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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희망의 나날들 : 허희 산문집
허희 ㅣ 추수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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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일
2021년 1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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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page/131*201*17/324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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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55401965/115540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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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왜 때때로 글을 읽고 때때로 글을 쓰는가?” 낙관은 너무 늦었고 비관은 아직 이른 삶에서 어렴풋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노력에 대하여 문학평론가 허희의 첫 산문집. 2012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이래 비평 작업을 통해 꾸준하게 목소리를 내온 그가 처음으로 타인의 글이 아니라 자신에게서 비롯된 글을 내놓는다. 그래서 이 책은 감히 예쁜 내일을 꿈꿀 수 없지만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스스로를 바라보면서, “글을 읽고 쓰라”는 권유가 마땅한지 주저하다가 서투르게 타인에게 말을 거는 것보다는 스스로에게 먼저 말을 걸어야겠다는 마음에서 써내려간 고백이다. “나는 스스로가 싫어지는 상황을 자주 경험한다. 내가 꿈꾸는 이상은 터무니없이 숭고한 데 비해 내가 실제 사는 현실은 비루하기 짝이 없어서다. 도무지 좁혀지지 않는 양자의 거리가 나를 좌절하게 만든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앞으로 나의 삶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겠지. 이미 반쯤은 체념하고 있다. 그런데 나머지 반은 어떤가 하면 그렇지가 않다. 포기하지 못했다. 향상의 기대 없이, 나는 현재를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 되었든 조금 더 만족스러운 쪽으로 바뀌어 가리라는 희미한 희망이 나를 숨 쉬게 한다.”
  • 희미함이 절망이 아닌 희망일 수 있도록, 우리는 타인에게 귀를 기울이고 자신을 고백한다 “힐링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시혜자와 수혜자라는 차별적인 위계로 설정한다. 그 범위 안에서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아파야 한다. 그래서 내게는 위로가 더 힘이 세 보인다. 어떤 책임이 아닌 사랑에 의해, 위아래가 아니라 옆으로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의 문법은 ‘그렇기 때문에’라는 가정이 아니라 ‘그럼에도’라는 역접과 결부되어 있다. 우리는 누군가를 ‘그래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 책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은 이들은 “문학이 무슨 쓸모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근원적인 질문에 답하는 일은 언제나 버겁다. 그나마 세월의 더께가 글로 밀려 나올 수밖에 없는 창작자들이라면 저마다의 삶과 글을 증거로 내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기라는 여과를 거쳐 타인의 목소리을 재배열하는 비평가들은 저 질문을 받고 소설가나 시인보다 훨씬 오래 주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희미한 희망의 나날들》은 한 비평가가 자신이 왜 자주 읽고 또 때때로 쓰는지 오래 자문한 끝에 내놓은 답이다. 나아가 읽고 쓰는 것과 무관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일상에 대한 고백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짧은 분량의 글이 가진 호흡은 깊고 서늘하다. 구체적으로는 소설 《빨강머리 앤》부터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소설과 영화, 그리고 노랫말을 빌려 살아오며 마주해온 편린들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고백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내가 비평을 쓰는 까닭은 내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끝내 직접 하고 싶지 않은 (무)의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 나는 그러한 용기가 없기에 경외하는 작가들을 평하는 척하며 슬며시 나 자신을 끼워놓을 뿐이었다.” 비평가란 스스로는 갇혀 있는 자기를 꺼낼 수 없기에 작품을 빌려 어떻게든 자신을 해명하고자 발버둥 치는 존재다. 그러한 노력들은 헛되고, 또 쓸데없다고 폄훼되지만 그들은 그것을 할 수밖에 없다. 《희미한 희망의 나날들》 또한 평론가로서 소설이나 영화 등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우회하는 형식을 취하는 듯하지만, 거기서 한 걸음 나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자신이 비평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함께 드러내는 에세이적인 형식을 취한다. 예를 들어 〈공허를 부수는 이야기, 허무를 허무하게 하는 글〉에서는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한 질문에 매번 다르게 답한다고 하면서 여기에 매춘부와 작가 사이의 착종에 놓였던 넬리 아르캉의 삶을 덧댄다. 2001년 ‘창녀’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자전소설로 데뷔한 그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타인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발견하거나 혹은 상실한다는 점에서, 이자벨(아명)과 신시아(매음굴에서의 가명), 넬리(필명)은 결코 다르지 않았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영화 〈미스트〉의 상황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인간은 막막함 앞에서 절망하지 않기 위해 상상하게 되고, 상상은 곧 비관으로 이어지며 결국에는 절망으로 치닫게 된다. 그러나 안개가 걷힌 실제 삶은 대개 완전한 희망도, 그렇다고 완벽한 절망도 아닌 흐릿한 그 무엇인가다. 그 희미함을 막막함이 아니라 낙관으로 살아내게 하는 것이 바로 타인과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는 태도다. 이러한 저자의 주제의식은 앞서 소개한 넬리 아르캉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말을 거는 이가 스스로를 찾을 수 있도록 인도했던 마하엘 엔데의 모모와, 세상과 스스로...
  • 프롤로그 비밀과 고백 1장 사랑은 중력이다 픽션으로서의, 망가진 사람들의 연애: 몇 편의 한국 근대 소설과 영화 〈오버 더 펜스〉에 부쳐 당신은 회한 쪽으로: 무모한 사랑의 말로 사랑은 중력이다: 역학적 사랑의 공식 매일 그대와: 공존하는 사랑의 결정 나와 너는 어떻게 증명되는가: 극한 사랑의 탐색 타이밍이 (안) 중요한 건가봐: 사건과 사고의 차이 2장 저기 수많은 별 중에 시간을 찾아서: 낭비 같은, 그러나 낭비가 아닌 공허를 부수는 이야기, 허무를 허무하게 하는 글: 다종다양 쓰기 욕망들 저기 수많은 별 중에: 생텍쥐페리의 비상하는 마음 슬픈 마음의 소리: 묘생과 인생 사이 기적은 아니지만 기적처럼 느껴지는: 조해진과의 ‘완벽한’ 대화 아이에서 어른으로: 배신과 이별에 대처하는 스카웃과 진희의 자세 3장 우리를 구원하는 우리 수학처럼 아름다운 삶의 증명: 우애수와 한국 사회의 참사화 실격당하는 인간과 문학적 삶: 다자이 오사무의 우울 너머 우리를 구원하는 우리: 비추고 비치는 빛 100퍼센트 확률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와 정세랑의 환상적 접점 우리가 함께일 수 있다면: 회자정리의 애도 긍지의 공동체를 위하여: 비극적 간극에 내재...
  • 22쪽 “망가진 사람들과 연애하면 안 돼.” 지인의 조언에 반문해봤자 그럴듯한 답을 들을 수는 없을 것이기에 이렇게 되묻지는 않았다. ‘그런데 망가진 사람이 나라면 대체 누가 날 사랑해주지?’ 지인의 논리에 따르자면 마이너스 에너지로 가득 찬 두 사람의 만남은 -100 + -100 = -200의 등식이 된다. 그러나 〈오버 더 펜스〉는 제목처럼 어떤 한계선을 넘는 기적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만남이란 덧셈을 곱셈으로 바꿔 -100 × -100 = 10,0000이라는 전환을 만든다. 사랑이란 바로 그런 기적일 테다. _〈픽션으로서의 망가진 사람들의 연애〉 중에서 30쪽 개츠비와 달리 내 마음속에는 지금까지 사랑했던 모두가 각양각색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 그들과의 만남은 하나하나 아릿하면서 소중한 과거다. 왜 나는 그때 무수한 잘못을 저질러놓고 항상 늦은 후회를 하는 것일까. 돌이켜 보면 나의 거듭된 실수는 잃어버린 반쪽만을 간절하게 바랐을 뿐, 남아 있던 반쪽 그러니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인 듯싶다. 상대방이 나를 안아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나를 안아줄 틈을 주지 않았다. _〈당신은 회한 쪽으로〉 중에서 47쪽 서로에게 우리 각자는 다른 사람일 뿐이다. 타인은 지옥이 아니라 오직 나만 있는 세상이 지옥이다. 사랑은 그 지옥에서 벗어나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믿는다. 물론 그것은 또 다른 지옥으로 가는 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고립보다는 사랑이라는 희미한 희망에 스스로를 걸고 싶다. _〈매일 그대와〉 중에서 80쪽 많은 경우 글은 현실에서 힘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글을 통해 기억하고 재창조하고 타인을 껴안을 수 있다. 글은 세상에서 무력하지만, 글은 그 세상을 품어내 또 다른 세상을 구축한다. 실재는 우리가 딛고 선 땅이 아니라 우리가 날아가려는 곳에 있다. 폴과 '나'가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를 만들어냈듯이 말이다. 터무니없는 몽상 덕분에 그들은 끔찍한 현실에 무너지지 않았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소통하면서 가장 불행한 시기를 가장 행복한 시기로 바꿔놓았다. 그렇게 그들은 공허를 공허로 부숴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우도 여기에 있다. 글로써 모든 허무를 허무하게 만들고 싶다. _〈공허를 부수는 이야기, 허무를 허무하게 하는 글〉 중에서 119쪽 굳게 믿었던 파수꾼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고통스러운 진실을 받아들이면서 진 루이즈는 아이의 세계를 무너뜨리고 어른이 된다. 때때로 나는 신뢰가 아니라 배신이 인간을 성장시키는 동력임을 체감한다. 그렇게라도 아픔을 긍정해야 하는 날이 있다. 그래서 절대로 틀리지 않을 것 같던 세계관을 의심하기 시작할 때 다가오는 고통은 소중하다. _〈아이에서 어른으로〉 중에서 127쪽 낯선 장소에서 처음 본 사이지만, 그때 우리는 열일곱 살 동갑내기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헤어질 때에는 “안녕, 잘 가” 하고 서로 손을 흔들어 주기도 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친구들의 소식을 다시 접하게 되었다. 7월 14일 부산으로 돌아가던 그들의 버스가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뉴스에서였다. 차량 연쇄 추돌로 인한 추락과 화재로 열여덟 명이 숨지고 아흔일곱 명이 다쳤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비슷한 시기에 수학여행을 떠났던, 똑같은 열일곱 살짜리들이었다. 그런데 누구는 죽었고, 누구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 기분의 정체는 죄책감이었다. 그들의 죽음은 나와 무관하지 않았다. 효율만 내세우는 어른들의 사회에서 아이들의 죽음은 흔한 것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저 우연히 살아남은 사람에 불과했다. _〈수학처럼...
  • 허희 [저]
  • 저자 허희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2012년 문학평론가로 활동을 시작해 글 쓰고 이와 관련한 말을 하며 살고 있다. 2019년 비평집 『시차의 영도』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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