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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시가 우리를 죽여주니까 : 이영광 산문집
이영광(李永光) ㅣ 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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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일
2020년 10월 31일
  • 페이지수/크기/무게
328page/136*210*19/399g
  • ISBN
9791187361107/11873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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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시인의 눈으로 시의 마음을 들여다보다 누군가는 시를 쓰고, 누군가는 시를 읽고, 누군가는 시를 가르친다. 시인은 때로, 이 모든 ‘누군가’를 한 몸으로 해낸다. 다른 이의 시를 읽고, 자신의 시를 쓰고, 학생의 시를 읽고, 또 가르친다. 그렇게 살아가는 시인은 어쩌면, 시를 내내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시가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린 어느 시인의 내밀한 기록이다. 시가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린 사람, 그의 눈으로 시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써내려간 기록이다. 시가 삶이 되어버렸으니 시에 도통해버린 듯해도 그는 결코 시에 대하여 확신에 차서 말하지 못한다. 주저하면서 시는 이런 게 아닐까, 더듬더듬 중얼거린다. 이 책은 시 쓰기/시 읽기의 길을 환하게 밝혀주진 않는다. 길을 알려 주기보다 시에게로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해주는 책이다. 시의 마음으로 한걸음 더.
  • 시 쓰는 마음 이영광 시인의 두 번째 산문집이다. 첫 번째 산문집 『나는 지구에 돈 벌러오지 않았다』에서 시적인 산문의 세계를 보여준 시인은 이 책에서는 오직 시에 집중하고 내내 시를 사유한다. 시인들은 시가 쓰여지지 않을 때, 흔히, ‘시가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고 한다. 이 책에는 시인의 비유가 자주 등장한다. 시인은 ‘쟁기에 메인 소 비슷하다’고도 하고 ‘자기도 모르는 소리를 하는 자’라고도 한다. 흔히들 생각하듯이 시인은 ‘시’의 주인이 아니라고, 정작 ‘시’가 시인을 부리는 주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시 쓰는 마음이 발견해낸 진실들이 이 책에는 촘촘히 들어있다. 시 읽는 마음 자신의 시가 오지 않는 시간에 시인은 남의 시 혹은 글을 읽는다. 대학에서 선생 노릇을 겸하고 있는 시인은 아직 시인이 되지 못한 학생들의 습작시도 읽는다. 시인은 그런 글들을 어떤 마음으로 읽을까. 좋은 산문에서 시인은 ‘시’를 발견하고 좋은 시에서는 ‘시가 되게 한 이유’를 찾는다. 시인이 되고 싶은 마음을 품은 제자들에게는 ‘시’의 비기를 넌지시 알려준다. ‘니 애 마이 썼다’는 글이 있다. 시인이 쓴 세월호 시를 다 읽은 어머니와의 통화. ‘절반 문맹 시골 할매’가 시를 읽고 울었다는 말씀에 시인은 이렇게 쓰고 있다. ‘어머니의 업그레이드에 놀라 심장을 콩닥거리고 있다.’ 시를 발견한 이들과의 심장 콩닥거리는 연대감, 이 책에 담긴 시 읽는 마음이다.
  • 1 나를 잃는 글쓰기 2 시 창작 교실 3 생활 서정 4 쉰 목소리로 메모들 작가의 말
  • 모르는 어딘가에서 모르는 말이 찾아온다 시인들은 흔히 시가 잘 안 된다고 말하지 않고 시가 잘 안 온다고 말한다. 시가 자신이 모르는 어딘가에서 찾아온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모르는 곳에서 오는 말이므로 이 때의 ‘시=말’은 ‘모르는 말’이라 부를 수 있다. 이 말에 접한 순간의 시인은 자기도 모르는 소리를 하는 자이다. 생각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아야 떠올릴 수 있는 말이 바로 시인에게 찾아오는 말이다. _본문 중에서 아파도 아프지 말라고 하던 말이 내가 어려서 받은 가정교육이고 학교교육이었다. 고통을 어디 쉽게 내보일 데가 없었던 것이 나의 유소년 시절이었다. 나는 우울을 감춘 씩씩한 청년으로 자라서, 흔해빠진 환자가 되었다. - 〈안 보이는 그대로〉 중에서 시가 ‘무엇이어야 하는’ 것이었다면 우리 모두는 애초에 시 쓰기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을 것이다. 시가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시를 살고 있는 순간에도 모를 수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신비스러운 두려움이, 시인의 어두운 밤을 외롭게 밝혀준다. - 〈시의 두려움〉 중에서 작품은 스스로 말하지 못한다는 말은 비평의 존재 이유를 짚은 말인데, 이는 사실 창작자의 상태에 더 들어맞는 것 같다. 시인은 자신이 쓴 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다. 그는 그것을 잘 설명하지 못한다. 물에 빠진 사람도 행복에 빠진 사람도 다 제 상태를 잘 설명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는 그 상태를 이미 시로 말했다. 전력으로 달려와 골인한 뒤에 쓰러진 마라토너에게 어떻게 달렸느냐고 묻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문제는 전력질주인 것이다. - 〈창작과 비평〉 중에서 고독이든 슬픔이든 공포든 행복이든 그것이 시에서 정말 고유한 것이 되려면, 시인이 갑자기 중병을 선고받거나 실수로 집에 불을 낸 사람처럼 황망과 난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태에 처해야 할 것 같다. 아무리 능숙한 글쟁이도 더듬거리게 되는 상태에. 사실, 능숙해지려 애쓰는 건 더듬거리기라도 해보기 위해서다. 시는 늘 문제만 만들고 만다. 불난 집이다. - 〈불난 집〉 중에서 좋은 문장은 곤경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니 늘 감당하기 어려운 문장을 말하라고, 말이 안 되는 말을 해놓고 그 다음 문장으로 어떻게든 수습해 보라고. 엉뚱하게 또 엉뚱하게 이어가보라고. 그러다 보면 어느 고비엔가 그 말 안 되는 문장들이 ‘어떻게든’ 말이 되는 순간이 올 거라고. 시의 문장은 ‘어떻게든’이 쓰는 거라고 - 〈어떻게든〉 중에서 찔레란 말엔 통증의 느낌이 있다. 생각하거나 보기만 해도 아픈 느낌. 찔려본 기억 때문이겠지만, 그것은 꺾으려던 마음이 찔린 아픔이니 고통은 사람이 짓는 것이다. 그보다 여기 하얗게 핀 찔레꽃 빛깔과 향기는 다가가기 어려울 만큼 그냥, 은은히 아프다. 나는 찔레의 가시가 꼭, 내 것 같다. - 〈찔레꽃〉 중에서 있으면서 없었던 사람들과 더불어 평생을 싸웠으니, 이제 그는 없으면서 있는 사람으로 이곳에서 오래 살 것이다. - 〈노의원 생각〉 중에서
  • 이영광(李永光) [저]
  • 1965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안동에서 자랐다. 1998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빙폭' 외 9편이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직선 위에서 떨다', '그늘고 사귀다', '물불' 등이 있다. 노작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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