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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독자들 : 현대 정치철학의 마키아벨리, 홉스, 칸트 독해
한상원 ㅣ 북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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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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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87572473/1187572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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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학의 고전들은 언제나 새로운 영감을 제공한다. 하나의 해석을 허락하지 않고 끊임없는 재독해를 통해 독창적 해석을 요구하는 것이 고전의 매력이다. 정치철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책은 현대 철학자들이 마키아벨리, 홉스, 칸트 같은 근대 고전을 어떻게 독해해 자신들이 처한 정치·사회적, 역사적 상황과 대결했는지를 탐색한다. 결국 책은 정치철학은 언제나 정치적 독자들이 수행한 정치적 독해의 과정이며 과거의 텍스트와의 끊임없는 대결 속에서 전개돼왔음을 보여준다. 마키아벨리를 맑스주의의 이론적·정치적 위기의 관점에서 사고한 그람시와 알튀세르, 근대성의 위기라는 측면에서 홉스의 역설에 다가간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 또 홉스의 실패를 통해 자신의 위기를 거울삼으려 한 슈미트, 그리고 칸트의 공통감각 개념을 각각의 정치적 공동체성으로 확장해 이해하려 한 아렌트와 랑시에르, 아도르노, 여기에 각자의 저작들에서 은밀히 서로를 참조하며 반박한 동시대의 슈미트와 벤야민까지, 모두 정치적 실천의 지평 속에서 고전 텍스트들을 살아 있게 만든 정치적 독자들이었다.
  • 정치적 독해는 언제나 자기 시대의 위기를 조망하기 위한 실천이었다. 정치적 독자들은 서로 다른 역사적 ‘위기’ 상황에서 그 위기의 이론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전을 독해했다. ◎ 정치적 독자들 1: 그람시의 마키아벨리 독해 이론은 당대의 역사적 상황을 반성하는 데서 출발한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맥락에서’ 그렇게 상이한 방식으로 정치적 독해를 수행했냐는 것이다. 그람시는 공장평의회 운동의 패배와 파시즘의 집권이라는 역사적 위기, 동시에 맑스주의의 위기에서 마키아벨리를 읽었다. 1921년 파시스트 세력이 이탈리아 전역에 걸쳐 병력 50만 명과 무기를 비축하고 관료들의 지지를 획득한 상황에서 이탈리아 사회당이 여전히 무솔리니와 파시스트의 영향력을 간과할 때, 그람시는 마키아벨리를 읽었다. 1919년부터 1921년까지 격렬히 전개된 토리노 공장평의회 운동에 참여했던 그람시는 ‘이탈리아 노동자 운동은 왜 파시즘에 패배했나?’라는 질문을 던지며, 마키아벨리를 읽었다. 그람시가 보기에 패배는 외부적 조건이 아니라 혁명 세력의 정치력 부족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람시는 정치를 ‘상부구조’에 불과한 것으로, 정치적 지도력의 문제는 부차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당대 맑스주의자들에 맞서 정치적 지도 등을 본격적으로 제기하기 위해 마키아벨리의 언어를 필요로 했다. 그람시가 보는 마키아벨리는 사유와 행동, 철학과 정치, 정치와 윤리의 통일성을 주창한 사람이었다. 그람시에게 필요했던 것은 정치적 지도력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직관적 예리함이 가리키는 실천적 귀결들이었다. 따라서 그람시는 마키아벨리 독해에서 ‘헤게모니’(정치의 헤게모니적 요소)를 이론화하기 위한 틀을 발견한다. 그람시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는 구체적이고 특수한 개인의 인격이 아니라 군주라는 ‘자리’이며, 따라서 군주는 하나의 이론적 추상물이라고 해석한다. 〈옥중수고〉에서 ‘현대의 군주’라는 모델을 제시할 때 그람시는 ‘군주’를 정치적 정당이라는 집단적 주체로 해석해, ‘군주 개인의 권력 독점’이라는 파시즘적인 해석에 대항한다. 그렇게 해석된 〈군주론〉이야말로 맑시스트들에게 강한 매력을 가진 텍스트였다. 이처럼 그람시에게 〈군주론〉은 맑스·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에 맞먹는 ‘정치적 선언’이었다. ◎ 정치적 독자들 2: 알튀세르의 마키아벨리 독해 알튀세르는 또 다른 맑스주의의 위기 국면에서 그람시의 해석을 비판하며 마키아벨리를 읽었다. 1970년대 초반 알튀세르는 프랑스 공산당 내에서 ‘인간주의적’ 경향이 지배할 때 그에 맞서다 당내에서 고립되고 실패를 겪었다. 그런 가운데 이론적 자기반성을 수행한다. 초기 저작들에서 제기한 ‘이론적 실천에 대한 이론으로서 철학’이라는 관념을 스스로 비판하고, 철학에 대한 계급투쟁의 우위를 주장한다. 이처럼 실천에 대한 관심 속에서 알튀세르는 그람시와 마키아벨리를 탐구했다. 분명 ‘마키아벨리와 계급투쟁’이라는 주제는 그람시를 경유해 사고해야 할 대상이었다. 알튀세르는 자신이 초기에 제시했던 ‘이론적 실천’ 개념을 새로운 각도에서 재정의한다. 저술가이면서 동시에 정치가였던 마키아벨리는 ‘정치적 실천’을 수행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이론과 정치의 공백을 메우는 ‘이론적 실천’을 보여준다. 알튀세르는 그런 마키아벨리를 기존의 문제틀에 대한 단절로서 ‘이론에서의 계급투쟁’을 수행한 사상가로 해석한다. 알튀세르가 보기에 마키아벨리의 글쓰기는 ‘정치적 행위’ 그 자체였다. 그런 점에서 알튀세르는 “〈군주론〉이 군주의 정치적 실천에 관한 텍스트일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정치적 행동”이라고 평가한다. 이는 정세...
  • 책을 펴내며 *마키아벨리의 정치적 독자들 마키아벨리의 정치적 유산 마키아벨리를 읽는 그람시: 계급투쟁과 헤게모니 마키아벨리를 읽는 알튀세르: 이론적 실천 ‘마키아벨리를 읽는 그람시’를 읽는 알튀세르: 이데올로기론 보론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공화국의 비르투 혹은 갈등 속에서 정치의 역할에 관한 지혜 *홉스의 정치적 독자들 홉스의 역설 홉스를 읽는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 자기보존과 자기부정 사이 홉스를 읽는 슈미트: 자유주의자 홉스? ‘홉스를 읽는 슈미트’를 읽는 스트라우스: 자유주의자 슈미트? ‘홉스를 읽는 슈미트’를 읽는 발리바르와 무페 보론 정치적 상호 독자들로서 슈미트와 벤야민: 예외상태 논쟁 *칸트의 정치적 독자들 칸트의 공통감각 개념 칸트를 읽는 아렌트 칸트를 읽는 랑시에르: 감성의 분할과 메텍시스 칸트를 읽는 아도르노: 미메시스와 짜임 관계 참고 문헌 주요 개념어 및 인물
  • 그람시에게서 헤게모니는 한 계급이 단지 힘의 위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제도와 사회관계, 관념의 조직망 속에서 다른 계급의 동의를 이끌어냄으로써 자신의 지배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이해된다.__34쪽 로마제국이 거대한 영토를 유지한 것은 로마의 인민(populus)과 다른 민족들 사이에 체결된 동맹 덕분이었다. 〈로마사 논고〉에서 마키아벨리도 지적하듯 로마 인민 자체 역시 갈등의 내부에서 이뤄진 귀족과 평민 간 동맹의 산물이었다. 즉 로마 사회(societas Romana)는 동료(amici)와 동맹(socii)으로 구성되고 그 동맹으로 이뤄진 체계가 바로 사회(societas)를 뜻했다.__35쪽 그런데 홀로 국가를 건설하는 군주는 고독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과연 그의 고독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알튀세르는 그 ‘고독’이 기존 정치 체제와의 ‘단절’을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왜냐하면 그런 단절을 이루려면 군주는 자신을 기존 체제에 순응시키려 하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고립된 채 고독한 혼자여야 하고, 그런 단절을 이룰 때 절대적으로 자유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__43쪽 공포의 정념을 동원해 정치적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홉스의 관점은 자유주의와는 철저히 동떨어진 비자유주의적 원칙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은 그렇지 않다. 그는 ‘자유를 극복할 자유’라는 역설적인 논리를 독자에게 제시하며 이를 공포심에 의해 매개된 자유로 설명한다.__102쪽 그렇다면 홉스의 리바이어던은 외적으로 전능하지만 내적으로 무력한 권력인 셈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공적인 것에 대한 사적인 것의 우위라는 자유주의적 논리(신념의 자유)의 씨앗을 내포하고, 그로부터 국가의 약화가 나오기 때문이다.__126쪽 이런 ‘일상화된 예외상태’에 대한 지적, 그리고 주권자의 관점이 아니라 피억압자의 관점에서 나오는 예외 부정은 벤야민과 슈미트가 결정적으로 분기되는 지점을 나타낸다. 슈미트에게서 예외는 일상화될 수 없는 것이다. 예외는 상례가 되는 순간 즉각 효력을 잃고, 주권자는 더 이상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__168쪽 정치는 ‘몫 없는 자들’이라고 규정된 자들이 사회의 기존 분할 방식을 단절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출현시키는 과정이다. 그런 생각은 우리말 ‘나누다’와 마찬가지로, ‘분할’을 의미하는 동시에 ‘공유’를 의미하기도 하는 프랑스어 단어 ‘partage’의 이중 의미 속에 이미 내포해 있다.__209쪽 메텍시스는 정서적 유사성에 토대한 주체들 간의 미메시스적 짜임 관계를 전제로 해, 개별자의 고유성을 실현하는 공감과 참여의 보편적 공동체에 붙일 수 있는 이름이다. 메텍시스로서 공동체는 개별 주체가 비동일자로 ‘몫을 나눈다(참여)’는 뜻에서 나눔의 공동체이고, ‘공통의 감각적 나눔(정서적 유사성)’이 이뤄진다는 뜻에서 공감의 공동체다.__225쪽
  • 한상원 [저]
  •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이다. 서울시립대학교 철학과에서 마르크스의 물신주의와 이데올로기 개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아도르노의 정치철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앙겔루스 노부스의 시선: 아우구스티누스, 맑스, 벤야민. 역사철학과 세속화에 관한 성찰』이 있으며, 역서로 『공동체의 이론들』(공역), 『아도르노, 사유의 모티브들』, 『역사와 자유의식: 헤겔과 맑스의 자유의 변증법』이 있다. 『현대 정치철학의 네 가지 흐름』, 『비판적 사고: 어떻게 다르게 생각할 것인가』, 『근대 사회정치철학의 테제들』, 『모빌리티 존재에서 가치로』, 『아도르노와의 만남』, 『왜 지금 다시 마르크스인가』 등을 공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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