섰던 남민전이 ‘코레콩’으로 불린 것도 이때였다. 하지만 10ㆍ26 이후 들어선 군부정권하에서 베트남전은 철저히 잊혔다. 참전전우회는 해체됐고, 고엽자 피해자 구제도 방관했으며, 참전 군인들의 기록도 갖추지 못했다. 1992년 ‘제1회 파월의 날’ 기념행사에 참여했던 400여 명이 경부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인 것도 작은 해프닝에 그칠 정도였다. 시민평화법정에 의한 ‘초대에 의한 정의’ 2부에선, 민주화 운동권에서 ‘혁명의 도구’로 소환되던 베트남전을 보는 시각이 90년대 말 이후 양민 학살을 중심으로 어떻게 달라졌는지 조명한다. 1998년 베트남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이 ‘불행한 과거’를 언급했고, 2004년엔 노무현 대통령이 “마음의 빚이 있다”고 에둘러 사과했다. 지은이는 1999년 《한겨레21》이 벌인 “부끄러운 역사에 용서를 빌자”는 장기 캠페인이 ‘과거청산’의 기폭제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이어 시민사회단체가 중심이 된 베트남전 진실규명운동, ‘미안해요 베트남’운동은 2018년 베트남시민평화법정이 열리는 것으로 결실을 맺었다. 베트남 생존자들의 한국 방문이 이뤄지고, 군이 내세우는 ‘상황 논리’를 극복하면서, 형사법정이 아닌 민사법정으로 진행된 시민평화법정은 “권력은 없지만 정의, 진실과 연대를 담아낸 법정, 피고 대한민국에 ‘망각 금지’를 선고한 법정”으로 평가되기에 이르렀다. 더뎌도 포기할 수 없는 과거 청산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을 끌어낸 퐁니마을 사건의 생존자 응우예티탄은 2020년 소를 제기하면서 그랬다. “나 개인에게 특별히 이익을 가져다주는 건 아니야. …… 나는 이 소송을 통해 한국 정부가 …… 학살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역사의 진실에 다가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지은이는 책 말미에 “과거청산 작업은 국가 정당성을 제고하는 일이며, 폭력의 시대를 넘어 인권ㆍ평화의 가치를 실현해 가는 도정이다. …… 이것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썼다. 이는 식민지 시기 일제가 저질렀던 각종 만행에 대한 사과를 요구해온 우리에게 무겁게 다가온다. 그만큼 베트남전의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 보는 이 책의 가치가 새삼스럽다.
  • 책머리에 프롤로그 1. ‘잊힌 전쟁’의 기억을 찾아서 2. 전쟁 기억 읽어 가기 1부 종전의 여진, 전쟁의 망각과 시차 1장 철군, 종전, 전장의 재현 1. ‘개선의 수사’와 철군의 정치ㆍ경제 2. 전쟁의 스펙터클과 동원 3. 정치의 야만화 2장 뿌리가 뽑힌 사람들 1. 동원과 선택 2. 전쟁과 이산의 삶 3. 난민의 정치 3장 전쟁의 망각과 냉전 해체의 시차 1. 전쟁을 망각하는 국가 2. 냉전과 탈냉전의 겹침 3. 전쟁 기억과 참전군인의 동원 4장 냉전의 틈새, 베트남전쟁 다르게 보기 1. 남민전, 유신을 넘어 변혁을 꿈꾸다 2. 리영희의 ‘우회로’, 베트남전쟁 3. 1980년대 ‘혁명의 시대’, 베트남전쟁(혁명)의 재인식 4. 번역과 혁명 2부 전쟁의 기억, 기억의 전쟁, 과거청산 5장 잊힌 전쟁 불러오기 1. 주변부 지역에서의 냉전과 탈냉전 2. 과거청산과 새로운 기억의 장 열기 3. 베트남인 생존자들의 전쟁과 삶 6장 기억에서 운동으로 1. 베트남전쟁 진실규명운동의 출발과 전개 2. 진실규명운동의 특성과 기억 투쟁 지형 3. 전쟁의 기억과 망각 사이에서 7장 초대에 의한 정의와 베트남전 시민평화법정 1. 지연된 정의와 부인하는 국가 2. 베트남전 과거청산운동의 변화와 재구...
  • 철군의 절정이자 종결은 1973년 3월 20일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주월한국군 사령부 해체식을 겸한 파월 개선 장병 환영 국민대회였다. 광화문에는 ‘파월 개선 장병 환영대회’ 대형 아치가 섰고, 서울운동장 환영식장에는 ‘이겼다 우리 오빠 자랑스럽다 우리 형님’ 등의 플래카드와 태극기가 물결쳤다. …… 1965년 2월 9일 주월남 한국군사원조단 2천여 명 장병에 대한 파월장병 환송 국민대회가 치러진 후 8년여 만이었다(34쪽). ‘월남전 후’의 문제에서 가장 간절한 것은 경제적 이해, “달러 파이프의 손질”이었다. “5만 한국군을 보낸 한국은 월남이 자유의 전장인 동시에 한 해 1억 8천만 달러까지 벌어들일 수 있는 황금시장이라는 점에서 월남전의 종식은 한결 심각한 문제를 던져 줄 것이 분명하다”는 논의는 전장과 경제전선이 합치된 베트남전쟁 참전의 단면을 보여준다(36쪽).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킨 것은 4월 18일 김일성의 중국 방문이었다. 《동아일보》는 중국 관영 신화사 통신을 인용해 “남한혁명이 나면 지원하겠다”는 김일성의 연설을 보도했다. 김일성의 베이징 방문은 한국전쟁 직전 김의 모스크바 방문, 중국의 공산화 이후 1년도 못 돼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과거의 기억을 현재로 불러왔다. 인도지나의 도미노가 한국으로 옮겨 오는 모양새였다(43쪽). 5월 8일 전국에서 150만 명이 궐기했고, 5월 9일에는 ‘총력안보국민협의회’(이하 국민협)가 결성됐다. 38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국민협은 현 상황을 ‘전쟁 전야의 비상시국’으로 규정하고, 발기문을 통해 “앞으로 어떠한 국론 분열적 언동도 민족의 이름으로 그 책임을 묻고 주시할 것이며, 또 배타적 안보관이나 자조적인 패배주의를 몰아 내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46쪽). 인도지나 붕괴 이후 ‘총력안보 궐기대회’로 한참 떠들썩했던 5월 13일 긴급조치 1~7호의 모든 조항을 하나로 담아 낸 긴급조치 9호(〈국가 안정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가 선포됐다. 개헌 주장, 학생의 집회ㆍ시위 또는 정치적 관여 행위 등을 엄단한다는 내용이었다(52쪽). 긴급조치 9호 이후 5월 20일 국무회의는 4ㆍ19 이후 폐지됐던 학도호국단 설치령을 의결했다. “배우면서 나라를 지키자”는 구호 아래 대통령이 중앙학도호국단 총재, 국무총리가 부총재가 되어 “고등교육기관의 체제를 국가 안보의 차원으로” 바꿔 가고자 했다. 7월에는 ‘사회안전법’, ‘방위세법’, ‘민방위기본법’, ‘교육 관계 개정법률’ 등 4대 전시입법이 국회를 통과했다(53쪽). 베트남전쟁 시기 연인원 32만 5,000여 명의 군인, 6만 2,800여 명의 파월기술자가 베트남에 갔다. 그 가운데는 소수지만 베트남을 기반으로 제3국으로 떠난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이 전장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은 대부분 경제적 이유였다. 또 다른 제3국을 찾아 떠난 것도 어쩔 수 없는, 혹은 그들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그것은 “빈곤이 야기한 디아스포라”였다(58쪽). 한국전쟁과는 대조적으로 베트남전쟁은 침묵과 망각의 전쟁이었다. 1980년대는 특히 더 그랬다. …… 그렇지만 참전 기간 8년 6개월, 참전 연인원 32만여 명, 전사ㆍ순직ㆍ사망 5,000여 명, 국가ㆍ사회적 전쟁 동원의 경험을 고려할 때 국가 차원의 공식적 전쟁 기념과 기억 구축의 부재는 오히려 자연스럽지 못하다(79쪽). 10ㆍ26 이후 들어선 군부정권은 베트남전쟁을 국가적 기억ㆍ기념의 영역으로 불러오지 않았다. 오히려 군 내부 정치, 1980년대 검열체제와 문화통제로 인한 완고한 ‘금기의 벽’, 국가ㆍ정부의 무관심과 무책임성 등은 베트남전쟁에 대한 기억의 재현이나 사회적 논의의 확장을 어렵...
  • 윤충로 [저]
  •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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