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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처음의 딸이 라색을 하는 동안

문학의전당 시인선1 ㅣ 고선 ㅣ 문학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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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 시/에세이 > 시 > 한국현대시

2007년 『시와시학』, 2008년 『애지』 신인상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고선 시인의 첫 시집이다. 고선 시인의 시는 신화적인 상상력에까지 뿌리를 내리고 있어 보다 심층적인 인간 내면을 생각하게 한다. - 출판사 제공
고선의 시는 중년의 시간이 살아가는 한 방식을 매우 극적이고 강렬한 형상으로 그려낸다. 그녀의 시에서 시간은 자신이 기숙하고 있는 육체의 삶을 통해 때로는 신비적 관능으로, 때로는 정서적 허기로써 현현하는 바, 우리는 여기에서 스스로를 기지로 삼아 현실을 타고 넘는 시간의 풍경을 목격하게 된다. 특히 고선의 시는 신화적인 상상력에까지 뿌리를 내리고 있어 보다 심층적인 인간 내면을 생각하게 하는데, 이러한 자질이 무중력적 사유의 산물이 아니라 지극한 현실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문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그녀의 시가 노동의 현실과 굴곡진 삶의 경험 위에 기초한 것이라는 점에서, 중년 여류시인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삶에 대한 인식의 감상성을 넘어선다는 데서 연유한다. 다시 말해 고선의 시에서 발견되는 정서적 표층은 그 연대가 보여주는 전형적 성격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심층은 생에 대한 보다 원초적이고 격렬한 자질들로 들끓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막 같은 현실과 고단한 생, 그리고 불안과 공포의 체험으로 인해 모성 세계에 대한 절박한 열망을 보여주었던 고선의 시는 우리 삶의 질곡을 돌아보게 한다. 그녀가 절실하게 향유하고자 했던 몸과 관능의 세계는 여성적 생명력에 대한 동경이었으며, 그것은 불구의 현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본질적으로는 자기확인의 욕망이자 나르시즘적인 열망이었다. 이러한 육체성에 대한 강렬한 욕망과 함께 형상화된 죽음에 대한 동경은, 그녀가 경험했을 고통과 외로움을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고선의 격렬한 시들은, 너무, 슬프다. 고단한 생의 기록들 사이에 숨어 있는 평화와 정화(淨化)의 상상력, 그 소박한 꿈을 보면서 나는 그녀의 시들이 더 이상 앓음의 기록이 아니기를, 간절히 생각한다. 모쪼록 그녀가 “강가 흰 조약돌로 달그락 달그락 살”아가기를! _김문주(문학평론가·영남대 교수)
1부 낙타 등 당신의 등뼈 우울(憂鬱) 1 우울(憂鬱) 2 엄마, 상여꽃 냄새가 나요 어머니 당신 어디에 계신가요? 추석 연휴 민들레 목이 말라요 빈 항아리 여름 등꽃 감자꽃이 피었어요 종소리 내 처음의 딸이 라색을 하는 동안 2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선데이서울 분수 어느 날 갑자기 거미 그 여자 경계 빨간 신호등 이별 예감 아름다운 이별 길 잃은 목자 행간 3부 몽골늪지의 우렁이 천경자를 만나다 꽃과 달 백화를 꿈꾸며 나도 모르는 내가 있네 초승 지나 도시의 꿈 세월 우리 신부님 선운사 동백 청동의 문 도화도화도화 시인이 된 친구 푸른 흔적 욕망은 시고 달다 붉은 장로나무 4부 장미정원 그 집 앞 도라지밭 똑다리 낮달 달 패랭이꽃 꽃신 꽃신 2 그리움 끝없는 이야기 내 안의 돌 화해 뽕짝 뽕짝 꿈 해설/김문주 : 전생(前生)을 사는 몽환의 감각, 귀환하는 모성, 그리고 신생의 꿈
당신 어디에 계신가요? 저를 보내지 말았어야 했어요 당신 꿈속을 유영하는 산새와 나무, 꽃과 나비 눈과 비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시로 음악으로 당신을 적시는 꿈이고 싶었어요 불꽃 파편으로 당신 몸에서 떨어져 나온 순간 지구별은 어찌 그리 광막하던지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나는 막막하고 버거워요 다락방 먼지 낀 상자에서 흑백사진 한 장을 보았어요. 처마 낮은 기와집, 창호지 바른 장지문 토방에서 당신은 친구와 웃고 계셨습니다 볼이 수줍은 열아홉 아니면 스물쯤, 어스름 새벽까지 달빛 드는 허청에 들어 짚신을 삼습니다. 당신 계신 곳 처마 낮은 기와집, 멀고 먼 행성이라는 것뿐, 달리 알 수 없어 수만 켤레의 짚신마저도 부족합니다 언뜻 눈을 들면 실루엣으로 어리는 당신은 손사래를 치며 황황히 모습을 감추십니다 모를 일입니다 달밤이면 무게를 더하는 마음이 걸망처럼 무겁습니다
고선 [저]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협성대학교와 한신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을 졸업했다. 2007년 [한국소설]에 단편소설 [울밑에 선 당신]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해, 시 전문 계간지 [시와 시학]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시집 [내 처음의 딸이 라섹을 하는 동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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