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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영웅 스물한 분의 ‘인간극장’ 이 책에는 시각장애라는 불편함뿐 아니라 녹록지 않은 사회적 혹은 가정적 여건을 극복하고 나름의 활동을 전개하면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스물한 분의 시각장애인 이야기가 진솔하게 소개되어 있다.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이 닥쳤을 때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한다. 그 일을 실제로 겪은 이들의 일생이니 참으로 절절하다. 읽다 보면 ‘어떻게 한 사람이 이토록 많은 고통과 불운을 짊어질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 것이다. 장애가 없어도 견디기 어려웠을 시대를 이 책의 주인공들은 맨손으로 더듬으며 한 뼘씩 한 뼘씩 걸어왔다. 우리나라 시각장애인들이 추구하는 삶의 목표는 어마어마한 꼭대기에 오르자는 것이 아니다. 보통 사람들이 살고 있는 평균적인 삶의 자리에 가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조차도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래서 이 책에 소개된 스물한 분의 일생은 엄동설한을 뚫고 피어난 매화처럼 아름답고 자랑스럽다. 독자들은 이들이 살아낸 치열한 삶의 여정을 보면서 가슴 찡한 감동과 함께 삶의 의지라는 게 무엇이고 인내의 결과가 어떤 것임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부족한 인식들이 많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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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간사_ 문시영((사)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 대표회장) 05 추천사 1_ 이재서(세계밀알연합 총재, 전 총신대학교 총장) 08 추천사 2_ 조건희(동아일보 기자) 11 마음의 눈으로 돌아본 내 인생_윤상식 17 나를 찾아가는 새로운 여행_권택환 31 인생을 추억하며_김경숙 47 행복은 타이밍이다_박양하 57 고난 후의 축복_김경희 75 지금의 나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_김수복 91 내 이름은 ‘작은 거인’_박순자 107 한 많은 내 인생을 회고하니 감사뿐입니다_김정재 123 자서전이 유언장이 되어_안인랑 143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만들다_나종천 159 손끝에서 전해지는 사랑_육성수 173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다_심명성 189 너를 만나 사랑하고, 너로 인해 살아가고_최순만 205 내 인생, 모진 고난의 세월은 가고_배귀엽 223 아모르 파티_이하림 247 시련을 견디고 마주하는 삶의 의미_조광선 261 사랑이 나를 깨웠네_박종래 275 두 번째 인생_강도중 291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_남궁광수 311 시각장애인은 나의 인생_박언춘 327 구름을 뚫고 나오는 햇살처럼_신양수 343 에필로그_ 홍양희((사)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 공동대표) 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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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쪽_ 1974년, 나는 마침내 눈앞의 사물을 전혀 분간할 수 없게 됐습니다. 전맹(全盲)이 된 겁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죠. 팔자려니, 받아들이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 거예요. 다른 누굴 탓하 건 소용없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구청 담당자가 “정말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이 맞으세요? 여기 오는 분들 모두 ‘죽네 사네’ 하는데 선생님은 어떻게 그렇게 태연하세요?”라고 물을 정도였다니까요. 원망을 버리고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니 그 전에는 미처 몰랐던 따스함이 삶 곳곳에 스며있었어요. 비록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아내가 언제나 내 곁을 지켜주고 있었지요. 첫째 딸 숙아와 둘째 딸 숙희, 셋째 딸 은옥이, 막내 아들 영윤이의 얼굴은 다시 볼 수 없지만 목소리는 예전과 똑같아 금방 알아들을 수 있었고요. 그러니 무슨 상관이랴 싶었습니다. 도리어 감사한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우리 가족이 아무런 벌이도 없이 힘들었던 시절에 고향 큰집 조카가 정부미 한 가마니를 가져다 준 적이 있어요. 그 집도 살림이 좋은 편이 아니었는데 나눔에 아무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그 고마움이 참 마음에 남습니다. 사기를 당한 적도, 시골 땅을 잃은 적도 있지만 다른 누굴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다 내 복이고 팔자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가끔 ‘내가 왜 이렇게 됐나’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럴 땐 고개를 흔들고 털어버려요. 46쪽_ 시각장애인이 되면서 나는 인생의 절정기를 누려온 셈이다. 이 모든 일의 뒤편엔 나의 손발이 되어 나를 극진히 돌봐주는 아내의 사랑과 헌신이 있었다. 아내는 자식들 잘 키워 결혼도 시키고, 손주들도 돌보고, 혼자가 되어 사시는 처형도 잘 돌봐 드린다. 병원에도 모시고 가고 반찬도 만들어 드리며, 주말농장을 하여 채소도 잘 키워 식구들을 먹이고 현대 의상 옷 만들기도 배우고 있다. 배우기 좋아하는 일은 부창부수이다. 참 고마운 아내다. 갈수록 보석 같은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젊은 시절 고생시킨 게 항상 미안해서 생각하면 눈물만 나온다. 어쩌다가 이렇게 멋진 사람을 만났을까? 다 하늘의 축복임에 새삼 감사가 넘친다. 두 딸도 잘 자랐다. 아내가 삶으로 아이들을 훈계하며 교육을 시킨 덕이다. 큰딸은 시청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사위는 경찰 공무원이다. 작은 딸은 고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손주도 둘이나 생겼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122쪽_ 나는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거다. 세상 살아보니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들이 피붙이 형제들보다도 훨씬 친절했다. 나도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마음 아프고 속상한 일이 셀 수도 없이 많지만 그래도 괜찮다. 나는 앞만 바라보고 나아갈 것이다.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아들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잘 사는 것이다. 내 신경 쓰지 말고 아들이 살고 싶은 대로, 가고 싶은 대로 멋지게 살아가기를 빈다. “날마다 쓰러지고 또다시 일어나지만 달라지는 건 없는가요. 세상 길을 걷다가 보면 삥 돌아가는 길도 있어. 하루를 울었으면 하루는 웃어야 해요. 그래야만 견딜 수 있어.” 내 핸드폰의 컬러링 가사다. 노랫말이 내 인생 이야기 같아 이 노래를 지울 수가 없다. 나는 쓰러지면 일어나고, 삥 돌기도 한 힘든 인생을 살았다. 친구들은 차려입기 좋아하고 키가 작은 나를 ‘엄지공주’라 부른다. 또 어떤 사람들은 나더러 속이 깊고 대범하다면서 ‘작은 거인’이라고 부른다. 그런 말을 들으면 나도 제법 괜찮게 살아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나는 체격은 보통사람들보다 좀 작지만 용기와 대담함, 의지력은 결코 작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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