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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에 하는 용서 : 여세실 시집
창비시선1 ㅣ 여세실 ㅣ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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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일
2023년 03월 20일
  • 페이지수/크기/무게
208page/127*201*16/360g
  • ISBN
9788936424879/8936424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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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슬픔 밖의 끝장. 가뿐합니다. 여기에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쫀득하고 고소한 미래를 향한 가뿐한 첫걸음 청량함과 뜨거움이 공존하는 사랑과 용기의 시 “신뢰를 주는 시” “오랜 훈련을 거친 사람의 내공이 단연 돋보인다”는 찬사와 함께 등단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여세실 시인의 첫 시집 『휴일에 하는 용서』가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꾸준히 시적 기량을 다져온 시인은 미래의 시단을 빛낼 기대주로서 남다른 주목을 받아왔으며, 최근에는 선배 문인이 후배 문인을 추천하는 ‘내가 기대하는 작가’에 호명되며 그 입지를 단단히 했다(『현대문학』 2023년 1월호, 안희연 시인 추천). 여세실은 예리한 언어와 독특한 발성으로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피어나는 용기와 사랑을 그려내며 ‘살아 있음’ 그 자체의 찬란함을 빚어낸다. 삶의 순간마다 목도할 수밖에 없는 뜨거운 감정들을 여러 결로 변주해내며 누구나 깊이 공감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하고 아름다운 시 세계를 펼친다.
  • 물결을 박차고 앞으로 나아가는 잘 길러진 슬픔 여세실의 시는 ‘젊은 시’의 새로운 흐름과 미래를 보여주기에 손색이 없다. 또래 시인과는 차별화된 감각, 자유로운 여백, 행과 연의 거침없는 도약, 독백과 대화를 넘나드는 화법 등 독창적인 작법에서 빚어지는 그만의 형식이 매혹적이다. 특히 유려한 호흡으로 문장을 끌고 나가는 힘과 시적 사유의 깊이가 도드라지는 문장들이 곳곳에서 선명한 빛을 발한다. “체벌과 사랑은 같은 보호색을 띠고 있었다”(「사이와 사실」), “분갈이를 할 때는/사랑할 때와 마찬가지로 힘을 빼야 한다”(「이제와 미래」), “눈은 내리고 오래지 않아 더러워 보였다 나는 거기까지를 눈이라고 불렀다”(「후숙」) 같은 문장에서는 삶의 이면과 사물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인의 섬세하고 예민한 시선에 감탄을 자아내게 된다. 나아가 여세실은 ‘나’와 ‘너’가 “하나가 울면 다른 하나가 따라”(「공통감각」) 울고 그렇기에 ‘우리’로 존재할 수 있는 ‘지금-여기’의 감각에 집중하며, “저것 위에서 이것을 가지고 그것을 만들어”(「꼬리 중심」)낼 때에야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는 삶의 진리를 아름답게 풀어낸다. 살아 있기에 마주할 수밖에 없는, 하여 한때는 가눌 수 없이 크게 다가올 고통과 슬픔의 나날 앞에 시인은 담담히 사랑과 영원의 시를 써내려가며 삶을 위로한다. “어떤 거룩한 신도 내 심장을 빠갤 수 없”(「당도」)다고 단호히 말하면서 “내가 알고 싶은 미래” 그러나 “내가 알 수 없는 미래”(「묘미」)를 기약하기 위해 진실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그것이 비록 “사랑이 나를 때리듯 내가 나를 때리는 나날들”을 끌어안는 “일그러진 최선”(「생시와 날일」)이라 할지라도. 그리하여 시인은 “어제 먹은 밥을 오늘도 지어 먹”는 생활 속에서 “배불리 슬퍼하고 게을리 원망”(「완주」)하는 일을 계속해나간다. “혼자 벌을 내리고 혼자 벌을 받는”(「개별」) 용서의 시간과 “혼자 울고 혼자 그치는”(「물색」) 슬픔의 날들을 참고 견디다보면 “나는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태어난 것 같”(「공통감각」)다는 생각에 이르기도 한다. “시든 가지에도 물을 주면 잎새가 돋”(「이제와 미래」)는다는 희망을 품고서 “말하지 않는 것들을 보살피며/무성한 기쁨을 키워”내며 지금 “이후의 일을 밀고 나갈 것”(「다음의 일」)이라 다짐하는 시인의 언어는 단단한 용기가 되어 다가온다. “내가 나를 때리는”(「휴일에 하는 용서」) 비참과 절망 뒤에 오는 슬픔과 아픔을 기꺼이 감당하면서 조용하고 차분하게 ‘이후의 삶’을 이어가려 하는 시인의 태도에서 이 시집의 아름다움이 한층 배가된다. “하루에 한가지씩 선행을 하기로”(「묘미」) 마음먹고서 “꽃이 지는 모양으로/사랑이 오기를”(「덤」) 기다리며 “여자인 채로 여자를 넓히고 여자를 부수고 여자를 밀고 나가 그 이후의 이후에도”(「빗댈 수 없는 마음」) 끊임없이 삶의 갈피마다 선명하게 떠오르는 정결한 마음의 언어를 가다듬어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를 써나갈 시인의 앞날이 자못 기대된다. “이전에 없던 실패와 계속되어왔던 물음을 이어가”며 시인은 말한다. “실패를 저미고” 지금, “여기에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빗댈 수 없는 마음」). “현실의 덮개 아래 놓인 삶의 비밀 혹은 진실까지 들여다볼 줄 아는 능력이 있다”(안희연)는 기대에 부응하듯 ‘후숙(後熟)’의 시간을 거쳐 자신만의 고유한 시 세계의 지평을 넓혀나갈 이 시인이 “이제 당신에게로 건너”(김행숙, 추천사)간다.
  • 제1부 ㆍ 제자리의 제자리를 흔들면서 온통 이제와 미래 후숙 서식 패각 가속 당도 출항 물색 덤 생활 다음의 일 면역 작당 제2부 ㆍ 미래는 쫀득해 미래는 고소해 바통 터치 묘미 사근진 별미 갓파의 물그릇에 물이 마르면 채집 여름이 좋은 게 아니라 끝났다고 생각할 때 시작되는 오늘은 다른 길로 가보자 줄다리기 외야 꿈에 그리던 부정할 수 없는 여름 제3부 ㆍ 모르며 사랑하기 붉은 거인 틀린 그림 찾기 정글짐 꼬리 중심 기립 요주의 사이와 사실 개별 빗댈 수 없는 마음 제4부 ㆍ 배불리 슬퍼하고 게을리 원망하기를 빗댈 수 없는 마음 사탕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날에도 휴일에 하는 용서 먹이 반려동공조각 초록 벌 녹취 spoonring 실패 놀이 폭설 경유 일조량 공통감각 완주 제5부 ㆍ 크게 울고 크게 웃게 해주세요 생시와 날일 해설|홍성희 시인의 말
  • 분갈이를 할 때는 사랑할 때와 마찬가지로 힘을 빼야 한다 (…) 양지를 찾아다녔다 산에서 자라는 나무의 모종 하나를 화분에 옮겨 심으면 야산의 어둠이 방 안에 넝쿨째 자라기도 한다는 걸 진녹색 잎의 뒷면이 바스러졌다 시든 가지에도 물을 주면 잎새가 돋았다 -「이제와 미래」 부분 볏짚이 탄다 잉걸불이 인다 불씨는 자기를 새라고 불러주는 사람을 만나면 새라고 믿고 날아가 연기를 꿰어 노래를 만들었다 (…) 눈이 쌓이고 난 후의 흰빛이 음악이 된다고 믿었다 눈은 내리고 오래지 않아 더러워 보였다 나는 거기까지를 눈이라고 불렀다 -「후숙」 부분 바람 부는 날에 꽃이 지는 모양으로 사랑이 오기를 바랐습니다 (…) 성한 데 없이 미웠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미움은 떨이 같았습니다 내 사랑 내가 말려보려고 망치를 들었다가 눈 깜짝할 사이 누가 가로채 갔습니다 -「덤」 부분 나를 빚은 사람도 궁금할까 뭉개진 찰흙은 자신을 뭐라고 부르는지 이목구비를 달아주면 금세 입을 뗄 것만 같아서 점점 말라가는 찰흙과 걸어오고 있는 미래는 쫀득해 미래는 고소해 두동강 났다 하루에 한가지씩 선행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어제는 일기를 쓰다가 나를 안았다 -「묘미」 부분 두드리고 있습니다. 이전에 없던 실패와 계속되어왔던 물음을 이어가보겠습니다. 살아본 적 없는 나와 되어본 적 없는 당신 사이에서. 나는 나를 지지하고, 당신은 당신에게 동의하며 헤맵니다. 쓰러지기. 쓰러지며 춤추기. 여기에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 나는 나로 사는 게 지끈거립니다. 더부룩합니다. 나는 나를 깨작거리고 있습니다. 얹혀 있습니다. 조여올 때, 몸이 있다는 것이 분명해집니다. 기껍습니다. 슬픔 밖의 끝장. 가뿐합니다. 여기에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빗댈 수 없는 마음」 부분 기다란 미움은 기다란 용서끼리 짤따란 미움은 짤따란 용서끼리 짝이 있었다 어제 먹은 밥을 오늘도 지어 먹는다 배불리 슬퍼하고 게을리 원망하기를 -「완주」 부분 아무것도 말하지 못했다. 사랑이라고 믿어온 것들로부터 나를 소외한 적이 있다고. 사랑이 나를 때리듯 내가 나를 때리는 나날의 연속이었다고. 잘못되었다는 느낌. 나는 내내 쪽창으로만 나 자신을 쓰다듬을 수 있을 거라고 되뇐 적 있다고. 겉만 멀끔한 채로 웃고 있다고. 부정. 내 마음이 아닌 채로, 내 얼굴이 아닌 채로 사람들을 만난다고. 만나서 밥을 먹고 안부를 전하고 작고 사소한 비밀들을 나누면서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만큼 나 자신과는 멀어진다고. 한 바닥의 고립. 한움큼의 명랑함. 당신도 쌀과 조를 한알씩 구분하듯 매 순간을 무마하고 있느냐고. -「생시와 날일」 부분
  • 여세실 [저]
  • 2021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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