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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학적 고독 : 김익진 시집

문학의전당 시인선1 ㅣ 김익진 ㅣ 문학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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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깊이를 치닫고 오르는 고독과 사랑의 실체 『기하학적 고독』. 2008년 시집 《회전하는 직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익진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이것은 만유인력을 무시한 사랑의 선언이다. 가늠할 수 없는 고독의 깊이로부터 걷어 올린 사랑의 실체는 우주를 탐험하는 일처럼 낯설고 조심스럽다. 광활한 풍경 속에서 헤아려보는 무한한 감정들이 새로운 언어를 만나 별자리처럼 빛나고 있다. 고독에 기댄 시인의 우주적 상상력으로부터 발현하는 시와 과학의 충돌이 ‘기하학적 고독’으로 새롭게 떠올랐다.
여기, 인간의 고독과 사랑을 물질(物質)로 바꿔서 보여주는 시인이 있다. 재료과학자인 그는 인간을 “빅뱅의 잔해”이자 “별들의 먼지”이며 “추락한 천사”라고 말한다. 인간의 근원에 대한 사유의 집적(集積)이다. 여기엔 물리학과 천문학, 그리고 종교성이 개입되어 있다. 기존의 서정시와 전혀 다른 양상이다. 무한 우주의 티끌이기에 인간은 고독하고, 따라서 시인은 ‘만유인력’을 뛰어넘는 ‘사랑’을 꿈꾼다. 어디 그뿐인가, “천문학적인 고독” 속에서 “천둥의 쓰라림”을 맛보면서 “장미로 만든 옷을 입고” ‘태양’이 설정해둔 ‘시간’ 속을 걷는다. 이토록 장엄한 인간의 행로, 우주적 미스터리가 또 어디 있을까. “초신성의 입술”로 비견되는 “당신의 심장박동에 맞추기 위해” “지구도” “천천히 부드럽게 돌고 있”다는 놀라운 전언(傳言)과 함께, 나는 이 시집을 ‘시의 천문학’, 그리고 ‘시의 우주공학’으로 부르고자 한다.
시인의 말 제1부 만류인력을 무시한 채 13 태양이 설정한 대로 14 퀀텀(Quantum) 로맨스 16 누구나 균형 잡기 위해 움직인다 17 우주가 불공평할 때 18 천문학적 고독 20 기하학적 고독 21 혜성의 꼬리가 돛을 올릴 때 22 태양을 조문하며 24 가학적 쾌락 25 학대의 바다에서 잃어버린 26 아름다운 것은 난해하다 28 불씨 29 좌표의 소멸 30 부재의 담론 32 객실 열병 34 소각된 상처 36 광화문 연가 38 부서진 퍼즐 39 말의 직립 40 제2부 그녀는 우주다 43 시간의 화석 44 마수걸이 45 세상 밖의 떨림 46 그때가 오면 47 권태 48 가슴에 걸리는 공기마다 49 어디로 가는 중인가? 50 신은 수학자다 51 추락한 천사 52 출생의 비밀을 말해다오 53 바람은 우주를 몰고 간다 54 주기율표 56 중력의 법칙 57 내 슬픈 영혼의 성소 58 나의 영원은 너에게서 끝이 났다 59 하늘은 완벽하지 않다 60 바람 소리 62 추락도 잠시 나는 것이다 64 제3부 얼마나 낯설어야 별이 될까 67 비극의 은총 68 마음은 언제나 외출 중 70 하늘과 땅 사이 71 그녀는 어디에서 왔는가? 72 침묵하는 신 74 들불 76 흡연 77 노아의 방주 78 슬...
사랑을 발명한 시적 인식의 힘 김익진 시인은 지나치게 당연하게도 이번 시집, 『기하학적 고독』을 통해 ‘사랑’을 발명했다. 그의 많은 시적 선배들이 우주가 주는 상상적 압박으로부터 자기 생의 숨길로 틔워놓은 한 길을 시인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옥타비오 파스는“사랑한다는 것은/죽는 것이고 다시 사는 것이고 다시 죽는 것이다/사랑한다는 것은 생명력이다/너를 사랑하는 것은 내가 죽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는 시인으로서 ‘영원한 현재’의 힘, 살아있는 이 순간, ‘여기?지금’의 가치를 정확하게 묘파하고 있다. 웬만한 교양인이라면, 시간이란 공간적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개입시킨 함수의 차원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그래서 결국 존재란 ‘무(無)’되는 시간성이 아니라 자기 ‘거소(居所)로서의 집(언어)’위에 정초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또한 이해할 것이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이해하며 ‘사실’을‘미적 판단’의 기초 위에 세우고자 한 밤과 새벽을 기어이 지나갈 것이다. 지구 행성에 낮과 밤이 없어질 때까지 물이 모두 증발할 때까지 쓰고 싶은 말 사랑 지구 행성에서 만류인력을 무시한 채 -「만유인력을 무시한 채」 전문 ‘만유인력’을 무시한 채, 시인은 너무도 간결하고 명료하게 “쓰고 싶은 말/사랑”이라는 것을 선언한다. 이 선언은 명제다. 그것은 ‘말’, 즉 언어이고 그렇기 때문에 존재론적 차원의 의미라는 것을 함축하고, 우리가 ‘지구 행성’에 있다는 사실에 기초해 이를 논증하겠다는 일종의 키워드를 밝힌 것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만유인력’은 힘이다. 결국 우리가 살아 흐물거리는 물체가 아니라 에너지의 총화고 시시각각 상황에 맞춰 변화하는 힘이란 것을 논거의 강력한 기초로 제시하고 있다. 기하학적 고독을 재어보면 언제나 각이 선 삼차원적 모난 곳, 자아로 점령된 날카로운 공간은 시간의 함수 앞에 마모되어 툭 치면 깨어질 유리구슬이 된다 기학학적 고독을 분석하면 파란 혈관의 파장은 사납지만, 삶의 표류로 둥글해진 물방울은 무지갯빛으로 가면을 벗고, 맨눈에 왜곡된 악습을 드러낸다 -「기하학적 고독」 전문 김익진 시인이 펼쳐놓는 ‘고독’의 공간은 꽤나 익숙하지 않다. 그렇다고 그렇게 섬뜩한 것도 아니다. “시간의 함수 앞에 마모”되는 기억은 얼마나 약한 “유리구슬”인가. 우리는 결국 불가역적인 과거를 그 표면에 비추어, 아니 투사하며 환상으로 결핍을 대신하는 상상의 존재일 뿐이다. 시인은 “삶의 표류로 둥글해진 물방울”이라 했지만, 물방울은 사실 지혜를 모른다. 아니 그런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다만 그것은 중력에 저항하는 제 방식으로 표면장력을 어디로든, 즉 낙하하지 않기 위해 둥글게 제 표면을 만드는 것이다.
김익진 [저]
경기도 가평 출생.
독일서 재료공학을 전공.
2007년 『월간 조선』으로 등단.
시집 『회전하는 직선』『중력의 상실』『기하학적 고독』, 수필 『수백억 광년의 사랑』 등 출간.
현재 한서대학교 항공신소재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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