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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 : 김륭 시집
문학동네시인선1 ㅣ 김륭 ㅣ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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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일
2012년 0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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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page/130*224*20/180g
  • ISBN
9788954618359/8954618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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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우리 평범한 일상의 앨범과도 같은 시! 한국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문학동네시인선」 제21권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 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시인 김륭의 첫 번째 시집이다. 우리 삶의 편린이 다양한 에피소드를 품은 채 흩뿌려져 있는 시 55편을 읽게 된다. 우리 평범한 일상을 배경으로 가족사와 연애사, 그리고 늙어간다는 정신적 노동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바람직한 관계와 가치가 허물어져 무질서한, 우리가 살아가는 '뒤죽박죽' 세계를 저자 고유의 미적 장치로 주어진 현실을 타격하는 미학적 실천으로 가치화하여 성찰한다.
  • 1. 김륭, 이라는 시인이 있다. 당연히 필명, 그에게는 김영건, 이라는 본명이 있다. 어쩌다 김륭이 되었는지는 아직 물어보지 못했다. 다만 이름 끝의 한 글자에 힘이 꽤 들어간다는 거, ‘륜’이었다면 보다 인문학적인 냄새가 났으련만 ‘륭’이 절로 입이 모아지는 발음이라 더한 율동감이 느껴진다는 거, 그러한 에너지와 그러한 리듬감으로 이미 어린이 시장에서는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 『삐뽀삐뽀 눈물이 달려온다』 이 두 권의 동시집으로 단단히 제 자리매김을 했다는 거, 그리고 바로 오늘, 동시와는 다르게 복잡다단한 세계의 각축장을 펼친 그의 첫 시집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를 선보인다는 거…… 자, 일단 2007년 강원일보와 문화일보에 각각 동시와 시로 데뷔하며 등단 5년 차를 맞은 김륭 시인의 내력을 말하자면 이렇다. 2. 1961년에 태어나 2007년에 시인이 되었으니 마흔일곱에 시인이 되어 쉰둘에 선보이는 이른바 늦둥이 ‘첫’ 시집이다. 김륭의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는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최현식의 제목 중 일부처럼 ‘뒤죽박죽 박물지(誌)’라 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삶의 편린들이 저마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품은 채 마구 흩뿌려져 있다. 예컨대 한 떠돌이가 있어 그의 가방 좀 보자 했을 때, 그리고 그걸 탈탈 털었더니 평범하고 익숙한 사물 가운데 접이식 다용도 칼이 나왔을 때, 반드시 필요한 물건임을 알면서도 순간 ‘칼’이라는 물성에 놀라 한 떠돌이와 그의 옷차림과 그의 삶을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되는 시선의 분할과 집중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시집이랄까. 여기 실린 55편의 시는 어느 하나 빠짐없이 일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니 어느 한 편 예외일 것 없이 읽기에 무난하고 이해하기에는 더더욱 무리가 없다. 쓰는 그나 보는 내가 같은 별에서 살고 있는 한 크게 다른 이해구조 속에 굴러가지 않다는 걸 알기에 단정 짓는 소리다. 아버지, 어머니, 아내, 딸이 등장하여 전개되는 집집마다의 가족사는 물론이거니와 이른바 중년 남성의 연애사라든가 지금도 계속되는 사랑의 현재라든가 나아가 늙어간다는 정신적인 노동에 이르기까지, 김륭 시인의 내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앨범이 바로 이 시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까, 갈라선 아내가 키우고 있는 딸에게 모처럼 넣어본 전화를/ 꽃이 받는 순간의 낭패감이 찡― 눈을 찔러올 때마다/ 턱밑에 붉은 밑줄을 긋고 완성한 늙은 지붕 위로/ 깨진 화분처럼 몸을 올려놓았지만 -「꽃과 딸에 관한 위험한 독법」부분 아내가 없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 줄 모르겠습니다 속이 시커멓게 탄 사내에게 고독이란 밥으로 더럽힐 수 없는 쌀의 언어입니다 문득 살이 운다는 말을 떠올렸습니다 밤을 밥이라 썼다 지우고, 쌀을 살이라고 써다가 지우는 사내의 입이 문밖 나뭇가지에 걸립니다 -「쌀 씻는 남자」부분 울어라 울지 않으면 바람이 아니다 살아서 울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바람의 육체」 부분 반짝, 창문이라도 달아낼 듯 치통은 걸어다니고 머리칼은 자꾸 넘어지는데 까칠해진 턱수염 밑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에 불이나 댕기는 당신의 아랫도리를 어디 한번 꾸―욱 눌러 짜보기로 한다 -「치약」부분 3. 이들 시편들이 굳이 일정한 부를 나누지 않고 한데 엉킬 수 있는 데는 설사 그 하루하루가 비루하다 할지라도 끝까지 이 삶이라는 항아리를 끝까지 깨지 않고 가져가려는 시인의 착한 심성이 큼지막한 한 원으로 손 맞잡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빚어진 그 어떤 불화도 우주 안에서라면 그 불씨가 결국 잦아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인은 비교적 제 ...
  • 시인의 말 뱀의 형식 눈사람을 만드는 건 불법이야 치즈 나무가 새를 집어던지는 시간 개나리 소송(訴訟) 구름에 관한 몇 가지 오해 새의 식탁 살부림 꽃의 재발견 두루마리 화장지 치약의 완성 추파춥스 눈물이 완성되는 순간 홍수 캥거루 미술관 당신의 꽃밭에는 몇 구의 시신이 나올까 페이스오프 꽃과 별을 기록하는 밥의 생산성 오래된 꽃밭 늙은 지붕 위의 여우비처럼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 나비의 시간 치약 몽니 포옹 당신의 입술은 기억할까 독사 바람의 육체 눈물의 배후 청바지를 입지 못하게 된 K씨의 경우 부도난 치부책 탁본(拓本) Happy Birthday 테크놀로지 황태 햄버거 진화론 달팽이생태보고서 지루한 거짓말 교통사고다발지역 구름의 연애사 옆구리 2 올가을은 몇 번이나 웃을까 슬그머니 첫눈 고독의 뒷모습 하품 허브 살찐 거미의 식탁 꽃다발을 빌려드립니다 밥의 도덕성 비늘 사마귀들에게 쪽지 보내기 쌀 씻는 남자 모기의 정체성 꽃과 딸에 관한 위험한 독법 해설 |‘뒤죽박죽 박물지(誌)’의 시적 규약과 윤리 | 최현식(문학평론가)
  • 늙은 지붕 위의 여우비처럼 맥주 대신 콜라를 마시면서 속이 시꺼매 다행, 이라고 중얼거린 말이 그녀 짧은 스커트 밑을 구르며 오소소 태어나는 순간 싹둑, 잘린 것은 탯줄이 아니라 꼬리였는지 몰라요 매번 기차보다 심하게 몸을 덜컹거렸지만 날개를 꺼내진 못했죠 바람은 쿡, 쿡쿡 썩은 나뭇가지로 제 눈이라도 찔러 뿌리를 내리고 달을 달걀처럼 깨뜨려보고 싶은 밤이에요 못 견딜 정도로 외롭진 않았지만 지루했었죠 천식을 앓는 아버지 아랫도리를 지키는 어머니처럼, 바늘로 사타구니를 꿰매야겠어요 혀라도 깨물면 반짝, 지붕 위로 던진 사랑니 하나라도 건질 수 있을지 몰라요 그래요 썩은 이빨을 금으로 덮어씌우는 일이라고 말하진 마세요 사랑은 늙은 지붕 위의 여우비처럼 몸과 함께 태어나지 못한 시간들의 혼잣말인 줄 당신 또한 까맣게 몰랐죠 짝짓기가 아니죠, 사랑은 자작극이에요 치약의 완성 칼잠 자는 엄마, 다물어지지 않는 입안 가득 누이가 끓인 라면이 부글부글 칼이 잠시 눈을 감길 순 있겠지만 부서진 쪽문 같은 저 입을 긋기엔 좀더 거친 울음이 필요하다는 듯 아버지는 다짜고짜 허리부터 꾹 눌러 짰죠 구겨진 와이셔츠 바람의 큰형이 눈을 동그랗게 떴고 한 번 더 꾹 눌러 짜자 작은형이 그리고 마침내 내가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엉겁결에 뛰쳐나왔죠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꾹꾹 쥐어짰을 거예요 누이는 치마가 찢어진 채 기어나와 시들시들 자주 아팠죠 쉿! 이건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우리 집 텃밭 이야기, 엄마 혼자 밭을 매는 동안 아버지는 욕실에서 고함을 질렀죠 치약이 다 떨어졌다며 허리 쭉 찢어발긴 튜브를 집어던지곤 치카치카 양치질을 했죠 참 상쾌하고 개운하게 사셨죠 아버지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이를 닦았고 엄마는 이를 갈았죠 그리하여 나는 몰두하게 됩니다 아버지가 되는 일에 대하여, 금을 뒤집어씌운 아버지 이빨 사이에 낀 개돼지들과 칫솔을 나눠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얘야, 이빨을 고분고분 썩힐 수 있는 치약은 없는지 몰라 닭 대신 악어새를 키우면 되잖아요 아버지에게 찢어발겨진 엄마가 숨통을 쥐어짜는 동안 나는 의심하게 됩니다 밤새 양치질을 해도 이빨 사이에 낀 새 울음소리를 긁어내거나 읍내 金마담 스커트 밑에 심어놓은 쥐똥나무 향기를 닦아낼 수 없는 불소치약의 효능에 대하여 마침내 이쑤시개를 들고 쳐들어갑니다 치카치카, 우리 아버지 물고 있던 칫솔 내려놓고 식탁에 오르실 시간입니다 시인의 말 말 대신 살을 뱉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마침내 급소가 생겼다. 종잇장 위에 쪼그리고 앉아 쭈뼛쭈뼛 비가 들이치기를 기다린다. 그러니까 내가 가진 눈물은 무릎이 툭, 튀어나온 바지라고 쓴다. 요즘은 구름이 너무 자주 얼굴을 만지러 온다. 내 하나뿐인 딸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 2012년 여름 김륭
  • 김륭 [저]
  • 가끔씩 내 안에서 나를 찾아볼 때가 있다. 그렇게 찾은 나를 물끄러미 내가 아닌 듯 바라볼 때가 있다. 으르렁, 울어 주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나였을까? 하루도 빠짐없이 으르렁거리는 내 울음은 몇 살일까? 청소년시를 쓰면서 내 인생에 없는 단어를 찾아보았다. 나는 왜 ‘아름다움’이란 단어 하나를 가지지 못했을까? 지난 사랑은 물론 내가 쓰는 시마저 그랬다.
    있는 이야기를 없는 이야기로 혹은 없는 이야기를 있는 이야기로, 가만히 울어 주고 싶었다. 사랑이 울면 시가 되는 거라고 믿고 싶었다. 많이 늦었지만 아름다움이란 단어 하나쯤은 갖고 싶었다. ‘실패한 성공’보다 ‘성공한 실패’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야만 으르렁, 조금이라도 더 멋지게 울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나를 세상보다 먼저 믿어 주고 싶었다.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시)와 『강원일보』 신춘문예(동시)에 당선되면서 밥보다 글이 울음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알았다. 시집으로 『살구나무에 살구 비누 열리고』, 『원숭이의 원숭이』, 동시집으로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 『엄마의 법칙』,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 학년』 등을 냈다.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 지리산문학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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