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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사상 시선(총195건) 내가 지켜내려 했던 것들이 나를 지키고 : 김용아 시집     10,800원 (10%↓) 점등인이 켜는 별 : 이정화 산문집     16,200원 (10%↓) 읽기 쉬운 마음 : 박병란 시집     10,800원 (10%↓) 안산행 열차를 기다린다 : 박봉규 시집     10,800원 (10%↓) 지워진 길 : 임윤 시집     10,800원 (10%↓) 골목 수집가 : 추필숙 시집     10,800원 (10%↓) 소나무 방정식 : 오새미 시집     10,800원 (10%↓) 미시령 : 김림 시집     10,800원 (10%↓) 목을 꺾어 슬픔을 죽이다 : 김이하 시집     10,800원 (10%↓) 촛불 하나가 등대처럼 : 윤기묵 시집     10,800원 (10%↓) 일인분이 일인분에게 : 김은정 시집     10,800원 (10%↓)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 : 박석준 시집     10,800원 (10%↓) 그날의 빨강     10,800원 (10%↓) 도살된 황소를 위한 기도 : 김옥성 시집     10,800원 (10%↓)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 : 함진원 시집     10,800원 (10%↓) 울음의 기원 : 강태승 시집     10,800원 (10%↓) 소리들 : 정온 시집     9,000원 (10%↓) 오른쪽 주머니에 사탕 있는 남자 찾기 : 김임선 시집     9,000원 (10%↓) 오늘의 지층 : 조숙향 시집     9,000원 (10%↓) 무릉별유천지 사람들     9,000원 (10%↓) 이별 후에 동네 한 바퀴     9,000원 (10%↓) 천년에 아흔아홉 번     9,000원 (10%↓) 광부의 하늘이 무너졌다 : 성희직 시집     9,000원 (10%↓) 동행 : 박시교 시조집     9,000원 (10%↓) 그대라면, 무슨 부탁부터 하겠는가 : 박경조 시집     9,000원 (10%↓) 목련 그늘 : 조용환 시집     9,000원 (10%↓) 여기 아닌 곳 : 조항록 시집     7,920원 (10%↓) 성규의 집 : 정진남 시집     7,920원 (10%↓) 눈물도 때로는 희망 : 조선남 시집     7,200원 (10%↓) 너를 놓치다 : 정일관 시집     7,920원 (10%↓) 강으로 향하는 문     10,800원 (10%↓) 산수유가 보이는 창     8,100원 (10%↓) 흰 말채나무의 시간 : 최기순 시집     8,100원 (10%↓) 황금 언덕의 시 : 김은정 시집     9,000원 (10%↓) 호박꽃 엄마 : 유순예 시집     8,100원 (10%↓) 헬리패드에 서서 : 김용아 시집     8,100원 (10%↓) 풀잎에서 별까지 : 장선 시집     11,700원 (10%↓) 한생을 톡 토독 : 공혜경 시집     7,920원 (10%↓) 카푸치노 : 남상진 시집     7,920원 (10%↓) 한 잎     8,100원 (10%↓) 앉아서 사는 여자 : 최윤희 시집     10,800원 (10%↓) 피어라 모든 시냥 : 김자흔 시집     8,100원 (10%↓) 시골학교 : 김종우 시집     8,100원 (10%↓) 프엉꽃이 데려온 여름 : 박경자 시집     8,550원 (10%↓) 풀이라서 다행이다 : 한영희 시집     9,000원 (10%↓) 파랑도에 빠지다     7,200원 (10%↓) 시가 바람되어 구름 속을 걷다 : 윤재희 시집     8,100원 (10%↓) 강물 되어 흐르는 소리     9,900원 (10%↓) 터무니 있다 : 오승철 시조집     7,200원 (10%↓) 황새의 눈 : 이돈배 시집     8,100원 (10%↓) 카페 가난한 비     7,200원 (10%↓) 촛불을 든 아들에게 : 김창규 시집     8,100원 (10%↓) 책갈피 속의 수레     8,100원 (10%↓) 첫눈 아침     7,200원 (10%↓) 철새의 일인칭 : 서상규 시집     7,200원 (10%↓) 천만년이 내린다 : 유승도 시집     7,200원 (10%↓) 찬란한 봄날 : 김유섭 시집     7,200원 (10%↓) 진뫼로 간다 : 김도수 시집     7,200원 (10%↓) 지붕의 등뼈     7,200원 (10%↓) 즐거운 광장     9,900원 (10%↓) 중심은 비어 있었다 : 조성웅 시집     8,100원 (10%↓) 중딩들     9,000원 (10%↓) 죽은 물푸레나무에 대한 기억 : 권진희 시집     7,200원 (10%↓) 족보 : 이한걸 시집     7,200원 (10%↓) 장생포에서     8,100원 (10%↓) 음표들의 집 : 최기순 시집     7,200원 (10%↓) 을의 소심함에 대한 옹호 : 김민휴 시집     8,100원 (10%↓) 유랑하는 달팽이 : 이기헌 시집     8,100원 (10%↓) 웃기는 짬뽕 : 신미균 시집     7,200원 (10%↓) 우포늪 : 손남숙 시집     7,200원 (10%↓) 우리 집에 왜 왔니? : 박미라 시집     7,200원 (10%↓) 외포리의 갈매기 : 강민 시집     7,200원 (10%↓) 왜 네가 아니면 전부가 아닌지 : 정운희 시집     8,550원 (10%↓) 올랜도 간다 : 한혜영 시집     7,200원 (10%↓) 오래된 숯가마 : 홍성운 시조집     7,200원 (10%↓) 오두막 황제     7,200원 (10%↓) 영화처럼 : 최희철 시집     7,200원 (10%↓) 염소와 꽃잎     8,100원 (10%↓) 염소가 아니어서 다행이야     8,100원 (10%↓) 연두는 모른다 : 조규남 시집     8,100원 (10%↓) 역사를 외다 : 윤기묵 시집     7,200원 (10%↓) 여우비 간다 : 정진경 시집     7,200원 (10%↓) 여기가 막장이다 : 정연수 시집     9,000원 (10%↓) 엄마의 연애 : 유희주 시집     7,200원 (10%↓) 엄마 엄마들 : 성향숙 시집     7,200원 (10%↓) 얼굴, 잘 모르겠네     8,100원 (10%↓) 어쩌다가 도둑이 되었나요     7,200원 (10%↓) 어둠의 얼굴 : 김석환 시집     7,200원 (10%↓) 안녕, 딜레마 : 정운희 시집     7,200원 (10%↓) 아버지의 귀 : 박원희 시집     8,100원 (10%↓) 아득한 집 : 김정원 시집     9,000원 (10%↓) 아내의 수사법 : 권혁소 시집     7,200원 (10%↓) 씨앗의 노래     8,100원 (10%↓) 식물성 구체시 : 고원 시집     9,000원 (10%↓) 시절을 털다 : 김금희 시집     7,920원 (10%↓) 시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 강세환 시집     8,100원 (10%↓)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 : 박석준 시집     8,100원 (10%↓) 슬픈 레미콘 : 조원 시집     7,920원 (10%↓) 숲 거울 : 차옥혜 시집     7,200원 (10%↓) 수평은 동무가 참 많다 : 김정원 시선집     9,000원 (10%↓)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 이명윤 시집     8,100원 (10%↓) 수선집 근처 : 전다형 시집     7,200원 (10%↓) 수궁가 한 대목처럼 : 장우원 시집     9,000원 (10%↓) 속삭거려도 다 알아     9,000원 (10%↓) 소란이 환하다 : 유희주 시집     8,100원 (10%↓) 세온도를 그리다 : 정선호 시집     7,200원 (10%↓) 세상을 박음질하다     7,200원 (10%↓) 서리꽃은 왜 유리창에 피는가 : 임윤 시집     7,200원 (10%↓) 생리대 사회학     8,100원 (10%↓) 새점을 치는 저녁 : 주영국 시집     8,100원 (10%↓) 새의 식사 : 김옥숙 시집     9,000원 (10%↓) 새벽에 깨어 : 여국현 시집     8,100원 (10%↓) 살찐 슬픔으로 돌아다니다     7,200원 (10%↓) 사북 골목에서 : 맹문재 시집 | 사북항쟁 40주년 기념 시집     8,550원 (10%↓) 사막의 사랑 : 강계순 시집     8,100원 (10%↓) 사랑할 게 딱 하나만 있어라 : 김형미 시집     8,100원 (10%↓) 사랑이 가끔 나를 애인이라고 부른다 : 서화성 시집     9,000원 (10%↓) 사람이나 꽃이나 : 채상근 시집     7,200원 (10%↓) 뼈의 노래 : 김기홍 유고시집     8,550원 (10%↓) 빗방울 화석 : 원종태 시집     7,920원 (10%↓) 불가능을 검색한다 : 이인호 시집     8,100원 (10%↓) 부평 4공단 여공     7,200원 (10%↓) 봄에 덧나다 : 조혜영 시집     7,200원 (10%↓) 봄들에서 : 정일남 시집     7,200원 (10%↓) 별자리 : 박경조 시집     7,200원 (10%↓) 베트남, 내가 두고 온 나라 : 김태수 시집     8,100원 (10%↓) 번함 공원에서 점을 보다 : 정선호 시집     7,920원 (10%↓) 버릴까 : 홍성운 시조집     8,100원 (10%↓) 발에 차이는 돌도 경전이다 : 김윤현 시집     7,920원 (10%↓) 반국 노래자랑 : 정춘근 시집     7,200원 (10%↓) 바람의 구문론 : 이종섶 시집     7,200원 (10%↓) 미안하다 : 육봉수 유고시집     7,200원 (10%↓) 물소의 춤 : 강현숙 시집     8,550원 (10%↓) 물결무늬 손뼈 화석 : 이종섶 시집     7,200원 (10%↓) 무인 등대에서 휘파람 : 심창만 시집     7,200원 (10%↓) 목포, 에말이요 : 최기종 시집     8,550원 (10%↓) 목련미용실 : 이순주 시집     7,200원 (10%↓) 모래 마을에서 : 김광렬 시집     7,200원 (10%↓) 멸종위기종 : 원종태 시집     8,550원 (10%↓) 먼 길을 돌아왔네 : 서숙희 시조집     8,100원 (10%↓) 맨드라미 꽃눈     7,200원 (10%↓) 마지막 버스에서 : 허윤설 시집     8,100원 (10%↓) 마스카라 지운 초승달 : 권위상 시집     9,000원 (10%↓) 마당 깊은 꽃집 : 이주희 시집     7,200원 (10%↓) 마네킹도 옷을 갈아입는다 : 정대호 시집     7,200원 (10%↓) 달의 호수 : 유시연 소설집     14,130원 (10%↓) 동태 : 박상화 시집     8,100원 (10%↓) 동백꽃 편지 : 김종숙 시집     7,920원 (10%↓) 돌의 연가 : 김석환 시집     7,200원 (10%↓) 더글러스 퍼 널빤지에게 : 백수인 시집     9,000원 (10%↓) 달함지 : 이종수 시집     7,200원 (10%↓) 달팽이 뿔 : 김준태 시집     7,200원 (10%↓) 달의 알리바이 : 김춘남 시집     8,100원 (10%↓) 단풍 콩잎 가족 : 이철 시집     8,100원 (10%↓) 다시 첫사랑을 노래하다 : 신동원 시집     8,100원 (10%↓) 늦게나마 고마웠습니다 : 이은래 시집     8,100원 (10%↓) 눈 뜨는 달력 : 김선 시집     7,920원 (10%↓) 노을의 시 : 권서각 시집     8,100원 (10%↓) 너를 사랑하는 힘 : 안효희 시집     8,100원 (10%↓) 너도꽃나무     8,100원 (10%↓) 너덜겅 편지 : 김완 시집     7,200원 (10%↓) 내일은 무지개 : 김광렬 시집     7,920원 (10%↓) 나무에 기대다     9,000원 (10%↓) 나를 두고 왔다     7,200원 (10%↓) 나는 지금 운전중     7,200원 (10%↓) 나는 지금 외출 중 : 문영규 시집     7,200원 (10%↓) 나는 소금쟁이다 : 조계숙 시집     7,200원 (10%↓) 궁금한 길 : 성환희 동시집     8,730원 (10%↓) 나는 누구의 바깥에 서 있는 걸까 : 박은주 시집     9,000원 (10%↓) 나는 너를 닮고 : 이선형 시집     7,200원 (10%↓) 나는 나의 어머니가 되어 : 고현혜 시집     7,200원 (10%↓) 꽃나무가 중얼거렸다 : 신준수 시집     8,100원 (10%↓) 꼬치 아파 : 윤임수 시집     9,000원 (10%↓) 기차 아래 사랑법 : 박관서 시집     7,200원 (10%↓) 기룬 어린 양들 : 맹문재 시집     7,200원 (10%↓) 금왕을 찾아가며 : 전병호 시집     8,100원 (10%↓) 그리움에는 바퀴가 달려 있다 : 김광렬 시집     7,200원 (10%↓) 그때 나는 학교에 있었다 : 박영희 시집     7,200원 (10%↓) 그대도 내겐 바람이다 : 임미리 시집     8,100원 (10%↓) 귀뚜라미 생포작전     7,200원 (10%↓) 괜찮아 : 최은묵 시집     7,200원 (10%↓) 광장으로 가는 길     7,200원 (10%↓) 공중에 갇히다 : 김덕근 시집     8,100원 (10%↓) 곡선을 기르다 : 오새미 시집     9,000원 (10%↓) 고요한 세계 : 유국환 시집     9,000원 (10%↓) 고래는 왜 강에서 죽었을까 : 제리안 시집     7,920원 (10%↓) 고갯길의 신화 : 김종상 시집     7,920원 (10%↓) 고개 숙인 모든 것 : 박노식 시집     7,920원 (10%↓) 격렬한 대화 : 강태승 시집     8,100원 (10%↓) 건너가는 시간 : 김황흠 시집     8,100원 (10%↓) 거룩한 그물 : 조항록 시집     7,200원 (10%↓) 거꾸로 서서 생각합니다 : 송정섭 시집     7,920원 (10%↓) 가슴을 재다 : 박설희 시집     9,000원 (10%↓) 가로수의 수학 시간 : 오새미 시집     8,100원 (10%↓) 가끔은 길이 없어도 가야 할 때가 있다 : 정대호 시집     8,550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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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세상을 열망하는 수준 높은 노래들 주영국 시인의 시집 『새점을 치는 저녁』이 〈푸른사상 시선 113〉로 출간되었다. 할머니를 비롯한 가족과 강촌 아재, 길만이 형, 경비원 이씨는 물론이고 갑오농민전쟁을 주도한 김개남, 『사기』를 쓴 사마천, 정치 혁명가 체 게바라 등을 통해 민중의 역사를 노래하고 있다. 백령도, 송정리, 영산강 지류인 극락강, 정읍, 금성산, 북제주 등을 노래한 시편들은 수준 높은 서사와 서정의 직조를 보여주고 있다. 인간 가치와 자연의 이치를 토대로 새로운 세상을 열망하는 시인의 노래들은 인식의 깊이와 아울러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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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혁명 세력과 싸우려면 소총이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 그 소총은 먹고사는 일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소총만 도구인 게 아니다. 이념 또한 그렇다. 도구인 이념이 목적이 되어버릴 때 혁명 또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도구로 변해버린다. 시인은 “밀림에 뜬 애기 달 같은 노른자”를 보며 “경계를 서던 소년 병사의 팍팍한/꿈”을 상상한다. 삶은 달걀의 노른자는 하늘에 뜬 이념이 아니다. 소년 병사는 배불리 먹는 “팍팍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이념이라는 이정표를 따를 뿐이다. 소년 병사가 꾸던 그 꿈을 우리 또한 마음 깊이 품고 살아왔다. 한때는 성공한 혁명의 꿈에 부풀어 들뜬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봄날 신기루처럼 덧없이 스러졌다. 삶은 계란을 먹으며 시인은 그들이 꿈꾼 세상을 상상한다. 목이 멘다. 그때 그들이 꿈을 꾸지 않았으면 지금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을까 시인은 삶은 달걀을 먹을 때마다 끝내 반합에 담긴 삶은 달걀을 먹지 못하고 “예수처럼 정부군에게 죽은 게바라의/살고 싶던 간절한 마음을” 떠올린다. 체 게바라는 삶은 달걀을 마음껏 먹는 삶을 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려면 그는 삶은 달걀 하나도 제대로 먹지 못할 혁명 상황에 몸을 던져야 했다. 동학 농민 전쟁에 나선 농민들도 그러지 않았겠는가. 배불리 먹는 삶을 실현하기 위해 그들은 손에 손에 낫을 들고, 죽창을 들고 나섰다. 낫을 들고, 죽창을 들어야만 배를 불릴 수 있는 삶이라는 게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역사는 그렇게 흘러왔다. 낫과 죽창을 들어야 민중들은 그나마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권력은 이들을 ‘폭도’니 ‘빨갱이’니 하는 말로 규정했지만, 그들은 그에 굴하지 않고 기꺼이 낫을 휘두르고 죽창을 휘둘렀다. 신식 총을 쏴대는 정부군에 맞서 장렬히 죽어갔다. (중략) 주영국 시에는 파장이 된 인생들이 이곳저곳에 나타난다. 지금은 별 볼 일 없는 인생들이지만, 그들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삶을 살았다. 그저 열심히 살아왔을 뿐인데, 누구는 지금 통증에 시달리고, 또 누구는 공터에 버려진 채 추억을 되씹고 있으며, 또 누구(들)는 옥상에 앉아 몸이 아파도 헤죽헤죽 웃으며 허방세상을 붙들고 있다. 아무것도 붙들 수 없는 세상이다. 통증이 심한 사내는 의사가 챙겨준 노란 알약을 바닥에 흘리고도 모른다. 하긴 노란 알약을 먹는다고 통증이 사라지겠는가. 입동의 바람을 웅크린 몸으로 받아내는 분홍색 봄 이불 한 채는 어떤가? 봄 이불에서 느껴지던 신혼의 단꿈은 시간이 흐르면서 차가운 바람 앞에 내몰렸다. 저 이불을 덮고 아내와 더불어 꾸었던 봄날의 꿈은 지금 얼마나 실현이 되었을까? 꿈은 그저 꿈으로 남고, 추억은 그저 추억으로 남는 것이라지만, 그것만으로 지나간 시간을 갈무리하는 건 참으로 힘들어 보인다. ―오홍진(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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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의 말 제1부 모든 꽃의 이름은 백일홍이다 / 정읍 지나며 / 사마천을 읽다 / 체 게바라 생각 / 인공 눈물 / 꽃불철공소 / 검열 / 밥 / 건원릉에서 / 왕을 지우다 / 국제정치학의 시 / 전화위복 / 경비원 이씨 / 월경(越境)은 있다 / 2036년의 지도 제2부 목과(木瓜) / 백령도 11 / 백령도 12 / 파장(罷場) / 동천(冬天) / 활어 수족관 / 노가리 / 피라미처럼 / 감꽃 지다 / 잔인한 문장 /천지 장례식장 / 동물의 왕국 / 숭어잡이 / 낮술 / 금성산 오르며 제3부 그리운 단비 / 새점을 치는 저녁 / 봄 이불 한 채 / 소한(小寒) / 돌아오지 마라 / 라코스테 / 허방세상 낙조 / 엘 콘도르 파사 / 들소 / 대가의 점(·) / 떨어진 꽃들 / 북제주에서 / 봄바람 봄 나무 / 무연고 32호 / 산에서 온 편지를 강에서 읽다 제4부 상강 무렵 / 형제 상봉 기념 / 아내의 푸른 손 / 어머니의 단층집 / 망운의 설(雪) / 태풍 전야 / 오래된 집 / 아버지의 도장 / 길만이 형 /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 물속의 집 / 무화과나무 그늘 아래 / 벌초 / 배롱나무 꽃 / 부고의 자리 ■ 작품 해설：눈물겨운 생존의 밥, 그리고 시 - 오홍진 시인의 말 섬의 수장고에서 오...래도록 불어 있었구나 보호하거나 가두는 곳 활자가 되지 못한 시와 밀가루 반죽처럼 나도 오래도록 그곳에 있었다 섬은 더 깊어질 것이지만 우리는 이제부터 함께 더 자유로워지자 물 밖으로, 잘 가라 시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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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점을 치는 저녁 새점을 치던 노인이 돌아간 저녁 공원의 벤치에 앉아 나도 새를 불러본다 생의 어디에든 발자국을 찍으며 기억을 놓고 오기도 해야 하였는데 난독의 말줄임표들만 이으며 지내왔다 누군가의 경고가 없었다면 짧은 문장의 마침표도 찍지 못했을 것이다 생의 뒤쪽에 무슨 통증이 있었는지 진료를 받고 나와 떨리는 손에서 노란 알약을 흘리고 간 사내 산월동 보훈병원 302호실 노란 알약을 삼킨 날개 다친 새들에게 마지막 처방전을 써준 김 원장이 사직원의 파지에 새를 그리고 있다 내일은 그도 저무는 공원에 나가 새점을 칠지 모른다 누군가 또 흘리고 간 노란 알약에서 새점을 치던 저녁을 떠올려볼지 모른다. 체 게바라 생각 삶은 달걀을 먹을 때마다 체 게바라 생각에 목이 멘다 볼리비아의 밀림에서 체가 붙잡힐 때 소총보다 더 힘껏 움켜쥐고 있었다는 삶은 달걀 두 개가 든 국방색 반합 밀림에 뜬 애기 달 같은 노른자는 경계를 서던 소년 병사의 팍팍한 꿈을 먹는 것 같아서 더 목이 멘다 혁명도 결국은 살자고 하는 것인데, 삶은 달걀을 먹을 때마다 끝내 반합의 달걀 두 개를 먹지 못하고 예수처럼 정부군에게 죽은 게바라의 살고 싶던 간절한 마음을 먹는 것 같아서 목이 멘다. 밥 아침에 또 당했다 나이도 어린 놈이었다 병가원을 낼까, 사직서를 쓸까 생각하는 내내 마음이 시큰거렸다 점심에 밥을 먹었다 찬밥을 찬물에 말아 먹었다 젖은 밥알이 튀어나올 것 같아 에라, 이 등신불아－ 나에게 하려는 욕을 몇 번이나 참았다 모욕은 견딜 수 있어도 배고픔은 끝내 참기 힘든 생존의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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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영국 [저]

• 전남 신안의 섬 어의도에서 태어나 육지의 이곳저곳을 살았다. 2004년 13회 전태일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회 오월문학상과 2010년 『시와 사람』 신인상을 받았다. 공군 기상대에서 오랫동안 하늘과 구름을 친구 삼아 날씨 보는 일을 했다. 한국작가회의 회원과 죽란시사회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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