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어와 일본어가 알타이어족에서 분화되어 제각기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변화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두 언어의 유사성을 논증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결코 두 언어가 유사하지 않다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누가 봐도 한국어와 일본어의 소리, 발음, 의미 등이 같거나 유사하다고 느끼는 단어나 표현은 시쳇말로 ‘차고도 넘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 필자가 이 책을 집필한 목적은 한국어와 일본어의 유사성을 논증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어와 일본어의 유사성에 주목하고, 바로 그 점을 잘 활용하여, 한국인이 일본어를 쉽고 빠르게 공부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필자는 음성학적인 관점에서 한국어를 원형으로 하는 일본어가 어떠한 음운변화를 거치며 오늘날의 일본어로 정착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추적했습니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 스스로 일본어의 어원과 음운의 생성 원리를 터득할 수 있도록 설명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기본어휘가 뇌리에 깊이 각인될 것이고, 거기에서 파생한 수많은 어휘가 힘들이지 않고 독자 여러분의 머릿속에 저장될 것입니다. 이 책이 바로 독자 여러분께서 오랫동안 찾던 바로 그 책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 서점에 가면 많은 일본어 어휘 관련 서적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출판사 나름대로 일본어를 공부하는 독자들이 쉽고 편리하게 단어를 익힐 수 있도록 갖은 아이디어를 다 동원하여 편집한 것들입니다. 독자들은 마음에 드는 일본어 단어 책을 사서 공부할 것입니다. 그러나 책을 샀다고 해서 단어가 저절로 내 것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독자들의 능력이나 노력에 따라 그 차이가 큽니다. 물론 외우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 학습 속도가 빠를 것입니다. 그러나 외우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매우 적고 보통 능력을 갖춘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 이 책의 집필 목적은 보통 능력을 갖춘 학습자가 외우는 능력을 타고난 학습자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일본어 단어를 습득하게 하는 것입니다. 어학 능력을 향상하려면 먼저 어휘의 뜻을 정확하게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독자가 읽기만 하면 단어의 원형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일본어로 정착하는가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썼습니다. 그런데 단어를 많이 안다고 어학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단어가 가진 다양한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때와 장소 그리고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해야 진정한 실력자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필수적인 예문을 많이 제시했습니다. 문장 속에서 단어의 쓰임새를 되풀이 학습하여 더욱 섬세하게 기억시키기 위해서입니다.
◎ 이 책에 『한국어로 잡는 일본어』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앞으로 간행될 6권의 「역발상일본어」 시리즈의 첫 번째 책입니다. 이번에 『리사이클링으로 잡는 일본어』(역발상일본어」②)와 같이 출간했습니다. 앞으로 ㈜휴먼메이커에서 잇달아 출간할 책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으로 잡는 일본어』(역발상일본어③), 『감각으로 잡는 일본어』(역발상일본어④), 『한음절로 잡는 일본어』(역발상일본어⑤), 『한자로 잡는 일본어』(역발상일본어⑥). 역발상일본어 시리즈로 여러분의 일본어 공부가 일취월장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가나(かな)는 한자를 염두에 두지 않고, 당시 일본인의 발음(소리)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다듬어졌습니다. 일본 특유의 편의주의와 실용주의가 결합한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p23)
◎ 일본어에서는 모든 음절이 같은 길이의 ‘소리’로 표현됩니다. 예를 들어보면, ‘간단’은 かんたん(簡？)입니다. ‘간’은 ‘かん’ ‘단’은 ‘たん’으로 처리되었습니다. 우리는 ‘간’과 ‘단’은 한 음절 길이로 발음하지만, 일본인은 ‘かん’과 ‘たん’을 두 음절로 발음합니다. ‘ん’을 정확하게 한 음절 길이로 발음해야 합니다.(p38)
◎ 예를 들면, 벌판을 이르는 벌은 はら(原)입니다. 벌(b？l) - bora -hara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곤충인 벌은 はち(蜂)입니다. 벌(b？l) -bori - hati로 변했습니다.(p45)
◎ 일본인이 긍정할 때 쓰는 대답은 하이(はい)입니다. 그런데 지금도 규슈 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はい 대신에 나이(ない)라고 대답하는 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습니다. 구마모토 지역 사람들은 아예 우리말과 같이 “네”라고 대답합니다.(p51)
◎ 야마구치·시마네 지역 사람들은 큰 꾸지람을 듣는 것을 오꾸지(ookuji)라고 합니다. 우리말 꾸지람의 꾸지(kuji)에 ‘많다’는 뜻의 おお(多)를 앞에 붙여서 탄생한 말인 것 같습니다.(p53)
◎ 구름은 일본어 くも(雲)로 바뀌었습니다. 먼저 구름(kurumu)에서 ‘ru’가 탈락되어 ‘kumu’로 변합니다. 그리고 ‘kumu’에서 ‘u’가 ‘o’로 바뀌어 ‘kumo’라는 일본어로 정착합니다.(p64)
◎ 해가 구름에 가려졌다가 나오면 ‘해가 났다’고 합니다. 오늘날 우리들은 양지(陽地)라고 하지만, ‘해나다’라는 본디 우리말이 훨씬 정겹네요. 日本人들은 해가 나서 비추는 밝고 따뜻한 곳을 ひなた(日向)라고 합니다.(p81)
◎ 보통 산은 やま(山)라고 하지만, 높은 산은 たけ(岳)라고 합니다. 고구려 사람들은 산을 한자로 ‘高’라고 쓰고 ‘달’이라고 읽었습니다. 아사달이 그 예입니다. たけ는 달(tal)이 tari - tare(i → e) - take(r → k)로 변한 말입니다.(p101)
◎ 봄은 새해가 시작되는 계절입니다. 봄은 벌판에서부터 옵니다. 새해의 판을 ‘벌이다’는 감각. 봄은 はる(春)입니다. ‘벌이다’의 벌(b？l)이baru(？ → a, l → ru) -haru(b → h)로 변한 것입니다.(p111)
◎ でこ(deko)는 머리를 이르는 우리말 속어 ‘대갈’에서 나온 말입니다. 대갈(degal)이 dega - dego로 변한 것입니다. 인형극에 쓰이는 ‘머리통이 큰 목각 인형’을 でく(木偶)라고 합니다.でこ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でく로 변했을 것입니다.(p132)
◎ 혀는 した(舌)입니다. 우리말 혀에서 나온 말입니다. 혀는 백제 시대에 이두어로 ‘舌林’, 통일 신라 시대에는 ‘西林’으로 표기되었습니다. 언어학자들은 그 발음이 ‘siot’였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혀(siot)가 sito - sita로 변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p147)
◎ 배는 はら(腹)입니다. 고대 일본어는 波良(bara)로 표기되었습니다. 우리말 배(bai)가 bari - bara - hara로 변한 말입니다.(p158)
◎ 남녀 사이의 사랑은 こい(？). ‘사랑하다’의 옛말 ‘고이다’의 고이(koi)가 그대로 일본어로 변한 것입니다.(p176)
◎ ‘응석을 부리다’ ‘떼쓰다’는 こねる(捏ねる). 이 말 역시 ‘골내다’의 골내(golne)가 gone(+る)로 변한 것입니다.(p180)
◎ ‘통하게 하다’ ‘꿰다’는 とおす(通す). ‘뚫다’의 뚫(twrp)이 toro - toho(+す)로 변했습니다. ‘맺다’ ‘잇다’는 むすぶ(結ぶ). ‘맺다’의 맺(masu)가 musu(+ぶ)로 변한 말입니다.(p194)
◎ 친족은 うから입니다. 이 말은 겨레(kyore)가 kyora - kara로 변하고, 거기에 접두어 う가 붙었습니다. 동포를 이르는 はらから(同胞)도 겨...레에서 나온 말입니다.(p221)
◎ 숫자 かず(？)의 원형은 우리말 가지입니다. 가지(kaji)가 kazi - kazu로 변했습니다. かず의 동사형은 かぞえる(？える)입니다.‘세다’ ‘계산하다’ ‘열거하다’는 뜻입니다.(p243)
◎ 채소, 푸성귀를 な(菜)라고 합니다. な(菜)는 나물의 나(na)가 그대로 일본어가 된것입니다. 특히 봄에 나는 채소는 はるな(春菜)입니다.(p261)
◎ 용마루는 むね(棟)입니다. 『훈몽자회』에 풀이되어 있듯이, 용마루의 옛 우리말은 마라였습니다. むね는 마라(mara)가 muna - mune로 변한 말입니다.(p279)
◎ 납은 なまり(鉛)입니다. 납(nap)이 naba - nama - namari로 변한 말입니다. 주석은 す
ず(錫)입니다. 주석(jusok)이 juso - suso - susu로 변한 말입니다.(p287)
◎ 서 ‘진영’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을 たむろ(屯)라 합니다. 이 말은 백제의 지방 조직 담로에서 나온 말입니다. 담로(damuro)가 그대로 일본어로 정착했습니다.(p305)
◎ 노루는 のろ(獐)입니다. 우리말 노루(noru)가 그대로 일본어가 되었습니다. 곰은 くま(熊)입니다. 곰(komu)이 koma - kuma로 변한 말입니다.(p321)
◎ 게는 かに(蟹)입니다. 게(koi)가 koni - kani로 변한 말입니다. 소라는 さざえ(？螺)입니다. 소라(sora)가 sata - sasa(+え)로 변한 말입니다.(p331)
◎ 씻다’는 あらう(洗う)입니다. ‘빨다’의 빨(paru) - para -ara(p 탈락, +う)로 변한 말입니다. 외고집은 えこじ(依？地)입니다. 설명 안 해도 아시겠지요? 외고집(egozip)이 그대로 일본어가 되었습니다.(357)
◎ ‘넘어뜨리다’는 たおす(倒す)입니다. ‘다했다’의 다해(tahe)가 tahu - taho(+す)로 변한 말입니다. ‘겨루다’는 きそう(競う)입니다. ‘결내다’의 결(kiol)이 - kio - kiso(+う)로 변한 말입니다.(p377)
◎ ‘메다’는 かつぐ(？ぐ)입니다. ‘걸다’의 걸(k？ru)이 kotu - katu(+ぐ)로 변한 말입니다. ‘갓’은 かさ(笠)입니다. 우리말 갓(kasu)이 그대로 일본어가 된 말입니다.(391)
구태훈 [저]
성균관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쓰쿠바 대학 대학원에서 문학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근세사를 전공했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 문과대학 사학과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학보' 편집위원장, 한국 일본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저서로는 '일본무사도', '전통사회의 사회질서와 경제발전', '일본고대, 중세사', '일본근세, 근현대사', '일본사 파노라마', '구태훈 교수의 안중근 인터뷰'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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