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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혜사랑 시선/시인선(총211건) 멸치, 고래를 꿈꾸다     9,000원 (10%↓) 벚꽃 칸타타로 떨어지는 봄을 본다 : 전금란 시집     9,000원 (10%↓) 세상에 지는 꽃은 없다 : 김병수 시집     9,000원 (10%↓) 어초장 : 탁경자 시집     9,000원 (10%↓) 그믐밤을 이기다 : 장정순 시집     9,000원 (10%↓) 살리는 공부     9,000원 (10%↓) 물마중 : 유계자 시집     9,000원 (10%↓) 그늘의 꿈을 깨우다     9,000원 (10%↓) 글자 사이로 바람이 불면 : 황박지현 시집     9,000원 (10%↓) 꽃도 무거우면 짐이 되는가 : 이향이 시집     9,000원 (10%↓) 거실에 사는 고래 : 조옥엽 시집     9,000원 (10%↓) 박쥐우산을 든 남자 : 김평엽 시집     9,000원 (10%↓) 화요일의 목록 : 박설하 시집     9,000원 (10%↓) 능소화 핀 집     9,000원 (10%↓) 시간은 기억의 수레를 끌고 : 배기환 시집     9,000원 (10%↓) 그와 나의 아포리즘 : 백승자 시집     9,000원 (10%↓) 질문 : 김형식 시집     9,000원 (10%↓) 북극 항로     9,000원 (10%↓) 도망칠 수 없다면 : 김새하 시집     9,000원 (10%↓) 누란의 미녀 : 박방희 유고시집     9,000원 (10%↓) 지는 것에 대한 화해 : 최윤경 시집     9,000원 (10%↓) 환생하는 꿈 : 이선희 시집     9,000원 (10%↓) 호수의 책     9,000원 (10%↓) 둥근 방 : 이승혜 시집     9,000원 (10%↓) 비는 소리를 갖지 않는다 : 유영삼 시집     9,000원 (10%↓) 모난 것은 살아있다 : 손익태 시집     9,000원 (10%↓) 나무는 발바닥을 보여주지 않는다     9,000원 (10%↓) 바람의 이분법 : 조순희 시집     9,000원 (10%↓) 술 · 사랑 · 시 그리고 인생 : 홍문식 시집     9,000원 (10%↓) 웃음이 번져 봄이 되는 : 이혜숙 시집     9,000원 (10%↓) 개화산에 가는 이유 : 한국의사시인회 제10집     9,000원 (10%↓) 나팔꽃이 입을 다무는 때 : 전영숙 시집     9,000원 (10%↓) 뼈 없는 뼈     7,200원 (10%↓) 검은 늪     7,200원 (10%↓) 다이어트 하는 달     7,200원 (10%↓) 내 몸을 건너는 만월     7,200원 (10%↓) 고래 발자국     7,200원 (10%↓) 그대를 듣는다     7,200원 (10%↓) 잠에 대한 보고서     7,200원 (10%↓) 물의 지붕     7,200원 (10%↓) 날개가 필요하다     7,200원 (10%↓) 햇빛 비타민     7,200원 (10%↓) 탈주냐 도주냐     7,200원 (10%↓) 아마도     7,200원 (10%↓) 흙     7,200원 (10%↓) 아까끼 아까끼예비치     7,200원 (10%↓) 안녕 돌리     7,200원 (10%↓) 아 공중사리탑     7,200원 (10%↓) 시간을 갉아먹는 누에     7,200원 (10%↓) 나무의 기억력 : 이정란 시집     7,200원 (10%↓) 큐피드의 독화살     7,200원 (10%↓) 달을 품다     7,200원 (10%↓) 극락강역     7,200원 (10%↓) 줄탁     7,200원 (10%↓) 그해 봄밤 덩굴 숲으로 갔다 : 이순화 시집     8,100원 (10%↓)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박방희 시집     8,100원 (10%↓) 허공에 거적을 펴다 : 송수권 시집     9,000원 (10%↓) 꼰드랍다 : 임덕기 시집     8,100원 (10%↓) 귀족노동자 : 권혁재 시집     8,100원 (10%↓) 틈 : 윤수하 시집     8,100원 (10%↓) 혁명은 민주주의를 목표로 하는가     8,100원 (10%↓) 오래, 오래란 말 : 하우림 시집     8,100원 (10%↓) 달과 통신하다 : 이원희 시집     8,100원 (10%↓) 배롱나무 정류장 : 지희재 시집     8,100원 (10%↓) lettering : 박정옥 시집     8,100원 (10%↓) 뜨거운 쓸쓸함 : 김미선 시집     8,100원 (10%↓) 겨울나무는 잎을 버린다 : 정진헌 시집     8,100원 (10%↓) 어제와 오늘 사이 신호등이 있나요     9,000원 (10%↓) 각시붓꽃 : 문효치 시선집     22,500원 (10%↓) 날마다 피어나는 나팔꽃 아침 : 유유 제2집     9,000원 (10%↓) 직소폭포를 보다 : 천금순 시집     9,000원 (10%↓) 호박꽃이 핀 시간은 짧았다 : 윤성관 시집     9,000원 (10%↓) 마당에 호랑이가 산다     9,000원 (10%↓) 돼지밥바라기별     9,000원 (10%↓) 그녀에게 바치는 시 : 표영인 시집     9,000원 (10%↓) 나르시스 건져 올리기 : 김태숙 시집     9,000원 (10%↓) 마음에 선을 긋는다     8,100원 (10%↓) 눈물의 탄생 : 이경숙 시집     8,100원 (10%↓)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이충기 시집     8,100원 (10%↓) 죽, 경전이 되기까지 : 강우현 시집     8,100원 (10%↓) 신춘대길선비와 기생매화 : 정도경 시집     8,100원 (10%↓) 사과를 들고 가만히 서 있었다 : 정상하 시집     8,100원 (10%↓) 잠시 캄캄하고 부쩍 가벼워졌다 : 박언숙 시집     8,100원 (10%↓) 캔버스에 세우는 나라 : 이향아 시집     8,100원 (10%↓) 오늘 밤에는 별 대신 그리움 하나 : 채만희 시집     8,100원 (10%↓) 봉숭아 꽃물 들이고 싶다 : 최연희 시집     8,100원 (10%↓) 굴뚝꽃     8,100원 (10%↓) 푸른 도서관 : 신영순 시집     7,200원 (10%↓) 내일은 목련이 지는 날 아닙니까 : 이창윤 시집     9,000원 (10%↓) 곰할머님 고맙습니다 : 정대구 시집     8,100원 (10%↓) 어머니의 뜨개질 : 가재선 시집     8,100원 (10%↓) 뒤돌아보면, 비     8,100원 (10%↓) 가문비나무 기록장 : 권예자 시집     8,100원 (10%↓) 팽팽한 이별 : 최덕순 시집     8,100원 (10%↓) 꽃이 보이는 날 : 이병연 시집     8,100원 (10%↓) 달항아리의 푸른 눈동자 : 강달수 시집     9,000원 (10%↓) 어떤 비행 : 애지문학회편     8,100원 (10%↓) 님의 손대 : 한영희 시집     8,100원 (10%↓) 사랑의 지도 : 고영섭 시집     8,100원 (10%↓) 암반의 뒤척임 : 김대곤 시집     9,000원 (10%↓) 감옥의 자유 : 권선옥 시집     8,100원 (10%↓) 모자의 그늘 : 김명이 시집     8,100원 (10%↓) 꿈길 : 김현식 시집     8,100원 (10%↓) 꿈의 비단길 : 홍종빈 시집     8,100원 (10%↓) 거대한 울음 : 박정옥 시집     8,100원 (10%↓) 은이골에 숨다 : 함동수 시집     8,100원 (10%↓) 소리의 원근법 : 최용훈 시집     8,100원 (10%↓) 하늘 연못 : 김은수 시집     8,100원 (10%↓) 꽃잎 호텔 : 남주희 시집     7,200원 (10%↓) 문어 : 애지문학회편     8,100원 (10%↓) 독백은 일요일처럼 : 박영 시집     8,100원 (10%↓) 이름을 달고 사는 것들의 슬픔 : 박형욱 시집     8,100원 (10%↓) 시계는 진화 중 : 김은 시집     8,100원 (10%↓) 하늘길 열리면 눈물의 방 : 이영월 시집     8,100원 (10%↓) 봄이 오는 길     8,100원 (10%↓) 똥밭길 먼 새벽을 걷는다 : 김병수 시집     9,000원 (10%↓) 마지막 한 줄의 시 : 김명환 시집     8,100원 (10%↓) 바람 가고 나도 가네 : 김명환 시집     8,100원 (10%↓) 아직도 널 기다려 : 안경라 시집     8,100원 (10%↓) 결 : 조성범 시집     8,100원 (10%↓) 어우리 : 안지순 시집     8,100원 (10%↓) 엉겅퀴꽃     8,100원 (10%↓) 인두금의 소리 : 김형식 시집     8,100원 (10%↓) 아무 일 없는 것처럼 : 박금선 시집     8,100원 (10%↓) 아득하다, 그대 눈썹 : 전민호 시집     9,000원 (10%↓) 당신을 다루는 법 : 유현서 시집     8,100원 (10%↓) 생각의 비늘은 허물을 덮는다     8,100원 (10%↓) 물들다     8,100원 (10%↓) 지난 세월이 한 나절 햇살보다 짧았다 : 박재학 시집     8,100원 (10%↓) 붉은 무지개 : 홍윤표 시집     8,100원 (10%↓) 바람의 옷깃     8,100원 (10%↓) 도레미파, 파, 파     8,100원 (10%↓) 산굼부리에서 사랑을 읽다 -특수학교 교사의 일기 : 박수진 시집     8,100원 (10%↓) 발바닥 지도 : 김은수 시집     8,100원 (10%↓) 연잎 찻잔 : 홍정숙 시선집     9,000원 (10%↓) 페달링의 원리 : 백소연 시집     8,100원 (10%↓) 바람의 고독 : 김찬식 시집     8,100원 (10%↓) 푸른 별에서의 하루 : 김가연 시집     8,100원 (10%↓) 밤의 수족관 : 이희은 시집     8,100원 (10%↓) Twin Lakes : 김문성 시집     8,100원 (10%↓) 별 하나에 어머니의 그네 : 최연홍 시집     8,100원 (10%↓) 독풀도 사랑받고 싶다 : 조성화 시집     8,100원 (10%↓) 가로수 마네킹 : 강서연 시집     8,100원 (10%↓) 하늘을 만들다 : 정동재 시집     8,100원 (10%↓) 절하며 산다 : 이영순 시집     8,100원 (10%↓) 외마디 경전 : 손경선 시집     8,100원 (10%↓) 야난의 저녁식탁 : 홍산희 시집     8,100원 (10%↓) 깊어지는 집 : 백순옥 시집     8,100원 (10%↓) 네가 웃으면 나도 웃는다 : 유준화 시집     8,100원 (10%↓) 달그락 쨍그랑 : 조성범 시집     8,100원 (10%↓) 탈옥을 꿈꾸며 : 고정국 시집     8,100원 (10%↓) 길을 묻다 : 육근철 시집     9,000원 (10%↓) 현관문은 블랙홀이다 : 남상진 시집     8,100원 (10%↓) 금강 천리 길 : 김종윤 시집     8,100원 (10%↓) 춘풍매화 : 정도경 시집     8,100원 (10%↓) 가을을 수선하다 : 조성례 시집     8,100원 (10%↓) 꽃을 만진 뒤부터 : 나영순 시집     8,100원 (10%↓) 버려진다는 것 : 애지문학회편     8,100원 (10%↓) 화가를 그리다 : 신옥진 시집     9,000원 (10%↓) 슬픔을 깎다 : 전현자 시집     8,100원 (10%↓) 꽃 : 오연희 시집     8,100원 (10%↓) 화석지대 : 김진길 시집     8,100원 (10%↓) 날마다 결혼하는 여자 : 곽성숙 시집     8,100원 (10%↓) 꽃은 핀 자리에서 다시 피지 않는다 : 안영민 시집     8,100원 (10%↓) 선운사 꽃무릇 : 김용호 가사 시조집     8,100원 (10%↓) 나의 솟대에게 : 박동덕 시집     8,100원 (10%↓) 광교산 소나무     8,100원 (10%↓) 나비는 장다리꽃을 알지 못한다 : 정재규 시집     8,100원 (10%↓) 붉은 벽돌 : 최해돈 시집     9,000원 (10%↓) 염화미소 : 김은수 시집     8,100원 (10%↓) 복사꽃과 잠자다 : 박방희 시집     8,100원 (10%↓) 부처를 죽이다 : 김정호시집     8,100원 (10%↓) 서랍마다 별 : 강서완 시집     8,100원 (10%↓) 고흐의 사람들 : 권혁재 시집     8,100원 (10%↓) 유리족의 하루     8,100원 (10%↓) 그리운 금천 : 채만희 시집     8,100원 (10%↓) 아르정탱 엿보다 : 윤은희 시집     8,100원 (10%↓) 목 긴 찾잔 : 최경호 시집     8,100원 (10%↓) 비밀 일기장 : 권예자 시집     8,100원 (10%↓) 나도 한번 뒤집어 볼까요? : 강준철 시집     8,100원 (10%↓) 침묵이라는 말을 갖고싶다 : 김석 시집     8,100원 (10%↓) 수직의 바다에 눕다 : 심기선 시집     8,100원 (10%↓) 정자낭구 안둥네 사람덜 : 김충자 시집     8,100원 (10%↓) 추억론 : 구석본 시집     8,100원 (10%↓) 헤르만 헤세 시집     10,620원 (10%↓) 웃음으로 쏟아지는 눈물 : 정명순 시집     8,100원 (10%↓) 추가 서면 시계도 선다 : 구재기 시집     8,100원 (10%↓) 민들레 행복론 : 고정국 시집     8,100원 (10%↓) 고고학적인 악수     8,100원 (10%↓) 박정희 시대 : 김태암 시집     8,100원 (10%↓) 아침이 오기 전에 : 권혁재 시집     8,100원 (10%↓) 사랑이라 말하기에는 : 정가일 시집     8,100원 (10%↓) 새벽을 열다     9,000원 (10%↓) 누님의 가을 : 나태주 시집     9,000원 (10%↓) 젓가락 끝에 피는 꽃 : 홍종빈 시집     7,200원 (10%↓) 엄마가 아팠다 : 김명이 시집     7,200원 (10%↓) 메리네 연탄가게 : 김해경 시집     7,200원 (10%↓) 웹 월간 시 젊은시인들 9 붉은 나무     7,200원 (10%↓) 참 고약한 버릇 : 김환식 시집     7,200원 (10%↓) 대숲 아래서 : 나태주 시집     9,000원 (10%↓) 아침신문 : 이복규 시집     7,200원 (10%↓) 푸른 사과의 시절 : 최진화 시집     9,000원 (10%↓) 사하라는 피지 않는다 : 이해웅 시집     9,000원 (10%↓) 영산전이 생생하다     9,000원 (10%↓) 푸카키 호수의 침묵 : 박경림 시집     9,000원 (10%↓)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랑 : 반칠환 시집     9,000원 (10%↓) 민들레 치과 : 김은숙 시집     9,000원 (10%↓) 아침 6시 45분 : 최해돈 시집     9,000원 (10%↓) 아코디언 민박집 : 천금순 시집     9,000원 (10%↓) 커피는 알라딘 램프다 : 한석수 시집     9,000원 (10%↓) 모월모일의 별자리 : 황학주 시집     9,000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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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례 시집『가을을 수선하다』. 조성례의 시는 이미 지나간 기억의 세계에 시작(詩作)의 근거를 두고 있다. ‘이미 지나간’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시인에게 기억은 ‘현재 진행되는’ 의미 또한 지니고 있다. 과거이면서 현재인 기억의 세계는 ‘노모(老母)’를 비롯한 다양한 시적 대상과 어울려 조성례의 시 세계를 수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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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례의 시는 이미 지나간 기억의 세계에 시작(詩作)의 근거를 두고 있다. ‘이미 지나간’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시인에게 기억은 ‘현재 진행되는’ 의미 또한 지니고 있다. 과거이면서 현재인 기억의 세계는 ‘노모(老母)’를 비롯한 다양한 시적 대상과 어울려 조성례의 시 세계를 수놓고 있다. [가을을 수선하다]라는 시를 먼저 보도록 하자. 이 시는 “어느 집, 오랜 비와 바람으로 한쪽이 씰그러진 담장을 수선”하는 한 사내를 화자로 설정하고 있다. 그는 지금 오랜 비와 바람으로 허물어진 담장을 고치고 있다. 오랜 비와 바람으로 허물어진 담장이므로 그 안에는 수많은 기억의 흔적들이 쌓여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 시의 화자는 “크고 작은 사연들이 모여서 완만한 생을 이루는 돌담”을 수선하며 “그 옛날 비밀스런 월담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낸다. 그곳에서 새색시는 시집살이가 힘들어 저 담을 넘었고, 어떤 사내는 이웃집 청상과부의 속살이 그리워 저 담을 넘었다. 집을 나가 소식이 끊겼던 순이가 봇짐을 안고 집안을 기웃대며 서성이던 곳 역시 바로 이 돌담이었다. 시인의 말마따나 돌담은 지금 “우리들의 과거를 모두 함구한 채, 함께 그렇게 등이 굽어간다”. 돌담을 스쳐간 시간은 그곳에서 풋내 나는 추억을 쌓은 이들의 시간으로 그대로 되돌아온다.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이제는 등 굽은, 동네 처녀총각들의 무수한 도발을 오래 묵인해 온 태양” 밖에 없다. 태양이라고 해서 변하지 않을 리 있겠는가. 새파란 청춘이 등 굽은 노인으로 변한 사람들에 비한다면, 태양은 지금도 여전히 제 빛을 내며 묵묵히 동네 청춘들의 무수한 도발을 지켜보고 있다. “능청스레 허리를 펴며 저녁 먹으러 서산을 넘는, 저녁마을”의 풍경은 태양이 지고 뜨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지속적으로 펼쳐진다. 그곳에는 태양이 있었고, 사람들이 있었다. 태양이 뜨고 지는 시간의 순환성을 따라 그들은 ‘뜨고 지는’ 저마다의 삶을 살며 저마다의 추억을 쌓았다. 조성례의 시작(詩作)은 무엇보다 해가 지는 저녁마을 풍경을 바라보며 돌담을 고치는 사내의 이 마음에 근본적인 정서의 뿌리를 내리고 있는 셈이다. ‘가을을 수선하다’라는 시의 제목은 이런 점에서, 가을에 이른 존재가 바라보는 생의 어떤 지점을 예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가을에 돌담을 고쳐야 혹독한 겨울을 견딜 수 있다. 물론 이것은 현실적인 이유이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돌담에는 무수한 기억의 흔적들이 스며들어 있다. 봄과 여름을 지나 가을에 이르렀으니, 가을을 수선하는 존재의 마음에는 이미 봄과 여름의 흔적들이 아름드리 쌓여 있을 것이다. 가을을 수선하는 것은 그러므로 지나온 봄과 여름을 다시금 들여다보는 행위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한쪽으로 기운 돌담의 현재는 지나간 시간의 흔적들이 모이고 모여 이루어진 결과이다. ?폭우, 그 끝?을 따른다면, 이러한 돌담의 현재는 어머니의 “주름진 저 손”과 다르지 않은 시적 의미망을 형성한다. 어머니의 주름진 손에 드리워진 고통의 흔적들은 그러나 돌담처럼 ‘수선’할 여지가 전혀 없다. 가을을 수선하는 시인이 어머니의 이 손을 시의 중심에 배치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조성례의 시는 어미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긴 소리의 끈들”(같은 시)을 따라 가을을 수선하는 존재의 내면을 하나하나 드러내기 시작한다. 돌려 말하면 그녀가 살아낸 봄과 여름의 기억들은 어미의 주름진 손과 더불어 ‘주름진 채’ 한쪽으로 기운 돌담의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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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5 1부 가을을 수선하다 12 폭우, 그 끝 14 올빼미 16 일곱 마디 ―입관식 18 보리, 분얼의 가계家系 20 바람에게 세놓다 22 음지식물 24 기억을 복원하다 26 생을, 분실하다 28 바다 고물상 30 꽃문양 팬티 31 아가미 32 할복 33 거룩한 탄생 34 불면증 35 부딪친다는 것은 36 영광, 대한민국 37 깻잎을 재우며 38 송판 39 2부 기억의 힘 42 벽 속의 사막 44 새만금으로 가는 버스 46 수면 무호흡증 48 대추 50 우화羽化 51 저녁의 흘레 53 사흘 54 바람의 뿌리들 55 드라이플라워 56 서리 거듬 58 먹는다는 것은 59 아버지의 주전자 60 뼈의 집 62 새 63 치어들을 위하여 65 길 66 선풍기 68 꽃을 지우던 날 69 3부 세월을 담는다 72 바퀴의 기억 73 나는 햇살과 숨바꼭질을 하는 중이다 74 전생 76 그들은 어리다 77 전선수리공 ―아멘 78 벽화 79 초복 80 옹도 81 귀가 밝다 82 가벼워지는것들에 대하여 83 검은장미꽃 84 국화 85 모자母子 87 밥심 89 가시 90 들깨를 털며 91 벌초 92 4부 환절기 94 달항아리 95 모르스부호 96 천상 음악...회 97 질량 계산법 99 어떤 죽음 100 맹삼숙 씨 101 유채꽃 102 모든 소리는 직선으로 온다 103 겨울 연밭 104 밤비 105 떡 두꺼비 106 바람의 통로 107 강구항 109 친환경 볍씨의 말씀 110 출입금지에 대한 상상 111 소낙비 112 용접 113 해설세상 밖의 때를 씻어내는 수류水流의 언어오홍진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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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햇살에 잘 익어 구수해진 볏짚으로 토담을 수선한다 이제는 오래된 장처럼 곰삭아 정겨운 늙은 아내의 잔소리도 몇 가닥 솎아 함께 볏짚사이에 밀어 넣고 촘촘하게 이엉을 엮는다 토담 위 용마루가 황룡처럼 넘실넘실 헤엄쳐 오르면 팔짱끼고 구경하던 아낙들의 웃음이 맷돌호박만큼씩 달게 퍼질러지고 오래전 속내가 투박했던 한 사내를 따라 무작정 뛰어넘었던, 저기 저 담 댕기머리 풋사랑 혐의들이 하나 둘 갈볕 아래로 구수하게 풀어진다 노인은 담 위로 올라앉아 왼새끼 꼬듯 그 옛날 비밀스런 월담의 이야기까지 속속 끼워 지붕을 얹는다 크고 작은 사연들이 모여서 완만한 생을 이루는 돌담 누구는 새색시 적 시집살이 힘들어 저 담을 넘었다 하고 또 누구는, 이웃집 청상과부의 속살이 그리워 군침을 다시기도 했다던 돌담은 우리들의 과거를 모두 함구한 채, 함께 그렇게 둥이 굽어간다 햇살이 먼저 낸 길로 담배 한 대 문 노인의 엉덩이가 지나간 자리마다 바람의 모퉁이로 툭, 툭, 떨어져 내렸던 감꼭지가 오후의 시간을 끌어 덮는 그런 날 장독대는 목화솜 같은 햇살을 깔고 앉아 오래도록 졸았다 그 꿈 언저리, 설거지물 내다버리던 어무니의 토담집 너머에서는 집을 나가 소식이 끊겼던 순이가 봇짐을 안고 기웃, 서성이기도 했으리 어느 집, 오랜 비와 바람으로 한쪽이 씰그러진 담장을 수선한다 그 곁에서 여인들은 풋내 나는 추억들을 솎아내며 벙싯벙싯 싱거워지고 이제는 등 굽은, 동네 처녀총각들의 무수한 도발을 오래 묵인해 온 태양이 능청스레 허리를 펴며 저녁 먹으러 서산을 넘는, 저녁마을 ----[가을을 수선하다] 전문 주방에서 무심코 과일을 깎는데 거실, 그녀의 등 뒤로 도랑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어머니가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시나보다? 주름진 저 손안에서 흘러나오는 긴 소리의 끈들 산골 작은 도랑의 얼음을 껍질처럼 과도로 벗겨내면 샘물의 속살에서도 저런 소리가 날까? 칠월, 태양이 꺼진 잿빛 허공 어디쯤 구름들의 모서리에서 뛰어내린 이슬비가 폭우로?변하던 어느 여름의 우기였을 것이다, 산골도랑의 바위를 굴리고 화전 밭을 뭉개고 산 아래 마을을?초토화 시켰던 폭우도, 그랬다 붉은 울음들이 삼키고 떠난 자리들은 모두 길 아닌 길을 허옇게 포태하고 있었다 오래전 그녀의 사내가 저녁밥상을 내던지듯 골절된 세상의 꿈들을 부셔버렸을 때도 어머니, 그녀의 가슴 안쪽으로 붉은 물이 범람했었다 맥없이 뿌리 뽑힌 계절도 소화불량에 걸린 하늘도 상처 입은 것들 모두를 안쓰럽게 끌어안고 이제껏 살아온 저 고요한 뒷모습은, 얼마나 무수한 체념들을 안으로 삼킨 것일까 어머니는 오늘도 여전히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시고 밖은 어느 새 찬바람 부는 시월 나는 붉게 익은 사과 속 단물이 그리워 다시 과도를 든다 문득, 껍질이 잘려나간 속살마다 노모의 침묵이 벌레처럼 웅크린 채 쓸쓸히 돌아누워 있다 ----[폭우, 그 끝]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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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례 [저]

• 조성례 시인은 2015년 [애지]로 등단했고,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과를 다니고 있으며, [가을을 수선하다]는 조성례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이다. [가을을 수선하다]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인간과 사물의 핵심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의 산물이자 그 옛날의 시적 이야기의 백미白眉라고 할 수가 있다. 언어 역시도 아름답고 싱싱하게 살아 있으며, 고전적인 미학을 뽐내고 있는데, 이것은 그가 오랫동안 고통의 지옥훈련과정을 거쳐왔음을 뜻하게 된다.
  시는 고통의 꽃이며, 이 꽃은 사상으로 그 열매를 맺게 된다. 너와 내가 우리로서 하나가 되는 꽃, 이 꽃의 열매가 조성례 시인의 [가을을 수선하다]의 시들이라고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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