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자신만의 멋진 인생, 노력해도 무의미할 정도 힘든 삶 정지영의 '뜻밖의 인생' 피하지말고 부딪혀서 해결하자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힘든 과정보다는 평범하지만 나름대로 멋진 인생을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러한 꿈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시련을 겪어 자신의 꿈 꿔온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자신에게 닥친 힘든 현실을 마주하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이들 또한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어쩌면 그런 상황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멋진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일이 무의미할 정도로 힘든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정지영의 뜻밖의 인생』(에스케이출판사) 저자인 정지영은 자신에게 닥친 어려운 상황을 꿋꿋하게 이겨낸 소위 말하는 ‘집념의 사나이’다. 책의 제목인 ‘뜻밖의 인생’에서 알 수 있듯 자신도 생각지 못한 의외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 힘든 가정사로 인해 평범하게 살아가지 못한 자신의 인생을 끈기와 열정, 그리고 긍정이라는 단어를 앞세워 자신에게 주어진 수많은 어려움과 사회의 벽을 무너뜨리고 말 그대로 뜻밖의 인생을 멋지게 살아가고 있다. 이 책에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힘든 난관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꿈을 펼치고 있는 그의 도전정신이다. 자칫 모든 걸 포기하고 절망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현실을 타개하면서 자신의 꿈을 찾아 다양한 직업을 선택한 부분도 그렇고 40대 중반의 나이에 또 다른 인생을 준비하는 그의 고뇌와 열정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힘든 시련과 현실을 극복하고 늘 멋진 인생을 꿈꾼다면 책의 저자처럼 자기 자신도 생각지 못한 뜻밖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는 결국 자신의 생각과 노력에 달려 있다. 지친 일상에서도 우리가 늘 긍정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지영이 우리와 다른 점은 우리는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그는 ‘이미’ 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정하면 거침이 없는 그의 유쾌함과 명료함은 한파에 ‘햇빛’이며 COVID-19에 ‘백신’이다. 원하는 게 있는가? 정지영만큼만 하면 된다. 독자들의 ‘실천’에 장약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프롤로그 1부 유년기에서 십대 시절까지 1. 경북 포항에서 2. 대전 대흥동에서 3. 서울 쌍문동 방죽골에서 - 초등학교 시절 - 아버지에 대한 추억 - 어머니의 외도와 아버지의 귀국 4. 서울 서교동에서 - 새어머니와의 새 출발 - 날 무너트린 류머티즘 관절염 - 성적이 선택한 실업계 고등학교 - 점심 때 찾아온 불청객 ㆍ 에피소드) 포항에서 서교동까지 : '가족'의 의미 5. 서울 황학동에서 - 나 혼자 산다 - 나를 일으켜준 은사와의 만남 - 생존을 위한 선택 자격증 ㆍ 에피소드) 황학동 시절 : '가난과 불안'의 위험성에 대하여 2부 성인의 삶, 열세 번의 변신 1. 기아자동차 사원 시절 - 연수생 시절, 그리고 H를 만나다 - 첫 출근, 첫 월급 - 어설프기만 했던 첫사랑 - 회사 생활 - 옥상을 아지트로 삼다 - 카바레를 가다 - 고졸자의 한계를 느끼다 - 대학 진학을 준비하다 ㆍ 에피소드) 기아자동차 시절 : ‘공부’의 필요성에 대하여 2. 중앙대학교에서 - P를 만나다 3. 호주에서의 워킹홀리데이 - 준비 없이 간 워킹홀리데이 -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하다 - 세차장에서 일...하다 - 여행사에서 일하다 - 공짜로 누린 천만 원의 혜택 - 마지막 일자리, 그리고 귀국 ㆍ 에피소드) 중앙대학교에서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절까지 : ‘자신감’에 대하여 4. 대학생 시절 - 영문과 학생회장에 당선되다 - 축구 동아리 외인구단 - 축제에서 인기상을 받다 - 총학생회 간부를 맡다 5. ‘극단 빛누리’에서의 연극배우 시절 - 오디션을 보다 - 배우가 되다 - 할머니가 돌아가시다 - 극단 생활 - 10세 여아 한 명뿐인 관객, 내 평생 가장 훌륭했던 피터팬 공연 - 가난이라는 현실의 차가운 벽 - 연극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 - 주요 출연 작품 ㆍ 에피소드) 연극배우 시절 : ‘꿈’에 대하여 3부 다양한 세상을 맞이하며 1. 제약회사 영업사원 시절 - 일을 배우다 - 영업사원의 하루 - 매출과 수금이라는 두 전쟁 - 영업사원의 비애 - 영업의 위험성, 돈 - 우연히 찾아온 이직의 순간 ㆍ 에피소드) 제약회사 영업사원 시절 : ‘비정한 현실’에 대하여 그리고 한 개의 가르침 2. 쇼호스트 학원 수강생 시절 - 학원을 다니다 - 다양한 배움 - 희망을 놓지 않다 ㆍ 에피소드) 쇼호스트 학원 수강생 시절 ‘성공’에 대하여 3. LG전자 서비스센터 직원 시절 - 노량진에서 교육을 받다 - 서비스 기사의 삶 - 부자와 가난한 자 - 서비스 기사의 고충 ㆍ 에피소드) LG전자 서비스센터 직원 시절 : ‘사람’이란 존재에 대하여 4. 이마트 판촉 사원 시절 - 팔리지 않는 상품들 - 유머는 최고의 방책 - 스카우트를 제의받다 5. 하이얼전자 마케팅 팀장 시절 - 이벤트 팀장의 일과 - 우리네 어머니들의 애환 - 불의의 사고 ㆍ 에피소드) 하이얼전자 마케팅 팀장 시절 :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하여 4부 교육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다 1. 교육 컨설팅 업체 E사 영업사원 시절 - 다시 영업사원이 되다 - 강사를 꿈꾸다 - 남이섬 프로젝트 - 부당한 대우 2. D재단 강사 시절 - D재단 - 수업시간에 받은 충격 - 연변에서 만난 반항아 J - 우리는 아이들을 모른다 - 강사의 삶 - 이사장 K - 재단을 떠나게 되다 ㆍ 에피소드) D재단 강사 시절 : ‘롤 모델’에 대하여 3. M센터 스피치 강사 시절 - 다시금 강사가 되다 - 스피치 강사의 삶 - 내가 만난 사람들 - 배신을 당하다 - 중앙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ㆍ 에피소드) 스피치 강사 시절 : ‘말’의 중요성에 대하여 4. 경력 에필로그

어머니 춤바람으로 날린 ‘60도의 나라’ 중동 아버지의 꿈 사우디아라비아와 리비아는 한여름인 7월과 8월에는 낮 기온이 60도 가까이 올라가는 나라이다. 이곳에서 아버지는 다른 노동자들처럼 오전 여섯 시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 식사시간을 빼면 하루 열 시간씩 현장에서 일을 했다. 그 나라 사람 들은 감히 엄두를 못 냈던, 가혹한 노동 환경이었다. 느긋한 성격의 중동 사람들은 어쩌다 새카맣게 그을린 한국인 노동자들을 만나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야근과 휴일 근무도 마다하지 않았 고, 어떤 달에는 삼백 시간 가까이 일을 하기도 했다. 격주로 월 2회 일요일에만 몸을 쉬도록 했는데, 그날은 주로 잠을 자는 것으로 하루를 때웠다.(30) 정상인 상황이었다면, 이런 아버지를 둔 덕에 방죽골 시절의 우리 가족은 결코 가난해서는 안 됐다. 그럼에도 나는 초등학교 내내 가난한 아이였다. 처음엔 분명 엄마도 아버지가 보내시는 돈을 허투루 쓰지 않고, 아껴 모으느라 최선을 다 했을 거라 생각한다. 먼 이국땅에서 고생하시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진심으로 걱정이란 걸 했을 거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는 자식들 옆에서, 다달이 불어나고 있는 적금통장을 자꾸만 흐뭇하게 들여다보면서 아버지와 똑같이 ‘희망’이라는 낯설지만 멋진 꿈을 꾸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머니가 춤바람이 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이후엔 밑 빠진 독이나 마찬가지였으리라. 아버지의 피땀과 돈, 그리고 우리 가족의 ‘희망’이 너무나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31) 고등학교 등교 첫날 점심 시간, 쇠파이프 들고 찾아온 아이들 등교 첫날, 학교 교사를 보자마자 왠지 나는 학교가 더 맘에 안 들었고, 졸업이라는 단어가 막막하게만 느껴졌다. 그날, 그 사건들이 터졌다. 첫 번째 사건은 점심 시간에 벌어졌다. 얼굴을 처음 본 같은 반 친구들과 통성명을 하고, 도시락을 나눠먹으며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는데, 별안간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교실 앞문이 벌컥 열렸다. 그리로 쇠파이프를 든 옆 반 배관과 아이들 대여섯 명이 껄렁껄 렁한 자세로 등장을 했다. 그 아이들은 우리 반의 짱이 누구냐고 물었다. 낯선 상황에 어리둥절해진 우리 반 친구들 사이로 침묵이 흘렀다. 그 애들은 답을 듣지도 않은 채, 쇠파이프를 휘둘러 닥치는 대로 물건을 부수기 시작했다.(48) 내가 만난 아이, 일진 모임 가담 폭력 절도 음주사고 새 삶 살려 해도 과거 잘못으로 한 걸음도 못 나가 내가 나중에 어른이 돼 만난 아이 중에도 이런 경우가 많았다. 소위 말하는 일진 모임에 가담하는 것부터 시작해 학교 폭력, 절도와 강도, 폭행과 상해, 성범죄, 오토바이 사고, 음주 운전 사고 등을 저지르는 아이, 심지어 자해부터 더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던 아이들도 많이 만났다. 슬프게도 이런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 가난했다. 범죄와 가난이 밀접하다는 건 통계가 증명한다. 이 참담한 현실 앞에 좌절하고 있는 나는 지극히 미약한 조언 하나를 아이들에게 전할 뿐이다. 나는 어두웠던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살려던 아이가 자신이 과거에 저질렀던 행동 때문에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경우를 지켜본 적이 있다. 피해자였던 아이가 성년이 된 후에 가해자를 찾아가 끔찍한 일을 저지른 사례 또한잘 알고 있다. (67) 19살에 만난 H, 합숙 기간 3명이 함께 경쟁 나는 H를 처음 본 순간부터 H가 마음에 들었다. 키가 170cm를 넘었던 H는 일단 예뻤고 말투가 친절했다. 열아홉 살 소년이었던 내게는 어쩌면 그게 다였는지 도 모르겠다. 나중에... 물어보니 H도 내가 첫눈에 밉게 보이지는 않았다고 했다. 나름대로 경쟁도 치열했다. 짧은 합숙 기간에 H에게 구애한 남자가 나 말고 두명이나 더 있었다. 합숙 기간에 난 조장을 맡았다. 고등학교 때 내리 반장에 뽑혔다는 둥 괜스레 앞에 나서서 잘난 체를 해 가며 얻어낸 감투였다. 물론 H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였 다. 합숙 기간 내내 나는 우리 조의 리더로서 솔선수범하며 다른 조에 뒤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H가 보는 곳에선 더 열심히 했다. 연수원 때로만 한정해도 H와 관련된 애틋하고, 아름다운 기억들은 꽤나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 었던 장면 두 가지를 꼽아본다. (71) 1994년 9월, 공고 졸업 첫 월급 70만원으로 산 빨간 내복 세 개 연수원 퇴소 후 얼마 후인 1994년 9월 26일이 내가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에 정식으로 출근한 첫날이다. 새 양복을 빼입고 당당한 걸음으로 첫 출근을 한 그날, 회사 정문에 적혀 있던 슬로건인 ‘고객을 위한 품질, 세계를 향한 기술’이라는 문구가 아직도 기억에 선연하다.(73) 첫 월급을 받았다. 수당까지 다 합쳐서 70만원 정도였다. 첫 월급을 타면 다들 그러는 거라고 해서, 빨간 내복 세 개를 사서 할머니와 천안에 계신 아버지와 새어 머니에게 가져다 드렸다. 물론 나를 위해서도 돈을 썼다. 친했던 입사 동기가 권유하는 대로 주택청약을 들어 부금으로 매달 10만원씩을 납입하기 시작했고, 적은 액수였지만 정기예금에 가입하기도 했다. 이 돈은 몇 년 후, 내가 중앙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등록금으로 요긴하게 잘 쓰였다.(74) 영문과 학생회장, 총학 인권복지위원장 맡아 10%이상 인상 등록금, 한 달 협상 무산시켜 영문과 학생회장이 되면서 총학생회 구성원이 됐다. 다른 학과의 학생회 사람들 과도 자연스럽게 안면을 트고 지냈다. 영문과에서의 내 업적(?)이 소문이 나서인지 이번에도 추대 형식으로 2002년도 인권복지위원장을 맡게 됐다. 굳이 총학생회 내에서 서열을 따지면 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 다음 가는 중요한 보직이었 다. 이때 내가 주도한 사업들은 학생들의 이사를 돕기 위한 리어카 대여, 우산 대여와 같은 비교적 간단한 것부터 학교 측과의 협상을 통해 이끌어 낸 구내식당 리모델링과 식당 메뉴 개선 등이 있다. 나는 학교 내에 입점한 상인들과도 꾸준히 소통해 상인들과 학생들의 민원의 접점을 찾아내 해결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가장 중요한 사업이랄 수 있는 등록 금과 관련해서는 ‘가열찬 투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십 퍼센트 이상의 등록금 인상만을 앵무새처럼 말하는 대학 본부와 총장실의 집기를 들어내 청룡연못가에 진열해 놨다. 한동안 맥이 끊겼던, 총학생회 선배들의 일종의 유훈이었다. 한 달간의 지루한 협상 끝에 우리가 원했던 숫자에 가까운 선에서 타결이 됐다.(78) 공고 졸업 신입 사원, 3개월간 커피 타고 문서 복사만 기아자동차 로고가 새겨진 배지만 봐도 저절로 웃음이 새어나오곤 했다. 공고 출신 신입 사원이 엄혹한 현실을 실감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처음 입사할 때만 해도 당연히 내 전공을 살려서 엔진 같은 중요한 장치의 설계를 맡게 될 줄 알았 다. 석 달 가까이 커피를 타고, 문서를 출력하고 복사하고 편집하고, 회의 준비를 하고 마무리를 하는, 누구를 갖다 놔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업무를 전담했다. 이후 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전문대나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의 업무와는 많은 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거였다. 나는 준비가 안 돼 있었다. 학벌을 가르려는 것이 아니라 공고에서 3년 동안 배운 것과 4년제 대학 공학 관련 학과에서 배운 것의 수준 차이는 어마어마했다.(90) ‘당당한 나’ , 1년간의 호주 워킹홀리데이 덕분 ‘할 수 있을까?’ 보다 즉시 ‘무작정’이면 충분해 첫 직장을 관둔 나는 스물세 살에 대학생이 됐다. 입학 이듬해에 1년간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고, 돌아와서는 학과 학년 대표부터 시작해서 나중에는 총학생회 간부가 돼 다양한 일을 해냈다. 돌이켜보면 이십대, 그 빛나던 시기의 나는 거리낄 것이 없었고 꽤 당당하게 살고 있었다.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워킹홀리데이 덕분이다. 호주에서 나는 예닐곱 개쯤 되는 아르바이트를 했고, 피부색과 종교가 다른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으며 개중 몇몇과는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때로는 수백 명 이상이 모인 곳에서 동양인은 달랑 나 혼자였던 경우도 많았다. 영어 회화에 서툴렀던 내가 그럴 수 있었던 건 자신감 덕분이었다. 처음에는 이국의 낯설기만 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맡은 일을 하기에 앞서서 ‘이래도 되나? 정말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괜한 걱정에 쭈뼛거리며 망설이곤 했다. 그냥 무작정 부딪쳤다. 그리고 그 ‘무작정’이면 충분했다는 걸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110) 사람들은 내게 관심 없다. 자신감을 갖도록 “지구가 공전을 멈춰서 인류가 멸망하는 것 말고는 애초에 큰일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내게 별로 관심이 없다. 부디 자신감을 갖도록...” (111) 식권 구걸 노숙하며 연기 연극은 지금의 나를 완성 나는 무대에 오르는 매순간 최선을 다했다. 상한 음식 때문에 장염에 걸린 날에 도, 여관비가 없어서 노숙을 한 피곤한 몸으로 무대에 오른 당일에도, 심지어 단한 명의 어린이 관객만이 입장했던 날에도 나는, 더 나은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그런 노고를 알아봐 준 관객들이 공연이 끝나기를 기다렸 다가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기립을 하고 열광적인 커튼콜을 보내주기만 하면 나는 아무런 미련 없이 행복할 수 있었다.(137) 나는 내 마지막 이십대의 삼 년 가까운 기간을 연극배우로 살았다. 무대 도구가 꽉들어찬 승합차 안에서 쪽잠을 청하며 공연을 위해 지방을 전전했다. 내가 속해 있던 극단은 유랑극단이나 마찬가지였고, 그 세월 동안 나는 지극히 가난했다. 돈이 없어서 한강대교를 걸어서

정지영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